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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한테 업어치기. 깨끗하게 들어갔습니다. 그분의 한판 승! 이 아니라, 도대체 저건 무슨 상황입니까. 악마긴 하지만 일단 선생님인데 가까이 다가갈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곧바로 허공으로 떠서는 바닥에 떨어졌다.

“선생님! 저 녀석을 괴롭힐 수 있는 권리는 저한테만 있단 말입니다!”

아냐, 틀려. 적극적으로 거부하겠다. 저런 얘기를 서슴없이 하는 건 뭐야! 내가 밥이냐, 그런 거냐?

바닥에 널브러진 선생님은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그래요 일어나셔요. 그렇게 넘어져 있는 건 안 좋지요. 악마라지만 지금은 선생님을 응원하렵니다. 어서 눈앞의 괴한을 무찌르세요!

‘아무리 상대가 격투기 마니아라도, 악마니까 조금만 힘을 쓰면 제압할 수 있겠지. 제발 다시는 나를 못 건드리도록 혼내주세요!’

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오히려 계속해서 넘어가는 건 격투기 마니아 괴한이 아니라 선생님 쪽이었다. 유도, 태권도, 유술, 알 수 없는 호신술에 카포에라까지 온갖 기술에 당하는 건 인간이 아니라 악마 쪽이었다. 이게 무슨 귀신이 씨나락을 까먹는 장면이란 말입니까.

“어이, 수업이 끝나면 아까 하이라이스에 맞을 뻔했던 곳으로 와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알았다. 금방 끝나니까 바로 가겠다.’

어떻게 하면 저런 수많은 기술이 물 흐르듯이 작렬할 수가 있는 거지? 게다가 매번 나에게 하듯, 당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하지만 충격은 전해지도록……. 혹시 현세의 은둔고수라도 되는 겁니까. 뒷골목에서 괴물 같은 사람들과 전투를 벌인다던가? 진심으로 무섭습니다.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소리는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목숨까지 빼앗을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나는 매번 그녀의 기술에 당하며 생사를 오락가락 했던 거잖아. 미칠 노릇이군. 수업아 어서 끝나라.

‘교실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 끝났다!’

“여어. 어서 와라.”

예. 그래도 기다리고 있긴 했군요.

“우선은 네가 이상한 일을 겪은 곳을 조사해봤는데 말이지.”

“조사를 해봤는데, 무슨 이상한 거라도 있어?”

“그게, 그 볼링공, 책상다리, 그리고 이 하이라이스까지 전부 다른 녀석의 기운이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적어도 내 목숨을 노리는 악마가 셋은 된다는 거냐?

“그리고 볼링공 같은 경우는 기운이 네 개쯤 뒤섞여서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고.”

넷. 그래 넷. 최소한 여섯은 된다는 거잖아! 뭐야 무슨 서바이벌 하냐. 목숨을 걸고 살아남아라. 이게 무슨 배틀로얄이냐? 영화야?

“그리고 중요한 건 이 하이라이스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말이야…….”

철퍽.

응? 하이라이스가 어딘가에 부딪히는 소리다. 아까 들어서 알고 있지. 그런데 왜 그 장소가 이 멍청한 천사 녀석의 얼굴인거냐.

“찾았다.”

어디 공포영화에서 나올법한 대사를 읊고 계십니까. 아니 왜 어디 공포영화에 등장할 것만 같은 모습을 하고 마찬가지로 등장인물 같은 기세로 돌진하시는 겁니까. 선생님, 아까 그 상황에서 어떻게 도망치셨나요. 그리고 하이라이스는 왜 던지시는 겁니까. 그런 걸로는 기분만 안 좋지 안 죽는다고요!

“오호, 드디어 등장하셨군.”

당신은 또 왜 진지하게 받아치는 건데. 그리고 손에 든 건 뭐야.

“감히 나한테 하이라이스를 던지다니. 각오해라!”

아니 화를 낼 부분이 틀렸다고 보는데.

“네가 하이라이스라면 나는 컵라면이다!”

하이라이스 대응책은 컵라면입니까! 틀려 누구한테 물어보든 분명 틀렸다고 말할 거야. 도대체 컵라면을 왜 던지는 건데! 일반 라면에 비해 질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네놈이 막 다뤄도 될 물건이 아니란 말이다.

“받아라! 어메이징 컵라면 폭격이다!”

하나도 안 어메이징이다! 영어로는 오 마이 갓! 이라고 하는 게 맞는 상황이라고. 제정신이야? 천사랑 악마가 컵라면하고 하이라이스를 던지면서 싸운다고?

“에잇. 컵라면 따위가 먹힐 것 같으냐! 이쪽은 그럼 이거다. 뷰티풀 선데이의 하이라이스!”

그건 또 무슨 기술이야! 설마 당신은 그게 뷰티풀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하나도 안 그렇거든요. 하이라이스 접시를 들고 발레리나 같은 포즈로 투척해도 하나도 뷰티풀하지 않거든요!

“그럼 나는 뷰티풀 먼데이의 컵라면이다!”

똑같은 포즈로 똑같은 컵라면 던지면서 다른 기술 이름 붙이지 말란 말이야. 뷰티풀 선데이라는 작명이 멋져보였던 거야? 그리고 왜 포즈까지 따라하고 난리야! 한층 더 변태로서 성장하기라도 한 거냐.

“역시 네놈은 만만치 않군.”

만만치 않긴 뭐가 만만치가 않은데?

“둘 다 동작 그만!”

아, 실수했다. 싸움은 싸우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말리는 거라고 들었는데, 이 상황은 그런 범주 외였지.

철퍽. 그리고 주르륵. 예. 감사합니다. 라면과 하이라이스를 손수 섞어먹게 해주셨군요. 혹시 안 먹을까봐 떠먹여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예, 정말 감사해서 말이 안 나오네요.

“아앗!”

“아앗!”

둘이서 똑같이 놀라지 말란 말이다. 제일 놀란 건 나란 말이지. 게다가 피해를 입은 것도 나 하나잖아. 어떻게 책임질 거냐.

“이……. 빌어먹을, 당장 둘 다 그거 내려놔!”

둘 다 당황한 모습으로 손에 들고 있던 컵라면과 하이라이스를 내려놓는 것을 보니 왠지 기분 나쁘군. 꼭 나한테 피해를 주고는 멈춰야 하는 겁니까.

“미안하다. 하지만 갑자기 끼어든 너도 잘못한 거야 인마.”

“미안하면 그냥 미안하기만 하지 그래? 나한테 잘못했다고 따지지 말고.”

“괜찮니?”

“아니, 뭘 그러세요. 학생한테 분필이랑 비슷하게 생긴 물건을 투척하기까지 하시는 선생님께서.”

둘 다 풀이 죽으시면 어떡합니까. 이정도 대사에 풀이 죽으시면 어찌합니까! 괜히 미안해지잖습니까. 지금 내가 미안해야 할 상황이 아니거든요?

“미안해. 하지만 내가 저놈이랑 좀 사이가 안 좋아서…….”

“흥. 저 녀석하고 싸우는 걸 말리는 니쪽이 멍청한 거야.”

“죽을래?”

그런데 둘이 원래부터 알던 사이였던 건가.

“둘이 원래부터 알던…….”

“저 놈하고는 천국에 있을 때도 사이가 별로였어. 매일 싸우기만 했었거든.”

“예, 다 좋은데 제 말 끊지 마시죠. 에, 천국이요?”

지금 천국이라고 하셨습니까. 악마가 왜 천국에서 천사랑 사이가 별로였던 건데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계신 겁니까.

“에? 선생님 악마였던 게 아니었나요?”

“악마라니. 무슨 그런 벼락 맞을 소리를 하니. 나는 환인직속 한반도 감찰사 최 련님이란 말이지.”

“그리고 최 호님의 여동생이기도 하고.”

너는 끼어들지 마라. 잠시 정리를 하자. 분명 오늘 아침에도 하이라이스를 던졌고, 아까도 분필을 날렸잖아. 악마라서 나를 노리고 있었던 게 아니야? 그러면 아까 이놈이 했던 국어선생부터 처리하겠다는 얘기는 뭐지?

“잠깐. 정리를 해보자구요. 선생님이 원래 천사였다. 그러면 왜 아침에 제게 하이라이스를 던진 거죠?”

“그건 이놈이 그때 네 뒤에 있었거든.”

“그러면 교실에서 분필을 던진 건요?”

“그건 그냥 빗나간 거야.”

“예, 그렇군요…… 가 아니잖아요! 도대체 빗나갔다는 이유로 폭탄급 분필을 맞춰놓고도 사과 없이 지나가시면 어떡합니까!”

“미안.”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

말이 헛돈다. 이래서야 의미가 없잖아.

“그럼 이제 너한테 물어봐야겠다. 어이 까마귀.”

흠칫 놀란다. 도대체 왜 놀라는 건데.

“자 설명을 해봐. 아까 내 뒤에 있었다는 것과, 국어선생부터 처리하겠다고 했던 말에 관해서 전부.”

“음……. 그러니까 아까 네 뒤에 있었던 건 아침에 악마의 기운을 느끼고 몰래 따라왔기 때문이고, 천사는 인간한테 안보이도록 할 수가 있거든. 그리고 국어선생부터 처리한다는 얘기는 교내에 있는 천사니까 네 보호를 도와달라고 요청하겠다는 말이었지. 이래 뵈도 꽤나 능력이 좋은 천사거든.”

좋은 사실을 알았네. 하이라이스를 던지는 천사는 꽤나 능력이 좋은 천사다.

“어쨌든 앞으로 내 뒤를 따라다니거나 하지 마세요. 두 분 모두에게 권고하는 겁니다. 자꾸 그러면 나 진짜 화내요.”

그래 차라리 없는 편이 내가 살아남는 것에 훨씬 도움이 되겠어. 둘이 악마보다 먼저 나를 죽이고 말 것 같습니다. 지켜준다는데 미안하지만 솔직한 심정이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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