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밀주의란?

 유명한 영령일수록 그 약점이나 사인(死因)이 알려져있기 때문에 대책을 세우기가 용이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배전쟁은 철저하게 자기 서번트의 정보를 감추면서 상대편의 정보를 캐내는 게 기본이고요. PBBBS에서도 이 부분이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서번트의 진명은 철저히 숨기는 게 원칙인데... 그에 따른 어려움도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본래 진명을 감추기 위해 서로를 클래스명으로 부른다는 설정인데, 그 클래스명이 정보점 유출을 막기 위한 용도라서 그것마저도 감춰야 합니다. (클래스명만 듣고 진명을 털어내는 감이 좋은 분들도 계시고...) 그래서 대부분은 클래스명을 감추기 위한 가명을 사용합니다(...). 이건 피카츄를 피카츄라고 부르지 못하고 '찍찍이'라고 돌려서 불러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요!

 또 전투가 일어났을 때, 나중에 머리를 맞대고 글을 써야 하는데 무기의 형태나 전투 방식 같은 것도 진명의 힌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글쓴이가 제한을 받습니다. 원작에서도 세이버가 자신의 검을 풍왕결계로 투명화 시키거나, 사마귀디어뮈드가 쌍창을 천으로 감싸서 들고 다니니긴 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감춰버리면 어떤 장면도 나올 수가 없어요.

2. 은밀한 선언 방식, 이젠 벗어나야

 비밀주의는 반드시 진명에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일단 선언 방식부터가 비밀글로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헌데 장면이 끝난 뒤에는 그 결과를 보고 글을 작성하지 않던가요? 게임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행적을 꽁꽁 감추기보다는, 실시간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서로 알려주는 게 더 재밌지 않을까 싶네요. Fate/Zero가 왜 재밌었냐면 각 진영마다 초점이 맞춰진 매력적인 구성 덕분에 어떤 진영이라도 감정이입하면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죠. 비밀주의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효율만이 전부가 아니라 플레이어들끼리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플레이어의 정보를 완전히 노출시키면 그걸 역이용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여러모로 문제점이 생기겠죠? 그래서 저는 일부 공개를 건의해봅니다.

1) 노출시킬 수 없는 부분 

■ 마스터 & 서번트의 스펙 (시트)

  : 당연한 거지만 이건 보여줄 수가 없습니다(...)

■ 최초의 장소 선언

  : 처음에 장소를 지정하면 그 장면에 누가 왔는지 진행자가 알려주고, 그 다음에 선언을 진행하는 방식을 현재 사용하고 있는데요. 만약 이 부분을 공개해버리면 전투 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다른 진영을 습격하거나, 한 장소에 플레이어들이 몰릴 수 있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이 부분은 여전히 비밀글로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만 운의 요소가 강해서 전체 진행 장면 중 조우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나 반대로 플레이어들끼리 짜고 임의로 조우 장소를 맞출 수 있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혹시 마음이 맞는 플레이어들끼리 만나고 싶을 경우에만 한해서 최초의 장소 선언도 공개해놓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럼 다른 플레이어한테 방해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상승하니까요.

■ 거점 장소 및 예장 구매 목록

  : 0.7ver(베타) 룰을 보니 상대의 거점을 파괴하는 게 꽤 중요해보이더군요. 꼭 그게 아니더라도 거점은 다른 마스터에 의해 지워질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공개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케이네스의 공방을 호텔째로 날려버린 키리츠구나 그 복수랍시고 아인츠베른 성을 죄다 때려부순 겻수님처럼... 마찬가지로 예장 또한 전략의 한 부분이라서 예장을 구매했다는 결과까지야 어쨌든 그 내용물은 누설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 전투 선언 & 로그

  : 전투 역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비밀글로 진행됩니다. 전투 결과도 당사자들이 아니면 볼 수 없을 것입니다.

2) 공개했으면 하는 부분

■ 선언 진행글

  : 위에서 언급한 최초의 장소 선언을 제외한 나머지 진행글은 공개로 진행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장소 별로 구분해서 진행자가 따로 RP글을 올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 부분을 공개하면 장면이 끝난 뒤에 글을 쓸 수고도 없어질 듯 하네요. 진행자가 선언 내용을 일일히 전달할 필요가 없어지니 진행시간도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아무랑도 조우하지 못했을 경우는 어떻게 하냐고요? RP는 꼭 상대 팀과 할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자신의 서번트와 대화할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 클래스명과 진명

  : 모처럼 정성스럽게 만든 캐릭터인데 죽는 순간까지 다른 사람한테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살아가는 건 너무 비참하지 않나요? (...) 어차피 서번트의 약점이 노출되어도, 그것과는 별개로 압도적인 스펙 차이로 비명횡사할 가능성은 누구한테나 존재합니다. 이 부분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네요. 모든 캐릭터는 언젠가 죽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남들보다 더 멋스럽게,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 남겨질 정도로 인상 깊은 죽음을 맞이하는 쪽이 더 근사하지 않을까요? 자신의 사망 플래그를 세우는 것 또한 연출의 백미니까요. 정보점은 다른 부분으로 대체했으면 싶은데 그 부분은 아직 마땅한 생각이 안 떠오르네요. 여러분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 전투의 승패와 생사 여부

  : 전투 결과는 당사자들만 알고 있어도 좋으니 하다못해 누가 이겼는지, 혹은 죽었는지 그건 좀 알고 싶어요 ㅠㅠ 위키가 안 올라오면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이 죽었는지 어땠는지도 모르다가 "어? 죽었어요?" (...) 사망한 플레이어가 중간에 글도 안 써놓았다면 그 캐릭터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귀신 상태가 되어버리죠. 그런 점을 위해서라도 일부 공개를 도입했으면 합니다.

3. 유의해야될 점

 일부 공개를 도입하기 전에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플레이어에 의한 선언 재촉(...)이겠죠. 진행 과정이 공개되면 누가 선언을 안 했는지 볼 수 있으니까요. 근데 모든 사람들이 앉아서 이것만 붙잡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진 않으니까요... (물론 아무리 봐도 놀면서 선언도 안 하는 나쁜 플레이어도 있습니다만. 대체 왜 참가한 거지...?) 그래서 모든 플레이어가 주의해야 되는 점은 절대로 다른 플레이어를 잡고 독촉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행히 한 장면에 1회의 행동 밖에 할 수 없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0.7ver에서는 진행자의 시간이 허락하는 한, 얼마든지 행동이 가능하다고 하니까요.

 그리고 모든 정보를 한번에 파악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로, 플레이어와 캐릭터 간의 지식 차이가 발생합니다. 분명 '내 캐릭터'는 A장면에 있었고, B장면에서 이루어진 결과는 알 수가 없는데, '플레이어'는 알고 있으니 그걸 역이용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쉽게 말해서 날로 먹으려는 사람들이 있겠죠. 이런 혼란은 진행자가 잘 막아줘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진명을 숨겨야 하는 중요성이 사라지면서 처음부터 보구를 난사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을텐데요. 솔직히 보구 한 방으로 마스터 한 명 잡기 힘들다는 건 룰을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거예요(...) 본래 보구는 일종의 히든 카드로써 마지막에 가서 써야하는 거고, 실제로 PBBBS에서도 상대방의 피통을 충분히 깎아놓은 뒤에 마지막 화력인 보구로 일격을 가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전투법입니다. 마스터가 이 글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