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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26

2008.12.17 18:01

azelight 조회 수:487

여관 주인은 자신을 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여관으로 돌아가면서 그 외엔 단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일행에게 특별히 신뢰를 보내거나 하진 않는 것 같았다. 그보다는 절망에 훨씬 심심취해 있었다. 맥이 아직 차분한 것은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행은 그의 여관에 놓인 탁자 중 한 곳에 모여 앉아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여관주인은 공포심이 점차 머리를 들기 시작하는 듯 벌벌 떨었지만 일행의 도움을 받기를 거절했다. 편집증적일 정도로 완강했기에 가장 그를 걱정한 키엘리니조차 맥의 몸에 손을 댈 수 없었다.
 맥은 첫 번째로 사건이 일어났던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르라는 드워프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몸은 짐승에게 짓이겨진 듯 찢어져 있었고 내장은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었다. 발견자는 광부인 알. 하지만 사람들이 알의 말을 듣고 시신을 수습하러 왔을 때는 시신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시신이 존재했었다는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
 짐승들이 시체를 다시 물어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몇몇 안 되는 사냥꾼들은 그 이야기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짐승들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혹시 몬스터일 경우를 생각해보긴 했지만 시체를 내버려뒀다가 가져가는 습성이라니... 그런 몬스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혹시나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곧장 자경대를 늘려 경비에 들어갔다. 원래 2인 일개조이던 자경대는 3인 일조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틀 후. 마치 경고라도 하듯이 마을 입구에서 세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고 사람들은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다. 그도 그렇듯이 그들은 마치 그 자리에서 자연히 찢겨지기라도 한 듯 다툰 흔적도 반항한 흔적도 없이 도륙된 채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짐승의 짓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제야 정체불명의 안개가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대표가 되어 마을 밖으로 도움을 청하기 위해 떠났다. 그들은 몇일 후 간신히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만 조각나 마을 근처에서 발견 되었다.
 그 시체들이 알려주는 의미는 확실했다. 분명 경고. 탈출하려고 한다면 살해당한다는 경고임이 틀림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손쉽게 혼란과 절망, 공포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저항하고자 하는 의지가 꺾이는 데는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계속해서 사람들은 죽어나갔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어떻게 어디서 죽는지 알 수 없었다. 시체는 항상 발견되었지만 동시에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사라지곤 했다. 심지어는 마을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와중에도 사라졌다.
 사람들은 미쳐버릴 것 같은 공포 속에서 무력해져 갔다. 그러다 결국 새로운 희생자를 애도하는 자들조차 줄어들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아무런 힘도 없이 무력하게 죽음을 기다리며 사는 처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맥은 이야기를 마치고 힘없이 웃은 다음 지금은 여관업은 폐업 중이라고 하며 방과 부엌은 그냥 쓰라고 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뒷문으로 나가 버렸다.

 영업을 안 한다곤 했지만 여관에 손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 중 마을에 도착한지 몇 일 안 되는 자들도 있었고 심지어 마을 밖으로 빠져나가려다가 무언가의 습격을 받고 되돌아 온 이들도 있었다. 야예이와 탬퍼가 여관방으로 짐을 옮겨 놓는 사이 낸시와 키엘리니, 로딘은 그들로부터 몇 가지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쓸만 한 것은 없었다. 그들 역시 습격자들이 누구인지 보지 못한 것이다.  
 들을 만큼 들었다고 생각한 그들은 숙박할 수 있는 방이 있는 2층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가져온 열쇠로 2개의 방을 남녀로 나눠 짐을 풀어낸 후 다시 여관의 1층에 다시 모였다.

 “곤란하군. 이런 일에 휘말리다니.”

 탬퍼는 이제 아직 태양빛이 비치는데도 거의 밤과도 같은 여관의 내부를 보며 말했다. 벽에 걸린 등에 불빛이 들어와 있었지만 충분한 밝기는 아니었다. 커져있는 등은 몇 되지 않았고 그 조차 기름이 다 떨어진 듯했다. 
 이 여관에 숙박하는 상인의 말에 의하면 이 등불 역시 그들 스스로가 불을 붙인다고 했다. 여관 주인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러게 말이에요. 마을 전체를 고립시키는 안개에다가 정체불명의 습격자라니. 드물게 큰일인데요. 흐흠. 어떻게 할까요?”

 낸시는 그렇게 말하면 키엘리니를 바라보았다. 일단 일행을 이끄는 자는 키엘리니였으니 당연한 행동이었다. 이 여행 자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낸시들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은 고용인이었지 이 여정의 주최자가 아니었다.
 

 “저희가 이곳에 온 것은 법과 정의, 질서의 수호자께서 인도하심입니다. 저희는 이 마을의 악을 타파해야만해요.”

 신실한 성시가 답게 키엘리니는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성기사다운 태도였기에 낸시와 탬퍼, 로딘은 예상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만 야예이만 무표정하게 관망하듯 키엘리니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쓸데없는 위험에 빠지길 원하지 않는 것이 모험가라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저는 이 부정함을 눈감고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분들에게 협력을 구하고 싶습니다. 절 도와주세요.”

 키엘리니의 말에 탬퍼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런 이런. 수호자 키엘리니. 이래보여도 나도 성직자요. 순리에 어긋난 힘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 수 있고 그걸 내버려 둘 생각도 없소. 뭐, 그러니 그런 것은 걱정 마시오. 그렇게 멋진 웅변을 할 필요는 없소. 허허. 뭐, 로딘이나 낸시는 불만이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오.”

 낸시는 탬퍼의 말에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전 반대하지 않아요. 아마 이 마을을 장악하고 있는 자는 우리가 나가길 바라지 않을 걸요. 이 안개부터가 그렇고. 조사해보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들어올 수는 있어도 나갈 수는 없을 거예요. 결계의 요소를 지닌 것임에 틀림없을 테니까요. 이런 상황이니 원흉을 격파하자는 제안을 제 쪽에서 해야 할 거 아니에요.”

 “그것이 사실인가요?”

 “네. 그리고 적에 관해서도 조금 짐작 가는 바가 있군요. 하지만 이건 아직 확실한 것이 아니니 좀 더 조사해봐야겠어요. 야예이. 추적술 할 줄 알지?”

 야예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날 도와줘. 그리고 탬퍼와 키엘리니는 제가 조사를 하는 동안 이 도시를 수호해 줬으면 해요.  가능하죠?”

 “적을 감지하는 것은 어느 존재라도 가능해요. 질서에 어긋나는 혼돈의 존재라면 본연으로 되돌릴 수도 있고요. 악한 존재들의 힘을 약화시킬 수도 있지만 적들이 어떤 존재인지 확실히 알아야 가능해요.”

 “그거라면 문제없어요. 아마 음적인 존재들일 테니까요. 굳이 안개를 결계용으로 사용해서 일조량을 줄이고 있고 밤에만 기습한다는 점,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이목을 속일 수 있는 마법적인 존재라는 점에서도요.”

 “그렇군요.”

 키엘리니는 납득한 듯 했다. 애초에 인간의 소행이 아닌 초월적인 힘들이 관여한 것 같은 만큼 그런 외적인 존재들만을 따져보았을 때 이런 조취를 취한다는 것은 음적인 존재들의 힘이 사역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탬퍼는 팔짱을 끼고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잠깐. 그렇다면 지금 빨리 손을 써야 하겠군. 벌써 밤이 되려고 하는데.”

 “아직은 일몰 까지 조금 여유가 있소.”

 로딘이 지적했지만 탬퍼는 서둘러야 한다는 의지를 여과 없이 표정으로 표현해 보였다.

 “그게 아냐. 듣게나. 이 정도의 영지를 수호하는 힘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의식이 필요하네. 힘은 신으로부터 내려오는 것이고 힘은 인간이 사역하지. 그리고 신의 힘을 사역하는 데는 헌신의 증표가 필요하네. 그것이 성표일세. 그리고 우리는 인간 자신의 역량을 넘어서는 힘을 쓸 수는 없지. 마을 하나를 밤새 수호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신성이 필요로 하네. 그리고 그 힘을 하룻밤 내내 넘길 때까지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인간이 있을 것 같나?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신께 기원을 올리고 의식의 증거를 힘을 사역하는 인간을 대리하는 상징물로 세워야 하는 거네. 밤이 오기 전에 그 일을 하려면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겠지.”

 키엘리니가 홀리어벤져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제가 시간을 벌도록 하지요. 2시간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 사이에 탬퍼씨가 수호의 의식을 시작해 주세요. 더 이상 살해당하는 불우한 이들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한 일에 그토록 오랜 시간을 집중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낸시와 탬퍼는 키엘리니를 말리려고 했지만 키엘리니가 단호히 말하자 입을 다물었다.
 마법적인 힘을 지닌 엘리엔 만큼은 아니지만 키엘리니는 자연적으로 타고난 고결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도 그렇군. 그럼 밤에는 추적을 할 수도 없을 테니 오늘은 이 마을을 보호할 방법을 강구하도록 하세. 로딘. 내가 신께 기도를 올리는 동안 호법을 서주게. 야예이와 낸시는 키엘리니양을 도우도록 하게. 어차피 어두워서야 추적을 할 수도 없을 테니까.”

 탬퍼의 말에 낸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맡길게요. 수호자 키엘리니. 가죠. 여예이도 따라와.”

 “그냥 키엘리니라고 부르도록 해요, 낸시.

 키엘리이가 그렇게 말하고 일어났다. 낸시가 키엘리니에게서 야예이에게로 시선을 옮겼을 때 이미 야예이는 소리없이 일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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