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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단편 - Canceler

2008.12.22 16:14

비렌 조회 수:573

단편 Canceler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 가슴에 겨눠진 권총. 생사 여탈권을 쥔 소녀는 나에게 안겨 있다.

"캔슬러(Canceler)..."

난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 그저 에이전시에서 부르는 코드네임으로 부를 수 밖에 없다.
그녀의 처음 보는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유언 정도는 할 수 있어?"

그녀는 고개를 젓는다. 난 "할 수 없네."라며 피식 웃는다.
암살자와 그 타겟이 사랑하게 되는 너무나도 흔해빠진 삼류 러브 스토리. 그런 이야기가 항상 그렇듯, 내가 죽지 않으면 그녀도 함께 죽는다.
항상 일을 꼬아대는 걸 좋아하던 그녀도ㅡ 이렇게 까지 꼬여버린 일 앞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는 모양이었다.
결국 세상은 순리대로 흘러가게 되어있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께를 움켜쥔다.

"캔슬(Cancel)."

그녀의 능력, 현상을 취소시키고,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절대적인 능력이 발현된다.
그녀 앞에서는 어떠한 이능력자도 어린애에 불과하다. 마술을 쓰던, 저주를 사용하던, 캔슬러가 이미 알고 있는 체계의 것이라면 그 즉시 공식 선에서 분해되어 사라진다.
그리고 그녀의 브레인 부스트 능력으로 인해, 그 그물을 벗어날 수 있는 현상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엔 무엇을 캔슬 시켰지?

"캔슬, 캔슬! 캔슬!"

점점 비명으로 변해간다.
나는 그녀의 행동에 당황한다. 뇌에 상당한 부하를 주는 능력이기 때문에, 남발했다가는 수명을 단축시킨다. 얼른 그녀를 말려보려 하지만, 그녀는 몸부림치며 내 팔을 쳐냈다.

"하윽, 하윽..."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능력의 반작용으로 비틀비틀 거린다. 쓰러지기 전에 얼른 안아주자, 그녀는 내 옷깃을 꽉 쥐며 속삭였다.

"모르겠어..."
"뭐? 뭘 모르겠다는 거야?"

캔슬러는 내 품 속에서 날 올려다본다.

"사랑은 어떤 체계로 되어 있는지... 모르겠어."

그녀의 눈에 떠오른 것은, 처음 느껴보는 것에 대한 절망이었다.

"... 캔슬러."
"너 때문에 아플 거야. 난 아플 거야."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 따위로 될 일이야? 나쁜 자식아!"

작은 주먹이 내 가슴을 두들긴다.

"널 아프게 해서 미안..."
"닥쳐!"

그녀는 소리 지른다.

"취소 시켜야해! 그게 정답이야! 너와의 사랑 따위는 애초에 없었던 걸로 하면 돼! 그러면 이렇게 아프지 않아도 될거야, 그래."

내 바보같은 사랑은 화 낼 줄도 모른다.
아픈 건 싫다며 투정 부리는 그녀를 달래려고 하자, 품 안의 그녀가 날 밀어낸다.

"... 그래야... 그래야."

그녀는 울고 있었다.

"네가 아프지 않을테니까..."

천천히 무너지는 그녀를 받아 안는다.
그녀는 내게 꽉 안겨들며, 정신 없이 얼굴을 비벼온다. 그녀의 정수리에 입술을 대고. 나는 최대한 그녀를 따듯하게 안았다.

"... 같이 죽을래?"
"안돼."
"그럼 네가 죽고 나서 따라 죽을래."
"그것도 안돼."
"어차피 네가 없으면, 난 죽어."
"안 죽어, 사람은 그렇게 약하지 않아."
"... 난 약해."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마."
"날 바보로 만든 건 너야."

그녀가 떨어트린 권총을 집는다.

"바보라도, 일 해야지? 그래야 먹고 살 거 아냐."
"네가 먹여 살려."
"캔슬러."
"제발... 그래 줘..."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의 손에 차가운 권총을 쥐어준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붙잡고, 내 가슴에 묻는다.

"도와주는 건, 이번 뿐이야."
"... 충분해."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내 각오를 눈치 챘는지 그녀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내 손을 떼네려 한다.

"자, 잠깐."

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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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토리의 키 플룻.

이능력자의 사랑이란 주제를 잡고 노력 중.

뒤에 스토리가 좀 더 있지만, 가지치기 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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