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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realize 18화 - 칼라드와 샤이

2006.07.01 22:32

연향 조회 수:170

realize  18화  - 칼라드와 샤이 -




띵동, 띵동.
태연히 방에 앉아서 뒹굴고 있던 칼라드와 페이닐르 그리고 라그니스는 갑작스레 들려오는 벨소리에 귀찮다는듯이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이봐, 저 거슬리는 소리좀 안들리게 해봐”
“싫습니다. 칼라드씨 귀하가 가장 가까운 위치 아니십니까? 오히려 귀하가 처리좀 해보세요.”
“쳇! 뭐...내가 가장 가까운건 사실이니까 어쩔수 없지”

투덜거리기도 잠깐, 이윽고 칼라드는 말싸움을 계속해봐야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갈게 뻔하기에 귀찮음을 무릅쓰고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아직까지도 줄기차게 벨소리가 울리는 대문으로 다가가서는 불평을 내뱉으며 문을 열었다.

“제기랄! 안그래도 열어주려고 하잖아! 좀 가만히 있어!”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짜고짜 화부터 내고보는 칼라드의 성격도 성격이지만 그런 칼라드의 행동을 옆에서 아무런 관심없이 듣고 있는 페이닐르와 라그니스도 어떤 의미에선 대단하다고 할수 있었다.
여하튼, 칼라드가 문을 열자 보이는 사람은 다름아닌 룬이였다.

“흥, 이봐 칼라드 문하나 열어주면서 뭔 그리 불만이 많나? 나로선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구나”

왠지 모르게 점잔해진듯한 룬의 태도에 칼라드는 조금 미심쩍어 했지만,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는 않은채 칼라드는 불평했다.

“네녀석 기분따위 내가 알바 아니야, 거기다가 대체 문열어달라고 벨을 몇 번 누르는거냐? 응? 어련히 열어주겠지하고 기다리는 참을성은 없는거냐?”

평소의 룬이라면 이런 말을 듣자마자 육두문자가 칼라드의 전방위를 점하며 날라오겠지만 지금의 룬은 그런 행동보다는 조금더 우회적으로 돌려서 대응했다.

“흠...글세, 일단 내가 잘못했다고 해두지...그건 그렇고 난 내 볼일이 있어서 방에 들어가보겠다.”
“응? 이봐!?”

막상 말을 꺼낸 칼라드 조차도 룬의 반박을 예상하며 그런 룬과 시시하기 짝이없는 말싸움으로 시간을 축낼 예정이였던 칼라드는 그가 예상한것과는 전혀다른 의외의 반응을 보이는 룬의 행동에 의구심이 드는지 옆에 있던 페이닐르와 라그니스에게 물었다.

“이거 이상한데? 어이들, 룬 녀석 왜저래?”
“글쎄요. 저도 이상하게 생각돼는군요, 뭔가 사정이 있으신거 같기는 한데...저로서도,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페이닐르로서도 마땅히 짐작돼는 사항이 없는지 그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가 룬과 같이 있었던 시간이 오래됐다고는 할수 없지만, 룬이라는 사람을 아는데에는 크게 부족하지도 않은 시간이였다. 과거 천마대전 직후부터, 로키를 척살할때까지 그가 겫었던 룬이라는 사람의 성격은 극히 다혈질에다가, 명예나 자부심이 굉장한 사람이였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이 받은 모욕이나 치욕감등은 몇배로 되갚아주고 결코 자긍심을 헛되이 하지 않는 존재였다. 그런 룬이 비록 친우라고는 하지만, 눈에 거슬리는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반응이 없는것은 페이닐르에게 있어서는 생소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였다.

“라그니스, 네가 보기엔?”
“흠...나도 잘 모르겠는데, 내가 보기엔 단지 뭔가 다른 일에 집중해야 해서 그런게 아닐까?”

그러니까, 그 다른일이 뭔지를 물어보고 있다는것을 눈치채지 못한 라그니스는 칼라드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해왔다. 엄연히 동문서답이라고 해도 될정도의 해답이였지만 칼라드로서도 라그니스가 타인의 의사나 감정에 익숙하지 않다는것쯤은 알고 있었기에 조그마하게 한숨을 내쉬는것 외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각기 다른 생각을 하며 대화를 나눈뒤, 그들은 마땅한 대화거리가 없는지 아무말없이 각각 생각에 잠겨 있었다. 페이닐르는 여태 그가 겫었던 룬의 성격을, 그리고 칼라드는 대체 룬이 방금까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왔느냐를, 마지막으로 라그니스는 지금 루시아가 뭘 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며 서로 동상이몽에 열심히였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지나기를 2시간여, 이윽고 누군가가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바로 다시한번 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띵동, 띵동
아까의 상황으로 미루어볼때 분명 자신이 가까이 있다는 이유많으로 문을 열어야 될 확률이 80%이상임을 직감한 칼라드는 벨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몸을 굴려 페이닐르의 뒤쪽으로 이동해서는 페이닐르를 향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런 칼라드의 행동에 어이없다는 듯한 의사를 타진하던 페이닐르는 칼라드가 계속해서 보내오는 무언의 압박에 굴복했는지 불평을 내뱉으며 문으로 다가갔다

“정말...어린이 처럼 굴지좀 마시지요.”

뭐, 불평을 내뱉으면서도 문을 향해 가고 있는 페이닐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칼라드의 어린이 같은 짓거리에도 불구하고 그걸 이해해주는 행위 때문에 더욱 그런 행위를 한다는것쯤은 쉽사리 예측할수 있었다. 아니, 그전에 칼라드가 장난기가 많은 성격이기도 하고 말이다. 여하튼 페이닐르는 문앞으로 다가가서는, 문을 열며 물었다. 보통사람이라면 열기전에 묻겟지만, 어디 페이닐르가 보통 사람인가 천계에서 실험체로 선정돼어서는 안받은 개조 없이 몽땅 받았고, 각기 차원계의 최신 과학력이 담긴 ‘유니페이션 시스템’ 을 직접 구동시키고 있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컴퓨터 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설령 벨을 누른 상대가 괴한이라고 하더라도 페이닐르는 여유롭게 때려잡을 여건이 되기에 그는 아무런 망설임없이 문을 열었다.

“누구십니까?”

덜컹. 쇠가 긁히는 묘하게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등장한 사람은 아까 태현이 학교에 가자 마자 뒤따라 나갔던 샤이였다. 방금 학교에서 돌아왔는지 온몸에는 유리가 박혀있었고, 전신에서 야리꾸리한 냄새가 나는걸로 보아할 때 두말할필요 없이 샤이, 샤이 - 리플렉션 이였다.

“크...뭡니까 이 냄새는”
“응? 아아...잠시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었거든, 그렇게 냄새가 심한가? 뭐 어쩔수 없지”


객체형 자가 수호 령환기
수멸 환혼참 - 멸망으로 치닫는 환상속의 신기루

굳이 화장실에가서 샤워하기가 귀찮았는지 샤이는 그 자리에서 발동가능한 자가 수호기의 일종인 수멸환혼참을 즉석에서 발생시켰다. 애초에 수멸 환혼참 이라는 기술의 용도는 상대의 이동을 저하시키고, 그 일대를 물로 뒤덮어 상대로 하여금 시각 차단, 이동 저하 등의 보조 상태를 이끌어내는 기술이기에 위력이 없다고는 하지만 결코 몸을 씻는다는 등의 일에 쓸정도인 기술은 아니였다. 그 사실을 샤이가 모르고 있다고는 생각돼지 않지만, 굳이 이런 기술을 쓰면서까지 몸을 씻으려고 한 궁극적인 이유는 샤이 자신이 알고 있는 물을 불러내는 기술은 수멸 환혼참외에는 따로 없었기에... 라는 이유일것이다.
여하튼, 수멸 환혼참을 발동한 샤이는 자신의 주위로 급속하게 생성되어가는 물방을 들을 다른곳으로 튀지 않게 섬세하게 컨트롤해가며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세정하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을 선두로 발끝까지 모두 세정을 마친 샤이는 아직 남아있는 물기운으로 자신의 단벌옷까지 세정하고는 이윽고 공기중으로 산화시켜 버렸다.

“...뭐랄까, 과소비라는 생각이 절실하게 드는군요.”
“그정도는 아니야, 어차피 마력이야 넘쳐나는걸...이런때라도 한번쯤 써서 감각을 잃지 않는게 중요하지”

애써 자신이 행한 마력 소모를 정당화 시키는 샤이의 모습에 페이닐르는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은채 문에서 걸어나와서는 방금전까지 자신이 누워서 뒹굴거리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한편 세정을 끝냈다고는 하지만 그 반작용으로 물이 넘쳐 흐르는 샤이를 보고는 칼라드는 뭔가 재밌는게 생각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샤이에게 다가갔다.

“이봐 샤이 네녀석 몸에 흐르고 있는 물들 말이야, 내가 처리해도 될까?”
“음? 아아...나로서도 곤란한 점이였는데 처리해준다면 고마울 다름이지”

샤이로서는 칼라드가 친절을 배푼다고 생각하고는 선뜻 받아들였지만, 안타깝게도 저렇게 말하고 있는 칼라드의 얼굴에는 뭔가 수상쩍은 미소가 피어 있었다.

“응? 고마울것 까지야 없어, 그러면 오히려 내가 미안해지는걸! 흐흠...뭐 일단, 시작하도록 하자고”

너스레를 한번 떨은후, 칼라드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마나를 구동시키느라 자그마한 신음성을 내뱉고는 약 천여년간 사용하지 않아 응축되어버린 마나를 천천히 순환시키며,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마법의 배열을 따라 마나를 영창하기 시작했다.

천년 전의 그라면, 이런 복잡한 과정 따위는 생략한체 단순히 언령으로 구동이 가능할정도로 쉬운 마법이였지만, 지금의 칼라드는 마나를 구동하지 않은지도 어언 천년인지라, 사실상 마나를 구동하는것 자체가 어색하기 짝이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언령마법을 쓴다는것은 무리가 가는 일이였기에, 칼라드는 조금 돌아가는 길이지만 마나를 한곳 한곳 순환시켜서는 마법을 생성시키고 있었다.
어느정도 마력의 순환이 궤도에 오르자 칼라드는 본격적으로 마법을 구현시키려는지 허공에다 반물질을 생성시키고, 공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자신의 마나로서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4서클 뇌전 마법
라이트닝 볼트


마법사들이 즐겨쓰는 5대 원소 계열마법중, 가장 마나소모비율에 비하여 효율이 좋다고 전해지는 마법중 하나인, 라이트닝 볼트...4서클이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계열중 하나인 뇌전계열이기에 그 희귀성과 방비법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마법이기도 했다.
일단, 허공에 스파크가 일며 라이트닝 볼트가 구현되자 샤이는 당연히 다른 마법과 융합해서 사용할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지 라이트닝 볼트가 생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은채 문앞에서 우두커니 서있을 다름이였다.
그런 샤이의 생각을 예상하지 못한 칼라드는 자신이 라이트닝 볼트를 생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샤이의 모습에 조금 흥미가 떨어진듯 미세하게 얼굴을 일그러트리고는, 이윽고 생성된 라이트닝 볼트를 아무런 융합이나 변형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그대로 샤이에게 직격시켰다.

“어익후, 손이 미끄러졌다.”

-파지지직!
가뜩이나 물에 흠뻑젖이있는 샤이에게 아무런 조작도 가하지 않은 라이트닝 볼트가 직격되자, 순간 샤이의 몸에서는 영화에서나 볼법한 파란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샤이의 온몸을 휩쓸기 시작했다.

“끄...끄어어억!”

그런 강렬한 충격에,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고 시간을 축내고 있던 샤이는 급작스런 충격에 당황했는지 평소의 냉정하기 짝이없던 태도와는 달리,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고통에 겨운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으...끄어어! 카...칼ㄹ...라...드!!!!”

평소때의 시니컬하기 짝이없는 샤이의 태도와는 달리 적나라하게 망가져 있는 샤이의 모습에 칼라드는 심심하기 짝이없단 차에 좋은 구경거리 였는지 그 옆에서 계속 웃어대며 샤이의 성격을 자극했다.

“어익후 이런이런, 손이 미끄러져버렸구나! 정말 미안하구나! 푸하하하!”

...결코 실수로 보이지 않는 일을 벌여놓고는, 연신 미안하다며 샤이를 조롱하던 칼라드는, 이참에 뽕을 뽑을 모양인지 그동안 감정 상했던 일들을 주구창창 늘어놓기 시작했다.

“음, 이참에 예기해두는건데 생각해보니 억울한일이 꽤 있어, 당췌 이해가 안가는 사실인데 말이야, 대체 어째서 나같은 남자가 옆에 있는데 네녀석이 인기가 더 많은거야? 도저히 이해가 안가!”

...사실, 별달리 샤이와 원한은 없는 칼라드였지만 단 한가지. 여자 관계에 관해선 샤이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있었는지 칼라드는 이것저것 다 갖다 붙여대며 샤이에게 따져들기 시작했다.
만약, 평소때의 샤이였다면 칼라드의 이런저런 잡소리를 무시한채 명상이라도 하고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샤이는 칼라드가 라이트닝 볼트로의 마력 주입을 관두지 않았기에 여전히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고통에 떨고 있었다.

“게다가 말이야, 로키녀석과 싸우기전에 그...누구더라,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뭐시기 사라벨? 하여튼 그런 여자가 너한테 고백했었잖냐? 그런데 그걸 넌 냉정히 거절해버렸고...뭐 여기까진 상관없지만 페이닐르가 그 뭐시기 사라벨을 좋아했다는 사실은 몰랐지? 은근히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는데 엉뚱한 네녀석에게 고백했다 차이니까 그녀석 미친듯이 울더라고, 쯧쯧...네녀석도 남자라면 좀 주위를 둘러봐가며 그런말을 해라”

둘의 옆에서 누워서 뒹굴거리며 추태를 지켜보고 있던 페이닐르는 갑작스레 칼라드가 자신을 언급하며, 거기다가 그 내용이란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샤이에게 만큼은 결코 들키고 싶지 않았던 내용이였기에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웃겨 죽으려고 하는 칼라드의 뒷덜미에, 수도를 내리 꽂았다.

쉬이익
‘그의 손은 일격에 공기를 가르고 칼라드의 목을 후려쳤다.’

“컥!”

그때까지만 해도 샤이를 놀리기에 여념이 없었던 터라 칼라드는 주변에 대한 대비라던가, 이런 일을 전혀 안하고 있어서인지 너무나도 손쉽게 페이닐르의 수도를 뒷덜미에 가격당하고는, 잠시 정신이 혼미해져갔다.
순간적이지만, 칼라드가 정신이 혼미헤지자 그가 주입하던 라이트닝 볼트의 위력이 감소되었고, 그순간을 노려 샤이는 라이트닝 볼트의 마력을 끊어버린뒤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칼라드를 노려봤다.

“카...칼라드 아즈라일!”
“자...잠깐! 마..말로 하자!”

안타깝게도, 샤이는 그런 칼라드의 말은 무시한채 주먹을 들었다.

하늘을 수놓는 주먹의 비.
그와 함께 흩날려가는 한명의 남성.
쏟아져 내리는것은 무수한 응징과 징벌의 철퇴.
그렇게, 한명의 생명이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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