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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방패 사계절의 방패 9

azelight 2008.08.11 16:00 조회 수 : 1173

발락 아저씨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정체불명의 검은 장막이 덮쳐 왔어요. 안개에서 검은 줄기가 뻗어 나와 가장 앞서 나와 있는 발락아저씨를 잡으려 했지만 발락 아저씨는 방패로 그 줄기를 쳐내고 메이스를 휘둘렀어요. 하지만 그저 안개 같은 몸체를 가르고 지나갈 뿐 상처를 내거나 하진 못했죠.

 “음.”

 발락 아저씨가 공격이 안통하자 신음을 흘리는데 라니아 언니가 뛰쳐나와 레이피어를 휘둘렀어요. 이번에는 발락 아저씨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죠. 금세 합쳐지긴 했지만 눈에 뛰게 그것의 동체를 가르는 일에 성공한 것이에요.

 “방패를 써. 이런 유는 마법무기로 최대한 많은 부위를 맞춰서 체적을 줄여야 해.”

 “알겠네.”

 발락아저씨가 대답하는 사이에 네린 언니와 갠 아저씨가 각자의 무기를 휘둘렀어요. 무엇보다 강렬했던 것은 그 다음 이어졌던 발락 아저씨의 방패치기였죠. 한 번에 그 장막 같은 어둠을 흩트려뜨렸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요. 조각난 검은 장막은 자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빠르게 물러서더니 다시 뭉쳤답니다. 굉장한 속도였죠. 그리고 소용돌이처럼 꼬이며 일어서더니 화살처럼 빠르게 돌진해 왔어요. 그리고 그 앞을 발락 아저씨가 방패를 세워 가로막았답니다. 발락 아저씨의 방패에 가로막힌 그것은 방패를 중심으로 흩어졌어요. 그리고 그 일부가 저를 덮쳐왔죠. 저는 황급히 대지의 원소령을 방패로 세웠지만 어이없게도 대지의 원소령은 방패가 되지 못하고 무너져버렸어요. 분명 최고의 내구력을 지니고 있을 터인데... 어째서!

 “꺄악!”

 소리를 지르며 몸을 움츠리는데 무언가 줄같은 것이 강하게 허리를 잡아당기는 것을 느꼈죠. 저는 그 힘에 끌려 땅에 나뒹굴고 말았죠.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니 허리에 밧줄 같은 것이 묶여 있었어요. 베이커드의 마법이었죠.
 제가 무사히 일어나자 밧줄은 저절로 매듭을 풀고 저에게서 떨어졌어요. 하지만 베이커드에게 고맙다고 할 여력이 없었죠. 그 검은 줄기가 연달아 공격해왔기 때문이죠.

 “엘자!”

 결국 자신을 보호할 수단을 잃은 저는 시야를 확보하고 있던 엘자를 불러내는 수밖에 없었어요. 저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몸에 닿는 다면 결코 무사히 끝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으니까요.
 부름과 동시에 바람의 장막이 저를 감싸 안았어요. 순식간에 안개로부터 공간을 확보하던 소용돌이의 크기가 줄어들었죠. 하지만 그 만큼의 힘을 저는 공격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거예요.

 “대기의 충만함이여 이 손 끝에 모여라.”

 제 양 손의 사이에서 소용돌이가 일며 압축되기 시작했어요. 대기의 흐름 자체를 붙잡은 저는 꾸역꾸역 한계량까지 그 속을 채워 넣었죠. 정상적인 바람이 저런 존재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을 리 없지만 충만한 근원적 원기가 찬 공격이라면 마치 마법과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충분히 힘이 모였다고 믿는 순간 다가오는 저 자글거리는 불길한 존재를 향해 저는 손에 모은 대기의 힘을 내 쏘았어요.

 “꺅!”

 발사 직후의 반동에 놀라긴 했지만 어떻게든 넘어지지 않았죠. 그리고 저는 흩어지는 흩어졌다가 다시 한데 뭉치는 그것들을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곧 뒤에서 날아온 불꽃의 화살이 그것을 다시 흩어지게 만들었죠.

 “크으윽!”

 그 순간 발락 아저씨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어요. 돌아보니 메이스를 쥔 손이 새까맣게 되어 있었고 메이스는 머리 없이 손잡이만 남아있었죠. 아마 저 검은 덩어리들의 공격에 의한 것 같았어요.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참으세요. 어떻게든 해 볼 테니까요.”

 저는 한쪽 손이 타버렸음에도 태산 같이 굳건하게 버티며 서 있는 발락 아저씨의 등에 손을 가져갔어요.
 
 ‘대지의 원소령들. 모두 힘을 빌려줘.’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리 대지의 근원에 가장 근접한 노르위펜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순수한 생명력보다는 대지의 원기를 채워놓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에 저는 발을 디딘 땅으로부터 대지의 원소력을 이끌어 냈어요. 하지만 오염된 땅에서 정순한 기운을 걸러내 퍼올리니 그 양이 너무 적었죠.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 듯 발락 아저씨는 바스러진 메이스의 자루를 버리곤 방패를 앞세워 다시 장막처럼 변한 자글거리는 저 검은 것을 공격했어요. 여전히 불길하고 어둔 소리를 냈지만 이젠 더 이상 두렵지 않았죠. 우리에겐 충분한 힘이 있으니까요.
 
 “애던!”

 그 순간 네린 언니의 비명 소리가 들였어요. 곧이어 쿠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떨어졌죠. 애던 오빠였어요.

 “애던 오빠!”

 제가 소리치는 동시에 방금 전까지 우릴 집요하게 공격하던 검은 안개 같은 것들이 다시 뭉치더니 애던 오빠가 날아온 장소로 이동해 갔어요. 돌아보자 그 곳에는 아까까지 쓰러뜨렸던 괴물들의 몸체를 모초지 합친 듯 한 기묘한 형태에 거대하기까지 한 것이 서 있었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검은 장막같은 안개는 그 괴물의 몸속으로 빨려들 듯 들어갔어요.

 “설마 합체?”

 어이없다는 듯 한 라니아 언니의 목소리와 베이커드이 한탄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리고 애던 오빠의 신음 소리도 들렸죠. 하지만 저는 그 괴물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그것은 존재 자체로 뒤틀린 이 리딘 숲을 오염시키는 근원이었으니까요. 이해자의 입장으로선 결코 존재를 용납할 수 없는 뒤틀림의 결정체였죠. 

 “합체건 뭐건 쓰러뜨릴 뿐.”

 네린 언니가 그렇게 외치자 거대해진 괴물이 휘청했어요. 정신붕괴를 건 듯한데 하지만 곧 괴물은 곧 자세를 되잡았죠. 그리고 그 커다란... 아까까지는 짐승형 괴물이었던 팔을 휘둘러 내려쳤어요. 모두 그 공격을 피했지만 그와 함께 쾅하는 소리가 울리고 대지가 떨렸죠. 저는 넘어지고 말았답니다. 다행히 같은 방향으로 뛰었던 갠 아저씨가 잡아 주셨지만요.

 “이거 참 산 넘어 산도 아니고 초장부터 너무 말도 안되게 나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군.”

 “욕 나올려고 해, 나는.”

 갠 아저씨의 투덜거림에 라니아 언니가 동조했지요. 심지어 애드가 오빠마저 “그렇습니다.”라며 뒤에 덧붙일 지경이었습니다.

 “너무 큰데. 이거 참 거인이 우습게 보일 정도라니.”

 발락 아저씨도 마찬 가지였죠. 하지만 구세주는 의외의 장소에 있었어요. 바로 베이커드였죠.

 “이런 너무 쉽게 그런 소릴 하는 것이 아냐. 뭐, 나쁘진 않네. 이건 내가 활약하라는 신의 계시일지도.”

 “뭐?”

 갑작스러운 베이커드의 말에 모두 무슨 말인가 해서 쳐다보았죠. 우리는 베이커드가 항상 들고 다니는 밧줄들을 꺼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잘 보라고.”
 
 그렇게 말하고 베이커드가 그가 들고 있는 밧줄을 전부 던져버린 거예요. 밧줄들은 살아있는 듯이 움직여 그 괴물의 발목을 붙잡은 것이에요. 그와 함께 우리에게로 다가오려던 괴물은 불안정한 자세로 쓰러졌죠.

 “이얏호! 내가 이런 절호조의 활약이라니. 이거 오래살고 봐야겠군.”

 익살스럽게 베이커드의 외침에 함께 우리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죠.

 “하. 하하하하. 등장에 비하면 마지막이 좀 싱겁긴 하지만 뭐 부숴주지!”

 갠 아저씨의 강력한 도끼질이 괴물의 머리 부분을 쪼개고  발락 아저씨의 방패가 그 뒤를 이어 괴물의 몸통을 후려갈겼답니다. 뒤 이어 라니아 언니가 만들어낸 거대한 화구가 괴물의 몸통에 작렬했죠.
 그렇게 해서 매섭게 타오르는 괴물로부터 검은 연기처럼 안개가 튀어나오자 네린 언니가 정신붕괴를 시전 했어요. 지능이 낮아 보이긴 하지만 정신체로만 이루어져 있을 듯이 보이는 그것들은 네린 언니의 정신 붕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더니 결국 산산조각 흩어지고 말았죠.

 “잡았다.”

 털썩하고 네린 언니가 주저앉았어요. 정신력을 너무 많이 소모했기 때문인 것 같았죠. 시작부터 모두 소모가 심한 듯 했어요. 저는 애던 오빠의 곁으로 다가갔죠.

 “오빠 괜찮아요?”

 “아아.”

 오빠는 괜찮다는 듯 고개만을 끄덕였어요. 그런 우리의 곁으로 갠 아저씨가 다가왔죠.

 “이봐, 강한 척 할 때가 아니라고. 요란히 구르던데 말야. 순순히 루시엔의 치료를 받게.”

 “정말 괜찮아. 타박상을 좀 입긴 했지만 우려할 만큼은 아니고. 그보다 다들 듣고 싶은 것이 있겠지.”

 애던 오빠의 말에 “응.”하는 라니아 언니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어요. 돌아보니 어느새 애드가 오빠와 라니아 언니, 방금 주저 앉았던 네린 언니, 발락 아저씨, 베이커드까지 와있었죠. 그런데... 응?

 “저기 오톡스씨는 어디 있죠?”

 “뭐?”

 저의 물음에 일동이 모두 동요했어요. 우리를 황급히 둘러보았지만 오톡스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죠.

 “어떻게 된 거지?”

 “설마 끌려간 거 아냐?”

 이런저런 추측이 나왔어요. 혹시나 당한 것이 아닌 가 했지만 주변에 시체는 보이지 않았죠. 어쩌면 납치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길, 오톡스가 사라질 때 까지 아무도 몰랐다니. 어떻게...”

 갠 아저씨가 가장 분노했죠. 하지만 애드가 오빠는 갠 아저씨에 비해 한결 이성적인 모습으로 말했어요.

 “어쨌든 한시바삐 오톡스를 찾아야 합니다. 적어도 그가 사로잡히거나 했다면 바로 구해야 해요.”

 “그렇네. 한시라도 빨리 찾아야 해.”

 발락 아저씨도 동의했죠. 아니 우리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거예요.

 “맞아. 애던의 이야기도 좀 듣고 싶지만 그래도 오톡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 서두르자. 어쩌면 그 개자식들이 잡아갔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네린 언니는 화도 나고 걱정도 되는지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애던 오빠도 말 없이 일어서더니 네린 언니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죠. 막 큰 전투를 마치고도 재정비할 틈도 없이 우리는 게울트의 계곡으로 향해야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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