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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웨이 / 어새신 - 소환

42 2018.07.17 16:10 조회 수 : 34

 

 

 

 눈이 부시다, 고.

 

 그렇게 생각한 것을 마지막으로 소년의 의식은 추락했다.

 

 

 

 

  #

 

 

 중화인민국의 홍콩, 구룡반도에는 건물의 숲이 펼쳐져 있다.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유일하게 청나라의 영토로 남았던 치외법권. 몰려든 난민과 범죄조직, 복잡한 국제관계가 뒤얽혀 태어난 슬럼가는 현대의 정글에 가깝다. 무허가의 고층 건물이 무계획적으로 증축되어 서로를 잡아먹으며 성장한다. 외부로 뻗어나갈 수 없는 대신 하늘을 향해 증축과 개축을 거듭하는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밝고 현대적인 주변과 대조가 극명하다.

 

 빼곡한 거미줄처럼 형성된 미로, 축축한 길목, 늘어진 수도관과 전기배선. 2012년, 높다란 건물의 그림자에 가리어 대낮에도 칠흑처럼 어두운 구룡성채 내부는 아직 속살을 까 보이지 않은 채였다.

 

 아직. 시간이 정지하는 찰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섬광이 번뜩여 성채의 구석까지 한 바퀴 휘돈 지금까지는.

 

 

 

 

  #

 

 맑은 햇살이 화창하게 쏟아지고 투명한 공기가 싸늘하게 스쳐지나는 겨울. 그 모든 것에서 유리된 어느 방 안에서 그림자가 꿈틀댔다.

 

 빛 한 줄기 들지 않고 텅 빈 채 습기차게 썩어가는 냄새뿐인 공간. 거주민들조차 파악할 수 없는 구룡성채의 미로에서도 더욱 깊은 심연. 단순히 건축학적인 문제가 아닌,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어떠한 신비. 한때 이곳에 몸을 숨겼던 이름 모를 마술사의 흔적. 그 가운데, 사물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새근새근 고요한 숨소리만이 허공에 번지고 있었다.

 

 곧이어 사락, 그림자의 옷자락이 드리우는 소리가 모든 걸 집어삼켰다.

 

 성배전쟁. 그리 부르는 신비가 있다.

 

 그것은 온갖 시대, 온갖 나라에서 역사와 신화를 가리지 않고 영웅의 혼을 불러와 펼치는 살육전. 일곱의 마술사[마스터]와 일곱의 영령[서번트]이 일곱의 조를 이루어, 최후의 승자에게는 어떠한 소원이라도 이루어주는 성배가 주어진다.

 

 한마디로 말하면, 운이 없었다. 선조에 마술사가 우연히 존재했을 뿐인 마술회로. 오랜 세월이 흘러 미약한 마력에도 반응할 만큼 무너진 결계. 공방 내부에 새겨져 있던 강령 소환의 진. 홍콩 전역을 불태울 수 있는 특대의 마술 의식이 발호하는 시기. 소환 절차를 기계적으로 대리하는 마술 중추. 그 전부가 신비에 무지한 일반인이 규격 외의 존재, 인류사 최강의 혼 중 하나를 불러내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소환 직후, 희미한 섬광이 번뜩여 구룡성채 전역을 더듬은 순간에 그림자는 그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이해하고, 분석하고, 검토하여, 허공의 먼지 한 톨이 정지해 있는 일순에 판단했다.

 

 「이건 방해물이다」, 라고.

 

 성배전쟁에선 하나의 마스터와 하나의 서번트가 하나의 조. 싸움의 주역은 서번트이지만, 그들이 현계할 수 있는 시간은 의식이 진행되는 며칠에 지나지 않는다. 관여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전술의 영역이기에, 길게는 몇 년이나 몇십 년의 준비를 마쳐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마스터의 영역이다.

 

 하지만 그림자의 주인은 휘말려든 일반인. 이 전쟁의 존재나 의미조차 파악하고 있지 않으며, 그 스스로가 몸을 지키거나 숨길 방법도 의지도 갖추지도 못했고, 그런 주제에 갖추고 있는 3번의 절대명령권…… 3획의 영주는 불안요소로 판단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전술로 전략을 부수어가는 불리한 싸움이라면 하다못해 전술만이라도 전력으로 발휘할 필요가 있다. 소원을 이루기 위해.

 

 그림자가 이번 전쟁에서 부여받은 그릇[클래스]은 어새신. 숨어서 비수를 겨누는 자. 필요한 것은 은밀성과 기동성이며, 무지하고 무력한 마스터는 짐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마스터란 서번트가 현세에 존재하기 위한 쐐기.

 

 떼어낼 수 없는 족쇄라면, 최대한 가벼운 것이 좋다.

 

 그림자가 엄지와 검지를 붙였다가 부드럽게 떼어내자 그 사이에 한 줄기 광선이 그어졌다. 환한 빛이 어둠을 물리고 황량한 방의 일부분을 음울하게 드러냈다. 차가운 돌바닥 위에 누워서 잠들어있는 17, 18세의 소년. 그리고 소년을 내려다보는 새하얀 해골가면이 주위의 칠흑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사람의 몸을 다루는 건 그림자에게 익숙한 일이었다. 그는 생전에 신체 일부를 전혀 다른 부품으로 갈아치운 적도 있었고, 사후에 강화된 보구로 그러한 성질은 더더욱 두드러졌다.

 

 소년이 깨어 있었다면 마스터 고유의 투시력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문구.

 

 『자기개조 EX』가 타인을 향해 환한 이빨을 드러냈다.

 

 

  #

 

 때는 겨울. 건물의 숲 가운데, 바로 옆의 높다란 빌딩에 가리어 어슷한 빛이 기울어져 쏟아지는 옥상. 해골가면의 절반이 맑게 쏟아지는 햇살을 맞았고, 새까만 거적데기가 투명하며 싸늘한 바람에 나부꼈다. 그림자는 자그마한 상자를 하늘에 비추어 보았다.

 

 누군가 그것을 쥔다면 따스한 온기와 두근거리는 박동을 느낄 수 있으리라.

 

 해골가면에는 어떠한 감흥도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상자를 품 안에 감춰───

 

 다음 순간 섬광이 번뜩이고, 그림자는 빛 속으로 녹아들어 사라져 있었다.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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