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HC SS] 그렇게 검을 거머쥔다.
2011.03.13 17:00
귀찮은 건 싫다. 그녀가 죽은 후로는 언제나 그랬다. 귀찮은 건 싫었다... 머리가 아프고 몸이 괴롭고... 경우에 따라서 마음도 아프다.
그것은 귀찮은 일이다. 귀찮은 사정도 많지만 어쨌든 귀찮은 게 싫었다. 오로지 그 귀찮음을 마다할 수 있을 때는 오로지 한 때... 마물을 베어 죽일 때...
그 때만큼은 그 어떤 귀찮음도 만회할 수 있었다. 적을 베어서 죽인다. 그것은 사랑하던 유키에 대한 추모, 그리고 그녀의 목적이던 사람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의 계승. 그를 위해서 성별이 바뀌고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입고, 붉은 도신을 자랑하는 검을 거머 쥔 체 마물을 베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마물을 베고 죽이고, 가르고 잘라내고... 그 끝에 남는 것은 언제나 허무. 허무하다. 나른하다. 귀찮다. 이렇게 마물을 베어도 그 어떤 보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실재로 유키에에 대한 공양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마법소녀로써 마물을 벨 때에만 나는 지독한 권태에서 벗어 날 수 있다.
"하지만..."
혼자 활동하던 내게 내려진 합동임무, 거기서 알게 된 다른 네 명의 마법소녀. 그 들은 유키에처럼 마물과 싸우는 여성들이었다. 그들에게서 친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밝고 티 없으며 무구하기해 보이기까지 하던 그녀들이지만 그녀들도 유키에와 다를 것이 없었다. 여차하면... 더럽혀지게 되는...
"한심해..."
나는 빛조차 들지 않는 어두운 방안에서 유키에의 유품인 작야일심도를 끌러 안은 체 그렇게 중얼 거렸다. 어두운 방안 이것만 붉은 도신만은 은은한 붉은 빛을 내며 빛나고 있었다. 마치 피라도 원하는 것인 지, 복수를 바라는 것 인지. 나는 알 도리가 없다. 다만 유키에가 죽은 그 이후 나는 이 도와 떨어져 본 일이 없다.
상념을 잊기 위해 고개를 저어 보지만 떨어져 나갈리 없는 것들이 머릿속을 매운다. 소녀들의 비명, 원치 않은 관계에서 온 절망과 비통함.
그동안 내가 한 것은 무력하게 다른 소녀들이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었던 멍청함과 무력함.
말없이 작야일심도를 들어 어둠이 자리 잡은 방 한켠을 향해 겨누어 보았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마치 원수라도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귀찮은 건 싫었는데."
마냥 그렇게 귀찮아 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가슴 가득히 차오른다. 그것은 소녀들을 더럽히는 마물에 대한 분노. 그렇게 더럽혀져 죽음을 스스로 택한 유키에에 대한 연민.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 한 체 관망할 수밖에 없었던 무력한 자신에 대한 증오.
"이번만은... 이번 만큼은 누군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단 한번 만났던 소녀들이다. 그저 그 뿐일 수도 있다. 이제 팀 따위 이루지 않고 전처럼 혼자 해나가도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녀들이 마물에 더럽혀져 치욕을 당해 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더러운 인간이다.
몸이 더렵혀지지 않았을 지 모르나 마음만은 이 방만큼이 다 어둡고 더럽고 추잡하고 무겁다. 이것을 어찌 씻어 낼 수 있을까.
"이번엔, 유키에처럼 죽게 만들 지 않을 거야..."
물론, 그렇게 약한 소녀들 같지 않았다. 그렇지만... 또 언제 어떻게 당할지 모르는 일을 하고 있는 거다. 마물이란 그런 추잡한 족속인 것이다. 욕망에 더럽혀진 그런 것이다. 그런 일을 계속 당하다간 이 소녀들도 언제 절망에 빠져 죽음을 택할 지 모른다.
"내가, 지켜내자."
강하게 손잡이를 거머쥐고 그렇게 다짐한다. 그것에 호응하듯, 붉은 도신이 더욱 붉게 빛나는 것 같다. 그 빛에 호응 하 듯, 다짐 하 듯 나는 이렇게 입을 연다.
"나는, 올곧은 하나의 마음을 품고 어둠을 가르는 검이 될 자."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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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괜찮네. 길이도 적당한 것 같고...
하지만 여차하면 그녀들을 직접 범하게 되겠...[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