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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44

2009.01.12 23:45

azelight 조회 수:561

고민해봤자 별 답은 없더군요.
그저 성실함이 현재 저에게 답인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또 매일 달리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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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딘은 이를 갈았다. 그에게는 카자크를 상대할만한 유효한 수단이 없었다. 저 얼음판들을 뚫을 만한 힘이 그에게는 모자랐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파고들었다가는 카자크의 검이 그의 머리를 노릴 것이었다.
 로딘은 뒤로 물러나며 카자크와 거리를 유지하며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그러나 카자크는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는 듯 로딘에게 돌진했다. 그의 공격은 노련한 로딘의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이동할 때마다 내뿜는 냉기는 로딘의 다리를 착실히 옳아들고 있었다.
 그 사이에 낸시가 틈틈이 불꽃을 내쏘고 카자크를 방해하려 했지만 그의 방어를 뚫기에는 그녀의 마법이 너무 약했다. *돌파*했다는 카자크는 확실히 타크라탄과는 수준이 다른 것 같았다. 그래도 낸시의 공격은 카자크가 로딘에게 결정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는 기회를 뺏고 있었다. 곧 이어 눈사람들을 해치운 토른이 뛰어들자 상황은 한결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직접적인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린 것뿐이었다. 로딘, 토른, 낸시. 셋이 덤벼들어도 카자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 사이 겨우 자신을 추스른 탬퍼가 야예이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는 전신의 사제로 치유의 힘은 미약했지만 냉시에 의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야예이의 몸을 정상화 시킬 정도는 되었다. 물론 그의 모든 신성을 사용할 때의 일이었고 또 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탬퍼는 최선을 다해 야예이에게 힘을 불어 넣었다. 야예이의 체온은 지극히 낮아져 있었다. 그의 타고난 체력으로도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카자크는 그 광경을 봤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그는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고 전사 한명이 일어난다고 해도 전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쓰러진 자보다는 아직 움직이고 있는 자들을 부수고자 하는 의지가 그의 내부에 충만했다.
 모든 것을 멈추게 만든다.
 카자크는 내면 속에 흐르는 그 의지를 거부할 수 없는 의지를 충실히 실행했다. 그리고 용암의 분화처럼 용솟음치는 힘에 환희했다.
 
 “핫.”

 얼음판을 이용한 강타를 방어하고 뒤로 밀려나는 로딘의 어께를 받고 뮬리아가 뛰어 올랐다. 불꽃이 깃든 쇄검을 내려치자 얼음판이 그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움직였다. 뮬리아는 불꽃의 검으로 그 얼음판을 두 조각으로 가르고 착지 한 후 뒤로 굴렀다. 그 자리에 카자크의 얼음창이 떨어진다. 얼음창이 떨어지는 순간 토른이 발톱으로 세차게 카자크의 몸을 후려쳤다. 하지만 또 다른 얼음판이 그 공격을 막아냈다. 카자크는 자유자재로 얼음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었다.
 다행히 카자크 역시 너무 많은 수의 얼음벽을 다룰 수 는 없는 지 그 수가 일정 이상으로 늘어나지는 못했다. 로딘은 그 점을 노려보려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카자크는 너무나도 강했다. 냉기를 자유자재로 내뿜고 순식간에 얼음 결정을 만들어내는 그의 힘은 말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였다. 거기다가 그는 지치지도 않는 듯이 주문을 연사했다.
 로딘이 바닥에 내동이 쳐졌다. 뮬리아의 쇄검은 결국 얼음벽을 뚫을 수 없었다. 낸시는 극한에 가까울 만큼 힘을 쥐어 짜내보았지만 얼음벽을 파괴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만큼 카자크는 압도적이었다.
 탬퍼는 일행들이 카자크를 당해내지 못하고 휘둘리는 모습을 보고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날 수 있겠나?”

 야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칼로 뼈를 긁는 듯한 격통이 몸을 스쳤지만 그는 인내하고 참았다. 그 순간 그는 등에서부터 따뜻한 온기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돌아보니 절벽 아래로 떨어졌던 키엘리니가 야예이의 등에 손을 대고 있었다.

 “무사했었군.”
 
 탬퍼는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키엘리니의 몰골도 말이 아니었다. 키엘리니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더 놀란 듯이 보이는 두 사람에게 힘없이 웃어보이고는 피투성이의 날개를 펄럭였다.

 “그는 우리들 보다 모든 면에서 강력하군요. 재빨리 그를 압도해야만해요.”

 키엘리니는 그렇게 말하며 검을 들었다.

 “네달렉스여. 혼돈을 치려하는 저의 검에 수호자의 힘과 의지를 내리소서.”

 짧은 기원이 끝나자 키엘리니의 날개와 검이 백광으로 타올랐다. 어찌나 눈부신지 한창 싸우고 있던 카자크와 낸시, 뮬리아조차도 돌아볼 정도였다. 물론 돌아보지 않은 둘은 이 절호의 기회를 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카자크에게 쇄도했다.
 기합도 없이 로딘이 카자크의 몸을 치고 지나갔다. 미약하진 않지만 마법이 깃든 검임에도 불구하도 카자크의 몸에는 흠집도 나지 않았다. 도리어 비할바 없는 한기를 느낄 수 있을 뿐. 하지만 육즁한 무게와 민첩함을 동시에 갖춘 토른은 한기에 도출되면서도 카자크의 몸에 상처를 입히는 일에 성공했다.

 “크.”

 카자크는 공격을 받음과 동시에 얼음판으로 근접한 로딘과 토른을 쳐냈다. 로딘은 간신히 굴러서 피했지만 토른은 얼음판에 얻어맞고 땅을 굴러야 했다.
 동시에 키엘리니가 도약했다.
 
 “하아아아아압!”

 홀리어벤져의 날부분에서 일렁이던 백광이 거대한 기둥이 되었다. 키엘리니는 그대로 검을 휘둘러 빛의 기둥을 카자크에게 내리쳤다. 카자크는 두텁게 얼음벽을 펄쳐 그 공격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막아내지 못했다.
 키엘리니의 빛의 기둥은 얼음벽을 파괴하고 카자크에게 타격을 줬다.

 “크으으읍!”

 카자크는 엄청난 충격에 놀라면서도 빛의 기둥으로부터 벗어났다. 그 일격 한번으로 그의 모든 방어술이 파괴되고 사라져 버렸다. 뮬리아는 무방비가 된 카자크에게 소리 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단 한 번도 맞추지 못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처음으로 그녀의 검이 카자크의 몸에 닿았다. 그것도 치명타였다.
 카자크는 놀라면서 떠오르는 자신의 오른팔을 바라보았고 다시 뮬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그녀는 싸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마치 서리내 린 강철 같은 미소였다.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살점을 물어뜯을 것 같은 치명적이지만 그 위험성을 숨긴 미소.
 뒤를 이어 탬퍼의 마울이 그에게 휘둘러졌다. 카자크는 여전히 뮬리아를 바라보며 탬퍼의 일격을 외손으로 막아냈다. 허공에 생겨난 얼음벽이 탬퍼의 마울을 막았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야예이가 얼음벽을 딛고 푸른 불길이 일렁이는 대검을 내려친 것이다.
 카자크는 결국 뒤로 물러섰다.
 그가 물러나는 자리 뒤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얼음으로 된 가시들이 솟아올랐다. 추격타를 먹이려던 야예이는 솟아오르는 얼음가시들에 놀라고는 뒤로 뛰어 피했다.
 카자크는 잘린 팔을 바라보며 절벽 뒤의 허공에 떠 있었다.
 그는 놀란 눈으로 잘린 팔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는 흐르지 않았고 고통도 느끼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팔이 잘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 *돌파*한 이상 그는 무적이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잘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유쾌한 듯이 웃었지만 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왠지 진심이 아닌 듯한 웃음이 그의 입을 통해 울려 퍼지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는 자신의 상황에 어울릴 감정 따위는 하나도 담지 않고 단지 웃는 소리만을 내고 있었다.
 일행들은 그런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날개를 다친듯한 키엘리니는 그렇다 치더라도 마법으로 공격할 수 있는 낸시까지 그저 카자크를 지켜볼 뿐이었다.

 “아아...”

 카자크가 웃음을 그치고 일행을 바라보았다.

 “이길 수 없었군. 분명 압도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일까?”

 진짜 질문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대답을 바라지도 않는다는 듯 혼자 생각 속에 빠졌다가 곧 깨어났다.

 “아니, 지금 할 게 아니군. 그럼 다음에 보지. 좀 더 힘을 기를 필요가 있을 듯하니 말이야.”
 
 카자크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멀쩡한 왼손에 조그마한 상자를 꺼냈다. 카자크가 주문을 외우자 상자에는 중심에서부터 시작해 복잡한 형태로 빛의 선이 그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이 상자 전체를 채웠을 때 카자크의 모습이 사라졌다.
 카자크가 사라지자 뮬리아가 “하아.”하고 한숨을 쉬더니 주저앉았다. 그리고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을 꺼냈다.

 “죽는 줄 알았네.”

 뮬리아가 말하고 나서야 모두들 긴장이 풀리는 지 자리에 털썩털썩 주저앉았다. 안 그래도 마차로 올라가기 힘들게 눈길이 이제는 얼음길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일행은 전부 만신창이. 멀리 떨어져 있던 낸시와 늦기 전투에 뛰어든 뮬리아만이 멀쩡했고 나머지들은 치명적이진 않지만 무시하기도 힘든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유일한 행운이 있다면 말들이 그 소란에도 얌전히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눈보라를 견디는 것  만으로도 녹초가 된 것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당장 노르윈까지는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일행은 일단 자신들을 먼저 추스르기로 했다.
 키엘리니는 자신은 이미 응급처치를 했다면 일행들의 상처를 봐줬다. 탬퍼 역시 녹초였지만 얌전히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남은 주문으로는 겨우 작은 상처를 흉터가 안 지게 하는 것 정도가 고작이었다. 신성은 신으로부터 오는 것이었지만 그들은 인간이었고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음.”

 바늘이 살갖을 뚫을 때마다 로딘은 인상을 찡그렸다. 신경을 둔화시키는 약초를 희석시켜 발라두었기 때문인지 통증 약했지만 바늘과 실이 살갗 아래를 뚫고 지나가는 감각을 도저히 좋아질 수 없었다. 거기다가 부위가 얼굴이다 보니 이래저래 바늘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의 얼굴을 꿰매고 있는 사람은 야예이였다. 야예이는 능숙하게 로딘의 상처를 꿰매 봉합했다. 그리고 봉합한 자리를 키엘리니가 약한 신성으로 아물게 했다. 그런 식으로 로딘의 얼굴은 몇 군데가 꿰매져 있었다. 얼음판이 터지면서 많은 수의 자상을 냈기 때문이었다. 낸시는 그 엄청난 파편들 속에서 눈이 무사한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말했다.

 “또 올까요?”

 뮬리아가 난로에 거의 붙어있다시피 한 낸시에게 물었다. 낸시는 “그럴걸요.”하고 대답한 다음 장난기 담긴 웃음ㄴ을 지으며 뮬리아에게 말했다.

 “겁나세요?”

 뮬리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금은요. 하지만 그보다 굉장하다는 생각이 더 들어요. 이미 저들 동료를 하나 해치우기까지 하셨다니.”

 “훨씬 약하긴 했지만요. 솔직히 카자드로부터 살아남은 것은 요행이었어요. 처음부터 우리를 전멸시킬 작정이었다면 어쩌면 전멸했을지도... 다행히 그는 자신의 힘을 시험해볼 요량으로 저희를 너무 오랫동안 살려주었죠.”

 그녀의 말대로 였다. 만약 카자크가 키엘리니를 날려버린 그들을 멸절시키려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일행은 그야말로 허를 찔린 상태였다. 그의 힘은 예상외로 강했고 일행은 타크라탄 때처럼 준비되어있지도 못했다. 그런 그가 처음부터 모든 힘을 집중했었다면 일행은 전멸하고 겨우 살아난 키엘리니는 혼자서 맞섰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일행을 해치울 기회를 손쉽게 잡았음에도 방비할 시간을 줬다. 그 다음에 일행에서 가장 강력한 키엘리니를 우선적으로 박살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낸시를 독려까지 해줬다. 그리고 팔 하나가 잘리자마자 여력이 있음에도 바로 돌아가 버렸다.
 도저히 그가 한 말처럼 타크라탄의 복수를 하러왔다고는 생각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물론 부상을 입지 않았다면 일행을 가지고 놀며 다 죽였겠지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더 좋지 않나요? 모험에는 작은 행운이 필수지요. 그런 압도적으로 당하는 상황 속에서도 승기를 잡았으니까요.”

 대단히 긍정적인 뮬리아의 감상에 낸시는 조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곧 씩 웃었다. 하긴 아무리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운이 나쁘면 눈먼 검에 맞아 죽을 수 수 있는 세상이기는 하다.

 “맞아요.”

 낸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뮬리아의 말을 긍정했다.

****
 노르윈에 겨우 도착했을 때 일행은 엄청난 몰골 덕분에 노르윈의 경비병들에게 잠시 잡혀야 있어야 했다. 어쩌다가 이런 일을 당했냐? 어디에서 당했냐? 등의 질문이 들어왔다. 일행은 지치고 힘들었지만 상세히 그들에게 설명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그리고 경비병들이 일행이 습격당한 장소로 갔다 오는 동안 그들의 숙소에서 몸을 녹일 수 있었다.

 “경비병 초소치고는 엄청 좋은 건물이군.”

 탬퍼는 드워프들의 경비초소를 보며 말했다. 바람이 세어 들어오는 곳도 없었고 따뜻하고 아늑했다. 거기다가 드워프 외의 종족들을 고려해서인지 천장은 꽤 높았다. 그럼에도 상당히 깔끔해서 여관으로 사용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간들의 건물들과는 다르지. 제대로 된 건물이란 드워프의 손에서 나오는 것이라네.”

 옆에 앉아있던 경비병이 일행들에게 따뜻한 꿀물을 타 주며 말했다. 일행은 감사 인사를 하고 잔을 받았다. 달달하고 따뜻한 꿀물을 마시자 속에서부터 온기가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조금 기다리자 산 아래에 갔던 드워프 경비병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꿀물을 건네줬던 드워프에게 짤막하게 보고하고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흠. 자네들의 말은 사실인 것 같군. 그런 굉장한 마법사에게 쫓기고 있다니...”

 드워프 경비병이 말끝을 흐리자 일행은 긴장했다. 잘못하면 축객령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만큼 그들은 각오도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라도 마을에 위험을 끌어들일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드워프는 축객령을 내리진 않았다.

 “하하하하. 다들 정말 고생했군. 음. 자네들은 최근 보기 드문 진짜 모험가들일지도 모르겠군. 악한 마법사들과 싸우는 모험가라니. 고전적이지 않나. 좋네. 자네들 짐에도 별 이상은 없었고. 마을로 들어가도록 하게나. 덤으로 내가 좋은 여관도 소개해주지.”

 사정을 하거나 설득을 해야할거라고 생각했던 일행은 경비병이 워낙 쉽게 승낙해주자 조금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심지어 키엘리니는 정말 괜찮겠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걱정 말게. 악에 맞서는 것은 모든 선한 종족들이 해야 할 일이지. 옛이야기에서처럼 영웅들만의 일은 아니네. 거기다가 노르윈의 철옹성이 고작 마법사 하나한테 무너질 리 없지 않나. 아, 그래.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 때문에 폐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걱정말게. 난 이 도시의 경비대장이며 적어도 위험에 쫓기는 인물들을 도시로 들를 수 있게 해줄 정도의 힘 정도는 가지고 있네. 그리고 어느 드워프도 그 사실로 날 비난하지 않을 것이네. 따라오게.”

 경비병은 일행을 따라오게 했다. 그리고 그는 노르윈의 철통같은 수비와 높고 강건한 도시에 대해 설명해줬다. 노르윈에 가진 그의 자신감은 실제로 역사로 보여준 사례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일행은 대부분 그에 동의했다. 고전적이면서 유명한 이야기만해도 몇가지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오크왕 천개의 흉터가 그의 오크군대 전부를 이끌고 드워프들을 말살하려했지만 실패했던가, 마법사 그리프가 악마대군을 이끌고 왔었던 일들. 온갖 희귀금속과 마법금속이 산재한 노르윈읙 광산을 노린 수많은 적들과 막서온 드워프들의 역사는 장구했으며 동시에 그들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역사였다.
 경비병은 일행들에 대한 이야기를 여관주인에게 해주며 그들에게 편한 숙식을 제공할 것을 당부하고는 여관을 떠났다. 여관주인은 우선 일행에게 씻기를 권했다. 그는 따뜻한 물이 언제나 제공됨을 자랑스럽게 설명하고 나오면 따뜻한 음식과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것은 일행에게 매우 매혹적인 말들이었다. 또한 드워프들이 만든 욕탕은 신기하기 그지없는 장소이기도 했다. 일행은 여관주인과 그 아내에 의해 각각 여성전용탕과 남성전용탕으로 갈라졌다.
 
 “이건 뭡니까?”

 돌기가 나있는 동그란 원형 나사 같은 것이 쇠파이프에 붙어 있는 것을 보며 야예이가 묻자 여관주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수도꼭지네.”

 “수도꼭지?”
 
 “오른쪽으로 돌려보게.”

 여관주인이 손을 돌리는 시늉을 하자 야예이는 시키는대로 했다. 그러자 야예이 머리 위의 관끝으로 부터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 물을 맞은 야예이는 기겁을 하며 뛰어 올랐다가 천장에 머리를 박았다. 여관주인은 그 모습을 보고 배를 잡고 웃었고 나머지 일행은 야예이를 걱정하기 보다는 수고꼭지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하하하하.”

 여관주인의 웃음소리가 한동안 이어지다가 그쳤고 그는 “너무 오래 있지는 말게.”라고 당부를 한 후 수도꼭지를 잠그고 욕탕을 나섰다.

 “음. 신기하군.”

 탬퍼는 팔짱을 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으윽.”

 야예이를 부딪친 곳을 문지르며 말하고는 탕에 주저앉았다. 평범한 체구의 남성과 거한 둘이 들어가자 욕탕 속의 물이 단숨에 넘쳤다.

 “이건 외지인용인가 보군. 설마 종족별로 구비되어 있거나 한 것은 아니겠지?”

 탬퍼는 욕탕을 둘러보며 그런 싱거운 소리를 했고 야예이는 그런 탬퍼의 싱거운 소리에 일일이 상대를 해줬다. 로딘은 말없이 카자크로부터 당한 한기를 몸에서 몰아내려는 듯 욕탕에 목까지 푹 담그고 있었다.
 뼛속가지 뻗치는 한기에 괴롭힘을 당한 탓인지 이 온탕이 그들에게는 낙원과 같이 느껴졌다. 긴장된 근육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느슨해진 그들은 꿈같은 온기를 즐겼다. 특히 탬퍼는 여러 여관을 돌아다녔지만 이만한 곳은 없었다며 연신 욕탕을 칭찬했다. 야예이는 목욕이라고는 내천에서 밖에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달리 할 말이 없어 조용히 듣기만 했다. 하지만 대화는 점점 줄어들었다. 긴장이 풀리고 신경이 느슨해지자 피곤이 그들에게로 찾아 온 것이었다.
 야예이와 탬퍼, 로딘은  꾸벅꾸벅 졸면서 목욕을 맞췄다. 그리고 졸음의 희생양은 여탕에서도 나타났다. 낸시가 욕탕에 코를 박고 그대로 잠들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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