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연재 패스파인더2

2009.04.21 15:37

azelight 조회 수:648


오타는 어떻게 할 수가 없군요;;;

--***********************************************************************************************************************
에크로반은 방앗간으로 향하면서 상반신이 바위에 뭉개진 시신을 볼 수 있었다. 땅달막한 다렙 남자. 아마 세 명의 눌이 밭일을 하는 마을 사람들을 쫓는 중에 당한 것일 거다. 에크로반은 그를 스쳐 지났다. 냇가에 바위가 뽑힌 흔적이 보였다. 사람에는 상당한 거리이지만 그들에게는 손쉽게 바윗 덩이 하나 정도는 던질 수 있는 거리였다. 맞은 사람을 형체 없이 뭉갤 수 있을 만큼의 크기의 바위를.

에크로반은 다렙 남자의 이름을 떠올리진 못했다. 단지 일그러진 형상 속에서 그의 생전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을 뿐이었다. 에크로반은 그의 이름을 듣지 못했었다. 어쩌면. 그가 좀 더 빨리 행동했다면, 좀 더 서둘렀다면 들을 수 있었을 이름일지도 몰랐다. 그가 절차를 중시하지 않았다면, 강경하게 자신의 명성과 힘을 사용했다면...

하지만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니었고 절차는 지켜져야 했다. 세상에는 자유란 존재하지 않으면 오직 해야 할 일만이 존재할 뿐이니 말이다.

방앗간으로 다가가자 에크로반은 눌들이 내뱉는 거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성이 내는 고통스러운 숨소리도...

아마도 두 놈이 앞의 세 녀석 보다는 강한 녀석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에크로반은 방앗간의 내부로 뛰어 들어갔다. 문이 부서져 있었기 때문에 그는 정문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내부의 상황을 살필 수 있었다. 방앗간 안에서는 에크로반이 예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두 마리의 눌이 각각 두 여성을 붙잡고 열심히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얼마나 그 짓에 열중하고 있는지 에크로반이 다가왔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다. 여성들 쪽도 제정신이 아닌 듯 했다. 아마도 제나라는 이름이었을 중년의 부인은 기절해서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시나라는 이름의 처녀는 고통에 겨워 제대로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에크로반은 냉정하게 판단하고 기척을 죽였다.

서둘러 뛰어 들어가 받자였다. 이미 여성들은 당할 것을 다 당한 뒤였고 몸도 눌들의 강력한 완력에 쥐어짜져서 살아있으니 만 못한 상태가 되었을 거였다. 물론 살아있는 자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지만 괜히 눌들을 자극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에크로반은 일단 시나 쪽의 눌의 뒤로 움직였다. 그러면서 이 어처구니없는 눌들의 집중력에 감탄했다. 그들이 손쉽게 흥분하고 격노로 주변을 잊는 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단순히 전투적인 면만이 아니라 감정이 요동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그런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았다.

에크로반은 충분한 거리에 다가가서 오디언을 휘둘렀다. 시나를 붙들고 있는 녀석이 이번에 온 눌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녀석임에 틀림없었다. 이유는 가장 강한 생명을 지닌 여자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녀석들은 둘만 있어도 순위가 생기고 100명이 있다면 그 속에서도 순위가 정해지는 놈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눌이 있다면 당연히 가장 힘이 세고 강력한 눌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나머지는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욕구를 풀어야하고 그 대상이 이종족이 될 수도 있었다.

대체로 같은 테랄 숲의 야플들이 그 대상이 되지만 기회가 되면 인간이나 다렙들 역시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넘쳐나는 것이 힘뿐인 녀석들이 한두 번으로 만족할리 없고 결국 그 세놈은 이번에 마을을 습격해온 다섯 놈들 중에서 약한 녀석들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손쉽게 가장 먼저 기습해야할 대상을 정할 수 있었다. 가장 젊고 싱싱한 여체에 손을 대고 있는 녀석인 것이다.

에크로반은 충분한 거리에 이르자 발을 굴렸다. 방앗간의 나무 바닥이 그 발굴림으로 파손되며 파편을 뿌렸다. 눌들은 그제야 시선을 에크로반에게로 돌렸지만 이미 늦은 상황. 오디언이 발화하며 시나를 붙잡고 있는 눌의 목을 쳐 날렸다.

그와 함께 제나를 붙들고 있던 놀이 반응했다. 그는 제나를 들고 몸을 일으키고는 에크로반에게로 집어 던졌다. 에크로반은 반사적으로 양손의 검을 버리고 그녀를 받아냈다. 하지만 눌의 완력은 제나와 함께 에크로반을 날려 버리기에 충분했다.

방앗간의 벽을 뚫고 에크로반은 제나와 함께 날려갔다. 하지만 에크로반은 제나를 받아낼때의 힘을 이용해 몸을 한차례 빙글 돌려 발부터 착지했다. 그리고 제나를 내려놓자 마자 다시 날려오는 시나를 받아냈다. 이번에는 예측하고 있었던 만큼 제대로 발을 땅에 디디고 버텨낸다.

에크로반은 시나를 내려놓고 둘을 건너뛰었다. 그와 함께 격노한 눌이 방앗간의 벽을 부수고 뛰어 나왔다. 에크로반은 양 다리의 가죽장화에서 두 자루의 단검을 꺼내 눌에게 맞섰다.

휘둘러지는 두 손아귀를 두 자루의 단검으로 팅겨 낸 에크로반은 눌의 얼굴을 그었다. 하지만 마법검이 아닌 무기, 그것도 단검으로는 눌에게 생채기를 내는 정도 이상의 상처를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에크로반은 눌이 다시 팔을 휘두르기 전에 낮춰진 그의 두 눈을 가르고 얼굴을 잘게 저몄다.

“캬아아아아아!”

눌은 왼손으로 상처 입은 눈을 가리고 남은 팔을 흔들었다.

에크로반은 뒤로 물러서며 눌의 휘두르는 손을 타이밍 좋게 공격했다. 그와 함께 눌의 손가락들이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상처 입은 눌을 내버려두고 방앗간으로 뛰어 들어갔다.

오디언과 케스트를 되찾아야 했다. 곧 있으면 눌은 재생할 것이고 제대로 된 상처를 주기도 힘든 단검 두 자루로는 눌을 쓰러뜨릴 수 없었다. 에크로반은 목이 잘린 눌의 옆에 놓인 오디언을 주어 들었다. 그리고 분노에 찬 괴물의 괴성 역시 들었다.

에크로반은 즉시 몸을 돌리며 상반신을 낮췄다. 머리 위로 눌의 공격이 스쳐지나갔다. 에크로반은 그렇게 눌의 공격을 피하고 앞으로 발을 더 내딛으며 오디언을 눌의 복부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내려 그은 후 다시 올려친다.

열광의 도가 눌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에크로반은 한숨을 쉬고 오디언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열광의 검을 넣기 위해 오디언의 칼집은 마법적인 처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케스트를 회수했다.

에크로반은 방앗간에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일을 당한 두 여성을 살폈다. 상태가 끔찍했다.

제나는 아무래도 두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았다. 강한 힘에 쥐어 짜인 듯 양다리 근육이 보라색으로 괴사한데다가 뒤틀려 있었다. 시나 역시 멀쩡한 상태가 아니었다. 난폭하게 다뤄진 덕에 온 몸이 타박상이 입혀져 있었다.

그래도 두 사람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원래라면 유린당할 데로 유린당한 후 잡아먹히거나 했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살아남고 과연 행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살아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었다.

일단 응급처치를 위해 행동에 들어가는 에크로반의 주위로 마을 사람들이 어슬렁어슬렁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눌들의 공격으로부터 거의 피해가 없이 끝났다는 사실과 눌들 다섯을 물리칠 수 있는 엄청난 무력을 가진 남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당혹감에 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누구도 기뻐하지 못하고 어중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일이 지나갔다는 것을 깨닫자 그들은 서둘러 부상자들을 옮기고 에크로반을 도와 모진 일을 당한 두 여인을 치료하기 위해 움직였다.

 

제나와 시나를 비롯한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고 죽은 다벨 남성인 타르의 시신이 수거되었다.

여관에는 에크로반을 포함해 하디스와 몇 명의 남자들이 모여 있었고 마을의 장로라 불릴만한 연세의 사람들도 끼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에크로반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고 동시에 경이를 담은 눈길을 보냈다.

단신으로 눌 셋과 맞섰고 연이어 두 놈의 눌을 살해한 것이다. 거기다 눌 한명은 몸이 반 토막이 난 상태였다. 최상위의 전사라도 힘든 일을 해낸 남자는 그야말로 옛 서사시에서 막 튀어나온 인물처럼 보였다. 마법의 검을 들고 홀연히 나타나 사람들을 구하는 그런 모험가. 옛 전설에나 등장하는 그런 용사 같은 자들 말이다.

“에크로반 할룩이라면...”

촌장인 하디스는 놀람과 함께 약간의 의심그리고 아쉬움을 담아 말했다. 그럴 것이 에크로반 할룩이라고 하면 이런 촌구석에까지 이름이 알려질 만큼 유명한 모험가였다. 특히 늪지용 펜탈론을 쓰러뜨린 일은 두고두고 회자돼도 좋을 정도의 이야기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에르코반 할룩입니다. 오늘 말씀드릴 생각이었지만 최악의 방식으로 알리게 된 것 같군요.”

에크로반은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그에게는 우선시 할 것들이 있었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인간이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존재들의 허락을 받아야한다는 것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임에 분명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우리 마을을 구해주기 위해 오셨다는 말이오?”

하디스는 목소리를 떨며 물었다. 어쩌면 그의 눈앞에 있는 이 자가 그토록 바라는 구원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자연히 들뜰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현시대에 가장 유명한 영웅 중 하나였다.

“미력하지만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그와 같은 영웅이 함께 한다면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용을 물리쳤고, 사악한 사령술사를 패퇴시켰으며, 눌의 군주를 격퇴한 주요업적들을 노래가 되어 알려졌으며, 그 외에 수 많은 활약을 해 갈색 산맥 너머의 셰난 왕국까지 이름이 알렸던 자였다. 비록 그와 함께 했던 동료들은 없으나 에크로반 할룩 본인이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크게 고무될 수밖에 없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에크로반은 환호하던 마을 사람들에게 찬물을 끼얹듯이 말했다. 마을 사람들 중 한명이 더듬거리며 물었다.

“호... 혹시 요금이 드는 겁니까?”

당연히 에크로반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런 것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만약 그가 돈이나 명예를 탐했다면 그가 영웅시 되는 제국에 그대로 눌러앉아 있었을 것이었다. 그의 동료들은 모두 그렇게 했지만 그는 달랐다.

“아닙니다. 단지 저는 이곳에서 한적하게 머무르고 싶을 뿐입니다. 갈색 산맥의 자연을 벗 삼아서 살며 미르키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그렇기에 부디 저에 대해서는 외부에 비밀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거라면 걱정 마시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소.”

촌장 하디스가 가슴을 치며 말했다. 다부진 델럽의 확언은 듣는 이에게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하디스는 그 다음 “모두 명심해 두시게!”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쐐기를 박았다. 마을 사람들은 “알겠네.” 혹은 “걱정 말게.”하고 각자 대답했다.

에크로반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을에서 무기술을 배우고 싶으신 분들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내일부터 당장 여러분과 저는 뒤에 있을 전투에 대비해야 합니다. 한동안 무기술을 배우는 동시에 괴물들을 상대할 대책들 역시 짜야 하니 말입니다. 눌들이 쉽게 흥분하고 주변머리를 잃긴 하지만 그들 역시 선민 종족 중 하나입니다. 다섯이나 되는 동족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이변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에크로반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가방에서 종이와 펜, 잉크를 꺼내들었다.

“일단 제가 생각해둔 것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저와 함께 최대한 빨리 이 작업을 해내야 합니다.”

에크로반이 그렇게 운을 때자 촌장 하디스와 마을 사람들은 긴장하며 에크로반을 바라보았다. 에크로반은 종이에 마을의 모습을 그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뎀은 테랄 숲의 눌들의 우두머리였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힘이 셌으며 다른 동족들 보다 더 크고 다 강하고 더 현명했다. 그는 동족을 부수고부수고 부수어 계단을 밟듯이 밟고 올랐다. 그리고 4년 전 쯤 족장을 박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누구도 그의 말과 행동에 토를 달 수 없었다. 그런 자가 있다면 그의 몽둥이에 머리가 깨질 뿐이었다. 눌들은 어떤 종족보다도 포학과 폭정의 미를 실천하는 종족이었고 뎀은 그런 눌들의 특성을 죄다가지고 있었다. 뎀은 윽박지르고 괴롭히는 것을 좋아했으며 고통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즐겼다.

더럽고 조그만 야플을 붙잡아서 가지고 놀던 그가 슬슬 겨울이 다가옴을 깨닫고 준비하자는 생각은 그리 잘못된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빼앗고 억누르는 눌들답게 약탈로 겨울을 날 식량을 준비하려고 했던 그의 생각은 약탈의 대상이 될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 비극이었을 것이다.

뎀이 2인자인 그룩과 제법 힘있는 네 눌들을 약탈을 위해 보냈을 때도 잘못 된 일은 없었다. 그는 암컷 눌을 찍어 누르고 허리를 흔들고 때론 잡아 놓은 야플의 머리를 뜯으며 약탈을 떠난 다섯 녀석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놈들은 하루가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뎀은 마을이 멀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약한 살덩어리들이 있는 힘껏 저항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는 이해해줄 수 있었다. 어쩌면 뎀은 눌들 중에서 가장 마음이 넓은 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밤이 늦도록 나타나지 않았고 하루가 넘기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뎀은 참고 참았지만 한계에 도달했고 주변에 신경질을 부리며 약한 놈들 짓밟고 거칠게 음식을 씹으며 더 많은 여자들과 교미하기 위해 엉덩이를 흔들었다.

결국 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는 무리 중 몇 명을 이끌고 마을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귀찮았지만 2인자인 그룩을 혼내주기 위해서는 그가 직접 가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뎀은 동굴에서 몇 걸음 나가자 마자 멈춰서야 했다.

인간 남자가 서 있었다. 뎀에게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눈 따윈 없었다. 그에게 있어 그치들은 다 똑같이 생긴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다만 털이 더 많느냐, 크기가 크냐 작느냐에 따라서 구분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눈앞의 인간남자가 평소에서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종류의 식량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그런 감각이 그를 멈춰 서게 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상당히 먼 거리에 서 있었다. 그는 마치 적을 확인하듯이 뎀을 주시하고는 순식간에 숲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인간 남자가 있던 곳으로 다가가자 뎀은 그 곳에서 그가 보냈던 다섯 명의 눌들의 머리가 꼬챙이에 꿰여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볼 것 없는 선전포고. 하지만 동시에 적의 힘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흥분하는 다른 눌들과 달리 뎀은 적의 강력함에 전율했다. 아무리 그라도 다섯 도전자와 대결해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전과는 확실히 다른 뭔가를 그는 느낀 것이었다.

뎀은 손을 뻗어 2인자 그룬의 머리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손아귀에 힘을 주어 쥐어짰다. 뭔가 틀리다는 것을 안 이상 지금처럼 갈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의 감을 믿었다. 이런 작은 것들이 그를 우두머리 자리에 올려준 것이었다. 뎀은 부족원들을 끌어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분주하게 사람들은 움직였다. 마을 아낙네들부터 어린 아이들까지 올슨 마을의 가장 작은 손 하나도 대눌전을 위한 대비를 위해 움직였다.

희망이 그들의 마음속에 정열을 불 지폈고 사람들의 내면에서 강인함을 이끌어 냈다. 끈기와 의지가 샘솟았다. 에크로반이 지닌 명성이란 어중이떠중이 용병들과는 차원이 다른 뭔가를 지니고 있었다. 희망없는 자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 없는 자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 만큼의 명성이 그에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에크로반은 오전 내내 마을 사람들을 훈련시키고 오후에는 함정을 만들거나 사람들을 도와 목책을 보강했다.

예전이라면 소용없다고 여겼을 일들도 희망이 생겼기 때문인지 모두 힘내서 해냈다. 부서진 방책들을 보강하고 감시탑을 만들었다. 마을의 주요업이 제재업이라서 그런지 마을 사람들은 목수로서의 일을 능숙하게 해냈다.

마을 대장간에서는 안 쓰던 낫이나 도끼를 녹여 창촉을 만들어냈고 사냥꾼들은 활과 화살을 만들었으며 무두장이들이 가죽갑옷을 만들었다.

틈틈이 에크로반은 눌의 동굴까지 나가 그들의 움직임을 감시했다. 그가 의도한 대로 눌들은 쉽사리 나서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찰을 할 정도의 지능이 있을 리 없는 그들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마구잡이로 파괴행각을 벌였다. 마찰이 존재하는 듯 했다. 의외로 우두머리가 신중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에크로반은 감시를 계속했다. 열 잘 내고 난폭하고 충동적인 눌들에게 있어 신중한 우두머리란 불화의 씨앗이 되기 마련이라는 것을 에크로반은 잘 알고 있었다. 눌군주 그라낙을 상대할 때도 같은 방법을 썼었으니 틀림없다고 하겠다.

눌들의 특성상 아무리 뛰어난 지능을 지닌 우두머리가 나온다 한들 별 쓸모가 없었다. 그들은 인내라는 것이 없었고 위협적인 존재를 그 즉시 뭉개는 것을 미덕이라고 여겼다. 위험의 깊이를 재는 것은 겁쟁이의 논리일 뿐이며 자신의 약함을 증명하는 것인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뛰어난 전투감각만큼 예리한 감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에크로반은 그들에게 경고를 보낸 것이었다. 짧아도 하루, 길면 이틀 정도만 망설여주면 좋겠다고 에크로반은 생각했다.

그 정도의 시간이라도 번다면 무작정 부딪칠 때보다 훨씬 많은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었다.

다행히 눌 족은 에크로반의 생각이상으로 신중해졌다. 결국 족당의 신중한 결정에 의해 그들은 분열할 것이고 올슨 마을은 보다 긴 준비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에크로반은 공짜로 생긴 이 빈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생각에 빠졌다. 시간은 많을수록 좋았다. 운명이 그들에게 순풍을 불어주고 있음을 느끼며 에크로반은 마을로 돌아갔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08 야설록(夜雪錄) - 1장 눈속의 책4 [1] G.p 2009.05.31 716
1207 저 하늘에 1 [1] 양군 2009.05.25 754
1206 권리 [1] 악마성루갈백작 2009.05.24 615
1205 야설록(夜雪錄) - 1장 눈속의 책3 [1] G.p 2009.05.05 762
1204 패스파인더3 [1] azelight 2009.04.23 639
» 패스파인더2 [1] azelight 2009.04.21 648
1202 패스파인더 v3.0-1-(갈아씁니다) [1] azelight 2009.04.20 735
1201 야설록(夜雪錄) - 1장 눈속의 책2 [1] G.p 2009.04.16 673
1200 야설록(夜雪錄) - 1장 눈속의 책1 [1] G.p 2009.04.13 633
1199 패스파인더10 [1] azelight 2009.04.08 611
1198 패스파인더9 [1] azelight 2009.04.07 559
1197 패스파인더8 [1] azelight 2009.04.06 591
1196 패스파인더7 [1] azelight 2009.04.03 611
1195 패스파인더6 [1] azelight 2009.04.03 576
1194 패스파인더5 [1] azelight 2009.04.01 637
1193 패스파인더4 [1] azelight 2009.03.30 663
1192 패스파인더3 [1] azelight 2009.03.29 665
1191 패스파인더-2- [1] azelight 2009.03.28 589
1190 패스파인더-1-새로써요 [1] azelight 2009.03.26 458
1189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있을까? [1] 악마성루갈백작 2009.02.27 658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