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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인어공주 <2>

2005.12.10 20:26

kanome 조회 수:165

이야기 2 - 전학생(2)

  “잘가, 난 잠깐 약속이 있어서.”
  주희가 오늘은 왠지 언제나 헤어지는 곳보다 더 이른곳에서 헤어진다. 데이트 약속이라도 있는건가... 뭐, 언제나 주희에게 ‘내게 맞춰라!’라고 할 수 없어서, 팔짱꼈던 팔을 놓고선 손을 흔든다. 살짝 미소를 보임으로 해서, 만사 OK! 주희 역시 생긋 웃으면서 손을 흔든다.
  한참을 걷다가, 생각한건... 난 길치였다는 것이다! 아까부터 뭔가 불안하다 싶었던게, 바로 이거였다! 주위를 둘러본다, 자주 보이는 전봇대. 자주 보이는 쓰레기 더미. 그리고 처음 보는 아파트단지. 그리고... 이상한 폐가. 왠지 호기심을 당기는 폐가라고 생각한다만, 나중에 다시 와야겠다. 혼자서는 절대 무서워서, 절대 못 들어갈 꺼라 생각하니까.
  그렇게 두리번 거리고 있던 그때, 저 멀리서 왠지 아는 얼굴이 보인다.
  “음? 수희년인가?”
  젠장, 왜 년은 왜 붙이냐고, 대체, 왜! 하지만, 일단은 구세주다. 얼굴에 힘든 미소를 지으며 팔을 크게 흔든다. 환한 미소로 바뀌는 것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언제나 해왔던 것은 둘째치고, 집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이 내 눈에 비쳐졌기 때문이다.
  구세주의 얼굴은 역시 갈준이놈. 옆에 친구 두명을 더 끌고 가는걸 보니, 아마 게임방에 가는 것일거라 생각된다. 방해하는거 아닌가...
  “어라? 그런데, 너희집, 이쪽 방향 아니잖아.”
  고개를 끄덕여야 할지, 저어야 할지...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아냐구요!
  “아, 너 길치였지, 참. 야, 너희, 먼저 가있어라. 난 그냥 집에서 접속하마.”
  “그래? 그래, 그럼 데이트 잘 해라~”
  데이트?
  “아냐 임마. 귀찮은 짐더미 하나 얹혀진 기분이다.”
  ...확 그냥... 마음 같아선 10대 때리고 한대 더 때리고 싶은 기분이다만... 갈준은 그렇게 친구들과 찢어지고, 나와 동행하게 되었다. 아니, 내가 일방적으로 끌려가는거라고... 무엇보다, 요 녀석만은 왠지 믿음이 가니까. 게다가, 심심하지 않다. 대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이말 저말 계속 지껄인다. 대답이 없을 뿐, 나도 제대로 듣고 있긴 하다. 물론, 화제거리가 나와 쫌 먼 이야기도 자주 나오지만. 오늘은, 게임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응, 그래서말이지... 아, 너도 같이 해볼래? 조작법도 간단하고, 친구들과 속 편하게 말 할 수도 있잖아.”
  고개를 젓는다. 채팅이나 메신저 정도라면 간단하게 하겠지만... 게임은 쫌 힘들다고 생각한다. 시끄러운 소리도 그렇고, 왠지 어질어질 하기 때문이랄까?
  “내가 차분하게 가르쳐 줄께. 히힛, 우리 파티에도 여자가 생기겠군!”
  차마 거절을 못하고 넘어갔다.

  집에 도착한지 몇시간 후.
  “얌마, 또 힘만 무식하게 올리면 어쩌냐! 아오, 벌써 3번째다, 3번째!”
  인상을 찡그리고 갈준이 놈을 노려본다. 대체, Str이라고 써놓으면, 누가 힘인줄 알겠냐고요. 게다가, 어째서 요 화살표 모양을 누르면 안돼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해가 가게 설명해달라고, 종이에 써서 몇 번이나 알렸지만, ‘넌 성직자가 하고 싶다며, Int에 주로 스탯을 주고, Str은 적당히 줘’라고만 설명할 뿐, Str이 뭐고, Int가 뭐라고는 절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 골아파라...
  “흐유... 게임에 영 소질이 없구나. 2시간동안 캐릭터 3개를 지웠다가 만들다니.”
  그래서 내가 하기 싫댔잖아! 아오, 열받아! 오기가 나서라도 익힌다, 요까짓것 쯤이야...
  “벌써 7시네. 난 이만 가볼테니까, 궁금한거 있으면 문자날려. 아니면, 나 올때까지 기다리고.”
  올때까지란 말에 약간 의아해 했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이 어지러운 화면과 눈을 마주친다. 그래, 내가 이기나, 니가 이기나 한번 보자고.

  그 사실을 알아채기까진,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갈준이 놈이, 들고온 이상한 꾸러미를 놓고갔다는것을,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 잠깐 눈을 돌렸을때 알아챈 것이다. 이상한 꾸러미에 뭐가 있나 궁금해서 살짝 들여다 봤다. ...교양도서...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다. 갈준이놈, 이상한데에 취미가 있구만!
  외투를 하나 걸치고 문 밖으로 나갔다. 쌩~ 하고 부는 바람이 귓가를 스친다. 으스스한 밤바람에 살짝 몸을 움츠렸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는 빌라의 문을 나선다. 대진빌라... 뭐,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이름이지. 괜한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곤, 갈준의 집 방향을 기억하며 발걸음을 뗀다. 다른 애들 집이라면 몰라도, 요놈 집 하나만은 기억한다. 반이 지긋지긋하게 같았을 뿐만 아니라, 집이 상당히 가까워서 학교에 자주 같이 가는 편이었기 때문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근처의 슈퍼마켓의 모퉁이를 돌아, 가로등 아래를 지나간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지나는게, 상당히 갈준의 집에 빨리 도착한다. 지름길인 만큼, 왠지 무서운 곳. 누군가 나타나서 납치해가면, 소리도 지를 수 없으니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귀신이라던가... 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살짝 몸을 움츠린다. 큰 길가로 돌아갈까.. 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근처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고싶지 않아. 내가 바래왔던 것은 이랬던 것이야?”
  “너가 바래왔던 행복이다. 그 남자가 접근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란건 바로 너이지 않나?”
  “...이런 사람인지 몰랐어. 난 단지 성 노리개였던 것 뿐인거야?”
  ...뭔가 심각한 인 듯 싶다. 살짝 더 골목 깊이 들어가, 관여해보고 싶다는 욕망에, 한발자국씩, 조심히 더 안쪽으로 들어간다.
  “난 잘 모르겠군. 너가 바랬던 행복은, 그 남자와 사귀어 보는 것이 아니었나? 그렇게 자그마한 행복의 결과는, 너가 생각했던 것 보다 참담한가?”
  “...응.”
  “후후후... 그럼, 계약대로, 너의 목소리를 가져가겠다.”
  음, 더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인가... 골목 사이에, 더 작은 골목이 보였다. 목소리는 그 쪽에서 들려오는 듯 했다. 살짝 빼꼼히 그곳을 보는 순간...

  ...그때 보았던 것은, 보아선 안될 장면 같았다. 주저 앉은 한 여자. 목이 없는 여자. 목에서 분수같이 뿜어져 나오는 피. 땅에 흐르는 빨간 액체, 그리고, 까만 츄리닝 차림의 한 여자. 그 여자의 사악한 미소와, 나를 바라보는 초점없는 눈. 나를 바라보는 초점없는 눈동자...
  ‘못 볼 것을 본 것 같군.’
  나에게 다가오는 그 여자. 오지마, 싫어, 다가오지마!
  ‘싫어? 아, 그럼 떨어져 주지.’
  어? 어떻게, 난 분명히...
  ‘너의 말을 들은게 아니야, 난. 너와 내 마음은 통하는 것 뿐이지.’
  ...통해?
  ‘그래, 이 저주받은 년아.’
  그렇게 그 여자는 반대쪽 골목길로 사라져갔다. 왠지 놓쳐선 안될 사람 같아서 그 여자를 향해 움직이지 않는 발을 재촉해 뛰어 갔지만, 사라졌다. 막다른 골목이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도망칠 곳은 없었다. 하늘을 바라봐 봤자, 달밖에 보이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면 보이는 시체. 주저앉아있지만, 아주 편안해 보이는 자세였다. 가지런히 모아져 있는 손. 단지 머리만 없는 한구의 주검. 왠지 정신이 희미해졌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은 단지...
  ‘이 저주받은 년아.’
  저주...? 내가 받은 저주...?

  눈을 떴을때, 내가 보았던 것은...
  “아 글쎄. 저 아이는 그 시체 근처에 쓰러져 있기만 했다니까요.”
  “범인이 그럼 왜 저 아이의 목은 베지 않은것이지? 만약, 시체를 목격했다면 같이 죽였어도 괜찮았을텐데?”
  “공범은 아니라니까요! 그 근거 없는 말은 더 이상 듣고싶지... 아, 깼냐?”
  눈을 부비고 있을때, 갈준은 앞에 있는 경찰에게 하던 말을 끊고, 나에게 말을 돌렸다. 왠지 눈물이 주륵 흘렀다. 아직도 그 공포감에 발이 떨린다. 발만이 아닌 것 같다.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 느낌.
  “야, 울지마! 울고 있는 애를 상대로, 취조 하실껀가요?”
  “그게 우리의 일이지.”
  “이 애는 말을 하지 못해요. 정 그렇게 취조하시고 싶다면, 제가 목격한 것을 다시 한번 그대로 말씀드리지요.”
  “글로 써서라도 하면 돼.”
  “악독하시군요. 이렇게 울면서 떨고 있는 애를 상대로 무엇을 하겠다고 그러시는지 이해가 안 가는군요.”
  “이건 대 사건이야, 알아? 요번달 들어서만해도 이렇게 죽은 여자가 한두건이 아니라고! 아까운 사람의 목숨을 잃게 할 순 없지않은가?”
  “내일 하셔도 돼잖습니까!”
  떨리는 몸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취조를 받는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 여자의 시체를 본게 머릿속에서 지워져서가 아니라... 왠지, 슬픈 기억들과, 그 여자의 마지막 한마디인 ‘저주받은 년’이란 말이 가시지가 않아서이다. 저주받은 년이라니... 도대체, 그 여자는 내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결국, 나와 갈준이 그 파출소에서 나온건 밤 11시가 다 돼가서였다. 갈준의 손에 들려있어야 할 교양서적이 들어있을 이상한 꾸러미가 없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그 손은 날 업는데 쓰고 있다는 것도, 그제서야 깨달았다.

  -저주받은 년.

  짹, 짹, 짹...
  창문 밖으로 들려오는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커튼사이로 희미하게 흘러들어오는 빛. 눈을 부비며 몸을 일으킨다. 커튼을 치고, 창 밖을 바라본다. 무수한 집들. 괭장히 조그마...앗? 아파트?!
  “일어났냐?”
  우리집이 아니잖아! 두리번거린다, 아니, 우선 옷부터... 어제 분명, 갈준의 집에 가려 할때 입었던 티와 청바지. 단지, 외투만이 옷걸이에 걸려있다. 갈준을 노려본다. 내 눈을 똑바로 보고도 피하질 않는걸 보면, 찔리는 곳은 없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갈준이놈... 머리카락이 젖은채로 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다. 목에는 수건 하나 걸치고는. 씻고 오는 모양인데, 옷은 제대로 갖춰 입었다. 오래 사귀었어도, 여자는 여자란건가...
  “미안하다, 너희집에 데려놓고 올라 했는데. 귀찮았다, 네 년, 너무 무거워.”
  그게 숙녀에게 할 말이냐! 볼을 부풀리며 얼굴을 찡그린다. 갈준은 풉!하고 웃어제끼더니만,
  “오늘은 결석해라. 선생에겐 설명 다 해뒀으니까, 걱정 말고.”
  이라는 말을 남기곤 방에서 나갔다. 아, 그러고 보니! 달력을 찾는다. 의외로 깔끔한 남자방이란 것에 내심 갈준놈에게 ‘깔끔한 면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달력은 매우 심플했다. 그림한점 없는, 그저 숫자만 새겨져 있는 커다란 종이쪼가리들의 묶음이랄까? 오늘이... 9월 28일... 금요일! 덜컹, 하는 마음과 함께 조바심이 생겨났다. 외투를 손에 들고, 거실로 뛰쳐나간다. 거실에는 갈준과 갈준의 어머니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머, 집에 가는거니?”
  “학교엔 말 해뒀다니깐. 오늘은 빼먹어도 됀다구.”
  내참! 학교는 한번도 빠진적 없다고, 개근상 감이란 말야! 아무튼, 허리숙여 인사를 드리고 현관문을 빠져나온다. 뒤에서 갈준놈이 학교가기 싫어서 찡얼거리는 듯한 말투로 날 잡으려고 하는 감언이설이 들렸지만, 내겐 지금 집과 학교가 전부란 말이닷! 엘리베이터 앞에 ‘고장’이라는 팻말이 붙어있어, 할 수 없이 계단을 통해서 내려갔다.

  -저주받은 년.

  드르륵!
  교실문을 박차고 들어갔을땐, 수업중이었다. 수리시간, 졸리기로 소문난 수리시간이다. 물론, 교실의 전경은 책상에 엎어져 자고 있는 애들이 주를 이루었다. 몇몇 깨어나 있는 애들과 선생의 눈이 내쪽으로 쏠린건 당연지사. 왠지 얼굴이 달아오르는 기분이다. 고개숙여 사과를 표하고, 얼른 자리로 가서 앉는다. 역시나, 이 태수놈만은 깨어있네.
  “교통사고 당한 것 치곤 멀쩡하군.”
  ...갈준이 이놈, 뭐라고 말한거야, 대체!! 애써 웃어보인다. 한동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흥미 없다는 듯이 고개 돌리는 태수놈. 재수없다, 정말! 빽빽이 글자가 적힌 공책 하나를 내쪽으로 내밀기 전까지 든 생각이었다.
  “갈준녀석이 무슨 짓을 했길래 교통사고를 당한진 모르겠지만. 2교시까지의 수업 내용은 여기 다 적혀 있으니까. 참고해라.”
  안경을 고쳐잡곤 다시 칠판으로 눈을 돌린다. 이럴땐 약간 멋있다고도 생각하지만... 역시, 재수 없어.
  드르륵!
  고개를 돌려보니, 숨을 세차게 몰아쉬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한 남학생이 교실 문을 열고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 덥수룩한 머리를 보아하니...
  “죄...죄송합니다.”
  갈준놈이네.
  “...수업은 여기까지 하도록하지.”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전교로 울려퍼졌다. 덕분에, 지긋하게 앉아만 있어야 하는 체육시간도 끝을 맞이했다. 남자애들은 아직도 축구에 열을 올리며, 공 뺏기만을 연속하고 있고, 여자애들은 체육 선생이 사라지자 모두 교실로 향하고 있다. 물론, 지희와 나도 슬그머니 교실로 향하고 있다.
  “룰루, 인어공주. 오늘은 나랑 쇼핑이라도 갈래? 모레 데이트 약속때 입고 갈 옷좀 사고 싶은데.”
  데이트? 아니, 그럼 갈준이 놈은 어떻게 하라고! 지희녀석이 싱글벙글 웃고있는걸 보니까, 갈준놈은 아닌 듯 싶다. 저놈과 데이트 한다고 하면... 투덜대면서, ‘어쩔 수 없이 하는거야, 어쩔 수 없이.’란 말을 덧 붙이겠지. 고개를 끄덕인다. 데이트 상대를 물어보고 싶지만... 소용 없구만, 나중에 문자로 물어보던지 해야지.
  “후훗, 너, 내가 누구랑 데이트하는지 궁금하지 않니?”
  당연히 궁금하지! 고개를 끄덕인다.
  “남자는 아니야, 아쉽게도~. 그거 알아? 신통한 점쟁이가 우리 학교에 온다는거. 그 점쟁이에게 내 연애점을 물어볼꺼야!”
  아, 그런것도 데이트라고 할 수 있나? 말을 계속 잇는 지희.
  “그런데, 그 점쟁인 특이하게도, 아직 짝이 없는 여성을 상대로만 점을 쳐준다는거지! 나는 그런 면에서 딱이지~. 그 점쟁이가 지목하는 남성과는, 꼭 행복한 연애가 이루어진다는거야!”
  행복한 연애?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인데...
  “그 점쟁이도 젊으니까, 세련되게 데이트 하듯이 일과를 보내면서, 나에 대해서 알아본대. 그걸로 점을 친대는 것이고.”
  지희는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계속 말을 이어갔다.



왜;

로긴이 안되는걸까 ;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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