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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파인더49

2009.02.07 00:33

azelight 조회 수:575

아직 부활한 것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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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단까지의 길은 여태까지와는 달리 몹시 험했다. 높은 경사와 눈이 어우러져 미끄럽고 위험한 길이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말 그대로 기듯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도저히 오를 수가 없는 길이었다.
 
 “아니, 이런 곳을 길이라고 부를 수도 없어, 헉헉.”
 
 낸시가 불평을 했지만 어느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여기서 한 마디 해줬을 탬퍼조차 말이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들은 전부 지쳐있었고 마치 목숨이라도 건 듯이 잡담을 떠들려고 하는 낸시말고는 아무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곧 낸시의 목소리도 사라졌다. 그리고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만이 백야에 남았다.
 가장 앞서 걷는 마라두는 땀만 좀 흘릴 뿐 여전히 정돈된 호흡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에게 세계의 지붕은 항상 오르내리고 하는 터전이었다. 겨울이 되면 몇 일 밤낮을 헤매며 사냥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기에 그에겐 이 정도의 일은 아주 익숙했다. 야예이도 매번 갈색 산맥을 넘고 오르고 하던 이인지라 이런 산행에 익숙했다. 하지만 나머지 일행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들은 이 미끄러운 눈 산을  오르는 일 뿐만 아니라 균형을 잡고 미끄러지지 않는 일도 신경써야했다.
 그냥 걷는 것 보다 훨씬 피곤한 행군이었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그렇게 쉽게 퍼지지 않는다고 할까. 아무도 군말 않고 모두가 잘 걷고 있자 가장 체력이 약한 낸시조차 씩씩거리면서 잘 따라갔다. 아무래도 이런 일에는 분위기를 타는 면이 있었다.
 다행한 일이라면 어떤 괴물들과도 조우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마라두는 제단으로 오르는 길은 언제나 사냥꾼들이 오가며 청소를 행하기 때문에 어지간히 멍청한 괴물들이 아니라면 결코 근처에 오지 않는다고 말해 주었다. 과연 그 말이 사실인지 제단으로 오르는 길에서 괴물들의 흔적은 발자국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거의 하루에 달하는 행군 끝에 도착한 제단이란 곳은 케자드 족의 비전을 통해 감춰져있는 장소였다.
 처음 그 입구를 보았을 때 일행은 문양이 새겨진 눈 덮인 거대한 바위를 볼 수 있었다. 마라두가 바위에 다가가 짤막한 몇 개의 단어를 중얼 거리자 문양이 그려진 바위의 일부가 가라앉으며 제단으로 통하는 입구가 드러났다.
 
 “여기요.”
 
 마라두가 녹색빛이 새어나오는 동굴 속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이 제단으로 가기 위한 비밀 통로였다.
 케자드 족의 전승에서 그들은 이 신성한 산의 수호자였다. 산에는 오래된 존재가 갇혀 있었다. 그 존재는 죄인이기도 했고 선지자이기도 했다. 어쨌든 그 존재가 무엇이건 케자드 족의 이곳을 수호하도록 명받았다. 제단이라고 불리는 것을 통해서 말이다. 그렇기에 이 제단은 말하자면 부족의 시작과 연관된 신성한 유물이었다.
 정상적이라면 외부인에게는 결코 공개되지 않는 장소였다. 하지만... 쳄바라의 말을 마라두는 기억하고 있었다. 이들 중에 ‘예정된 자’가 있다는 사실을... 그 또는 그녀가 저 산에 오르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쳄바라의 말로는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라곤 했지만 마라두는 사실 어느 정돈 기대하고 있었다. 그건 누구라도 가질만한 욕망이었다. 어느 누가 세상의 변혁의 가장 강렬한 순간을 보길 원하지 않겠는가? 마라두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주제 넘는 일을 할 마음 역시 없었기에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는 일이 힘들진 않았다.
 
 “제단을 올라가시오. 외길이니 길을 잃지는 않을 것이오. 다만 제단에는 손대지 않아줬으면 하오. 자, 가시오.”
 
 마라두의 말과 함께 일행들은 동굴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탬퍼와 로딘, 낸시, 키엘리니, 뮬리아가 들어가고 야예이가 들어가려고 할 때 마라두가 그를 불렀다.

 “야예이.”

 야예이는 동굴로 들어가기 위해 옮기던 발걸음을 멈추고 마라두를 향해 돌아보았다. 마라두는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짓다가 야예이의 어께를 툭 치며 말했다.

 “만약 저들 중 진실로 ‘예정된 자’가 있다면 네 앞길로 만만치 않은 험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원래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되지만... 각오를 단단히 해두거라.”
 
 “감사합니다. 그럼...”

 야예이는 걱정해준 마라두를 향해 인사를 하고 동굴 속으로 향했다. 야예이가 동굴 속으로 사라지자마자 다시 짤막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다시 동굴의 입구가 메워지고 문양이 그려진 커다란 바위가 되었다.
 한참 그 자리에 서서 바위를 바라보던 마라두는 몇 번 머뭇거리다가 결국 바위에게서 몸을 둘렸다. 그리고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
 동굴의 내부에는 녹색의 빛이 가득차 있었다. 입 빛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에 대해선 동굴 안을 걷고 있는 다섯 명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이 안에 빛이 존재해 동굴을 오르는 일에 장애가 없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신비로운 곳이로군요.”

 키엘리니는 어두운 녹광이 가득 찬 동굴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어디가 빛의 근원인지 찾으려는지 그녀의 시선이 이리저리 동굴의 천장을 훑었다. 반면 낸시는 거북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

 “그런가요? 전 너무 거북스러운데. 뭔가가 켕긴 것 같은 느낌인데요.”

 “나도, 좀 그렇군.”

 탬퍼 역시 거북함을 숨기지 않았다. 키엘리니는 본인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았기 때문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야예이에게 물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야예이씨는 어떤가요?”
 
 야예이는 키엘리니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했다. 생각할 것도 없었다.

 “저도 거북함이 느껴집니다. 조화롭지 못한 뭔가가 이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고개를 갸웃 거리는 키엘리니와는 달리 모두의 표정은 불편했다. 다만 뮬리아는 여전히 태연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키엘리니와도 다르게 이 동굴이 익숙한 듯이 보였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가 그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절묘하게도 뮬리아는 모두의 지각 밖에 서서 다른 4명을 관찰하고 있었다.

 “이상하군요. 저는... 오히려 친숙해요. 어쩌면 정말 제 기억에 관한 단서가 이곳에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넷과는 다르게 친숙함마저 느끼기 시작하는 키엘리니는 정말 이 곳에서 자신의 기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차올랐다. 마치 지금의 감각이 좋은 징조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야예이는 그런 키엘리니를 보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라두는 자신들 중에 ‘예정된 자’라고 불리는 존재가 있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어날 변화에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그런 경고를 들은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키엘리니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야예이는 다른 이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잇을 것이라고 여기며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쉽게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야예이는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예정된 자’가 산을 오른 후 어떤 변화가 생기고 어떤 전조가 이는지...
 그런 야예이의 고민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두 다리는 제단의 끝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인공적인 동굴이라는 점을 증명하듯 말끔하게 반원통의 형태를 유지한 제단으로 오르는 길을 오르던 일행은 곧 어두운 녹색빛이 아닌 밝은 백광이 뿜어져 나오는 통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빛이 뿜어져 나오는 곳에 도착하자 더 이상 오르막길이 아닌 평평하고 넓은 평지가 있는 반원형 공간이 나타났다. 원형으로 그리고 복잡한 도형이 빛을 내뿜고 있었고 그 중심에 거대한 관이 있었다. 검은 석재로 만들어진 석관의 위에는 거대한 빛의 구체들이 일렁이며 움직이고 있었다.
 신비로운 광경이었지만 동시에 알게 모르게 위화감을 나타나게 하는 모습이었다. 그리도 동시에 일행들은 깨달았다. 줄곧 느끼고 있던 위화감의 정체는 바로 이 검은 석관이었던 것이다.
 반대로 키엘리니는 석관으로부터 무한한 친밀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저 단순한 우정이라던가 친함같은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목숨을 함께한 전우들에게서나 느낄 법한 묘한 충성심과 의리였다.
 하지나 석관들 쪽 였시 일행의 등장에서 뭔가 느낀 듯했다. 빛 무리가 일렁이고 흔들이기 시작하더니 각각 복잡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탬퍼와 로딘, 야예이는 일단 무기를 빼어들었고 낸시는 마법을 준비하기 위해 소매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만 두세요.”

 그런 네 사람을 키엘리니가 말렸다. 키엘리니는 네 사람에게 전투태세를 풀도록 하고는 본인은 빛무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뮬리아는 이미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 일행의 뒤에서 벽에 등을 기댄 체 키엘리니를 향해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키엘리니가 빛무리를 향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빛무리는 끊임없이 요동쳤다. 키엘리니의 존재자체에 반응하기라도 하듯이 그녀가 다가올수록 격렬한 반응을 보이던 그들은 한순간 번뜩이는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
 일행들은 그 강렬한 빛에 눈을 감고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곧 강렬한 빛이 가라앉고 눈을 떴을 때 키엘리니와 석관의 사이에 사람의 형체를 한 빛덩어리가 공중에 떠 있었다. 그것은 몇 번 그 형체를 흐뜨려졌다 뭉쳤다를 반복하더니 기어코 사람의 형상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사람의 형체를 지닌 빛무리를 다가오는 키엘리니를 내려다보았다. 뒤이어 수 만명이 동시에 외치는 것 같은 거대하고 웅장한 목소리가 빛무리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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