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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파인더32

2008.12.23 17:55

azelight 조회 수:436

 나머지 일행들 역시 흥미 있게 듣긴 했지만 딱히 캐물을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키엘리니는 적의 거점을 찾느라고 다른 곳에 신경쓸 여력이 없어보였고 로딘과 탬퍼는 흥미는 있지만 묻지는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낸시랑 다른 이유였다. 그들 역시 그렇지만 굳이 가진 능력을 모두 동료들에게 해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들이 낸시가 보여주는 역량에 의문을 품으면서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누구든 비장의 패쯤은 가지고 싶은 법이고 그런 것들은 숨기면 숨길수록 절대적으로 필요한 순간에 최대의 효과를 보기 마련이니 말이다. 물론 오히려 그 덕에 손발이 안 맞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런 이유에서 나머지 일행들은 침묵하고 야예이가 경고한 언데드가 된 짐승들을 경계했다. 그리고 때때로 멈춰서 낸시의 탐지 마법과 키엘리니의 감지 능력을 비교해 방향을 결정했다. 지루하고 느린 추적이 계속 되었다. 안개에 의한 시야의 협소와 짐승들, 적은 단서에 의해 일행의 추적은 결코 빠르지 못했다. 몇 번은 언데드가 된 짐승들과 마주쳐 전투를 벌여야 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본격적인 공격은 없었다. 일어나는 전투는 순전히 우연의 산물들이라고 확신 할 수 있을 만큼 체계적이지 못했다.
 일행은 굳이 적의 영역에 들어왔음에도 너무나도 빈약한 공격에 의심스러워했으나 그렇다고 전진을 멈추지는 않았다. 적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뻔해 보였다. 전력을 모으고 있다.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야예이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모이고 있다고?”
 
 “네, 저희랑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더구나 의도적으로 저희가 있는 곳을 피해서 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군.”

 탬퍼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는 조금 흥분하고 있는지 입가에는 약간 미소를 걸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전투가 코앞까지 닥쳐오자 투쟁의 신의 사제답게 전의가 고양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옆에 여전히 냉정한 표정의 로딘은 그보다는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중간에 기습당할 일은 없는 건가?”

 “일단은 그런 것 같습니다. 당장 이 쪽으로 접근하는 개체도 없고 적의도 느껴지지 않는 군요.”

 야예이의 말에 일행은 일단 긴장을 풀었다. 그들이 가장 걱정하던 일이 안개를 틈타 들어오는 기습이었다. 이미 인간임을 벗어나 독특한 감각을 가지는 언데드와는 달리 그들은 시각에 상당히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은 불리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럼, 계속 가보도록 하죠. 아무래도 최대한의 전력으로 우리를 맞을 생각인 것 같은데 말이죠.”

 낸시의 말에 일행은 모두 동의했다. 이제는 목적지를 탐색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키엘리니는 보호막의 유지에만 신경을 썼고 낸시도 더 이상 주문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멈춰 서지도 않았다. 그리고 언데드가 된 짐승들과도 조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행은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행의 길잡이가 된 야예이는 짐승들의 행방에 신경 쓰며 일행들을 안내했다.

 “광산 쪽으로 향하는 것 같은데.”

 낸시가 방향을 가늠하고 그렇게 말한 다음 지도를 펼쳤다. 지도는 마을의 중앙에 마치 거점이라는 듯이 깃발이 세워져 있고 거기서부터 좀 떨어진 위치에 지금 일행들의 위치가 역시 깃발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두 깃발은 선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일직선이 아니라 쫌 구불구불했다. 이 선은 지금 일행이 걸어론 길을 표시해주는 선이었다.
 이것은 엘리엔이 건네 준 마법 물품들 중 하나를 사용한 것이었다. 그 마법 물품은 하나의 상징으로 되어 있었고 약속된 언어를 외고 지도에 마법을 걸면 두 상징이 쪼개지면서 상징의 파편들의 위치를 지도에 추적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낸시는 이 상징을 두 개로 쪼개서 하나는 자신이 가지고 있고 하나는 그들의 마차에 놓아둬서 그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 지 추적시켜 놓았던 것이다.
 낸시는 지도에 그려진 광산의 표시와 점점 그 표시에 가까워지고 있는 깃발 문양을 일행들에게 들어 보였다.
 
 “이건 또 뭐냐?”

 광산에 가까워진다는 것보다 지금 지도에 나타는 것이 더 신경이 쓰이는지 탬퍼가 물었다.

 “스승님 말로는 ‘누구나 손쉽게 지나간 길을 되짚을 수 있게 도와주는 던전 탐색에 편리한 길 찾기 도우미’라고 하던데요.”

 “뭐라고?”

 “‘누구나 손쉽게 지나간 길을 되짚을 수 있게 도와주는 던전 탐색에 편리한 길 찾기 도우미’라구요.”

 “이름은 또 왜 그리 기냐. 뭐, 어쨌든 지금 우리 위치를 표시해주는 거냐?”

 낸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참 별거 다 있군. 그리고 그 지도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 광산 쪽으로 가고 있다는 거로군. 그런데 광산이라. 혹시 처음부터 광산을 장악할 목적이었던 걸까?”

 탬퍼는 수염 사이를 비집고 턱을 긁적이더니 문득 생각났다는 듯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았다. 확실히 광산은 거점으로 삼기 좋지 않은 지역이기는 했다. 폐쇄적이긴 하지만 드워프를 제외하고는 광산을 요새로 삼아 전투 할 수 있는 존재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거기다 광산 입구를 막아버리면 나오지도 못하고 굶어 죽기에 딱 좋은 곳이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생물들의 입장에서의 이야기였다.

 “음차원의 존재라면 광산도 나쁘지 않을 지도 모르겠군요. 광산 속은 어둠이고 낮에도 햇빛에 개의치 않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그리고 언데드들의 노동력으로 광산을 캘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플래티넘은 마법 금속이 아니니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요.”
 키엘리니는 광산 자체가 그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음차원의 존재인 그들에게 비록 안개를 펼쳐놓았다고 해도 빛을 완전히 막을 수 없는 지상은 불편한 장소라고 할 수 있었고 광산의 어둠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이었다. 낸시도 어느 정도 그 생각에 동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야예이의 생각은 달랐다.

 “둘 다 일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광산의 확보와 안정적인 거점 확보.”

 “음, 그럴 수도 있겠군.”

 탬퍼는 야예이의 말에 동의하는 듯 했지만 낸시는 그렇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의 적이 타락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타락자들은 일반적인 인간들하고는 생각하는 바가 틀려. 애초에 그들에게 금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광산을 확보할 이유가 없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일단 그들도 마법을 사용하는 이상 지성이 있다고 한다면 다른 존재들과 상호작용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들이 어떤 조직과 손을 잡는 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야.”

 “전례가 없어. 그들은 항상 단독이었어.”

 낸시는 절대 무리라는 표정을 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몇 마디 이어 줄려는 듯 고고한 자세를 잡고 말하려고 하는 데 로딘이 그것을 말렸다.

 “그쯤 해둬. 어찌되었든 여러 가질 고려하는 편이 좋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우물쩍 거리는 동안 우리의 적이 우리에 대한 방비를 완성시킬 건데 그렇게 해줄 생각은 없겠지.”

 로딘이 나직히 그리고 살벌하게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로딘은 일행을 쭉 둘러본 후 야예이에게 앞장서라고 손짓을 했다.

 “그럼, 서두르자.”
 
 서둘러 걷기 시작하는 야예이를 따라 일행은 우르르 분주히 발을 놀렸다.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아 일행은 안개 속에서 광산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광산의 입구는 꽤나 큰 규모의 제련소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지금은 동작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특유의 소란스러움 대신 적막함이 지배하고 있었지만 일행은 제대로 광산에 도착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알려주는 표식이 되어 주었다.
 야예이는 이 제련소에 많은 수의 적들이 있음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그도 정확한 위치는 잡지 못했다. 그랬기에 일행은 모두 자신의 무기를 쥐고 긴장한 모습으로 제련소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그들과의 조우는 제련소 위의 지붕에서 멧돼지가 뛰어내리면서 시작되었다. 뛰어 내린 멧돼지는 탬퍼의 마울에 한순간에 박살이 나서 나가 떨어졌다. 그에 이어 많은 수의 무언가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며 짐승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기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몰려든 짐승들은 폭포수처럼 야예이들에게로 쏟아져 내렸다.
 동시에 키엘리니가 성표를 꺼내 들었다.

 “네달렉스의 질서에 어긋난 것들이여. 정해진 곳으로 돌아가라!”

 성표가 번쩍이자 가장 가까운 순서부터 언데드들이 파손되기 시작했다. 그들의 살이 녹아내리고 뼈가 약해졌으며 몸은 느려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고 달려들었다.
 키엘리니는 재차 언데드 퇴치의 기도를 올렸지만 그들의 수가 너무 많았던 데다가 보호막을 유지시키는 일에 힘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위안이 되는 점은 보호막을 통해 들어오는 언데드들이 족족히 불에 타듯이 타올랐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 조차 덩치가 커다란 놈들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곰이나 멧돼지쯤 되는 놈들이 덤벼들자 탬퍼, 로딘, 야예이가 움직였다. 야예이는 몇 번 휘두르며 꽤 감을 잡았는지 어젯밤보다 능숙하게 대검을 휘둘렀다. 대검은 언데드들의 육체를 불사르며 자비 없이 그 썩은 몸들을 쪼겠다.
 탬퍼는 성표가 없었던 덕에 언데드 퇴치를  시도해보진 못했고 간단한 진언으로 자신의 힘을 강화함 다음 폭풍처럼 사방에 덤벼오는 짐승들을 격퇴해 나갔다.
 그리고 로딘은 낸시와 키엘리니를 호위하듯이 움직여 그녀들이 자신들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었다.

 “수가 너무 많지만~.”

 낸시는 짝 하고 박수를 쳤다. 그러자 가장 가까이에서 다가오던 언데드가 된 짐승들이 “퍽!”하는 소리와 함께 찌부러졌다.

 “어떻게든 해 봐야 겠네용~.”
 
 하고 앞으로 손을 내밀자 마치 방벽이라도 있는 듯 낸시가 양 손을 내민 방향의 언데드들이 무언가에 부딪쳤다. 그들의 몸이 이미 많이 상해있었기 때문인지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손상을 입었다.
 낸시는 옆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온갖 기교를 퍼부어 그녀와 키엘리니를 보호하는 로딘과는 달리 여유로운 태도로 완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완드를 휘두르며 높이 치켜들어 빙글 한 바퀴 돌자 완드의 끝이 향한 곳에서 불길이 일더니 커다란 원을 만들었다.
 키엘리니는 그런 낸시를 슬쩍 보더니 성표를 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키엘리니의 등에서 다시금 날개가 떠올랐다. 어젯밤처럼 본신을 현현할 생각인 듯 했다. 날개가 완전히 펼쳐지자 키엘리니의 몸이 조금 떠올랐다.

 “우리의 정의! 이곳에 있도다. 위대한 법의 수호자이신 분이여.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무리의 존재를 멸하여 주소서! 그대의 종이자 그대의 검인 키엘리니 세스타니엘이 청원합니다. 기적을 사역하시어 그대의 존재가 영원토록 빛나며, 눈부신 광휘가 부정한 안개를 몰아내고 세상 위를 비춤을 보여주소서!”

 눈부신 빛과 함께 주변의 언데드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낸시가 마법으로 만들어낸 불꽃보다 훨씬 맹렬한 불꽃이었다. 빛은 모든 언데드들의 한줌의 재로 만들 때 까지 존재하였고 그들이 존재했던 흔적조차 안 남기게 되었을 때 사그라졌다.

 “괴...굉장하군.”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권능에 탬퍼가 감탄한 듯 말했다. 한 순간 세상에서 가장 신에 근접했던 여성은 그 날개를 숨기고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와 두 눈을 감고 서 있었다.

 “후...”

 키엘리니는 꽤나 힘든 듯 숨을 내쉬고는 눈을 떴다. 그리고 털썩 하고 주저앉았다.

 “와우~. 멋져요. 키엘리니~.”

 낸시가 갑자기 와락하고 키엘리니를 안았기에 키엘리니는 잠시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친절한 키엘리니는 힘들다고 그녀를 밀어내기 보다는 같이 도닥이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칭찬에 대한 감사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낸시.”

 키엘리니의 인사에 낸시는 키득키득 웃더니 키엘리니에게서 떨어졌다. 야예이는 손을 내밀어 키엘리니가 일어나는 것을 도와주었다. 탬퍼는 진지한 표정으로 키엘리니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거기다 그 표정의 대부분은 경의에 할애하고 있었다.

 “엄청난 권능이더군. 어째서 그대를 수호자로 부르는지 이해하겠소.”

 드물게 엄숙하고 진지하게 말하자 키엘리니 보다는 옆의 낸시가 별일이라는 시선을 보냈다. 물론 탬퍼는 그 시선을 무시했고 키엘리니는 감사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너무 이르게 힘을 사용했군요. 오직 하루에 한번만 허락된 권능인데... 아직 광산에 들어가기도 전에 써버렸으니 좀 걱정이 되네요. 수호의 힘도 약해지고 말았어요.”

 한결 축소된 보호막을 보며 다들 키엘리니가 상당히 힘을 소비했음을 알았다. 탬퍼는 걱정하는 키엘리니는 위로할 생각인지 어께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아니오. 오히려 덕분에 별 피해 없이 끝났으니 다행이오. 그보다 좀 쉬는 편이 좋겠소. 슬슬 식사할 시간이기도 하고 말이오.”

 “허허허.”하고 웃은 탬퍼는 제련소 안에서 조금 쉬자고 한 다음 가장 가까운 곳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먼지가 조금 앉은 텅 빈 제련소의 내부가 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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