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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환세동맹-사신의장1막 막간.

2011.02.28 22:30

사이네 조회 수:1205

"피를 저렇게나 쏟아 내다니, 아까워라..."

 

차가운 바람이 부는 빌딩 난간 위... 그 바람을 받고 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한명의 사람이 앉아 있다. 20층은 넘는 빌딩이기 때문에 떨어지면 결코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음에도 마치 자기 집 소파에 앉아 있는 듯 느긋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턱을 괴고 아래를 바라본다.

사람들이 몰려 있다. 마치 캠프파이어라도 하는 것처럼 하나의 중심을 두고 삥 둘러서서 무언가 구경거리라도 생긴 것처럼 원을 그리고 서있다.

그 원의 중심에 자리 잡은 것은 붉은 색. 하지만 붉은 색으로 타오르는 장작불이 아니라... 피로 만들어진 웅덩이. 그리고 그 수원지는 푸른색 두루마기 차림의 노인.

빌딩 난간에 앉은 검붉은 슈트 차림의 남성은 그것을 바라보며 쓴 웃음을 짓는다. 안타깝다는 듯... 그리고는 품에 손을 뻗어 검은색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다.

 

"네, 거기 소방서죠? 여기 신련 중앙구 천호 빌딩 앞인데요. 지금 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신고를 받는 소방서에서 신고자를 묻는다. 조금 귀찮은 인상을 한번 쓰고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카르네스트, 카르테스트 피아 뮤젤이라고 하고 신련정보통신대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급해요! 금방 죽을 것 같으니 빨리 와주세요."

 

그렇게 신고를 마치고 핸드폰을 다시 품 안에 넣는다. 그리고 나직하게 한숨.

 

"한심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사고를 당해서 죽어가고 있는데 아무도 신고를 하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지 알 수가 없다.

동족이 죽어 가는데, 요즘 같은 때에 핸드폰이 없는 사람도 없을 텐데 신고 보다 무슨 구경거리가 난 듯 모여든 인파를 보면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거기에 자신은 마치 아무것도 못 봤다는 듯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그 자리를 슬금슬금 피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하긴 남의 일이니 상관없을 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인색한 게 아닐까?

하긴, 자신이 그런 것을 걱정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어찌 됐든 자신은 한국인도 아니고 완전히 남이며 바로 그 현장에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나 참, 트러블을 몰고 다녀요."

 

한숨이 나온다. 저 인파 속을 뚫고 어딘가로 나아가는 남성을 눈으로 쫓는다. 짙은 검은 머리카락 단정하게 정리한다고 한 모양이지만 밑으로 뻗친 머리카락. 청색 점퍼에 청바지 차림의 어디에나 있을 법한 남성. 자신의 친구인 한 시유.

카르는 시유와 해어진 후로 몰래 그의 뒤를 따랐다. 몰래 몰래, 그러다가 우연히 사고에 휘말린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온다. 밤거리를 조심하라고 충고도 해줬는데 기어이 해매다가 사고에 휘말렸다.

다행이라면 이 사고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이지만 그 사고를 목격하고도 시유는 무언가 행동을 취하지 않고 인파를 해치며 어딘가로 가버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무언가 실망스럽다.

 

"결국 시유도 인간이라는 거네..."

 

적어도 카르가 아는 시유는 이런 일을 겪으면 제일 먼저 신고하고 나설 사람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러지 않은 걸까... 마치 무언가 쫓듯이 인파를 뚫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본다.

 

"무언가... 본 건가?"

 

무언가 보았다. 그럴 지도 모른다. 시유 그는 [귀신]을 본다. 카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뜨며 귀신을 보기 위해 의식을 집중한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흐릿흐릿한 모습으로 떠도는 귀신들... 사람들 사이를 통과하며 아무런 의지도 없이 떠도는 귀신들의 모습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시유의 앞쪽으로 시선을 던진다.

 

"아무...것도 없는데?"

 

아무것도 없다. 시유의 앞에는 인도를 걷는 통행인 뿐 특별히 독특한 귀신이나 그런 것은 없다. 그러나 시유는 마치 무언가를 쫓듯이 걸어 나간다. 대체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하는 의문이 들어온다.

하지만 자신의 눈으로는 별 달리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은 보지 못 하는데 그는 무언가를 본다. 역시 그는 [특별]한 걸까?

 

"뭐... 어느 쪽이든 소중한 [친구]...가 아니라 장기 말을 잃을 순 없지."

 

카르는 그대로 빌딩 난간에서 일어서서 시유의 등 뒤를 바라본다. 친구... 그렇다 시유와 자신은 친구다. 표면적으로는 하지만...

 

"괜한 생각은 그만두자. 지금은 우선 따라가는 게 우선이니까..."

 

그리고 난간에서 바닥을 향해 뛰어내린다. 20층이 넘는 빌딩에서 마치 그런 높이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이... 그리고 그 밑의 통행인들에게서 아무런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20층 높이에서 사람이 뛰어내렸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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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 짧음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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