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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ryoshka - Cut All Trees 

 

 

 

 눈을 떴을 때에는 이미 신주쿠였다. 환락의 거리라는 이명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거리,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지난 밤에 먹었던 것을 토해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둘러본 신주쿠는 왜인지 가슴 한켠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

 

 

하루가 지났다.

 이날 밤, 시체를 보았다. 그것은 머리가 두부처럼 으깨어져 생각을 하기 위한 것이었던 무언가와 피, 뇌수가 섞여 인간이라 부를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독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이틀이 지났다.

 신주쿠에 온 뒤로 아무것도 먹지 못했건만, 속에 있었던 것을 전부 게워낼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게워낼 것이 없으니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밖에서였다면 100엔에 얼마든지 살 수 있던 생수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말세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이 거리에서는 그 어떤 것조차 구할 수 없었다.

 

 ....

 

 

사흘 째의 낮이었다.

 정신을 잃었었다.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뜨니,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면 이 회색의 거리에도 상냥한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라! 그 때의 나는 멍청하게도 인간의 상냥함을 믿고 있었다. 

 

 

사흘 째의 밤으로부터 또 하루가 지났다. 나흘 째의 밤이었으리라.

 정신을 차리니 왼쪽 다리에 사슬이 걸려 있었다. 페인트가 벗겨져 녹이 길게 남아있는 철창과 부러져 금이 간 플라스틱 배식판이 있었다. 하지만 물과 빵. 그 외의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긴장이 풀렸던 탓일까, 그 날의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다시금 하루가 지났다. 달을 보지는 못했지만, 신주쿠에 온지 다섯 번째의 밤이었다.

 여전히 녹슨 철창 안에 갇혀있다. 정신이 완전히 돌아와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분 나쁜 냄새와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꿈은 아닐까? 손등을 꼬집어 보았지만, 붉은 자국만이 깊게 남아 이것이 지독한 현실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멍청하게도, 그 때의 나는 더 이상 배곯을 일은 없을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로부터 수 일이 지났다.

 소란과 함께 일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를 구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그들과 익숙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누고는, 나를 포함한 붙잡힌 이들을 팔아 넘겼다. 이런 그러고보니, 헤진 담요 아래에 빵을 숨겨 놨었는데...

 

 

 ....

 


그리고 수 주가 지났다.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 건조하지만 달뜬 숨소리, 그리고 고통에 찬 비명 뿐이다. 그들은 아름다운 것을 만들기 위함이라며 우리를 부수고, 다시 만들었다. 그 와중에 양 손으로는 셀 수 없을 만큼의 것들이 죽어갔다. 

 

 

지금의 나는 왼 다리가 없다.

그들이 허벅지의 중간부터 도려냈다.

 

원래라면 왼 팔이 자리잡았을 소매 또한 공허하다.

어깨에 남은 흉터만이 그곳에 무언가가 있었음을 말하고 있었다.

 

판도라는 상자를 열었을 때, 온갖 악을 마주했지만 희망 또한 보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들은 시들어가고 있었다.

무채색으로.

천천히.

 

 

....

 


 그리고. 다시. □□□가 지났다.

 어떤 것이 계기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일구어낸 "화단"으로부터 "그"가 나타났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그"는 그들을 파괴했다. 그들이 정성스레 가꾸었던 "화단" 또한 엉망진창이 되었다. 

 

 이윽고 모든 것이 시들었을 때, 죽음으로 물든 화단에는 오직 둘 만이 남아 있었다. "그"는 그제서야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 이곳은 모든 것이 병들었구나. 그대 또한 마(사악)에 휘둘려 병을 얻었고... 만약 그대가 원한다면 그 고통을 덜어주겠노라.
 이 깃발(창)은 나의 병사들을, 백성들을 위한 것이나... 기사도를 따르는 자로서 고통 받는 자를 두고 갈 수는 없구나. "

 

 그는 차가운 금속 너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가면 너머에서 뱉어진 살의에 찬 말은 너무나도 따스했다. 따스하고... 따스해서... 팔을 뻗고 말았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닫아버렸던 상자를 열고, 절망이라는 어둠 속에 홀로 남은 희망을 찾으려 하고 말았다.

그리고 무채색이었던 세상에 다시금.

()이 ()이, 생각()이, 마음()이, 고통()이 돌아왔다.

 

그리고...

상자를 굳게 지키던 자물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 그대는 어찌하여 눈물을 흘리는가.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고통스러운가? "

 

터진 입술을 달싹였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 끝내주길 바라는가? "

 

고개를 움직여 의사를 표현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 ...그렇다면 그대는 삶을 다시금 추구할 것인가? "

 

힘을 짜내어 그를 보았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칠흑을 담은 흑요석 가면.

사악이 모두 빠져나가고 남은 상자를 채우고 있던 절망이, 되려 이쪽을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살겠다는 것인가...

 

 좋다.

나는 왕.

충을 모아 기를 세웠던 존재

 

생에 붉은 십자가를 메고 신의 백성을 구하기 위해 싸워왔던 고행자.

하지만 동시에 신의 이름으로 백성을 구한다는 대의 아래 이교도의 피로 목을 축여왔으니,
본인은 아름다운 이를 섬기던 추한 이었기에 모든 것을 이 두 눈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구태여 묻도록 하지. 그대는 이 가면 너머를 볼 준비가 되었는가? "

 

 

빛은 언제나 저 멀리에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은... 나 같은 것은 절대로 닿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구원이라 생각되는 것이 바로 앞에 있으니 미치도록 겁이 났다.

도달한 이상향이 밀랍 날개처럼 녹아내릴까봐, 빛을 너무 가까이한 이 몸이 불타 스러질까봐.

 

그래서 당신이 두려운 거에요.

 

 

아마도... 그렇게 말했으리라.

 

 

" 그렇다고 한다면, 난 달이 되겠노라.

그대 만을 비추는 별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대가 나아 갈 길을 비추는 달이 되겠노라고,

붉은 십자가의 앞에 맹사한 기사로서, 나 여기서 맹세한다.

그리고 맹세를 한 자로서의 첫 번째 권리를 지금 바로 행사하겠다. "

 

그대의 이름을 알려다오.

 

....


힘겹게 뻗어낸 손 끝에 닿은 것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차가워서, 심장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빙벽와도 같은 가면의 너머에 있었던 것은, 그 무엇보다 추하지만, 아름다운 한 송이의(一片붉은 잎(紅葉)이었다.

 

....

 

아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나만의 추한 왕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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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Skeleton.Bride.full.1114929.jpg

 

 

 ■ 이름 : 히토히라 모미지(一片 紅葉)

 ■ 성별 / 나이 : 여성 / 24세

 ■ 키 / 몸무게 : 최근에 상당한 변화를 겪음.

 

왼팔, 왼다리 없음. 왕님이 어디선가 가져온 휠체어로 운신 중.

전투 능력 0, 마술 능력 0,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일반인.

 

 

 

추 1. 캐릭터 메이킹에 있어 장애에 대한 비하 또는

그러한 부류의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추 2. 위에 이어 기묘한 이상성욕 또한 전혀 없음을 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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