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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야설록(夜雪錄) - 1장 눈속의 책6

2009.07.14 05:16

G.p 조회 수:886

                                                                                                 3월 2일


 산을 걷다 보니 계곡 근처에 있는 옛 배수 시설을 발견 했다.
 대단한건 아니고 지붕과 바람 피할곳과 주변이 시멘트로 둘러 쌓인 장소다 보니 2~3일
지내면서 이것 저것 보충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 긴놈 원종을 가둬둘 우리가 없어서 낡은 옷으로 대충 주머니를 만들어서 가둬 뒀다.
 처음 골프 가방에 넣을때는 똥하고 오줌에 가방이 더러워 져서 곤욕이었지만 지금은
새로 만든 주머니 내부는 비닐로 만들어서 더러워 지지는 않는다. 거기에 싸는 족족
바닦으로 떨굴수 있게 따로 주머니 안에 주머니 하나더 만들어 주었다. 살짝 짐승의 냄세
가 나는것 같지만 이리는 신경쓰지도 않고 원종을 등에 메고 돌아 다닌다.
 나는 지금 가방과 빨래를 새척하고 햇빛에 널어 놓고 조용히 어망을 만들고 있다.
 계곡이 아직 물고기가 사는 곳이라 이곳에서 식량을 보충하는 것도 괜찮을듯 하다.
 많이 잡힌다면 아마 2~3주 정도는 머물지도 모른다. 물고기를 보존하는 방법으로 소금
을 쓰는 방법과 말리는 방법으로 두가지를 알고 있다.
 소금을 쓰면 운반시 무게와 소금의 소모라는 문제가 있어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차라리 수분을 없에고 소금 저장 법 보다 가볍게 운반할수 있는 방법을 선호한다. 내장
을 제거 하고 비늘을 벗긴뒤 햇볓에 잘 말리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지
만 훨씬더 많은 양을 가볍게 보존하며 운반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에 모아둔 통조림
도 아직 떨어지는 않았기에 아직을 버틸만 했다.
 어망을 만들다 보니 그리 큰건 만들지 못했다. 티셔츠4개 정도에 구멍을 뚫고 실을 뽑아
서 대충 물은 쉽게 빠지게 만들었다. 구멍이 큰것 같아도 사실 어느정도 크기의 물고기
만 잡을 생각이니 상관 없다. 대충 만든 어망을 계곡의 좁은 길목에 설치하고 돌로 고정
시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철사로 묶어서 단단히 고정시켰다.
 하염없이 흐르는 물과 그속에서 노다니는 고기를 보며 오는길에 자른 대나무로 낚시대
를 만들어서 찌를 달아 던저 본다.
 떡밥을 만들 여력이 없어 대충 이나마 던진 바늘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잡히는 고
기를 보며 한가로운 하루를 지내고 있자니 전신에 힘이 빠지고 노곤해 진다.
 하루 하루 살아가며 한계에 가까운 운동을 하고 있으니 이렇게 한가롭다는 것이 상당히
 달콤하기 그지 없다.
 아이 한명과 한마리의 원종과 내가 가지고 다니는 한달 분량의 식량과 옷가지들. 그리고
 몇가지 공구까지 하면 그 무개가 내 몸무개를 가벼히 넘기는 양이다.
 그다지 큰 키도 아니고 그렇다고 근육이 많은 체질도 아닌 나는 이런식의 무식한 이동을
 한다는 것 부터가 상당히 문제다. 
 최근 들어 근육이 상당히 빠르게 발달되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게 느껴진다.
 다리야 엣날부터 살기 위해 단련되었지만 어깨와 팔의 근육이 장난이 아니다. 복근도 생
각 보다 많이 좋아지는 것이 역시 무리한 하중을 견디며 하루종일 걸어 가는 생활을 하다
 보니 그런듯 하다.
 얼마 없는 커피를 끓이며 손끝의 감각만으로 대나무를 들어 올린다. 역시 한마리가 걸려
서 파닥이고 있다. 손맛이라든가 하는 태공들의 말은 모르겠지만 그저 나에겐 먹을거 라
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산을 걸으며 생각 한 거지만 이곳에 사람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오래전에 국립공원인가
 뭔가 하는 것들도 사람의 흔적이 보여야 하지만 그 흔한 담배갑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이곳이 그만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는 뜻일것이다.
 하지만 배수 시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상수원이나 저수지의 일부로 이어지는 곳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강의 상류는 상수원으로 많이 쓰이지만 이곳의 근처는 상수
원으로서의 시설은 갖췄어도 사람의 흔적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이 있는 곳에 멀리
떨어 졌다는 것일 것이다.
 상수원 하나에서 사람이 살수 있는 면적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나 절대로 좁지 않다는
 것은 안다. 아마 최소 일주일간 쉬지 않고 철야로 걸어야 사람이 있는 곳에 도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과거 만들어 졌던 고속도로 라는 곳은 숨을곳이 없어 놈들에게 잡아 먹히기 좋은 곳이니
 사용하지 않고 길이 없는 곳으로 이동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부터 드니 지금이라도
 충분히 채력 보충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마리가 잡힌다. 몸통이 길쭉한게 힘하난 좋게 생겼다. 뱀처럼 생긴 물고기다.
아니 진짜 뱀이려나?
 천천히 쉬고 있다가 살짝 지루해져서 몸을 기울였다. 역시 허리 부근에서 범상치 않은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살짝 뼈가 어긋난것 같다. 허리를 돌리며 풀어줄때 마다 심상
치 않은 소리가 뚜둑하며 들린다.
 대충 커피가 뜨거워서 마시기 힘들때쯤 같이 구웠던 고기들도 읶었다.

 "이리야 이리와."

 아이를 부르면서 느낀거지만 나 이름 잘못 지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원종이 든 주머니를 빙글빙글 돌리며 내쪽으로 달려왔다. 내 다리에서 멈춰서
나를 똘망똘망 바라보는게 좀 부담스럽지만 하루 하루 같이 지내다 보니 그냥 귀엽기만
하다.
 조금 다른 이목구비를 가진체 함깨 여행하는 사이로서 이런말이 나오는 것이 어찌 보면
 이상할 지도 모르지만.


 아는 아직도 미국인이 적응이 안된다.
 사실 다른 나라라고 해도 미국이나 일본이나 중국 정도가 전부니 실제로 이 아이가 어느
 나라의 사람인지는 모른다. 그냥 머리색과 눈색깔 다르면 미국인이다.
 아이는 내가 준 고기를 바라보다 내가 건내주자 그것을 받아 든다. 어떻게 먹는 건지 모
르는 건지 만지기는 했지만 뜨거워서 어쩌지 못한다. 나는 그것을 보란듯이 아가미와 꼬
리를 관통한 나무 부분을 잡고 이빨로 살점을 뜯어 먹는걸 보여 주었다.
 내가 먹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그 아이도 따라서 먹기 시작했다. 아직 말을 잘하는건 아
니니 이런식으로 보여주면 금방 따라 하곤 한다.
 사실 몇마리 잡은것도 없는 만큼 고기는 3마리라서 그냥 저냥 대충 먹고 실제로 배를
채운것은 산에 오는 길에 있던 폐가에서 구한 감자다.
 
 거긴 유일하게 사람의 흔적이 있던 곳으로 아마 도시 간의 연락원들이 쉴 세이프 하우스
 일것이다. 사실 군용 시설이지만 그곳에서의 식량을 어느정도 챙겨 왔다. 전부 가져가면
 다음에 온 사람이 굶어 죽는 일도 있을수 있으니 필요한 만큼(1인분 빼고 전부다)만 가
져왔다.
 감자는 정말로 오랜만에 먹는것 같다. 실제로 먹은지 3년은 지났으니 오랜만에 먹은게
맞긴 하다. 아이가 뜨거운 감자를 먹지 못하고 후후 불고만 있다.  껌질도 못벗긴 감자를
 어떻게 먹어보려고 안간이다.

 허나 이건 뭐 딱히 가르쳐 주고 자시고 하는 것고 귀찮다. 라기보다 실제로 뜨거우면 그
냥 식은뒤 먹는게 정답중 하나이기도 하니까 신경 쓰지 않았다.
 내 몫은 다 먹고 좀더 넉넉하게 감자를 남겨 놨다. 아이는 밥 먹고 또다시 뛰어 놀려고
 할것이며 놀고 난뒤 또 배고파 할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남겨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아이는 예상대로 감자를 어느정도 먹고는 배부른지 원종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돌리며
 물가로 향했다. 다시 원종을 빙글 빙글 돌리며 물가로 달려가는 아이를 보며 나는 원종
이 살짝 불쌍해졌다.
 

 

 

 수박이 물속에 있었다. 손으로 건들면 살짝 떠오르다 다시 가라앉았다.
 
 매미가 우는 소리가 한참 시끄럽게 들린다. 그러나 별로 신경 쓰지는 않는다.

 

생명이 사라 지기전의  마지막 발버둥.

 

 여자가 내 손을 잡아 준다. 정확히는 여자 아이다. 나와 같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여자 아이가 분홍색의 수영복과 파란색의 튜브를 챙기고 내 손을 잡아서 계곡으로

 
 들어 간다.

 

 여자 아이는 수영을 할줄 몰랐고 나는 수영을 할줄 알았다.

 

 그 자만심이 나를 계곡 깊은 곳으로 끌고갔다.

 

 그리고 계곡의 바닥이 보였다.

 

 자갈. 이끼. 죽은 물고기의 뼈. 먹다 버린 수박의 껍질. 그리고 가라 앉은 자기 자신.

 

 몸을 돌려 물 위를 바라본다.

 

 어쩔줄 몰라하며 울고 있는 여자 아이.  그리고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눈이 감기고 잠깐 어두워 진다.

 

 눈을 다시 뜰때는 가슴에 압박감이 느껴진다. 누군가 내 가슴을 누르고 있다.

 

 어른들이 모여 있다.

 

 옆에는 그 여자아이도 쓰러져 있다. 창백했다.

 

 남자 어른이 내가 깨어 난줄도 모르고 내 입에 자신의 입을 댄다.

 

 그리고 다시 가슴을 누른다.

 

 입에서 나오는 입냄세와 공기가 내 폐에 들어가고 다시 나온다.

 

 목에서 울컥 하고 물이 올라온다. 계곡의 물을 토하고 심하게 기침을했다.

 

 이번언 어른 여자가 와서 울면서 나를 때린다.

 

 나는 울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나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슬퍼 한다는 것을 알았

 

다. 그래서 따라 울었다.

 

 옆에 쓰러진 여자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정신을 잃었음에도 내 손을 놓지 않았다.

 

 남자가 말한다. 수영도 못하는 누나가 날 구할려고 튜브를 버리고 물속에서 나를 꺼내

 

왔다고 했다. 물론 다 꺼내지는 못하고 자신도 빠져서 죽을뻔 했지만 만약 누나가 그때

 

 사력을 다해 마지막에 살려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자신은 그대로 죽었을 것이라고.

 

 나는 눈물을 닦고 자신의 처지가 어떠했는지 실감했다. 죽음이란 것에 대한 공포가 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자만한 자신이 한심해 졌다.
 
 그런 와중에 나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누나를 바라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


 놈이 와서 누나를 먹… 내장이 사방에 ….  아버… 상반… 보이지 않…. 엄마는… 안….

 

 


 "이런 씨발!!!!!"
 
 악몽을 꾸었다. 지금껏 꾼적 없는 악몽을 꾸었다. 
 가위 눌린 기분이라서 가슴을 바라 보았다. 원종이 주머니에 갇힌체 그곳에서 머리만 내
밀고 자다 깻다.
 나 때문에 깬것 같다.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다시 잠들라는 의미로….
 요즘 너무 무리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도 여유롭게 낚시나 하며 채력을 보충해야
 겠다. 다시 잠들려고 누웠을때 아이가 깬건지 나를 똘망 똘망 바라보고 있었다.
 입구에서 비쳐오는 달빛이 아이의 새하얀 머리에 비쳐서 눈부시다. 특유의 초록의 눈동
자가 나를 바라본다.
 
 "깻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살짝 겁먹은것 처럼 보였다.

 "나쁨꿍 꾸얻어?"
 "응?"
 "나쁨꿍~."

 나쁜꿈 이라는 뜻인가? 아마 맞겠지.

 "어. 나쁜꿈 꾸었어."

 나는 이마에 손을 얻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그러자 아이가 일어나서 내 머리를
 안더니 노래를 부른다. 내가 모르는 나라의 모르는 노래. 아마도 이 아이도 자신이 살던
곳에서 엄마가 불러준 자장가 같은 거겠지.
 모르는, 알아들을수 없는 그 노래를 들으며 긴장이 풀린 나는 신기할 정도로 그냥 편히
잔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다음날 아침.

 내 팔을 밴체 잠들어 있는 이 아이를 깨우기 싫어서 그냥 누워있었다.
 누워서 아이가 내뿜는 더운 숨이 귓가를 간지럽힌다. 나쁘지는 않다. 아직 머리가 무겁지
는 않은 건지 팔은 안아프다.
 어재의 꿈을 다시 생각한다. 내가 잃은 기억의 일부. 정확히 내 나이가 몇인지도 모르는
 나로서 얼마 없는 내 가족의 기억이다.
 그날 나는 누나를 부퉁켜 앉고 하루종일 울었다. 엄마 한태 혼난것도 누나가 나 때문에
죽을뻔 한것도 전부 눈물이 되어서 내 몸밖으로 흘러서 가버리게 울었다.
 누나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키 차이 때문이다. 누나가 나 보다 키가 더 컷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울다 잠들었다.
 누나는 내가 우는 동안 노래를 불러 주었다.
 동요인지 찬송가인지 가요 인지는 모른다. 그냥 느림 탬포의 잠이 솓아 질듯한 노래였다
는게 전부다. 그 노래를 들으며 잠들곤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날 만은 특별했다.
 그날만은 절대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기억나다니."

 설마 내가 기억상실에 걸릴줄은 몰랐으니 그런 생각을 할수 있었던 것일 것이다.
 사람들 말로는 트라우마성 기억 상실증이라고는 하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적
인 충격을 받아서 일시적으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거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하나둘 돌아 온다고 했지만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 나는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 막 내 가족과 계곡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눈가가 조금 뜨거웠다.
 그리고 팔에 피가 안통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느껴졌다.
 덤으로 등이랑 사타구니가 가려운게 느껴졌다.
 아. 꼼지락 거리고 싶어.

 이리가 깨어난것은 그로부터 좀더 시간이 지난후였다. 나는 일어나서 이리의 얼굴을 씻
기고 어제 쳐 놓은 어망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굵직한 놈들이 여러마리 잡혀 있다.
 물반 고기반 이라는 말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이곳에서 지내며 준비 기간을 갖는 것도 좋은듯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동안. 말이다.


 희뿌연 안개 마냥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에 조금은 그 안개를 손으로 해집고 걸어간듯한
 기분이 든다. 고원에 부는 바람이 되어 내 뺨을 어루어 만저주는 가족의 혼은 결국 바람
으로 사라지고 다시금 눈이 내린다.
 언젠가 그칠 하늘을 기다리며 사람들은 자신의 땅에서 살아갈 날을 기다린다.
 피로 얼룩진 땅이 눈에 뒤덥히고 그 눈을 밟으며 서있는 그놈은 과연 사라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생선살을 펴서 말리고 있다.
 괜히 벌레가 와서 썩지 않게 망도 설치 한다.

 다시 낚시대가 움직인다. 살을 발라내야할게 하나더 늘어 난다. 그래서 인지 아예 낚시
대를 놔버린다. 거기에 돌을 끼워서 고정 시키고 방금 잡은 놈의 배를 가른다.

 

 내장이 쏟아지고 피가 떨어진다.                                                   

 떨어진 내장은 바닥에 널부러지고 흐르는 피는 강을 만든다.
 죽어버린 물고기의 눈이 자신의 눈을 주시한다. 자신의 눈속에 있는 살해된 시체의
눈. 그리고 그 시체의 눈속에 자신을 죽인자를 응시하기에 비친 자신의 모습.
 그것은 생명을 죽인자의 모습이라 부르기에 적합한 썩은 눈을 하고 있는 자신이 보였다.
 
 한순간 놀라서 그만 물고기를 놓쳐 버렸다.
 
 "무슨… 이런 미친!"

 

 어째서 물고기의 눈에서.

 그 내발달린 놈이 보인걸까?

 

 

 

 

 

 

 

 

 

 

 

 

 

 

 

 

 

 

 

 

 

 

 

 

 

 

 

 

 

 

 

 

 

 

 

 

 

 

 

 

 

 

 

 

 

 

 

 

 

 

 

 

 

 

 

 

 

 

 

 

 

 

 

 

 

 

 

 

 

 

 

 

 

 

 

 

 

 

 

 

 

 

 

 

 

 

 

 

 

 

 

 

 

 

 

 

 새하얀 복도.
 그 중간에 따뜻한 커피가 김을 내뿜고 있었다.
 종이컵에 든 커피가 김을 내뿜는 동안 그 커피의 주인이 조용히 유리로만 이루어진 벽에
서 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조용히 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노인은 커피가 식어가는 줄도 모른고 해의 죽음을 바라
보며 복잡한 표정만 지을 뿐이다.
  그런 그의 등뒤로 비슷해 보이는 옷을 입은 젊은 여성이 등장한다.

 "수색대의 보고서입니다."

 복잡한 표정의 노인은 식어버린 커피를 한모금 넘기고는 다시 석양을 바라본다.

 "그곳에 놔둬."
 "예."

 중년의 남자가 남은 커피를 마시고 보고서가 든 봉투를 열어 본다.
 
 "서희창…."

 사진은 없지만 이름뿐인 협력자의 정보가 그곳에 적혀 있었다.

  "설마. 살아 있을리가 없지."
 
 다 마신 커피의 종이컵에 새 커피가 부어진다.  

 "기억하나. 자내가 그때 살린 내 손주."

 노인의 눈이 그때의 시절을 그리워 하듯 아련하게 몽롱해진다.

 "멍청한 놈이 수영좀 한다고 깊은곳에 멋대로 들어가서는 누나까지 끌고 가서 죽을뻔
했지."

 노인의 손에 들린 종이컵이 다시 노인의 입으로 다가간다.

 "그 울보라면 사양입니다."
 "… 남의 손주 첫키스뺏고 할말은 아니지 않은가."
 "애정 행위가 아니라 심폐 소생술입니다."
 
 여자가 정색을 하자 노인은 그저 허허 하며 헛웃음만 삼킨다.

 "당시 10살짜리 여자애가 심폐 소생술을 했단 말인가?"
 "예."
 
 노인은 그저 말도 없이 헛웃음만 들이켰다.

 "뭐 그렇다 치지 뭐."
 "그렇다 친게 아니라 사실입니다. 그리고 더 용무가 없으시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가서 수고하게."
 
 여성의 경레를 그저 끄덕임으로 받으며 커피를 다시 한모금 마신 그는 이젠 완전히 사라
저 버린 태양의 빈 자리를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살아 있으면 이 나이쯤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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