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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남자친구의 참모습을 처음 깨달은 것은 3일 전의 일이다. 급하게 회사에 보내야 할 메일이 있어 남자친구가 평소엔 업무용이라고 하여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던 크고 예쁜 일체형 컴퓨터를 몰래 사용하게 되었다. 아무 생각없이 작업을 마치고 메일을 보내기 위해 포털 북마크를 찾았을 때 하드코어라는 이상한 이름의 북마크를 보게 되었다.

 평소라면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남자친구의 사생활을 간섭할 정도로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사이트의 이름은 불길한 느낌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였다. 어린 아이를 강간하고 즐기는 만화가 수도 없이 게시되어 있었다. 이건 아니었다. 전 애인들이 야동이나 야한 만화를 보는 건 여러번 봤고 한번도 문제 삼은 적 없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악성코드에 감염되어 이런 사이트가 북마크에 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디와 비밀번호란에 자동저장 되어있는 글자를 본 순간, 그리고 로그인 버튼을 누르는 순간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변태다. 아니, 변태가 아니라 할지라도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취향을 갖고 있다. 그녀는 그날 컴퓨터를 끄고 무슨 일이 생겼다며 핑계댄 뒤 차로 바래다 주겠다는 말도 뿌리치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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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일, 그녀는 밥을 만들어 주겠다는 남자친구의 말에 택시를 타고 엘레베이터에 올라섰다. 엘레베이터는 귀가 멍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지만 그가 사는 최상층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평소에도 울며 격자먹기처럼 타곤 했지만 도저히 적응할 수 없었다. 그녀는 헛구역질이 나오려는 걸 겨우겨우 버티며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현관 열쇠를 꺼냈다.

 "어, 왔어?"
 그는 근육이 훤히 드러나는 꽉 끼는 셔츠를 입은 채 요리를 하고 있었다. 짙은 고기의 냄새와 단 향내가 나는 걸 보니 스테이크인 모양이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거실로 가 쇼파에  앉았다. 평소라면 쇼파 위에 올라와 있는 강아지 베개를 껴안고 아예 누웠겠지만 그럴 마음은 들지 않았다.
 "또 엘레베이터 멀미야?"
 "어..."
 "으이구. 그건 대체 언제나 나으려나. 그래서 시집올 수 있겠어?"
 "뭔 소리야. 아, 와인 사왔어."

 꽤 비싼 술이었다. 술에 대해선 일자무식이나 마찬가지지만 백화점에 있는 직원에게 10만원대 와인을 달라고 해서 사온 것이니 지난번처럼 바가지 썼다고 혼날 일은 없을 것이다. 애당초 맛은 하나같이 포도향 소주일 뿐인데 왜 이렇게 차이 나는지도 그녀는 도무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이런 거 안 사와도 된다니까. "
 말은 그렇게 해도 그는 기쁜지 가볍게 휘파람을 불며 와인을 받아 들었다. 그 순간 땀냄새와 음식 냄새가 그녀의 코를 자극했다. 겨드랑이에서 땀이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다른 부분은 괜찮은데 유독 겨드랑이만 땀이 많은 그. 이제는 적응 됐지만… 오늘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더우면 씻어. "
 "뻔해. 땀 때문에 그러는 거지? 어쩔 수 없잖아. 셔츠 갈아 입을 테니까 참아줘. "

 그는 와인을 셀러에 넣은 뒤 자기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거실의 불을 형광등에서 샹들리에로 바꾸었다. 부드러운 빛. 한숨 자라는 배려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지 않았다. 몸이 불편해서 잠들 수 없었다. 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간 그의 셔츠가 겨드랑이부터 젖어 들어가는 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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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꼭대기에서 음식을 먹는 건 기분 좋았다. 어째서 매번 칼로 써는 음식만 하는 지 알 수는 없었지만 맛도 좋았다. 식사 내내 이어진 그의 이야기들은 조금은 조용히 즐기고 싶은 그녀와 맞진 않았지만 어쨌든 즐거웠다. 함께 하는 설거지도 약간 결벽증 있는 그의 한숨을 제외하면 재미 있었다. 그녀를 깃털처럼 드는 그의 모습은 꽤 멋있었다. 하지만 그가 그녀의 위로 올라탔을 때 그녀는 처음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아… 땀 때문에…"
 "미, 미안…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
 "괜찮아. 내 잘못인데. 오늘따라 민감하네. 씻고 올게. "
 
 그는 그렇게 말한 뒤 느긋하게 욕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온 몸을 움츠린 채 가볍게 경련을 일으켰다. 그리고 손으로 얼굴을 몇 번이고 비비고 찰싹찰싹 때렸다. 그리고 몇 분이 흘렀다. 그녀는 이윽고 무언가를 결심한 듯 가방에서 머리핀을 하나 꺼낸 뒤 침대 옆 수납장에서 그가 애용하는 콘돔을 꺼내 들었다.


-끝-



다른 소설 사이트에서 한 분과 함께 매일 산다이바나시(세가지 주제를 주고 그걸로 짧은 글을 쓰는 것)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산다이바나시의 한글 표현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는 분은 꼭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런데 그분께서 주신 주제는 시작부터 파워 무리수... 대놓고 에로물을 쓰라는 의지(...)가 느껴졌지만 쿨하게 패스했습니다. ㅋㅋ

흠, 덕분에 질내사정과 에로망가 부분을 엮기가 좀 힘들었네요 ㅠㅠ 하지만 그게 산다이반자시의 매력이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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