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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21

2008.12.10 17:42

azelight 조회 수:586

21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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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식사는 어제만큼 풍성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풍성했다. 하지만 여전히 엘리엔은 냉랭한 태도를 견지하고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고 묵묵히 식사만을 지속했으며 다른 이들도 별 대화 없이 식사를 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어제처럼 작은 수근거림도 없었기에 식탁위에는 그야말로 정적만이 가득했다.
 야예이와 키엘리니, 낸시는 이런 침묵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지만 탬퍼와 로딘은 도저히 그렇지 못했다. 특히 탬퍼는 음식 맛도 느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가 아는 한 식사란 행복하고 즐거워야 할 일이었지 이렇게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고요한 수도원이라도 이보다 더 시끄러울 것이라고 생각하며 탬퍼는 닭고기 스프에 빵을 찍은 다음 입 속으로 던져 넣었다. 물론 그 행위가 자신의 불만을 나름 고상하게 표현하기 위한 시위는 아니었다. 아무리 그라도 마법사의 저택에서 마법사에게 무례한 짓을 하려고 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나마 어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엘리엔이 가장 먼저 식사를 마치고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는 것이다.
 낸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엘리엔이 어제 했던 어제 물었던 것의 대답을 들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탬퍼와 다른 이들도 그것을 알아차린 듯 했지만 딱히 내색하거나 어색해하진 않았다. 어차피 낸시, 턈퍼, 로딘은 그녀의 의뢰를 받아들이기로 했으니 말이다. 다만 어제 그들이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꺼림칙함 정도를 느끼고 있겠지만 낸시 본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자, 그럼 이제 대답을 들어야겠군요.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마지막으로 탬퍼가 식기를 놓았을 때 엘리엔이 입을 열었다. 엘리엔의 질문이 그녀의 입에서 떨어지자마자 낸시가 대답했다.

 “스승님. 저와 제 일행 분들은 그 여정에 동참하기로 했어요.”

 낸시의 대답에 엘리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야예이에게도 시선을 보냈다.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야예이까지 대답하자 엘리엔은 그제야 미소를 띠었다. 그 미소가 어떤 의미였던 간에 침중했던 식당의 분위기를 한 순간 화사하게 만들 정도는 되었다는 것에 자리에 앉은 모든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엘리엔은 말했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격에 될 최악의 위험이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수호자 키엘리니께서 말씀하셨을 테니까요.”

 키엘리니가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일에 대해서 말하지 말아달라던 엘리엔과의 약속을 깼다는 생각에 부끄러운 듯했으나 엘리엔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드래곤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가야할 곳도 힘겨운 여정이 뒤따르는 장소에요. 여러분이 가야할 곳은 세계의 지붕.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의 중턱까지 가야해요. 물론 저는 여러분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고요. 아, 대단한 마법 무기들을 줄 수 있거나 한 것은 아니에요. 저는 마법사이지만 대장장이는 아니기에 무구들은 충분하지 않아요. 하지만 금전적인 지원과 주문 두루마리 정도는 지원해 줄 수 있을 거예요.”

 무기라는 말에 흥미 있는 기색을 띠던 탬퍼와 로딘은 이어지는 엘리엔의 말에 실망했다는 표정을 디어 낸시의 웃음을 유발했다. 키엘리니조차 작은 미소를 띠울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그녀야 세상에서 가장 가강력한 무기라는 홀리어벤져를 지니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다른 이들이 마법 무구에 관해 가지는 욕심과 동경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엘리엔은 본의 아니게 그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게 했던 것이다.

 “오늘은 각자 여정을 위한 준비를 하도록 하세요. 어차피 오늘 수호자 키엘리니의 볼일 때문에 서두른다해도 출발할 수 없으니까요. 여정에 필요한 정보는 낸시를 통해 보내겠어요. 낸시, 너는 따를 따라오렴. 그리고 수호자 키엘리니. 당신도 저를 따라오세요. 변경백의 성으로 갈 수 있도록 안내인을 붙여 드리겠습니다. 그럼 다른 질문이 있으신 분이 있나요?”

 엘리엔의 물음에 로딘이 살짝 손을 들어 보였다. 엘리엔은 말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로딘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수호자 키엘리니가 기억을 되찾으려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만... 어째서 기억을 되찾기 위해 세계의 지붕으로 가야하는지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돈을 받으니 받은 만큼 일만하라고 하면 할 말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이유를 알고 싶군요.”

 엘리엔은 로딘의 질문을 듣고 싱긋 웃었다. 그 웃음은 매력적이었지만 보는 이를 섬뜩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 대상이 된 로딘은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 않나요? 여러분이 이미 드래곤을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 듯이... 여러분이 앞으로 만나게 될 분에 대해서 제가 언급하지는 않겠어요. 어차피 만나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니까요.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군요.”

 엘리엔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말했듯이 낸시와 수호자 키엘리니는 저를 따라와요. 그리고 전사 분들은 잠시 기다려 주시고요. 조금 걸릴지도 모르겠지만요.”

 엘리엔은 그러고는 키엘리니와 낸시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키엘리니는 말없이 일어나 엘리엔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낸시는 스승님을 대신해 양해를 구한다는 의사표시를 로딘에게 해보이고는 엘리엔을 따라 갔다.
 셋이 식당을 나서자 탬퍼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허허. 수호자 키엘리니가 우리에게 예기를 해줬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군.”

 “이 저택 자체가 그녀의 내부와 같을 테니... 하지만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쾌하군.”

 로딘은 꽤나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는 턱을 괴고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아마도 세 사람이 올라갔을 위층을 쏘아 보았다. 탬퍼 역시 그리 기분은 좋지 않은지 영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그에 비해 야예이는 덤덤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는 아직 남은 음식들의 일부를 토른의 입에 물려주며 조용히 세 사람이 다시 내려오기를 기다릴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기분이 꿀꿀했던 탬퍼는 자리에서 일어나 야예이에게 말했다.

 “이보게, 야예이.”

 야예이는 탬퍼의 부름에 그를 쳐다보았다.

 “이렇게 마냥 기다리기는 조금 그렇지 않나 싶은데... 거기다 기분도 꿀꿀하고 말이지. 그래서말인데 어제했던 부탁을 다시 해봐도 되겠는가?”

 탬퍼의 말에 야예이는 어제 탬퍼가 부탁을 했었던가 하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확실히 부탁을 하긴 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좀 강압적인 부탁이긴 했고 낸시에 의해 말려지긴 했지만 말이다.

 “대련 말입니까?”

 야예이가 떠오른 것을 말하자 탬퍼가 손가락을 팅겼다.

 “그렇네. 그거 말일세. 어떤가 꿀꿀하게 앉아 있는 것 보다는 그쪽이 더 나을 듯한데.”

 탬퍼의 말에 야예이는 조금 망설였다. 하지만 곧 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의 훈련은 뭔가 불완전 연소한 느낌이었고 앞으로 함께 여행할 일행이 될 자들의 실력을 봐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좋습니다. 하도록 하지요.”

 야예이의 승낙이 떨어지자 탬퍼는 방금 전의 꿀꿀함도 잊었는지 희희낙락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야예이와 맞붙을 수 있게 된 것이 진심으로 기쁜 모양이었다. 반면 야예이는 갑자기 승낙했던 일이; 실수처럼 여겨졌지만 방으로 돌아가 무기와 장비를 챙겨 나왔다. 일단 서로에게 최대한 배려를 하겠지만 무기를 들고 하는 대련은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방어구를 확실하게 갖추는 편이 좋았다. 그리고 그래야 무엇보다 실전 같고 말이다.
 세 남자는 저택의 뒤뜰로 모였다. 로딘도 해볼 생각이 있는지 자신의 무구를 챙겨 입고 나온 상태였다. 야예이는 탬퍼와 대치하며 로딘의 장비를 눈여겨 보았다. 로딘은 소검 두 자루를 허리 뒤에 차고 금속 테로 모양을 만든 가죽갑옷을 입고 있었다. 갑옷의 가죽은 검은 빛이었고 금속 테 역시 반사광죽어 있어 은밀한 행동을 하기에 좋아 보였다. 물론 쓸데없이 화려하게 보이긴 했지만 야예이는 저것이 페시언의 일종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볼 틈은 없었다. 그는 곳 탬퍼에게 집중해야 했다.

 “시작합시다.”

 야예이가 말하자마자 탬퍼가 그 두터운 팔로 들고 있는 마울을 휘둘러 야예이를 압박해 들어갔다. 야예이는 다가오는 탬퍼를 보며 도끼를 치켜들었다. 탬퍼는 천천히 거리를 좁혔지만 쉽게 덤벼 들어오진 않았다. 그리고 마치 휘두를 듯이 팔을 움찔 거려 야예이의 반응을 이끌어내려 했다. 하지만 야예이는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무렵 야예이가 단숨에 탬퍼에게로 거리를 좁혀 들어가며 도끼를 놀렸다. 탬퍼는 대련이기 때문인지 조금 느릿하게 다가오는 공격을 마울을 들어 막았다. 아직 야예이의 거리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탬퍼는 야예이가 공격해오고 실제로 그 공격이 닿자 조금 놀랬다. 만약 실제 전투였고 대련이 아니라 혼신을 다한 전투였다면 첫 일격에 상당한 손해를 봤어야 했을 것 같은 일격이었다.
 하지만 일단 막아낸 이상 탬퍼는 개의치 않고 야예이의 공격을 밀어냈다. 힘 대 힘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는 야예이는 민다고 밀리진 않았을 테지만 뒤로 물러섰다. 야예이는 팔을 당겨 도끼를 끌어당긴 후 발을 놀려 탬퍼의 오른쪽으로 돌려고 했다. 탬퍼는 마울의 머리를 주먹을 날리 듯 짧게 끊어 찔렀다. 야예이는 한걸음 물러났고 탬퍼는 한발 내딛으며 마울의 자루 끝을 휘둘렀다. 야예이는 도끼자루로 그 공격을 막은 후 탬퍼에게 발을 걸었다. 하지만 탬퍼는 그 공격을 피하고 뒤로 다시 한 걸음 물러났다. 그 다음 둘은 맹렬히 무기를 휘둘렀다.
 요란하게 무기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병장기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자 담 너머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두 사람은 개의치 않고 자신들의 병장기를 휘둘렀다. 수수하지만 치명적인 기술들이 오갔다. 야예이는 체인셔츠를 입었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발을 놀려 피했다. 그 덩치로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민첩함이었다. 반면 탬퍼는 완전판금갑옷의 이점을 살려 야예이의 공격을 교묘히 비켜나가게 하고 있었다.
 로딘은 뚫어져라 두 사람의 대련을 지켜보았고 팔짱을 낀 팔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공부가 될 만큼 둘은 공방은 볼만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야예이가 서로의 무기를 대치하게 했고 발을 크게 디디며 허리를 낮춘 후 어께로 탬퍼의 몸을 들이박았다. 탬퍼는 “욱.”하고 신음을 내며 물러서려했지만 야예이는 몸을 낮추며 도끼의 자루를 탬퍼의 다리에 엇갈리게 했다. 덕분에 물러서려고 했던 탬퍼는 “어이쿠.”하고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졌다.
 야예이는 쓰러진 탬퍼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제가 한판 이겼습니다.”

 야예이의 말에 탬퍼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군. 으. 자네 실력이 상당하구만.”

 탬퍼는 야예이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허리를 좀 움직여 보더니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로딘을 바라보았다.

 “어떤가 로딘. 자네도 하겠는가?”

 로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야예이 앞으로 두 자루의 소검을 빼들고 걸어 나왔다. 로딘은 양손에 쥔 소검을 교차에 십자가같이 만들고는 야예이 앞에 대치해 섰다.

 “쌍검술입니까?”

 로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느린 검술이지만 나름 쓸 만하지. 그러니 봐주지는 말게나.”

 로딘은 그렇세 말했지만 야예이는 봐주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흔히 두 무기를 동시에 다루는 것이 효율이 안 좋다고 말하긴 하지만 야예이가 가장 존경하는 스승인 에크로반 역시 두 개의 무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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