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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3

2009.04.23 17:02

azelight 조회 수:639

세번째... 글 쓰는 속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습니다.  

거북이가 된 느낌이네요.  

*******************************************************************************  

  예상보다 이틀의 여유가 있었다. 그 동안 눌들은 단 한 마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사방을 경계했다. 어차피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마을에 비축 된 식량이 필요했다. 그들은 경작하지 않았고 수렵만 할 뿐이고 또한 풍성한 식거리를 찾아 이동하지도 않았다. 수렵은 풍족한 식량을 보장해주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넓은 지역을 영역으로 삼고 이동할 때나 가능할 뿐이었다. 정착한 이상 경작을 하지 않는다면 결코 퐁족함을 손에 넣을 수 없었고 겨울을 넘길 수도 없었다.    

 

  그러니 눌들이나 야플들이 약탈하기 위해 마을을 찾을 것은 순차적인 순례나 마찬가지인 일이었다. 언제나 있는 연례행사.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마을사람들은 그들의 적을 신뢰했다. 이상한 이야기지만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눌들이 약탈을 위해 다시 한 번 찾아올 것임을 확신했다.  

 

  그렇기 때문에 숲 전체에 어둠이 내리고 고요가 세상을 지배한 시각, 마을 경비탑에 앉아 테랄 숲을 주시하던 중년 남자가 눌들이 테랄 숲의 경계를 넘기 전에 발견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테랄 숲과 마을의 경계에 지펴놓은 횃불에 어른거리는 작은 그림자를 발견한 남자는 처음에는 의심했다가 두 번째에는 확신했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야습을 알리기 위해 중년 남자는 서둘러 종을 쳤다.  

 

-땡땡땡땡  

 

  요란하게 종소리가 울리자 마을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집집마다 불이 켜지고 달음박질 소리가 울린다. 사람들은 부산이 움직이고 준비된 갑옷을 입고 창을 쥐고 그들이 가야할 장소로 이동했다.  

 

  에크로반이 하루 사이에 정한 위치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야할 위치로 올라갔다.  

 

  에크로반 자신은 경비탑으로 올라가 있었다. 눌들은 횃불로 만들어둔 경계 너머에서 마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야습의 실패로 우왕자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에크로반은 근처에 있는 올빼미의 시야를 빌려 그들의 모습을 훔쳐보았다. 인간의 시각으로 보자며 어느 정도 왜곡된 시각이었지만 에크로반은 이런 일을 여러번 해왔기 때문에 쉽게 사물들을 분간했다. 예리한 올빼미의 시각은 어둠 속을 꿰뚫었고 에크로반은 눌들을 차근차근 살폈다.  

 

  에크로반은 그 중 가장 기골이 장대한 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에크로반은 그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협박을 위해 눌의 동굴 앞에 잠복했을 때였다. 그는 10명의 눌들을 이끌고 마을을 약탈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에크로반에게서 위협을 느꼈고 습격을 중단했다. 눌치고는 머리가 좋다고 할 수 있다지만 인간에겐 기만전술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눌로서는 오히려 속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에크로반은 속으로 싱긋 웃고는 눌들을 관찰했다. 대략 30여명. 에크로반이 몇 번 그들의 동굴을 오가며 파악했던 수의 절반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를 보고 에크로반은 확신했다. 신중한 족장에 의해 눌들은 분열 된 것이었다.  

 

  어중간한 것은 없느니만 못하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정형적인 예였다.  

 

  에크로반은 활을 들었다. 그들이 신중하면 오히려 좋지 않았다. 그의 계획대로 되기 위해선 눌들이 흥분하고 날뛰고 정신없이 설쳐줘야 했다. 자의를 잃을 정도로 흥분해준다면 더 좋았다. 물론 그들을 흥분시키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상처 입을수록 더 흥분해서 날뛸 것이었고 이곳에는 그럴 의도로 만들어진 것들이 충분히 많았다.    

 

  에크로반을 시위를 당겼다 놓았다. 활을 쏠 때 짤막하게 주문을 읊조렸다. 화살 촉 속에 든 힘은 목표로 한 적에게 신경을 긁는 듯한 격한 통증을 줄 것이었다.  

 

  짙은 어둠 속을 겨냥했음에도 불구하고 에크로반의 화살은 눌에게 명중했다. 뒤이어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명소리는 곧 분노에 의해 시근거리는 소리로 변했고 어둠속에서도 식별할 수 있을 만큼 붉은 눈빛 한쌍이 떠올랐다. 그리고 상처 입은 눌의 분노는 전염되는 주변의 눌들을 자극했고 그들은 시근거리고 코를 킁킁거리며 입김을 내뿜었다.  

 

  족장으로 추정되는 눌은 그 중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타고난 본성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뎀 역시 에크로반의 뒤를 이어 쏘아 올린  마을 사람들의 화살에 자극 받아 분노에 찬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훈련 받은 지 얼마 안 되는 마을 사람들이었기에 눌들을 맞추진 못했지만 그들은 그들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날아드는 화살은 눌들을 흥분시켰고 그들이 돌진해오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의도한 바대로 눌들이 움직인다는 사실에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눌들은 쿵쾅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치 산사태처럼 달려 왔다. 아직 먼 거리지만 마을 사람들의 간담을 써늘하게 할 만큼의 박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맹진은 오래되지 못했다.  

 

  발목이 빠지게 만든 허방다리에 걸려 눌들은 넘어지고 뒹굴었다. 허방다리 안쪽에는 날카로운 독이 발라진 가시가 나 있어 발이 빠진 눌들을 상처 입혔다. 하지만 재생력과 체력이 강한 눌들은 독에 쉽게 지지 않았다. 이런 것들은 모두 그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하는 일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했다. 눌들은 포효하고 소리 지르고 버둥거리며 일어났다.  

 

  마을 사람들은 눌들이 일정 이상 가까워지자 마을 입구의 문을 닫았다. 눌들은 문을 두들겼고 에크로반과 사수들은 경비탑에서 활을 쏘아 그들을 견제했다. 그러자 곧 경비탑의 공격에 맞서 흙더미와 자갈 더미가 날려들었다.  

 

  사수들과 에크로반은 위에서 이미 눌들이 흙덩어리와 돌멩이를 주우려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엎드려서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콱! 콱!하고 박히는 자갈과 모래들의 소리를 듣고 나니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에크로반은 종을 울려 사수들이 경비탑에서 내려가도록 했다.  

 

  에크로반이 경비탑에서 내려올 때 쯤 사람들은 눌들이 몰려있는 입구의 반대편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에크로반은 사람들이 계획대로 움직여 주는 것을 보며 자신도 지붕위로 올라갔다.  

 

  눌들이 문을 부수기 위해 함성을 지르고 팔을 휘두르고 있었다. 문을 두드리는 쿵쾅거리는 소리가 마을 사람들 전부에게 들렸다. 사람들을 꿀꺽하고 침을 삼키며 긴장감을 다스렸다. 급조한 창을 꼬나 쥔 양손이 벌벌 떨렸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문을 향해 집중되어 있었다.  

 

  -쾅!  

 

  문이 부서지고 눌들이 몰려 들어왔다. 붉게 빛나는 흉흉한 안광을 빛내는 그들은 마을 중심의 빈 공터 저편에 마을 사람들 일부가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목책을 만들고 그 뒤에서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태세를 갖추고 눌들이 달려오기를 기다렸다.  

 

  “크아아아아아아!”  

 

  한 번 포효를 울린 눌들은 웃는 건지 울부짖는 건지 알 수 없는 괴성을 내며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쫓았다.  

 

  마을 사람들은 활을 쏘고 돌팔매질을 하며 눌들을 공격했지만 분노한 눌들은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공격은 고통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것일 뿐이었다. 까진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숨이 거칠어져도 눌들은 쿵쾅거리며 달려왔다. 그리고 그들이 광장을 반쯤 뛰어왔을 무렵이었다.  

 

  놀들이 발을 디디고 있는 바닥이 무너져 내렸다. 마을 사람들은 광장을 통째로 파내 함정을 만들어 둔 것이었다. 그리고 판자들을 엮어 만들어둔 뚜껑이 눌들의 무게로 부숴지자 눌들은 속수무책으로 아래로 떨어졌다.  

 

  떨어지지 않은 눌들은 황급히 멈춰섰지만 뒤에서 밀고 들어오는 힘에 몇 놈들은 추가로 떨어져야 했다. 그리고 함정이 발동됨과 동시에 마을 입구에서 기합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아아아압~!”  

 

  입구에 만들어둔 방책과 함께 벽에 바짝 붙어 숨어있는 사람들이 방책을 밀고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앞 열의 사람들이 뾰족하게 깎은 날카로운 가시를 박아둔 방책을 밀고 뒷 열의 사람들이 창을 들도 눌들을 찔러댔다. 눌들은 당황해서 자기들보다 한참 약한 힘을 지닌 사람들에게 밀려났다. 고통과 당혹을 피해 움직이다 보니 그들의 대부분은 함정으로 밀려 떨어졌다. 하지만 일부는 몸을 날려 지붕위로 뛰어오르거나 방책을 뛰어넘는 자들도 있었다.  

 

  사람들은 함정에다가 끓는 물을 붓고 돌을 던지고 화살을 쏘았다. 돌멩이들 중 몇 개는 되돌려 던져졌지만 정신없는 그들로서는 침착하게 조준할 수 없었는지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오르거나 모자란 높이로 던져졌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마을 사람들에게는 위협이었는지 사람들은 섣불리 돌팔매질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대신 마을 사람들은 함정에 빠진 눌들에게 불화살을 쏘거나 횃불을 던졌다. 짚더미를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곧 함정의 내부에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에크로반은 즉각 지붕에 올라 온 눌에 맞서 화살을 내 쏘았다. 어둔 횃불의 빛뿐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눌의 눈을 맞췄다. 그 한 방으로 절명한 눌의 몸이 기우뚱하고 기우더니 지붕에서 떨어졌다. 에크로반은 이번에는 3개의 화살을 동시에 꺼내 시위에 걸었다. 그리고 주문을 읊조리자 세 개의 화살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더니 세 마리의 눌을 맞췄다. 연달아 힘을 쏟은 에크로반은 잠시 지친 몸을 정신을 추스르고 일어났다.  

 

  그리고 이번에는 적광이 감도는 촉을 가진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눌들이 에크로반을 인지하고 뛰어 들자 에크로반은 가장 오른쪽의 눌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붉은 궤적을 그리고 날아오른 화살은 폭음과 함께 눌의 가슴에 큼지막한 구멍을 뚫어 주었다.  

 

  “캭!”  

 

  짧은 단말마와 함께 눌은 지붕까지 뛰어오지 못하고 도중에 추락했다. 에크로반은 눌의 추락을 확인하지 않고 다음 상대를 향해 주각이 된 화살을 쏘았다. 두 번째 희생자는 에크로반의 가장 가까이에 착지한 눌이었다. 그는 흉폭한 얼굴에서 깃 송곳니를 드러내기도 전에 오른쪽 가슴에 전광의 화살을 맞았다.  

 

  눌은 심장이 두 개이기에 하나가 손상된다고 해도 괜찮았지만 전광이 준 충격은 둘의 다른 족 심장에 충격을 가했다. 전광의 화살을 맞은 눌은 가슴을 쥐어 싸고 쓰러졌고 에크로반은 몸을 뒤로 날려 다른 지붕으로 옮겨 타며  전통에서 또 다른 화살을 꺼냈다. 이번 화살은 주각이 안 된 평범한 화살이었다. 에크로반은 특별히 화살을 골라서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문을 읊조리곤 화살은 쏘았다.  

 

  화살이 눌의 어깨를 맞췄다. 아무리 에쿠로반이라고 해도 몸을 날리며 움직이는 물체를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에크로반은 착지하면서 세 개의 화살을 뽑았고 또 한 번 주문을 걸고 시위를 당겼다.  

 

  쏜 화살 중 하나는 전 번의 표적을 향해 날아갔으나 남은 두 화살은 그 뒤를 따라 오던 눌을 맞췄다. 에크로반은 화살이 명중하는 것을 보며 오디언과 케스트를 뽑아 들었다. 동시에 지붕 위에 있던 마을 사람들도 창을 들어 달려드는 두 눌들을 찔렀다.  

 

  몇 몇의 창대가 부러지면서 두 눌을 밀어냈다. 창을 쥔 자들 역시 손가죽이 찢어지면서 창대를 놓았다. 하지만 보람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눌들이 집과 집 사이의 간격으로 떨어졌다. 에크로반은 즉각 지붕 끝을 박차고 뛰어 내리며 오디언으로 한 놈의 사타구니를 갈라버렸다. 뒤 이어 에크로반은 땅에 착지했고 그와 동시에 두 눌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크아아! 카!”  

 

  공격 받은 눌이 부자연스럽게 움집이며 에크로반을 붙잡기 위해 팔을 뻗었다. 크로반은 날렵하게 몸을 날린 후 눌의 한 쪽 팔을 잘라버렸다. 열광의 검인 오디언의 검날은 달아오른 용암과도 같아서 끔찍하게 단단하고 열에 대한 내성을 지니고 있지 않는 한 어떤 것이라도 손쉽게 잘라버릴 수 있었다. 그에 에크로반 정도의 검사의 요령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벨 수 없는 것이 없는 검이 되고 마는 것이다. 더구나 이 열광의 검으로 입은 상처는 지져져서 회복할 수 없게 되니 상대를 무력화시켜 병신들을 생산하는 데도 막강한 능력을 발휘했다. 눌에게는 별로 소용없지만 적의 사기를 깎기에도 만점이다.  

 

  그런 검이었기에 에크로반은 자신있게 또 한 번 검을 휘둘러 자신에게 달려드는 눌의 손길을 피하며 머리를 갈랐다. 핏물을 뒤집어쓰고 눌의 몸이 그의 위로 쓰러져왔다. 에크로반은 눌의 복부를 찌르며 몸을 숙여 이제는 고깃덩이가 된 그것을 머리 위로 넘겼다. 그리고 남은 한 마리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에크로반은 즉각 움직였다. 함정에 빠진 녀석들은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할 수 있겠지만 자신들을 함정으로 밀어붙이던 방책을 뛰어 넘어 마을 사람들의 등 뒤로 뛰어넘었던 눌들이 있었다. 셋 정도에 불과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그 놈들의 힘 차이를 생각하면 무난하게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지 않았다.  

    

 

  에크로반의 염려대로 사람들은 고전하고 있었다. 눌들도 많이 지쳐있었기에 움직임이 굼떠졌고 몸에는 부러진 창과 화살이 꽂혀있었지만 그들의 흉폭함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도리어 더 난폭해진 듯했다.  

 

  에크로반은 일단 가까이에 있는 쓰러진 남자를 도와 일으키고는 그의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에쿠로반은 남자에게 “피하시오!”하고 소리치고는 자신은 전투의 현장으로 달렸다.    

 

  뛰어가면서 에크로반은 눌 한 놈이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마을 사람들의 필사적인 공격이 세 놈중 하나를 잡아내는 데 성공하게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 역시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 방책은 부서져 있었고 널브러져 쓰러진 부상자들 뿐 아니라 찢겨져 죽은 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에크로반은 즉시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에크로반의 강렬한 투지가 검의 궤적을 타고 끓어올라 대지와 공기를 갈랐다. 막 마을 사람들을 공격하려던 눌은 그 기운에 밀려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에크로반을 바라보았다.  

 

  “샤루크! 다민!”  

 

  눌이 쿵쾅거리며 에크로반에게로 달려왔다. 눌은 방책의 나무기둥을 들고 에크로반에게 휘둘렀다. 그에 에크로반은 앞으로 구르며 그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오디언은 눌을 향해 던졌다.  

 

  푹 하고 열광의 검이 눌의 살을 태우며 박혀 들어갔다. 눌은 고통을 느끼는 듯 했지만 그럼에도 나무 기둥을 휘둘렀다. 그에 에크로반은 케스트를 양 손으로 쥐더니 나무기둥을 후려쳤다.  

 

  “되돌려라!”  

 

  케스트와 나무기둥이 충돌하는 순간 에크로반이 소리쳤다. 동시에 케스트의 검은 몸체가 진동하며 그 속에 깊든 마법적인 힘을 해방시켰다.  

 

  -쩍!  

 

  케스트와 부딪친 나무기둥이 산산히 갈라졌고 에크로반은 케스트를 쥐고 종으로 베었다. 그러자 떨어져있는 눌의 몸체에 검의 궤적이 드러남과 함께 피보라가 솟구쳐 올랐다. 눌은 대지에 피웅덩이를 만들며 무릎을 꿇었다. 에크로반은 무릎 꿇은 눌에게 다가가 케스트로 눌의 목을 쳐 날리고 일회전하며 오디언을 뽑아냈다. 열광의 검의 검날에서 핏물이 증기가 되어 피어올랐다.  

 

  에크로반은 눌의 세치를 타 넘었다. 마지막 눌, 최후의 눌이 서 있었다. 에크로반은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가장 거대한 눌의 우두머리. 눌치고는 너무나 신중했던 나머지 일을 그르친 자였다. 에크로반은 그와 대치했다.    

 

  뎀은 에크로반을 알아보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손에는 누군가의 다리가 쥐어져 있었다. 후두둑하고 핏물이 뿌려졌지만 뎀도 에크로반도 신경 쓰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뎀에게 덤비지 않고 에크로반과 그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뎀과 다른 두눌로 인해 입은 피해는 당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방책은 파괴되고 4명의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고 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부상자였다. 다행이 대부분 경상이었지만 중상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 대부분은 영원히 불구로 살아야할지도 몰랐다.  

 

  대부분의 무기도 파괴되었고 또한 지쳐있었다. 그랬기에 그들은 부상자들을 수습하면서 에크로반과 뎀의 난투를 지켜보았다.  

 

  에크로반은 오디언과 케스트로 뎀에게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뎀이 결코 약하지는 않았지만 닿는 것은 모조리 베어버리는 오디언은 어떤 마법적인 방어책도 없는 뎀에게 있어 너무 큰 차이였다. 오디언이 종횡무진 움직일 때마다 뎀은 잔 상처를 입어야했다. 뎀은 그런 모든 잔 공격들을 무시하고 에크로반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에크로반이 너무 민첩했다.  

 

  에크로반은 뎀의 공격을 전부 피하며 그의 몸을 상처투성이로 만들었지만 섣불리 안으로 뛰어들진 못했다. 뎀의 공격은 너무 위력적이었고 뎀이 상처를 각오하고 있는 이상 섣부른 공격은 곧 반격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했다. 체구, 힘, 맷집 어느 하나도 에크로반이 따라갈수 있는 것이 없으니 만큼 에크로반은 신중하게 뎀의 몸에 상처를 내고 그에게서 착실하게 체력을 빼앗았다.  

 

  연이은 양 손 공격을 상반신을 위 아래로 흔드는 동작만으로 피하고 팔의 궤적을 따라 검을 긁어 상처를 입혔다. 물어뜯을 듯 덮쳐오는 입을 몸을 비틀어 흘리고 위로 올려치듯 오디언을 휘둘러 어깨를 베고 두 자루의 검으로 공격을 넘겨 보내며 피와 살을 깎아 냈다.  

 

  끔찍할만큼 고통스러울 텐데도 뎀은 고통을 못 느끼는 듯 공격했고 에크로반은 반격했다.    

 

  지루할 정도의 난투 끝에 뎀은 쓰러졌다. 에크로반은 단 하나의 상처도 입지 않고 뎀을 쓰러뜨린 것이다. 대신 뎀의 몸은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것은 뎀이 강인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아무리 에크로반이라고 해도 뎀을 다른 눌들 처럼 일순간의 빈틈을 노려 급소를 찌를 수가 없었었다.  

 

  에크로반은 숨을 몰아시며 뎀을 내려다보다가 케스트의 검신에서 피를 털어냈다 그리고 오디언과 함께 각각의 칼집에 집어넣었다.  

 

  에크로반은 몸을 돌리자 하디스가 옆에 서 있었다.  

 

  “끝났소.”  

 

  하디스가 에크로반에게 말했다. 에크로반이 뎀과 난투전을 벌이는 긴 시간 동안 하디스와 마을 사람들은 그를 지켜보고 있었었다.  

 

  “우리가 이겼소.”  

 

  하디스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우리가 이겼소! 우리가 이겼다!”  

 

  양 팔을 들고 하디스가 소리쳤지만 환호성은 터지지 않았다. 하디스는 뻘줌한 듯 양 손을 내리더니 고개를 가로 젓고는 총총히 다른 곳으로 뛰어 갔다.  

 

  에크로반은 몸을 돌려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마을의 광장이 있어야 할 곳에는 아직도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고 눌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울부짖고 기어오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눌들을 창대로 찍어 누르며 막았다.  

 

  부상자들은 이미 어느 정도 수습되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파괴된 가옥과 부러진 무기들, 핏자국들이 치열했을 순간을 증명하고 있었다.  

 

  에크로반은 터벅터벅 걸었다.  

 

  쉬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는 사람들을 도와 부상자들을 도울 생각이었다. 에크로반은 미르키엘의 숭배자로서 생존에 능숙했고 약초학과 더불어 치료술에도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다. 그의 도움이 없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확답할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도 있었다.  

 

  에크로반은 그 전에 광장의 함정으로 다가갔다.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는 불길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거대하게 타오르기를 명했다. 미르키엘의 숭배자들의 비밀 문자인 멜키올로 이루어진 말은 다른 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니었지만 불길은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한 순간에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며 맹렬하게 그의 뱃속에 든 것은 태워 먹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 놀라운 현상에 놀라고 감탄했고, 에크로반을 주목하고 있던 몇 몇은 그를 향해 경의와 공포가 뒤섞인 시선을 보였다. 하지만 에크로반은 피로에 지친 얼굴과 긴 한숨을 쉬었을 뿐이었다.  

 

  최대한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고자 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생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그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었다. 검은 신의 눈동자가 그들을 점지했을 것이다. 에크로반은 그렇게 생각하며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죽은 이들에게 사죄의 말을 올렸다. 부디 세머리의 까마귀이자 검은 처녀인 이르탈의 인도로 죽은 자들의 땅에 무사히 도달했기를 빌었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그에게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에크로반을 에어쌓고 그의 어깨와 머리를 두드리고 망토를 잡아 당겼다. 사람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고 눌들의 신음 소리가 사라지자 사람들은 고통보다 그들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살아남았고 또한 승리했다.  

 

  사람들은 이제 알았고 환호하기 시작했다.  

 

  “에크로반!”  

 

  “영웅! 에크로반!”  

 

  마을 사람들이 에크로반의 이름을 불렀다. 에크로반은 손을 들어 그들의 부름에 답했지만 여전히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영웅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명성이 있다는 것도 알고 그를 이용할 줄도 알았지만 자신이 영웅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미르키엘이 오래 전 그에게 준 이름이 무엇인지 에크로반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앞서서 제시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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