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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22

2008.12.11 14:43

azelight 조회 수:560

 로딘이 발을 놀리며 재빠르게 측면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예이는 로딘을 따라 움직였다. 로딘의 두 소검은 가볍고 빠르고 경쾌하게 움직이며 야예이가 손을 내지르지 못하게 했고 소검의 이점을 살려 야예이가 도끼를 뻗기 충분치 못한 영역까지 들어왔다.
 야예이는 몇 번이나 도끼를 휘두르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도끼를 짧게 잡고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 일에 기회를 소비해야 했다.
 처음 로딘이 느린 검술이라고 했지만 반대로 엄청난 속검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야예이는 로딘의 검이 단조로움을 느꼈다. 물론 그 단점을 매꿀 빠르기가 있었기에 야예이는 그 틈을 쉽게 찌르지 못했다. 야예이는 도끼를 작지만 거칠게 휘둘러 로딘의 공격을 막은 후 뒤로 물러섰다.
 로딘은 그런 야예이를 악착같이 따라 들어왔다. 야예이는 발을 사용해 로딘을 밀어내고는 도끼의 자루로 로딘을 찔렀다. 로딘은 소검을 교차시켜 야예이의 공격을 막았다. 그와 함께 야예이의 몸이 반회전했다. 야예이는 오른손을 도끼자루에서 때로 팔꿈치를 들어 로딘의 얼굴까지 가져갔다가 멈췄다.

 “후-. 또 한판입니다.”

 야예이는 그러고 물러섰다. 로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말했다.

 “힘이 장난이 아니군. 탬퍼 보다도 더 강한 것 같은데.”

 로딘은 손목이 저리다는 흔들었다. 탬퍼는 킬킬거리며 웃었고 야예이는 어째서 웃는 것인지 몰라 속으로 의문부호를 머릿속에 띄웠다.

 “장난이 아니지. 나도 몇 번 받아보고는 깜짝 놀랬어. 음. 야예이 한 번 더해보지 않겠나? 이번에는 그렇게 쉽게 안 질 것 같은데.”

 탬퍼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마울을 쥐었다. 야예이는 좀 지쳤지만 승낙했다. 어차피 이 정도는 항상 하는 일이었고 야예이는 이런 대련이 처음인지라 상당히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어차피 엘리엔을 기다리며 지루하게 있을 바에는 이렇게 대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좋습니다.”

 그나마 두 번을 이긴 야예이는 호기있게 말했다.

 “좋아. 두 번을 이기니 자신감이 좀 붙은 건가 보군. 하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거네. 내 이번에는 이겨주지.”
 
 탬퍼는 힘있게 말하는 야예이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야예이에게 덤벼왔다.
 ‘카강!’하는 소리와 함께 두 무기가 부딪쳤다. 기교와 힘의 대결이 되는 로딘과의 대련과는 달리 힘 대 힘의 대결이 되는 탬퍼이기 때문인지 이번에 둘은 서로에 대한 견제 없이 곧장 붙었다. 탬퍼는 선언한 대로 처음과 달리 거의 틈이 보이지 않았다. 단 한 번 대련한 것으로 상당히 야예이란 존재에 익숙해진 듯한 행동이었다. 라지만 그것은 야예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둘의 대련은 이번에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탬퍼가 승기를 얻으며 야예이를 몰아갈려는 찰나에 문이 열리면서 낸시가 뒤뜰로 나왔다.

 “역시 여기 있었군요.”

 낸시는 조금 불평을 하듯이 말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낸시 덕에 탬퍼와 야예이는 서로의 무리를 부딪치는 일을 멈추고 낸시에게로 주목했다.

 “벌써 끝났냐. 끙. 이제 좀 밀어 붙여볼까 하는 판에.”
 
 낸시 못지않게 탬퍼도 불만이 많은 모양이었다. 아까는 어처구니없이 한판을 뺏겼었기 때문에 절호의 손간을 놓친 것이 더 아깝게 여겨지는 지도 몰랐다. 낸시는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젖더니 말했다.

 “그래요? 정말 잠시도 가만히 잊질 못하시는 군요. 그 사이에 대련이라니. 뭐, 좋아요. 야예이, 스승님께서 널 찾으셔.”

 “나를?”

 “응. 어서 가봐.”

 낸시가 등 뒤의 문을 가리키며 말하자 야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탬퍼에게 양해를 구했다.

 “아무래도 이다음은 나중에 해야겠습니다.”

 탬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쩝, 아쉽군.”

 입맛을 다시며 탬퍼는 무기를 거뒀다. 야예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하고는 낸시가 나온 문을 통해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어땠어요?”

 야예이가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낸시가 머리를 자르고 꼬리만으로 물어왔다. 탬퍼는 “허허허.”하고 웃고는 낸시가 무엇을 물었는지 안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봐주더군.”

 “네?”

 “봐주더라고. 나나 로딘도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지만... 순수하게 육체적인 능력만으로 겨루자면 도저히 못 이길 것 같더군.”

 자리에 털썩하고 주저앉으며 탬퍼는 웃었다. 로딘 역시 동감한다는 듯 벽에 기대선 자세로 팔짱을 낀채 고개를 끄덕였다. 낸시는 둘의 모습을 보고 함께 웃었다.

 “만족하셨나 보군요.”

 “만족? 아. 그렇지. 네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더욱 만족했겠지만... 그건 그렇고. 이야기는 다 끝난 거냐?”

 낸시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네. 스승님께서는 우리의 목적지가 표시된 지도를 주셨어요. 그곳까지 올라간 후 겪을 만한 상황들에 대해서도요. 이래저래 미리 대책을 세워두기에는 괜찮은 정보인 것 같더군요. 좀 세월이 된 정보긴 하지만 세계의 지붕에 거하는 몬스터들의 분포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으니까요.”

 “그러냐? 그럼 문제는 드래곤이군.”

 “드래곤도 어느 정도 대책을 세울 수는 있을 거예요. 세계의 지붕에서 우리가 만나야 할 자를 감시하는 드래곤은 화이트드래곤이라고 하더군요. 실버드래곤이 아니라는 점에서 희망이 있는데다가 상성을 맞춘다면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죠.”

 확실히 설산에서 만나게 되는 위험 중에서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실버드래곤에 비하면 화이트드래곤은 해볼 만한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거 참 다행이군.”

 드물게 빈정거리듯이 로딘이 말했다. 아무래도 드래곤은 드래곤인지라 드래곤들 중 최하위의 힘을 가진 화이트드래곤이라고해도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로딘이었다. 하지만 로딘은 탐탐치 않을 뿐 그 이상 뭐라고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그 말을 끝으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는 자기 스스로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한 덕에 약간의 창피함도 느끼고 있었다.

 “그래요. 다행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승산이 없는 적이고, 우리는 그보다 더한 역경도 이겨내왔다고 전 생각해요. 그러니 자, 그럼 저와 함께 시장이나 같이 가도록 하죠. 필요한 물품들을 사러 나가야 하거든요. 우리는 이 도시에 와서 한 번도 보급을 하지 않은데다가 여행 동료가 두 명이나 늘어 날 테니까 말이에요.”

 낸시가 양손뼉을 짝짝하고 치자 탬퍼는 느릿하게 일어났다. 로딘 역시 벽에서 등을 때고 탬퍼와 낸시가 있는 장소로 걸어갔다.

 “출발하지요.”

 두 사람이 어떻든 알랑곳 하지 않고 명랑한 목소리로 낸시가 말했다. 탬퍼의 웃음과 로딘의 한숨을 등 뒤에 남기며 마법사의 제자는 빠른 걸음으로 앞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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