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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23

2008.12.12 16:08

azelight 조회 수:516

이번 편은 좀 별로군요;;;
여튼 겨우 겨울의 도시 챕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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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예이는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엘리엔이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서있자 깜짝 놀랐다. 표정으로 들어내지는 않았지만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엘리엔은 야예이가 어떤 상태인지 관심 없다는 듯이 손짓으로 야예이에게 따라오라고 신호했다. 야예이는 엘리엔 옆에 어느새 토른이 서 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엘리엔을 뒤 따랐다.
 엘리엔은 그리 넓지만은 않은 저택 안임에도 거침없이 걸었고 야예이는 그 거침없음에 의아해 했다. 그 어떤 문도 지나치지 않았음에도 사방은 어두워져 있었고 안개가 낀 듯 흐릿했다. 그들은 어느새 계단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멈춰섰을 때는 밝은 빛이 빛나는 잘 정리된 연구실이었다.
 야예이는 마법사의 연구실을 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옛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마법사의 어둠침침한 공방과는 달리 잘 정돈되어 있고 밝은데다가 심지어 약초 냄새도 나지 않는 이곳을 연구실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수많은 플라스크와 약품, 책들이 정리된 책장과 책상, 바닥에 그려진 거대한 마법진 때문이었다.

 “잠시 기다려.”

엘리엔은 그렇게 말하고는 아무 것도 없이 벽화만이 그려져 있는 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벽화를 만지마 푸르스름한 빛이 어리기 시작하면서 환영처럼 광경이 맺히기 시작했다.

 “따라와.”

 엘리엔은 그렇게 말하고 환영 속으로 쓱 들어갔다. 야예이는 그것을 보고서야 저 푸른 장막이 환영이 아니라 전이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야예이는 처음 경험하는 전이문에 대해 신기함과 호기심, 불안함을 동시에 안고 느린 동작으로 전이문을 통과했다. 전이문을 통과하자 진열장(?)처럼 보이는 장소가 나타났다. 엘리엔은 그것들 중 무기걸이에 놓인 대검을 가리켰다.
 검은 몸체에 금으로 페시언을 상감한 대검은 비마법적인 기물과도 같이 어떤 마법적인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들어봐.”

 엘리엔의 요구에 야예이는 대검을 집어 들었다. 생각이상으로 묵직한 느낌에 야예이는 양 손으로 그 대검을 쥐었다. 겉보기에는 “난 마법검이오.”하고 외치고 있는 검이었지만 실제로는 어떤 마법적인 느낌도 들지 않았다.
 엘리엔은 야예이가 인상을 쓰고 검을 바라보고 있자 작게 웃었다. 한 순간에 분위기가 풀리고 엘리엔은 반전하듯 다른 인물처럼 돌변했다.

 “아무것도 안 느껴지지? 안 느껴져야 하는데.”

 바싹다가오며 엘리엔이 말하자 야예이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이렇게 성격이 변화하니 놀랄만도 했다. 하지만 야예이는 이미 겪었기 때문에 금방 자신을 추스렸다. 엘리엔은 이미 보여줬기 때문인지 신경쓰지 않고 본성대로 행동했다.

 “그래. 검에 부여한 마법적인 구성이 전부 갈무리 되어 있는데다가 탐지방해주법이 새겨져 있거든. 드워프들하고 합작한 처음이자 마지막 물건인 만큼 좀 세심하게 신경쓸 수 있었던 탓이지만.”

 “어, 그렇다면 이건 진짜 마법검이로군요.”

 엘리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마법검이지. 아다만틴에 페시언을 새겨놓고 제련해서 만든 것이니까. 하지만 제대로 사용하려면 좀 걸릴 거야.”

 야예이는 엘리엔의 말에 의아함이 들었다. 시간이라? 익숙해지는 것에 시간이 걸린다는 말인가?

 “시간이라니?”

 “아, 검이 힘을 완전히 각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이야. 소유자의 능력과 정신력에 비례해서 최대 능력을 사용할 수 있거든. 좀 불편한 검이지.”

 야예이는 “흠.”하는 소리를 내며 검신을 들여다 보았다. 검은빛 검의 검신에 자신의 얼굴이 비쳐보였다.

 “그렇다면 지금으로서는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겁니까?”

 “지금으로서는 그냥 잘 드는 칼 정도일까. 물론 네가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예리도가 달라지긴 하지만 말이야. 철저하게 주인의 능력에 맞춰주는 검이거든. 성격이 좀 그래서 말이지. 아아... 검의 성능이야 사용하면서 알아갈 수 있을 거야. 왠지 이렇게 써야할 것 같다는 느낌 같은 것이 올 거니까.”

 “그렇군요.”

 “에... 그리고.”

 엘리엔은 작게 검을 휘둘러보는 야예이를 뒤로하고 다음 물건을 손으로 불러왔다. 이번에 불러온 것은 5개의 화살이었다. 끝에는 화살촉대신 검은빛 육면체가 붙어있어 독특한 느낌이 드는데다가 화살대역시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폭시라고 해야 할라나. 세계의 지붕에서 만나게 될 화이트드래곤을 상대할 때 도움이 될 거야. 어차피 그는 죽어도 하루 만에 부활하니까 마음 놓고 쏴버리렴.”

 야예이는 화살을 건네주는 엘리엔에게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화살들을 받았다. 엘리엔은 싱글싱글 웃으며 “천만에. 이제부터 내 가족인걸.”하고 대답해서 야예이가 속으로 감격하게 만들었다. 엘리엔은 그런 야예이를 향해 눈웃음을 지어주고는 턱하고 좀 커다란 바구니도 건네주었다.

 “그것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좀 챙겨야해. 그 애에게도 줘야할 것들이 있거든. 사실 그 검과 화살도 화살이지만 짐꾼이 필요해서 널 데려온 거였어. 마법검도 주는데 그 정도 봉사는 해줘. 지붕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마법적인 준비가 필요하거든.”
 
 엘리엔은 그렇게 말하면서 두루마리 더미라던가 호부, 마법반지등을 바구니 안에 척척 담기 시작했다.
****
 키엘리니가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고 엘리엔은 일행들에게 몇 종류의 마법 물품들을 나눠줬다. 추위를 막아주는 호부라던가 마법 두루마리등 상당히 값비싼 것들이었지만 엘리엔은 아낌없이 풀어냈다.키엘리니는 엘리엔의 이런 전폭적인 지원이 부담스러워 사양했지만 엘리엔은 거부권을 주지 않았다. 필요하니까 주는 거라는 식으로 단호하게 말하는 엘리엔에게 키엘리니도 별말을 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제 제자와 피보호자가 함께 가니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군요.”

 라고 말하니 키엘리니로서는 딱히 거부할 명분도 없는 것 같았다.

 “호화롭군. 이렇게 호화로운 장비들이라니. 30년 넘게 가까이 모험가 생활을 해왔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야.”

 탬퍼는 호부를 목에 걸면서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반면 낸시는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스승님. 정말 괜찮으신 거예요? 이정도면 스승님께서 축적해 놓은 것들 중 잡다한 것들을 다 꺼내놓은 것 같은데요.”

 마력이 깃든 보석들을 주워 살피는 모습과 걱정스러움이 담겨 살짝 일그러진 표정이 제대로 조화를 이루진 못했지만 낸시의 목소리에는 제대로 우려가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엘리엔은 걱정할 것 없다는 식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낸시.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아마도 긴 여정이 될 것이니까. 돈이 모자를 때 마다 네게 찾아올 수는 없잖니.”

 엘레엔의 말을 듣고 탬퍼가 마법물품들로부터 고개를 들었다.

 “세계의 지붕을 오르는 것으로 끝나는 것 아니오?”

 탬퍼의 질문은 타당한 것이었다. 세계의 지붕은 브린자드 변경밸겨에서 북쪽으로 4~5일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짧다고야 할 수 없겠지만 이 정도의 지원이 필요할 만큼 긴 여정도 아니었다.

 “제 의뢰는 세계의 지붕을 오르는 것으로 끝날 거예요. 하지만 여러분의 여정은 그걸로 끝나지 않겠죠. 가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그러니 지금 제게 질문하진 말아주세요. 저로서도 답변하기 곤란한 일이니까요.”

 “예언인가요?”

 키엘리니가 묻자 엘리엔은 긍정했다.

 “불확실한 예언이에요. 수호자 키엘리니. 완전한 앎도 아니지요. 말로 언급한 것도 섣부른 행동이라고 생각되지만 불민한 제자에게 납득할 이유정도는 주고 싶었거든요.”

 납득은커녕 의문만 늘겠다고 탬퍼와 로딘, 야예이는 속으로 생각했지만 낸시는 그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마법사와 마법사의 제자 사이에 어떤 유대감이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둘 사이에 그 비스므리한 뭔가가 있긴 한 것 같았다.
 키엘리니 역시 잘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지만 당사자인 둘인 그렇다고 하고 물어볼만한 이야기도 아닌 것 같아서 참견하거나 질문하지는 않았다.
 낸시는 다들 어리둥절해하는 것이 재미있는지 “킥킥.”거리며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탬퍼는 나중에 물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고는 망토를 들어 올려 보았다.

 “흠, 이 망토 마음에 드는데.”

 탬퍼는 망토를 둘러보았다.

 “어때? 어울리는 것 같냐?”

 “어, 좀 작지 않아요?”

 낸시가 말했고 로딘이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 내게 맞는 것이 있을 리 없지 않냐. 끙.”

 기분을 바꿔볼 겸 끌어 올린 것들이 피시식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탬퍼는 자리에 망토를 내려놓고 다시 앉았다.
 엘리엔은 이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들을 골라보라고 했지만 탬퍼나 야예이에게 맞을 만한 물건들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반지고 손가락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약간의 차이라면 마법적인 물품들이 착용자의 몸에 맞춰서 변화하기도 하지만 둘은 그런 범주를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탬퍼는 좀 작긴 하지만 그 망토를 입기로 했다. 낸시의 말로는 마법적인 작용에 대해 약간의 보호능력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하니 유용할 것이라 생각된 것이다.
 낸시와 로딘도 각자 자신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챙겼는데 특히 낸시는 완드와 두루마리를 잔뜩 챙겨 허리춤에 꽂아 보고 있었다.
 반면 야예이는 마법 물품에 흥미만 있는지 이것저것 만져보기만 할 뿐이었고 키엘리니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듯 아예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엘리엔은 소란스럽게 구는 제자와 그녀의 동료들을 유심히 재미있다는 듯 지켜보다가 키엘리니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갔던 일은 어떻게 되셨나요? 뭔가 소득이 있으셨나요?”

 “약간은요. 하지만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랬나요. 1세기 때의 전승은 대부분 실종된 상태이니, 아무리 슬픔의 성채라고 불렸던 당사자인 곳이라 해도 그 전승을 이제 와서 되 찾아본다는 것은 극히 힘든 일이지요. 저로서도 그리 아는 바가 없고요. 하지만 궁금하군요. 왜 하필이면 그 시절의 전승을 찾아보고 계시는지.”

 엘리엔의 질문에 키엘리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그 전승을 찾는 이유는 자신의 기억과 관련있을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추측 때문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키엘리니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엘리엔에게 털어 놓았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질문을 좀 더 잘 생각해두는 편이 좋을 거예요. 여명이 예지해주는 일은 그 사람의 일생의 단 한 번뿐이니까요. 어쩌면 그 일에 대한 대답도 들을 수 있을지도요. 될 수 있으면 포괄적이고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쪽으로 질문하시는 것이 좋을 거예요. 여명께서는 안타깝게도 대화 상대가 없으셔서 말하는 행위 자체에 굶주려 계시거든요.”

 “그... 그런가요.”

 왠지 설산에 갇혀있는 고결한 현자라는 이미지가 깨져나가는 것을 키엘리니는 느꼈다.

 “그래요. 그럼 어제는 여독 때문에 일찍 쉬었지만 오늘은 내일의 여정을 위해 일찍 쉬도록 하죠. 낸시. 이것들 전부 가져가도 좋으니 너무 그렇게 고르지 마렴.”

 엘리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팔짱을 끼고 가만히 앉아서 혼자 생각에 빠져있던 야예이도 엘리엔이 일어나자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키엘리니는 설산에서 만나야 할 인물에 대해 왠지 모르게 생기는 불신감을 느꼈고, 낸시는 탬퍼와 로딘을 닦달해 마법 물품들을 전부 챙겼다. 그러면서 한 밑천 챙겼다고 기뻐했다.
 겨울의 도시에서 만난 세 일행은 이렇게 해서 내일 한 길로 함께 떠나게 되었다. 엘리엔은 이로서 긴 이야기가 시작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미래를 느끼는 자로서 제자와 피보호자를 위해 약간의 호의를 베풀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꼈다.
 탁하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은 엘리엔은 문득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내일, 또 다시 눈이 내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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