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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1장-사망전이-(1-2)[3]

2006.06.05 19:12

울프맨 조회 수:197

소년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물론, 그것들이 대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성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도 큰 의문이었지만, 소년에겐 그것과 관련된 일말의 흥미 따윈 없어보였다.
소년의 한마디는 상대가 그것을 수용 하냐 할 수 없냐의 ‘권고’의 수준이 아닌, 일방적인‘선고’였다.
즉시 이행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철저한 대가가 따르는..............
그리고, 그 대가를 집행하는 집행자의 발걸음이 지금. 움직이고 있었다.

‘!’

소연은 그의 걸음 하나 하나에도 숨이 멎어 버릴 것만 같은 위압감을 느꼈다.
한걸음 다가올 때마다 느껴지는 전신을 짓눌러버릴 듯한 중압감.
그런 무거운 존재감과는 반대로 소년의 발걸음은 솜을 밟는 것과 같이 부드럽고 가벼워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것’ 들도 이 부적절한 소년의 움직임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는 양, 각자 불편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조금씩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샤랑..]

소년에게서 맑은 금속성이 울렸다.
심연의 어둠을 몰아내고 안개를 걷히는 듯한 청명한 울림.

“맡아라.”

어느 샌가 바로 옆까지 다가온 소년이 소연에게 내미는 것이 있었다.

‘.....칼집?’

엉겁결에 소년의 칼집을 받아든 소연은 먼저 그 화려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틀은 은으로 주조되어 어둠속에서도 영롱한 빛을 비추었고, 몸체에 금으로 정교하게 세공된 영물들의 장식은 그 품위를 더했다.
평범한 학생일 뿐인 소연의 눈에도 그 아름다움과 값어치는 따지기 어려울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또 놀라운 것은, 기껏 해봐야 자신과 같은 나이 또래로 보이는 저 소년이 이런 귀중품을 갖고 있는 것도 모자라 날이 시퍼렇게 선 흉기를 들고 있는 것이었다.
그제야 소연은 칼집에서 눈을 떼고 소년을 살펴보았다.
아까는 어둠 때문에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바로 옆까지 본 지금은 확실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은은하게 은빛 광채를 내는 장검을 들고 있는 소년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이질적인 것이었다.
상당히 오래 길러온 듯, 등 언저리까지 내려오는 긴 모리를 한 갈래로 땋아놓은 모습하며 입고 있는 옷 또한 순백색의 중국식 비단 도포를 입고 있는 모습이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의상이 아닌 것이었다.
그리고 소년은 생각보다 어렸다.
단단해 보이는 체격이긴 했지만, 키는 소연보다 조금 큰 정도였고 덩치 또한 또래의 아이들에 비하면 조금 작았으면 작았지,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방금 전의 그 압도적이고 무시무시한 기세를 생각해 볼 때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외모인 것이다.
그러나, 얼굴에 아직 앳된 아이의 흔적이 베어있었지만 상대를 내려다보는 눈초리에 실린 매서운 기세는 도저히 그를 우습게 볼 수 없게 만드는 무언의 위력이 숨겨져 있었다.

“......우습구나.”

한동안 내려다보던 소년이 작게 입을 열었다.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지만, 겨우 이 정도로 나를 시험하려 들다니.....”

소년은 앞의 것들을 훑어보다가 갑자기 회전문 밖을 노려보았다.
분명, 회전문 밖은 인적 없는 주택가뿐 이었지만, ‘그것’들은 갑자기 술렁거리며 동요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잘 봐둬라. 현격한 수준의 차이를...........”

상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다수. 그러나 소년은 눈앞의 것들을 마치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하며 유유히 걸어가기 시작했고, ‘그것’들은 자신들이 무슨 홍해라도 되는 양 소년의 앞에서 물러나며 길을 터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의 가운데에 들어서자 소년은 걸음을 멈췄다.

“여기서부터..........”

[촤르르르르륵]

“이만큼은 나가지 않겠다.”

밖에 있는 누군가에게 하는 말인지, 앞의 것들에게 하는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소년은 자신의 주위에 5발자국 될까 말까한 지름의 원을 그려놓고 당당하게 선언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보시지. 내가 추천한다면........”

소년의 검이. 그리고 눈매가. 일순 잔혹한 섬광을 내뿜었다.

“지금 당장 도망가는 거다.”

저 무수한 괴물들의 속에서 여린 소년의 몸은 위태롭기 짝이 없어보였지만, 소연은 왠지 그렇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신뢰와 안도감이 마치 그녀에게 ‘이젠 안전하다’라고 일러주는 것처럼 공포와 두려움을 몰아주고 있었다.

[팟]

그리고 일순간.
섬전과도 같은 섬광이 시공을 갈랐다.
마치, 시간마저 베어버렸다고 착각할 정도로 찰나의 일섬.
베여버린 시간은 그곳에 정적만을 남겼다.

[철퍼덕.]

양단되어 떨어지는 한 놈의 사체.
그것이 장내에 팽배한 정적을 깨었고, 동료의 죽음이 마치 개전의 신호탄이 된 양.
괴수들은 제각기 괴성을 지르며 소년을 향해 돌진했다.

[스팟!]

다시금 은빛 섬광이 어둠을 갈랐다.
빠르고 강맹한 검격. 그러나 아까의 것과는 달리, 소년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그 검광이 가시기도 전에 소년의 검은 붓이 된 듯, 빛의 궤적을 이어나갔다.
오른쪽의 상대를 베어 넘겼는가 하면, 어느새 빛은 왼손으로 옮아가 멈추지 않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 나갔다.
크게 반호를 그리며 머리위의 것들을 집어삼킨 검광이 다시 이어져 앞과 뒤에 직선의 창을 만들었다.
쾌속하지만 그 모든 것이 소연의 눈에 하나하나 보일만큼 여유 있었고, 강맹하지만 춤을 추는 듯이 유연했다.
소연은 무술에 관해선 거의 아는 것이 없었지만, 그 동작은 영화의 무술동작과는 감히 견줄 수 없는 무게가 있었고 그 모습은 숨겨진 살의를 포장할 만큼 아름다웠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일방적인 살육의 장이었지만, 살이 튀고 뼈가 으스러지는 하나하나가 소년이 추는 춤의 커다란 소품이 되어 하나의 극의를 이루고 있었다.

‘대단해................’

홀을 빽빽하게 메운 수많은 적을 상대로 소년은 숨 한번 고르지 않았다.
오히려 수백의 상대가 소년에게 압도되어 소년의 검이 닿지 않을 만 한 거리로 물러선 것이었다.

[오도독]

예의 기괴한 뼛소리를 내며 ‘그것’들 중의 하나가 슬그머니 앞으로 다가섰다.

-괴물 같은 놈.........-

놀랍게도 그것의 입을 통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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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트와 과제의 러쉬가 시작되었습니다.........
방학전까지 과제와 과제 밤샘과 밤샘... 왠지 티끌모아태산이라는 말이 실감이 갈정도랄까요....--;;
이번편에서 기륭이 사용하는 것은 '명검의 춤'이라는 것인데 전개상 기술의 이름은 생략하였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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