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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파인더20

2008.12.09 17:40

azelight 조회 수:468

20번째 입니다.
근 한달간 쓴거 같은데 30편이 아니라 20편이로군요 ㅜ.ㅜ
일천한 솜씨를 지닌 주제에 게으르기까지 하다니. 저 자신에게 제 손으로 천벌을!
아직 초반부인데 이런 속도라면 언제 결말에 도달할지 의심스럽네요.
기분같아서는 번개같이 써내리고 완경을 내고 싶지만 자기만족적인 글인 이상 그런 글에 만족할 수 있을리 없지요.
아, 딜레마...
그런데 그런 주제에 발전은 없으니...

******************************************************************************
 침묵 속에서 야예이는 눈을 떴다.
 아마도 어둠이 있어야 되겠지만 마법사의 저택에 존재하는 방들은 영구적인 옅은 빛 속에 놓여 있었기에 야예이는 창 쪽을 보고서야 어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창밖은 컴컴한 어둠으로 가득했다. 단 한조각의 빛도 존재하지 않는 무저갱 같았다.
 야예이는 그것이 진짜 무저갱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마법사의 저택이고, 주인인 엘리엔은 범인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초월적인 마법사다. 그렇다면 그녀가 이 저택의 창문을 통해서 끝도 없는 어둠 속으로 통하는 통로를 만들어 놓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깊고 깊은 어둠...
 그런 생각이 들자 야예이는 홀린 듯이 그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았다. 저 어둠 속으로 자신을 집어 던져 넣고 싶은 기분이 든 것은 아니었다. 그의 내면 속에 있는 미망을 저 속으로 던져 넣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상의 것이었고 마음속의 어둠은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야예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 정도로 차가운 공기가 흘러 들어와 창문 넘어가 영원한 어둠이 자리 잡은 무저갱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야예이는 싱겁게 웃고는 창문을 닫고는 돌아섰다. 언제 깨어났는지 토른이 야예이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야예이는 토른에게 다가가 턱 밑을 간질러 주고는 장비와 무기를 챙겨 몸에 걸쳤다. 그리고 창문을 여겼을 때 눈여겨봤던 저택 뒤편의 공터로 향했다. 그 곳에서 잡생각을 풀어 버릴 겸해서 연습을 할 생각이었다.
 토른은 방을 나서는 야예이의 뒤를 따랐다.
 내려가면서 체인셔츠을 제대로 걸쳐 입은 야예이는 약간 헤맨 끝에 뒤뜰로 나갈 수 있었다. 야예이는 뒤뜰에 있는 작은 공터 한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잠시 앉아서 짧게 명상을 취한 다음 길게 숨을 들여 마셨다 내뱉고는 도끼를 쥐고 자세를 잡았다.
 야예이는 육채를 조율하듯이 심호흡을 하고는 도끼를 휘둘렀다. 그의 눈앞에는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의식 속의 적들이 존재했다. 이미 그가 경험해온 많은 적들을 차례차례 상정해 놓고 마치 바둑의 기보를 복구하듯이 그들과의 전투를 떠올리며 반복했다.
 수많은 경험과 기억력, 경이로운 집중력이 결합된 결과 야예이는 그들을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떠올릴 수 있었다. 오크, 곰, 트롤, 퓨마, 오거, 서리웜 그리고 그의 스승이자 가장 막강한 상대였던 에크로반. 왼손에는 상대의 체력을 강탈하는 마법 단검을, 오른손에는 부딪친 검을 퉁겨내는 소검을 지닌 에크로반은 무서운 상대였다. 특히 가공할만한 마법의 체인메일은 야예이의 강력한 힘과 도끼의 무게가 내는 가공할 파괴력으로부터 에크로반을 보호했다.
 그와 마지막으로 대련했던 5년 전, 야예이는 결국 에크로반을 이기긴 했지만 이미 욱체가 쇠한 그가 한참 성장하던 야예이의 상대가 되지 못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야예이는 그가 사용했던 기술들을 눈여겨볼 수 있었다. 에크로반 역시 야예이에게 자신의 모든 기술을 보여 주기 위한 대련이었던 만큼 사력을 다해 그의 모든 기술을 펼쳐 보였다. 이미 에크로반은 자신이 야예이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전성기의 자신이라도 이기기 힘들지 모르는 상대를 노쇠한 몸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에크로반은 그토록 무섭게 강해진 자신의 제자를 자랑스러워했고 자신의 몸에 아직 기력이 있을 때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 대련이 바로 그를 위한 대련이었다.
 이미 그의 모든 것을 보았기에 야예이는 에크로반의 모든 전투 기술을 되새기며 그를 상대해 나갔다. 도끼를 휘두르다 멈추고 들어 막고, 빠르게 발을 돌려 측면을 파고들어 오는 상대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같이 발을 놀리며 몸을 움직인다. 몸의 반대편에서 숨겨져 있다가 기습처럼 빠르게 달려드는 단검을 피하기 위해 야예이는 거칠게 허리를 틀었다. 그리고 야예이는 그 기세를 이용해 강렬한 뒷발차기를 시도하고 돌아올 때의 기세를 살려 도끼를 휘둘렀다.
 
 -부우우웅!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환영은 깨졌다. 야예이는 도끼를 회수했다. 지금 그는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결국 상상 속의 적은 상상 속의 산물. 실제 하는 것에 비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허파가 찢어질 때까지 내달릴 수 있는 굽이진 언덕과 낮은 절벽이 없었다. 한계까지 소진해 뜨거운 몸을 식힐 수 있던 냇물도 없었다.
 이곳은 갈색 산맥에 있는 에크로반의 오두막이 아니었다. 이제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야예이는 우울한 표정으로 따라 나온 토른을 바라보았다. 충실한 그의 친구는 서리가 내린 땅을 딛고 서서 야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예이는 이 친우의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의지를 이해했다. ‘꺾이지 말아라. 그리고 길을 찾아 걸어가라.’ 그러겠노라고 야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며 도끼를 휘둘렀다.
 야예이는 엘리엔에게 그가 가져왔던 속마음을 전부 털어 놓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어째서 그랬는지 알 수 없었다. 낯이 뜨거워지고 도끼를 휘두른 동작이 더욱 거칠어 졌다.
 분명의 마법의 힘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이 풀어지고 이런저런 넋두리를 해대고... 평소의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야예이에겐 엘리엔을 원망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그 덕에 어느 정도 속이 시원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다른 면에서 좀 괴롭긴 했지만 결국 그가 안고 있는 문제를 재확인 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엘리엔은 그의 내면을 훌렁 까뒤집고 흩어 놓았다. 상자 속에 꼭꼭 숨겨둔 흉한 것들을 펼쳐놓듯이 그것들을 야예이의 눈앞에 들이 밀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야예이 자신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믿게 만들고 그것들을 풀어 놓게 했지만 사실은 산적 때처럼 다가와 난폭하게 전리품을 뿌려 놓는 것과 별다를 바 없는 행위였다. 하지만 그 덕에 야예이는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었고 억지로 잊거나 체념하고 있었던 문제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엘리엔은 특별히 그것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진 않았다. 그녀는 야예이에게 “모든 이로부터 인정받기 바라는 것이 네 소원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모든 이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업적을 쌓아라.”라고 말했다. 키엘리니 세스타니엘과 시작할 여정은 그 영광을 위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차분히 웃음 띤 얼굴로 선고를 하듯이.
 
 “후우우우.”

 야예이는 마지막으로 도끼를 휘두른 자세로 꼼짝 않고 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어느새 어둠이 가시고 여명이 밝아 오고 있었다. 한기가 주변을 지배하고 있었지만 야예이의 몸은 땀으로 흥건했다. 그는 아직 식지 않은 몸의 체온으로 한기를 이겨내며 도끼를 내렸다. 그리고 ‘짝짝짝’하고 박수 소리를 들었다.
 박수 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그 곳에는 엘리엔이 서 있었다. 그녀는 어제 처음 만났을 때처럼 이지적이고 차가운 분위기를 띠고 야예이에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훌륭해. 에크로반은 너를 잘 훈련시켰구나.”

 어떤 호의도 느껴지지 않는 칭찬을 듣자 야예이는 겨울의 한기보다 더 차가운 무언가에 노출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제 밤에 찾아 왔던 그녀가 과연 맞는 지 의심스러울 만큼 냉랭한 엘리엔은 어떤 표정도 짓지 않고 야예이의 도끼를 비스듬한 시선으로 보았다.

 “비마법적인 무기로구나. 에크로반의 무구들을 사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것들은 어쨌지? 그가 다른 이들에게 줬을 리는 없고.”

 “일단 제가 보관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용하기에는 좀 맞지 않았습니다.”

 “흐음.”

 엘리엔은 야예이의 대답을 듣고는 혼자서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네 힘을 살리려면 그런 가벼운 무기를 좀 별로겠지. 그런 점을 빼고나면 딱히 무기를 가리는 것은 있니?”

 엘리엔의 질문에 야예이는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없습니다.”

 “그래? 그럼 식사 때 보도록 하지.”

 엘리엔은 그것으로 용건이 끝났다는 듯 몸을 돌렸다. 그리곤 사라졌다. 이 저택 내부에서 그녀는 원한다면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야예이는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을 손으로 닦았다. 그리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식사를 하기 전에 씻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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