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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자신을 맞아주는 사람이 있었다. 조금 마른 듯한 얼굴. 순해 보이는 눈동자. 군데군데 기름이 묻어있는 작업복의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서 있는 남자.

“하나마.......”

“깨어날 때가 된 것 같아서 말이지.”

소년은 그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듯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를 보며 토렌디는 빙긋 웃으며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뒤에 그가 따라오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다. 그 역시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속으로는 전혀 웃지 못하고 있는 토렌디. 예전의 그다. 네르발 제라드가 아닌 츠바사. 네르발과 츠바사의 눈은 붉은 색으로 같았지만, 붉은색 머리카락을 지닌 네르발과는 달리 츠바사의 머리칼은 회색빛이었다. 푸른색으로 염색하기 전의 머리칼. 거기에 가지고 있는 기억도 똑같다. 덤으로 말투부터 체형까지 모두 똑같다.

그 모든 것이 네르발의 설명대로지만 토렌디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적어도 그가 알고 있기로는 클론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본체와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겉은 완벽히 똑같아 질 수 있을지 몰라도 성장하면서 주입되는 기억은 본체와는 다른 것이 당연한 것. 중추신경계를 이식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단 6개월 만에 17세의 모습으로 자란 것은 둘째 치더라도 마치 완전히 복사된 듯한 츠바사의 기억. 그 자체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로 저 것이 클론이란 말이야?’

바로 저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 츠바사를 보는 순간부터 들었던 의문점이다. 그런 토렌디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츠바사는 예의 그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뒤를 따라 휘적휘적 걸을 뿐이었다.

그 것은 정비실에 있었다. 황금빛의 기체. 그 기체 주변에는 접근 금지 팻말과 함께 붉은 끈이 죽 둘러져 있었다. 드림 하트내의 정비반 그 누구의 도움도 청하지 않고 6개월간 토렌디 혼자서 모든 작업을 해 만들어 낸, 아니 복원해 낸 제왕 오르젠더. 그 모습을 한 동안 지켜보던 츠바사는 콕핏 쪽으로 다가갔다. 그가 다가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콕핏이 열린다. 마치 그를 맞이하듯이. 그리고.......

“신경 쓰지 마슈. 세상에는 당신이 아는 것 보다 더 놀라운 일이 많은 법이거든.”

오르젠더에 탑승하기 전. 츠바사가 중얼거린 말이었다.





“달에는 그리 뛰어난 파일럿이 있어 보이지는 않군요.”

몇몇 사람들의 명단이 적힌 서류를 본 히로의 감상이었다. 그렇게 눈에 띄는 실력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특별한 교육 시설도 없거니와, 화성, 목성, 토성 쪽이 개발 되면서 달은 예전과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곳이 되 버린 것이다. 한 때는 지구와 거의 동급의 대우를 받았던 행성 같은 위성이었지만 지금은 콜로니 정도로 취급되고 있는 곳. 그 결과 달로 파견되는 사람은 ‘좌천’이라는 딱지를 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도 은연중에 돌 정도였다. 그 만큼 뛰어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지요. 그 것이 달의 실정입니다.”

히로의 앞에 앉아 있는 것은 달에 있는 수많은 거주구들의 대표자로 나온 찌볼이라는 사람이었다. 달 방위대의 기술 고문이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달 전체에서 많은 지지자를 가지고 있다고도 알려지는 자. 무언가 하나를 하면 확실히,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는 모습 때문에 거의 놀면서 아무 일도 안하는 진짜 대표보다 더 큰 세력을 가지고 있다고 추측, 아니 확신되는 사람이다. 즉 다시 말하면 실질적인 달의 대표라고 할까.

“특별히 마음에 차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네. 인정합니다.”

“드림 하트라는 곳이 무슨 명예직도, 권력이 생기는 곳도 아닌데 굳이 그렇게 아쉬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찌볼의 말에 히로는 조용히, 그러나 급히 대답했지만 찌볼은 고개를 저으며 앞에 있던 커피 잔을 들었다.

“그 때문이 아닙니다. 이런 달의 실정을 보고 아쉬워할 뿐이죠. 달의 대표라는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바쁩니다. 다른 윗사람들도 비슷하죠. 오죽하면 단순한 군의 기술 고문인 제가 이 곳에 대표로 나와 있겠습니까. 이 곳도 지구와 비슷합니다. 점차 위에서부터 썩어 들어가고 있지요.”

“지구와 같다라.......”

찌볼의 신랄한 비판에 히로는 가만히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기는 좀 그렇죠. 파일럿이라면 없겠지만 새로운 기체는 하나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만들었죠. 꽤나 고성능이니 잘 사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기체 입니까?”

“네. 아마 표준 규격에 3000kw 의 출력을 넘긴 것은 공식적으로 드림 하트의 유키 뿐이었지요? 이 녀석의 출력은 2500kw 내외입니다만 성능은 유키에 뒤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출력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죠.”
  
찌볼의 말에 히로는 흥미가 생겼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찌볼은 그런 히로의 태도를 예상했다는 듯이 옆에 있던 가방에서 또 다른 종이 뭉치를 꺼내며 설명을 시작했다. 찌볼의 설명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히로는 그 기체의 강함을, 매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상당히 마음에 드는 기체군요.”

“그럼 곧 드림 하트에 녀석을 넘기기로 하죠.”

찌볼은 그렇게 말한 뒤 곧 밖에 연락을 해 새 기체를 드림 하트로 수송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특별한 서류 같은 것은 작성하지 않았다. 본래 그 기체의 소유주 자체가 찌볼이었기에 그런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던 것이다. 거리낌 없이 힘들게 만든 신형기를 넘겨주는 찌볼을 보며 히로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 기체....... 아무리 봐도 유키를 능가하면 능가했지 모자라지는 않을 것 같군요. 잘 사용하겠습니다.”

히로의 말에 찌볼은 가만히 웃으며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중력 제어 장치를 이용, 대기를 붙잡아 둔 덕에 달에서도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언제였던가....... 가만히 그 때를 회상하며 그는 말을 이었다.

“지구에서 달을 보는 시선을 바꿔보고 싶어서 달의 기술자들이 총력을 기울여 만든 겁니다. 아마도 씨도 안 먹힐 테지만 그래도 발악이라도 해 보고 싶었다. 라고 할까요?”

“상당히 비관적으로 바라보시는군요. 분명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히로는 찌볼의 시선을 따라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인가 무시당하기 시작한 달. 그 곳에 있는 달을 걱정하는 한 남자의 씁쓸한 미소를 가만히 훔쳐보며 히로는 가만히 한 숨을 쉬었다. 뛰어난 몇몇 사람이 다른 몇 명에 의해 가려지고, 또한 매장된다. 그렇기에 점점 더 사람들의 시선은 차가워질 뿐이다. 아마 얼마 안 가 큰 사건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히로는 창 밖에 보이는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저건 뭡니까?”

굳이 대답을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수백 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그 모습을 본 찌볼은 한숨을 쉬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달에서는 익숙한 광경입니다. 달을 위해서 그 어떤 일을 하려고 하지도 않은 채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바쁜 사람들에 대한 울분을 토하는 것이라고 할까요.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만 그들은 저렇게 해서라도 자신들을 위안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럼 위쪽에서는 어떻게 대응합니까?”

“거의 무력을 사용해 진압할 때가 많습니다. 총 앞에 비무장인 시민들은 무력하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지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정도로 심각합니까?”

찌볼은 고개를 끄덕이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찌볼의 말 대로 얼마 못가 사람들의 걸음은 앞을 막아서는 검은 옷의 사람들에게 막혔다. 앞으로 나온 검은 옷의 방위대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시위대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다. 아마도 해산을 요구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며 히로는 한숨을 쉬며 시선을 돌렸다.

“어느 쪽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찌볼의 물음.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날아온 그의 물음에 히로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려 했지만 찌볼은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전 시민들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방법은 틀렸지만요.”

“....... 제 생각도 같습니다만.......”

찌볼의 물음에 대한 답을 하며 히로는 빈 커피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본 찌볼 역시 자신의 잔을 내려놓은 뒤 몸을 돌려 히로를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눈빛. 하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에 히로는 입안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찌볼은 굳어버린 히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가요? 하지만 히로님과 제가 생각하는 방법은 조금 다른 것 같군요.”

“무슨 뜻이죠?”

“아마도 오늘로 저 모습을 보는 것은 끝일 거라는 뜻입니다.”

히로가 찌볼이 한 말의 의미를 깨닫는 데 까지는 그리 긴 시간을 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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