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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27

2008.12.18 16:16

azelight 조회 수:514


4장이 아니라 3장이군요.
이제야 알았음;;;
끙.

******************************************************************************
 문을 나서자 아까보다 훨씬 더 짙은 안개가 껴 있었다. 마치 수호의 진을 펼치기를 방해라도 하려는 듯 흉흉한 기세도 함께 안개를 통해 전달되어 왔다.
 낸시는 짙푸른 어둠을 띤 안개 속을 해쳐나가기 위해 손 을 해 불빛을 불렀다. 새하얀 빛이 이정표마냥 낸시의 머리 위쪽에 조금 떨어져서 생겨났다.

 “빛을 보고 따라 오도록 해요.”

 낸시는 시야가 좋지 않기 때문인지 서두르지 않고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머뭇거리지 않고 걸었다. 어떻게 길을 찾는지 알 수 없지만 낸시는 마을의 중심부가 어디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듯 했다.
 반면 키엘리니는 뭔가에 집중하듯 가슴에 걸려있는 성표를 중심으로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검을 중심으로 삼은 천칭이 새겨진 성표는 희미한 빛을 지속적으로 내뿜고 있었다. 키엘리니는 야예이의 시선을 느꼈는지 성표에 맺힌 빛에 대해 설명했다.

 “음적은 원기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도록 하고 있어요. 성표는 상징이기 때문에 상징의 증거가 시각적으로 나타나는 거죠. 인간이란 눈으로 보지 않으면 잘 믿지 못하는 존재니까요. 지금 주변을 둘러싼 이 안개들 전체가 부정함으로 가득 차 있거든요.”

 키엘리니의 말에 야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주변은 기이한 감각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러자 야예이는 여관 밖에 두고 온 토른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 역시 나름 영수이기에 호락호락하지야 않겠지만 상대는 인세 밖의 영적인 괴물들이니 토른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위험한 상대였다.
 그랬기에 야예이는 일단 토른을 감지해 보았다. 부정적인 기운이 도시 전체를 감사고 있었지만 야예이는 토른만의 독특한 기운을 감지해 냈다. 야예이는 토른이 아직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 마음을 놓았다. 그는 영리하기도 하고 나름 숨겨진 힘도 지니고 있으니 걱정 없을 것이라고 야예이는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지금은 도끼 대신 등 뒤에 메고 있는 검자루를 쥐어 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야예이는 검에 대해선 불안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무기를 다뤄야 한다는 것과 검의 능력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불안감과 지금 상황에서 평소에 사용하던 도끼에 비하면 훨씬 유리한 마법적인 힘을 지닌 검을 지니고 있다는 안도감.
 야예이는 자신이 고작 무기 하나에 의해 이토록 감정이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평소에 손에 있었던 그 도끼를 가져왔더라도 자신이 이렇게 불안했을까? 야예이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분명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이었을 것이다.
 야예이가 수행이 부족함을 느끼는 사이 낸시가 멈춰 섰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땅을 가리켰다.

 “이곳이 중심이에요. 키엘리니.”

 “그럼 시작하죠.”

 키엘리니는 낸시가 가리킨 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냈다.
 등뒤로 백광의 날개가 솟아올랐고 유성 같은 푸른 눈동자에서 별무리가 흩날렸다. 그리고 어둠을 거부하듯 그녀의 몸으로부터 빛이, 영성이, 광휘가 넘쳐 흘러나왔다.
 낸시는 입을 딱 벌렸다. 키엘리니의 변모는 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야예이로서는 이미 한 번 본 모습이지만 그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지라 그 역시 주변을 경계할 여력도 없이 눈길을 뺏겼다.
 강렬하지만 눈부시지 않은 불균형적이지만 모든 것을 포용하는 듯한 빛 속에서 현신한 키엘리니는 검을 높이 세운 다음 외쳤다.

 “네달렉스여! 여기 그대의 빛을! 혼돈이 질서를 어지럽히고 살아가는 자들에게 해를 입히나니 청합니다. 어둠을 모는 빛을! 새로이 혼돈 속에 질서가 세워짐을 증명해주소서!”

홀리어벤져가 눈부시게 타오르고 키엘리니의 현신때와는 달리 감히 쳐다볼 수 없는 광휘가 검으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그와 함께 안개들이 빛에 밀리듯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키엘리니는 치켜 올린 검을 천천히 내리더니 한쪽 무릎을 꿇어앉으며 바닥에 꽂았다. 빛이 방금 전에 비하면 하찮을 만큼 작아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직시하기 힘든 빛을 내고 있었다. 키엘리니는 두 눈을 감고 그대로 집중한 상태로 자세를 유지했다.

 “굉장해.”

 하늘을 올려다보며 낸시는 감탄했다. 야예이는 낸시를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 이유를 깨달았다. 하늘에는 달이 비치고 있었다. 키엘리니는 안개를 마을 전체에서 완전히 제거해버린 것이었다.  야예이 역시 놀라움에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낸시가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왜 그러지?”

 야예이가 영문을 몰라 묻자 낸시가 여전히 키득거리며 말했다.

 “아... 네 얼굴 웃겨. 그런 얼빠진 표정이라니. 아, 방금 전 나도 마찬가지였을 라나.”

 야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낸시는 고개를 끄덕인 야예이를 유심히 살피더니 미소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든 어설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진지하게 대답하다니. 놀랐어. 음. 난 농담 삼아서 말한 거였거든.”

 “알고 있어.”
 
 야예이는 여전히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런 것 보다 짐작 가는 바가 있다고 했는데 그게 뭐지?”

 야예이는 여관에서 낸시가 했던 말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궁금해?”
 
 내시는 눈웃음을 지으며 야예이에게 말하자 야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낸시는 피식 웃고는 키엘리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키엘리니는 날개를 펼치고 검을 꽂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꽤나 불편한 자세임에도 그녀는 두 눈을 감고 흔들림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도 마법사가 아닐까? 게다가... 그런 이야기는 하지만. 저 안개들이 아마 조종자의 눈과 귀, 코, 혀, 피부의 역할을 하고 있을 테니까. 아마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전부 다 보고 있을 걸.”

 야예이는 한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는 훈련받은 자제심으로 자신을 통솔하고는 그런 것이 가능한지 물었고 낸시는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상대는 아마 상당한 능력자일 거야. 의식을 치르든 아니든 상당 수준의 결계를 만들어 2주 이상 유지시키고 있고 거기에 더해 음적 존재들을 다루고 있지. 그리고 뛰어난 마법사라면 결계 내의 존재들을 파악할 수 있는 장치 정도는 해뒀을 거야. 마을 사람들을 심적으로 제재할 만큼 용의주도한 녀석이니까.”

 “마을 사람들을 심적으로 제재했다고? 경고를 말하는 건가?”

 “아냐, 그게 아니라 사람들이 너무 무력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고작 2주. 이 마을 사람들의 인구수에 비하면 10명은 적은 숫자가 아니지만 이곳에는 인간뿐만 아니라 드워프도 끼여 있지. 공동체의 안위를 중시하는 드워프에게 있어서 비록 동족의 거주구가 아니더라도 공동체의 평화가 깨졌는데 이렇게 무력하게 잇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 더구나 드워프들은 꺾이지 않는 의지로 유명한 자들인데.”

 야예이는 드워프같은 다른 종족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에 섣불리 동의하진 못했지만 낸시의 말이 옳을 것이라고 느꼈다. 적어도 그녀가 중요할 때 허튼 소리를 할 자로 보이진 않았고 무엇보다 그 엘리엔의 제자이기 때문이었다.

 “안개 자체가 그런 주술을 안고 있을 거야. 이 안개를 들이 마시고 내시는 자들은 점차 무력해지는 저주 같은 것들이 차 있겠지. 목적은 아마도 사람들의 부정적인 의식을 모으는 것이겠지. 자신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힘에 취한 자들. 타락자들 중에서도 음적 원기에 취한 자들이 쓸 법한 방법이지.”

 “타락자?”

 “으... 그래 넌 모르지. 이것도 설명해야 하나? 잠깐만...”

 “설명하기 어려운 건가?”

 야예이는 낸시가 고민하는 듯이 보이자 혹시 말해서는 안되는 것이나 어려운 것을 묻지 않았나 싶어 물어보았다.

 “아니. 그건 아닌데 좀 쉽게 설명해주려고 하니 바로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서. 음, 그러니까 타락자들인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된 자들을 말하는 거야. 마법에 사용되는 힘은 비인격적인 것들이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커다란 성향을 지니고 있어. 말하자면 정령이나 원소령들이 객체가 될 경구 성격을 지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지. 물론 그 기본적인 흐름에서 벗어나는 놈이 생길 순 있지만 지극히 드물어. 그 성향 자체가 이끄는 힘이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이지. 마법사는 그런 것들과 접촉하게 될 경우 마법사 그 자신에게도 변화가 생겨. 모든 것은 등가교환이지. 강력한 힘을 다루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한 거야. 몰론 강인한 의지로 그 변화를 피해갈 수 있지만 계속해서 그 힘을 사용하면 경향이 이끌려 가는 것을 피할 수가 없어. 타락자들은 이렇게 해서 인간임을 잃게 된 존재들이야. 사람에서 탈피해서 정령이나 원소령에 가까운 존재가 되는 거지.”

 나름 쉽게 설명한 낸시였지만 야예이는 반 밖에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을 지어왔다.

 “어, 잠시만... 비인격체인데 어떻게 성향을 지닌다는 거지?”

 “흠, 그쪽으로 조금 지식이 있나봐? 비인격체이니 만큼 말 그대로 정신정인 경향이나 성격, 관념을 말하는 것은 아니야. 그 힘의 성향을 말하는 것이지. 힘이 흐르는 방향이라고 말해야 쉬울까? 불은 태우고 물은 흐르고 바람은 어디에도 없으면 대지는 포용해. 이런 성향들이 객체화 되어 상호소통이 가능하게 된 존재들의 성격의 기반이 되는 거야. 물은 탐욕스럽게 태우고 물은 날카롭게 빈틈을 놓치지 않아. 바람은 그 육체만큼 정신조차 혼란스럽고 대지는 조용하고 느리지만 가장 잘 견디지. 마법사의 타락은 그런 세계의 성향을 고스란히 육체로 전가 받는 거야. 그는 자신을 잃게 되고 오히려 정령이나 원소령들 처럼 되지만 그 보다 더 성격이 나쁘지. 이유는 그들은 보다 더 강력한 무엇인가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런 짓들을 저지르거든.”

 이런 짓들이란 바로 지금 마을에서 일어난 일들을 말하는 것이었기에 야예이는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더 강력한 힘.

 “모든 힘에는 대가가 필요한 거야. 그리고 대가가 인성의 상실이며 인간임을 포기하는 것이지. 대체로 조급한 견습마법사들이 쉽게 타락자의 길을 걷게 되지. 그리고 대부분 스승의 손에 죽어. 그게 마법사의 숫자가 극히 적은 이유인데... 음, 이건 주제에 벗어나니 저리 두고. 어쨌든 살아남은 타락자겠일거야. 마을 사람들의 음적인 감정으로부터 힘을 뽑다 내려는 거겠지. 마법이 완성되면 마을 사람들의 생명이 통째로 뽑혀다가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야.”

 낸시가 말하는 순간 야예이는 시선을 느꼈다. 저 편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그들이 있는 쪽을 보고 있다는 것을 그의 예리한 감각이 알려 주었다. 오싹한 느낌이 온몸에 퍼졌다. 야예이는 긴장한 얼굴로 등에 멘 대검의 자루를 잡았다.

 “뭔가 있어.”

 “응. 나도 느꼈어.”

 낸시는 소매 속에 손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마법을 사용할 때 수인을 숨기기 위한 조취였다.
 곧 야예이가 느낀 시선의 누구의 것이었는지 밝혀졌다. 상당수의 짐승들이었다. 늑대와 곰, 사슴,토끼, 쥐, 산새. 종류를 불문하고 모두 불길한 빛을 띠며 천천히 야예이와 낸시, 키엘리니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준비된 마법사는 역량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고 했던가.”

 “그런 것 치고는 좀 과한데. 저 쥐떼는 정말 대책 없어. 곤충 떼가 아닌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겨울이라서 이득 봤네.”

 “음, 저것들은 지배당하고 있는 건가?”

 “응. 하지만 해제를 시도해볼 수는 있을 거야. 여유가 있다면. 아마도 없겠지만.”

 야예이는 낸시의 말을 들으며 검을 중단에 두고 짐승들을 겨눴다. 내키진 않지만 조종당하고 있는   데다가 숫자도 이쪽이 열세이니 봐줄 수 없었다. 야예이는 조종당하는 짐승들에게 동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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