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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월드 오버 더 월드 2장

azelight 2008.06.11 19:08 조회 수 : 436


프리큐어 맥스하트 보는 중.
1부 이후 2부에서 급격한 텐션하락 덕에 봉인했지만
다시금 보고 있습니다.

전투는 드래곤 볼.
변신은 특촬물
필살기는 슈퍼로봇이라는
열혈 변신소녀 애니 프리큐어 맥스하트!

이거 정말 컬쳐쇼크랄까;;;
쁘띠쁘띠 포에미 이후 최강의 마법 소녀물인 듯
무엇보다 필살기가 무려 기공포 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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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엔딜의 소녀

 

꿈속의 세계가 산산조각 났다.

요란한 붕괴, 아쉬운 듯 한 누군가의 목서리. 그 속에서 슈는 깨어났다.

그녀를 지켜보는 누군가가 그 속에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슈는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것은 너무도 희박한 것이었기에 슈의 의식 속으로 와 닿을 수는 있어도 기억 속에 흔적을 남길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어째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슈는 생각했지만 방안에 자신외의 기척을 느꼈기 때문에 생각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일어났느냐?”

 

매커드의 목소리가 오른쪽에서 들려왔다. 어둠이 짙어 잘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닌 이상 그는 한참 전부터 그 곳에 있었겠지. 슈는 그렇게 생각했다.

원한다면 그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있었지만 슈는 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태였다. *능력*을 사용한 덕에 영성이 손상되었고 그 회복을 위해 모든 감각 기능을 꺼놓은 상태라 굳이 중요치 않은 일에 힘을 할애할 생각은 없었다. 능력의 대부분을 소실한 그녀의 능력은 일반적인 사람들 보다 좀 더 예민한 감각을 가진 정도에 불과했다.

 

“불을 켜겠다.”

 

몸을 일으키는 것 외에 슈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자 매커드가 양해를 구하고 손가락을 ‘딱’하고 팅겼다. 천장에서 빛의 구체가 나타나 달빛 같은 희미한 한광을 뿌렸다. 빛이 생기자 매커드는 예리한 눈으로 자신 쪽을 바라보고 있는 슈를 볼 수 있었다. 눈부심에 슈는 눈을 한번 깜빡였다. 그리고 그 깜빡임 한번으로 빛에 적응되었는지 심연 같은 검은 눈동자로 매커드를 바라보았다.

하루사이에 10년의 나이를 막은 듯한 얼굴로 매커드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영구적인 마법으로 프라나를 끌어들여 손실된 건강을 보충하고 있는 매커드는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활력을 손실했다. 인간의 몸으로 어설프게 나마 ‘밤의 군주’를 봉인할만큼 강력한 마법을 발한 대가였다.

슈는 찬찬히 매커드의 상세를 살피며 매커드에게 말했다.

 

“재봉인을 하시진 않으셨네요.”

 

그러곤 소매 너머로 드러난 자신의 손을 들려다 보았다. 집중해서 힘을 격발하자 봉인의 각인들이 몸 전체에 떠오른다. 슈는 손등에 떠오른 각인들은 군데군데 비어져 있었다. 이는 봉인의 일부가 소실되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었다.

“재봉인을 하는 게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별로 언급할 필요도 없다는 듯 담담한 어조였다. 완성된 마법에 비록 같은 구성이라도 새로이 마법을 덧붙이는 것은 이미 완성된 마법을 깨뜨릴 수도 있는 행위였다. 마법이란 술자의 심상에 영향을 받는 만큼 같은 구성의 주문이라도 반드시 같은 형태로 발동하라는 법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새로이 덧붙여진 마법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마법의 균형을 깨고 그것을 파괴시킬 것이다.

슈의 봉인에도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이미 제어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진 그녀의 힘 앞에 매커드는 과히 목숨을 보전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대 ‘밤의 군주’용 결전 병기로서 슈를 키워오면 그는 슈에게 오체가 분시 되더라도 모자랄 만큼의 죄를 저질렀다. 지금은 강력한 정신억압과 힘의 제약 덕에 겨우 복종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해방된다면 그녀는 자신을 억압한 모든 존재에게 죽음을 갈구할만큼 고통을 줄 수 있으리라.

 

“그렇긴 하군요. 확실히...”

 

아쉽다는 듯 가늘게 눈을 뜨는 슈의 눈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특히나 반사광도 없이 새까맣게 가라앉은 왼쪽 눈은 검고 깊은 심연 같았다. 전설과 고전, 마법서에 등장하는 검고 깊은 구덩이 말이다.

딱히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음에도 심장이 섬뜩할 만큼 두려웠다.

그래도 매커드는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그 봉인도 정신제어도 모두 자신이 한 것. 그가 확신하건데 슈의 힘은 그의 제어를 넘어설 수 없다. 비록 하나의 구속이 풀렸더라도 아직 3개의 봉인이 슈를 묶고 있고 그녀에게 목적의식을 부여하며 금기를 그어놓은 정신제어는 여전히 무의식 속에서 잠재되어 있었다. 아직 그녀는 자신의 통제아래에 있다. 그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그의 힘이었다.

그 사실을 슈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위협은 그저 위협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슈의 내면에는 매커드 조차 알 수 없는 깊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결코 간과할 수 없디도 했다.. 오랜 실험과 강제적인 훈련을 반복해오며 슈의 정신은 불완전해졌다. 놀라울 만큼 강한 자제력으로 제정신인 것처럼 연기하며 자신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그녀는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활화산같은 존재인 것이다. 어쩌면 목숨을 걸고 승산없는 승부를 벌이려고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우리는 둘로 나뉘어 상아탑과 교리왕을 각기 방문할 생각이다. 끝까지 숨겨둘 생각이었지만 그들에게 발각된 이상 널 내버려둘 수도 없는 일이지. 너는 어느 쪽을 선택하겠느냐?”

 

“함께 가는 건 확정이로군요.”

 

“물론. 널 혼자 내버려 둘 순 없지.”

 

로브의 넉넉한 양 소매 사이로 손을 집어넣으며 매커드는 말했다.

“제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말씀하거 싶으신 거군요.”

 

“그래.”

 

매커드는 입만 움직여 동의 했다. 눈은 여전히 슈에게서 때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눈도 깜빡이지 않는다. 사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끌어내 봉인을 드러내고 있는 슈의 행동을 경계하고 있는 듯 그의 시선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노려보실 필요는 없는데. 신뢰해준 테드릴을 위해서라도 이상한 짓은 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아직은 그럴 필요가 없거든요.”

 

슈의 몸에서 봉인의 흔적이 사라져갔다. 힘을 한정한계까지 발휘하면 그에 비례해 격렬히 반응해오는 봉인이 슈의 피부 위로 모습을 드러나고 때문에 반대로 힘을 가라앉게 하면 봉인 역시 보이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그것은 봉인임과 동시에 그녀가 그러낸 힘의 정도를 확인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뭣?”

 

“말 그대로의 의미에요.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상관없게 되었거든요. 마치 숨 쉬듯이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안됐군요. 아버님따윈 이제 제게 근접할 수조차 없어요.”

 

매커드가 슈의 말의 의미를 깨닫지 못해 당황하는 그 순간 슈가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공간도약?! 틀리다.’

매커드는 슈가 사라짐과 동시에 의자를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슈가 사라진 수단은 공간도약도 아니고 환상 주문으로 모습을 숨긴 것도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마법 자체가 아니다. 마법이라면 이렇게 갑작스럽게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것은 마법을 초월한 어떤 것이었다. 결코 매커드 자신의 인지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슈가 앉아 있던 침대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그녀가 바로 이 자리에 실제 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침햇살을 받은 안개마냥 사라져 버렸다.

 

“샤드!”

 

“여기 있습니다.”

 

매커드의 부름에 샤드는 즉시 나타났다.

 

“지금 슈는 어디에 있지? 어서 알려라.”

 

“계시지 않습니다.”

 

즉각 샤드에게서 대답이 흘러나왔다.

 

“다시 한 번 확인해!”

 

“이 저택 어디에도 아가씨는 계시지 않습니다.”

 

“말도 안 돼!”

 

샤드의 대답에 매커드의 경악의 소리가 저택을 가득 메웠다.

 

 

 

 

“흥.”

 

슈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고는 주머니 공간에서 신발을 꺼내 신었다. 고등한 마법사인 슈의 주머니차원은 거의 무한에 가까워서 슈는 자신이 가진 대부분의 재산(마법도구, 재료)들을 이 속에 보관하고 있었다. 특히 이런 때를 노리고 있었던 만큼 갈아입을 옷부터 영구보존화 시킨 식량들까지 다양하게 들어 있었다.

슈는 신발을 신고 매커드의 저택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녀가 있는 장소에선 그의 저택으로 통하는 입구는 벽에 가려서 보이지 않지만 그 속에서 이해불가의 상황으로 당황하고 있는 매커드의 모습은 쉽게 상상이 갔다. 그로서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순간일 테니 말이다. 그 비통한 표정을 눈으로 관찰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쉬운 슈였다.

하지만 그런 시도를 했다간 정말 사생결단을 내야할지도 몰랐다. 그는 모욕받는 것을 싫어하니까. 쓸데없이 자존심만 강한 인간이었다. 거기다 지금 돌아갔다간 남은 여섯하고도 대결해야할지도 모르고.

아무리 슈라도 봉인과 정신제어가 걸린 상태에서 그들과 승부할 수 있진 않았다. 만약 대가를 치르게 할 때가 온다면 최소한 하나의 봉인이 추가로 풀린 뒤일 것이다. 아니면 1:1로 각개 격파라는 수도 있고.

슈는 ‘후후후’하고 복수의 순간을 머릿속에 그리며 시선을 돌렸다. 오늘 낮에도 한번 왔었던 아리키의 방. 침대 위에는 윈델의 도움으로 소생한 아리키가 나직하게 숨을 쉬며 잠들어 있었다. 슈는 천천히 다가가 검지와 중지오 아리키의 이마를 살짝 건드렸다.

“이제 일어나렴.”

 

매커드를 대했을 때와는 달리 부드러운 목소리로 슈는 말했다. 그리고 손을 움직여 아리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음. 으음.”

 

슈가 부드럽게 머리를 매만지는 사이 아리키는 천천히 눈을 떴다. 새까만 슈의 눈동자가 아리키의 오른쪽 눈을 대신하고 있었다. 슈의 정수가 담겨 있는 이 눈동자는 아리키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비록 아리키를 되살리게 하기 위해서 한 행위지만 슈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리키의 능력을 훨씬 상회하는 자신의 눈동자는 아리키의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지도 몰랐다.

 

“언니...?”

 

“응.” 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야.”

 

“언니. 무사했구나.”

 

“그래. 나는 괜찮아. 무엇을 나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겠니. 너도 알다시피 난 무적인걸. 절대 질 리가 없잖아. 그렇지않아?”

 

“응, 그랬어. 언제나처럼 또 구해줬구나.”

 

힘없이 가들게 뜬 두 눈으로 아리키는 말했다. 슈는 아리키의 곁에 무릎 꿇고 앉더니 아리키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아냐. 이번에는 그렇지 않아. 너를 상처 입도록 내버려 뒀어. 알면서도 내버려 뒀어. 미안해.”

거의 흐느끼듯 말하며 슈는 아리키의 손을 꼭 잡았다. 언제나 보이던 침착하고 강한 슈의 모습과는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매커드의 앞에서 보였던 모든 것을 삼킬 듯한 살기도, 세상 전체를 비웃을 것 같던 조소도, 가면 같은 무표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일 만큼 슈는 아리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리키는 그런 슈를 끌어안았다. 자신의 일만 되면 이상하게 약해지는 자신의 사매. 아마 자신과 그녀의 유대는 친자매보다 더 강할 것이다. 서로의 눈동자를 교환하고 심지어 생명의 일부조차 넘겨받았으니까.

아리키는 그때 기절해 있었었지만 슈의 눈동자로부터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언니. 괜찮아. 어쩔 수 없었다는 것 잘 아니까.”

 

아리키가 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평소라면 언제나 슈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은 슈가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한다면 화를 내고. 그래야 할 텐데 지금은 그 반대라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드는 아리키였다

 

“그래도. 알고도 구하지 않았어. 네가 상처 입도록 내버려뒀어.”

 

모를 수가 없었다. 그녀의 강력한 예지능력은 아리키의 위험을 모르게 두지 않았다. 디어코일의 등장도, 그가 궁지에 몰리면 어떻게 할지도. 아리키는 거기까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말할 수 있을테지. 하지만 죽어도 말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말 아리키에게 미움받아 버리면 슈는 세상이 끝장나는 것 같을 것이다.

 

“그게 언니를 원망할 이유가 되진 않아. 언니. 나도 마법사라는 것을 잊었어? 그런 것으로 언니를 원망할 만큼 어리석다고 생각한 거야? 그건 언니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어. 결과적으로 나는 살아났잖아. 만약 언니가 나를 보호했다면... 그래서 언니가 죽었다면... 그게 더 원망스러웠을 거야.”

 

아리키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만약 자신을 구한다고 슈가 몸을 던졌으면, 그래서 슈가 죽었다면 정말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 자신도 마을 사람들도 모두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오히려 방해만 되서 미안한 아리키였다.

그래도 그런 슈의 모습이 자신이 얼마나 그녀에게 있어 소중한 존재인지 일깨워주는 것 같아서 왠지 좋은 기분이 들었다. 아리키는 슈가 그 누구와도 가깝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언제나 그녀를 훈련시키는 테레사와 테드릴과도, 심지어 양아버진 매커드마저도 그저 형식상 존대할 뿐 언제나 냉소와 비난으로 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무관심할 뿐이다. 처음 보았을 때 슈가 아리키를 거부했었던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땐가 자신에게만 미소와 친절을 가지고 대하는 슈를 보았을 때 왠지 자랑스럽고 뿌듯하기도 했다.

한동안 그렇게 아리키에게 안겨있던 슈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작게 미소가 걸려있지만 서글퍼 보이는 눈동자가 너무도 아리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떠나기 전에 그 말이 듣고 싶었어.”

 

슈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떠난다고? 어디로? 어째서?”

 

“때가 된 거야. 조만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빠르네.”

 

“왜? 설마 그 일 때문에 그러는 거야?”

 

아리키는 자신이 상처 입도록 내버려둔 일 때문에 슈가 마을사람들에게 뭔가 비난을 받았는가 해서 물었다. 슈의 그 모양새를 보았다면 결코 일부러 내버려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테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그렇게 이성적이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만약 그렇다면 필사적으로 슈를 변호할 것이라고. 아리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행히 아리키의 걱정과는 다른지 슈는 고개를 저었다.

 

“으응. 아니냐. 그런건.

이건 숙명이야. 나로서는 절대 피할 수 없는. 시간이 없으니 설명하지는 않겠어. 지금은 그저 들어줬으면 해.”

 

“응.”

 

아리키는 진지한 슈의 표정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지만 자신의 이야기로 그녀의 부족한 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슈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요점만 이야기 할게. 나는 인간이 아냐. 아버님. 그러니까, 매커드가 만들어낸 마법생명체지. ‘어둠의 교단’과 ‘밤의 군주’의 부활 후 그들에게 대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장의 수*야. 언젠가 그들의 부활하면 맞서 싸워야하는 처지지.

그리고 그들이 부활했다는 것이 증명되었어. 나는 싸우는 수 밖에 없지. 그것이 나의 숙명. 이끌리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난 그렇다 해도 더 이상 그들의 손에 좌지우지 되지 않을 거야. 비록 정해진 운명이지만 그들과의 대결은 나의 자유다.

그리고 네게 경고할게. 아버님을 조심해. 그는 나를 되찾기 위해 너에게 무슨 짓을 할지도 몰라. 대처할 방법을 생각해둬.

또...”

 

슈는 그렇게 말하고 기다란 물건하나를 꺼냈다. 육척봉 끝에 거대한 삼각대를 달아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소위 하룬트라고 불리는 마법기물이었는데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특이한 형태였다. 더구나 온통 금속으로 되어 있어 기계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아리키에게는 대단히 낯선 느낌이었다.

빛조차 빨아들이는 검은 색감을 가진 하룬트를 슈가 들고 있으니 평범한 옷을 입은 슈가 신화시대의 마녀같았다. 물론 그녀가 가진 힘은 신화시대의 선조민들에게도 절대 굴하지 않을 힘일 것이다. 아리키는 어슴푸레 슈가 이미 인간 외의 존재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힘이 아득히 전에 매커드를 초월했다는 사실도.

 

“어...? 이건?”

 

놀람에 숨을 삼키며 아리키는 슈가 꺼낸 하룬트에 눈길을 빼앗겼다.

 

“신기해? 하긴 현 인간들의 문명에는 없는 기술이지. 고대에 멸망했다는 선조민인 그란디아즐의 기술의 일부와 타차원의 기술을 조합해서 만든 하룬트야. 마법사용을 보조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기로서의 기능도 하지. 자세한 건 첨부할 설명서에 들어있으니까 읽어보도록 하고. 주머니차원 마법은 쓸 줄 알지? 숨겨둬.”

 

슈는 그렇게 말하며 “비전투형태로.”하고 명령을 내려 마도기를 변형시켰다. 마도기는 금속패로 변해서 아리키의 손으로 넘어왔다. 흑색의 패증에는 은청빛의 핵석을 중심으로 방대한 양의 문장이 음각으로 잘게 새겨져 있었다. 너무 작아서 그것이 문자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였다.

아리키는 주머니차원 주문을 사용해 자신의 아공간주머니를 창조했다. 이 마법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어떤 물건이든 원하는 때에 꺼낼 수 있지만 저장할 수 있는 그 무게와 부피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수준이 오르면 오를수록 저장할 수 있는 공간과 무게가 늘어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마법사들은 이 마법적 개인 공간 속에 위기대비를 위한 마도구나 주문을 기록한 두루마리등을 넣어두곤 했다. 물론 아리키도 마찬가지였다.

아리키의 손으로 넘어온 검은 패는 곧 작은 공간의 파문 속으로 사라졌다. 그 사이에 슈는 가방 하나와 두터운 책 한권을 그녀의 개인공간 속에서 꺼냈다.

 

“이건 다른 마법물품들이 단긴 가방이야. 접이차원을 이용해 대용량이지. 마법물품들의 사용법은 여기 적혀 있어. 검색기능이 있고 쪽지 수는 무한대. 거기다가 헬라스급 마법서이니까 사용에 주의하고. 꼭 꼼꼼히 읽어보도록 해.”

 

꼼꼼히를 특히 강조하는 슈의 얼굴은 어느새 평소처럼 돌아와 있었다. 슈는 아리키에게 이 모든 것을 숨길 것을 요구하며 모두 떠넘겼다.

 

“왜 이런 것들을...”

 

아리키는 의아해 하면서도 슈가 내주는 것들을 모두 받아 개인 공간 속으로 챙겨 넣었다. 책은 마법가방 안에 챙겨 넣어 부피와 무게를 덜었다.

 

“너는 네가 이 마을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 처음 말하는 거지만 나의 가장 강력한 계통은 예지. 조만간 너도 이 마을을 떠나고 너의 적들에게 맞서야할 때가 올 거야.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것. 아아. 보다 자세히 시간을 들여서 너를 납득시키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이렇게 밖에 말 못하는 나를 용서하렴. 그 책에 모든 진실이 쓰여 있어. 내가 본 모든 것들이.”

숨도 쉬지 않고 슈는 단숨에 말을 토해냈다. 그리고 조금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아쉬움과 서운함이 뭉친 표정이었다.

 

“그럼 이만 실례할게. 슬슬 아버님이 움직일 테니까. 그리고 미안해. 함께 축제를 보내자고 했는데 약속을 어겨서.

그럼, 안녕.”

 

“잠깐! ...”

 

“기다려.”하고 외치기도 전에 슈의 모습이 사라졌다. 어떤 마법을 썼는지 알 수 없지만 프라나가 움직인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마치 세상에서 소거되어 버리듯 사라진 것이다. 이래서야 어느 정도 거리를 갔는지, 어떤 방향으로 갔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하긴 흔적이 있다해도 추적할 수 있을만한 대상은 아니긴 했다. 그래도 어쩌면 가능했을지도 모르는데...

 

“내게도 작별인사를 할 시간정도는 줄 수 있었잖아.”

 

힘없이 아리키는 슈에 대한 서운함을 중얼거렸다. 아무리 급해도 자기 할 말만하고 가버리다니. 왠지 서글프면서도 화가 나는 아리키였다. 한숨을 푹 쉬고 아리키는 슈가 준 마도서를 꺼내들었다. 헬라스급이면 책 자체가 하나의 마도기로서 작용한다는 것이다. 슈는 다시금 마도서를 갈무리했다. 분명 자신과 슈의 운명은 닿아있다고 했다. 그러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조만간.

언니의 예감은 언제나 틀린적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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