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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록(夜雪錄) - 1장 눈속의 책1

2009.04.13 13:38

G.p 조회 수:633


 마지막 까지 같이 해주던 아저씨가 죽었다.
 아저씨가 살아 날것이라는 기대는 버렸다. 그저 나를 위해 죽어가는 아저씨를 위해 내가
해줄수 있는건 곁에 있는게 전부 였다. 죽을때 타인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것인
지 인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반드시 그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저 흐날리는 눈꽃을 바라보며 적어도 죽을땐 그렇게 죽어야 겠다고 생각 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모두 내곁을 떠났을때 나는 적어도 내가 해야 할일을 잊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 했다.
 눈이 오는 밤이면 녀석들이 오는 시간이다. 오늘도 그 눈길을 해치며 녀석들을 마중간
다. 아무도 살지 않는 도시에 홀로 살아남아 편의점의 마지막 통조림을 뜯었다.
 이제 이곳에서도 살수 없게 되었다.
 대형 마트는 놈들의 소굴이 되어 버린지 오랜 시간이 흐르고, 아직 사람들의 시신이
남아 있는 곳이라서 가장 위험한 곳이다.
 옆에 가지고 있는 골프체 하나 쥐어 잡고 또다시 위험한 눈오는 밤을 거닌다.
 나의 그림자는 눈속에서 얼어 붙어 녀석들을 유혹한다.
 
 걸어가며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 눈길에 세겨지고
 내쉬는 숨 하나 마다 새하얀 숨결을 토한다.
 
 그르르르르르르릉.

 놈들의 가레 낀듯한 숨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1997년 2월 2일.

 


 오늘 날짜를 머리속에서 잊지 않으려고 억지로 외운다.
 하루 하루 살아 있는 것이 꿈같은 삶을 살으면서 억지로 차가운 숨을 들이킨다.
 폐부가 얼어 붇는 기분이 살아 있어도 살아 있지 않은 온기 소실자의 일상을 보여주듯이
 생을 부지한다.

 손이 시려워서 근처에 있는 쓰러져 가는 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골프체로 자물쇠를 후려쳐서 뜯어내고 들어간다. 사람의 손길을 받지 못한 녹쓸어 버린
 경첩이 부스러기를 남기며 떨어질때 내가 들어갈 문은 열리고 나의 일상이 반복된다.
 보통은 들어오며 지문이나 발자국에 신경쓰고 장농과 서랍장에서 통장과 예물을 찾는것
이 일반화 되어있던 시절이 있다고 들었다.
 적어도 내가 태어 나기 전에는 그런 시절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거 신경쓸
만한 시대는 아닌것 같다.
 5년전 부터 홀로 살아온 이상 언제나 내가 제일 걱정할것은 먹을것 이었다.
 그나마 이 곳은 최근 까지 사람들이 살다가 그놈들이 나타나면서 대거 사람들이 사라졌
다. 마을을 감싸는 아직 녹쓸지 않은 철책과 최근에 생긴 편의점이라는 개념의 가게는
 적어도 나에겐 아직 살아 있을수 있는 수단이 제공된다.
 그것으로 족하다면 족할수도 있지만 기왕 챙기는 거면 좀더 챙겨둬야 한다.
 전에 쓰던 장갑이 불에 타버려서 쓸수가 없게 되었다. 장농을 뒤저 장갑을 찾는다.
 장갑이 없다면 양말이라도 찾아야 한다. 엄지손가락에 구멍만 뚫어도 충분히 쓸만해진
다. 두꺼운 장갑을 여러겹 뭉쳐서 가지고 다니면 다쳤을땐 붕대 대용으로 쓸만한다.
 그외 다른 것도 보인다. 작은 서랍을 여니까 여성이 상체에 사용하는 속옷이 보인다.
 이름이 뭐였는지 까먹었다. 하루 하루  살아 남기도 바쁜 와중에 그런거 구별이나 할만
큼 여유롭지는 않다. 여쨋든 나는 그것을 칼로 찢어서 안에 있는 철심 비슷한 걸 꺼냈다.
 이걸 갈면 대충 바늘 비슷하게 쓸수 있다. 바늘구멍을 만드는 것은 에초에 불가능 해서
 그냥 홈을 파고 실을 거기에 묶는다. 그래도 쓸만 하다. 바느질만 잘되면 되는 거지 구멍
을 예쁘게 뚫는다고 바늘이 아니다.

 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녀석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온다. 아마 눈속에 있는 내 그림자의 냄세를 맏은 걸지
도 모른다. 그 사실이 가슴을 짖누른다. 제빨리 가슴에 있는 병을 꺼내서 내용물을 내몸
에 조금씩 뿌린다. 놈들은 영리하기 때문에 냄세가 심하게 진동하면 오히려 유인하는 꼴
이 된다. 최대한 내가 다먹고 남은 잔재라는 것을 인식 하기 위해선 소량으로 천천히 냄
새를 뿌려야 한다. 암모니아 냄세가 진동하기 시작할때 나는 내 코를 부여잡고 입으로
숨셨다. 양치질을 잊고 살아온 내 입에서 나오는 내장 냄세가 활식하게 잔제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서. 그리고 놈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서라도.
 숨 쉬는 소리마저 죽이고 놈이 지나가길 바라며 눈을 감은체 마음속으로 기도하는게 전
부였다.

 물론 나는 기도라는 것이 뭔지 모른다. 그냥 바라는 것이 기도라고만 알고 있다.

 그놈들이 사라지길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는 동안 나자신의 심장이 터질듯이 움직인다는
 것만 느껴진다. 심장 소리때문에 들킬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함께 나는 살아있지 않은
척을 한다.   문이 열리고 찬 바람이 불어 왔다. 그르르르르릉 하는 그놈의 목소리가 명백
하게 가깝게 들린다. 다만 놈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것은 처음이었다.
 놈이 이제 내가 살아 있나 죽어있나 확인하기 위해 발톱으로 툭툭 쳐댈것이다.
 
 팔에 무언가 부딪치는 느낌이 든다. 딱딱한, 마치 고무같은 것이 나를 자극한다. 그러나
 나는 움직일수가 없다. 다행히 날카로운 발톱이 아닌듯 하다. 칼톱이면 건드는 즉시 나
는 사지가 잘리거나 내장을 쏟으며 죽어갈 것이다.
 녀석이 두세번 건들고는 내 반응을 기다리는 건지 그 이상의 반응이 없다. 그러나 녀석
은 아무말도 안일어 나자 낙심했는지 한숨을 쉬며 돌아간다.

 "죽었나 본데요."

 …….

 사람이였냐?!
 나는 정신이 번쩍 들며 위험할 정도로 번쩍 일어났다.

 "히에에에에에에에에엑~!!!!!"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와 그들. 정확히는 군인으로 보이는 자들이 서로 크게 입을 벌리고 서로를 보며 비명
을 질러댄다. 사람의 입이라는 것이 서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서로의 크기를 경쟁하듯
벌어지며 그 공간으로 공기의 진동이 소리를 만든다.
 
 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울~!!!!!!!!!

 그러는 와중에 나는 그놈들의 울부짖음이 들리자 마자 정신없이 내 입과 그들의 입을
막아 버렸다.
 물론 나는 손이 두개 뿐이니까 하나는 내 앞을 마주보는 사람과 내 입만 가리고 나머지
는 입에다 양말 뭉치를 물렸다. 아마 빨래한지 몇년은 지났을 그것을 물고 있는 그들의
얼굴은 죽을 상이지만 진짜 죽는것에 비하면 오히려 이건 양호하다.
 놈들이 다가온다. 그건 소리나 진동으로 아는 것이 아니다. 과학이라는 것이 존재해도
아직도 저것들 하나 죽이지 못하는 걸로 보아 그다지 신용은 안간다. 그저 살아가는데 필
요한 것은 자신이라는 그 사람의 말이 뇌리에 세겨진체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정신없이 병에 든것을 그들에게 뿌렸다.

 "악! 무슨 냄세야!"

 코를 부여 잡으며 뒹구는 그들의 뒤통수를 골프체로 후려 쳐서 기절 시킨뒤 나도 병에든
그것을 뿌리고 다시 죽은척했다.
 머리가 땅에 닿은체 그 진동이 천천히 느껴진다. 퍼져나가는 진동의 파장이 내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고 녀석이 내뿜는 더운 이산화 탄소가 내 폐부에 흘러 들어오는 건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내 가슴에 대고 녀석의 더운 김이 내 옷을 축축하게 만들어 간다.
 한걸음 한걸음이 사람의 다리보다 터무니 없이 긴 그놈들의 속도로는 사람이 콩알만한
크기로 보이는 걸음도 말 그대로 한걸음 이었다.
 물론 작은 놈들도 있지만 그래도 사람에 비하면 너무나 컸다. 살아 있는 사람의 세계에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그런건 모른다. 그저 그들은 내가 태어나면서 부
터 존재하는 것. 그렇기에 나에게 있어 그것들에게 도망치는 삶은 언제나 하나같은 일상
이라는 것으로 존재한다.
 일상이 살아서 숨쉬는 것도 자유롭지 못한 처지라는 것이 불행이라고 한다면 나는 아직
내 생명을 이어가는 것도 복이라 하겠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며 지켜준 나란 존재의 복이란 것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지만
지금 이순간도 지속되길 원한다. 간절히 원하고 끝없이 워하며 남아 있는 생명의 지속에
애걸한다. 부디 이 목숨을 계속 이어가게 하소서.

 살고 싶다. 살고 싶어서 어쩔줄 모른다.
                                                 부디 이 목숨을 이어가게 해주소서.
 그러면서 죽지 못해 살아간다.
                                                  이 부족한 삶을 채워주소서.
 살아 가기 위해 나는 무엇을 했는지 아득해 진다.
                                                  나의 죄를 사하 소서.
 
 기도한다. 내가 살아갈수 있게. 기도한다. 내가 그들의 저녁이 되지 않게.
 심장이 움직이는 소리까지 듣는 그놈들에게 나의 심장은 분명 막있는 식사의 일부일 뿐
이겠지. 놈들은 냄세와 소리에 민감하다. 하지만 일부는 소리를 못듣는 놈들도 있고 냄세
를 맏지 못하는 놈도 있다. 허나 공통적인 것은 전부 앞을 볼수 없다.

 놈들의 냄세가 멀어진다. 그 비릿한 이빨이 나에게서 멀어진다. 물러간다. 그러는 와중에
도 내 몸은 움직이고 싶어 근질근질 거린다. 죽는 다는 것이 유혹적으로 다가온다.
 움직이면 죽는걸 알면서도 움직이라고 몸이 속삭인다. 마치 악마가 귓가에 불어넣는 숨
마냥 내 심장을 더욱 빠르게 움직이게 한다.
  다리에 피가 안통한다. 아까 죽은척 할때 자세를 잘못 잡아서 다리에 피가 안통하게 되
었다.
 조금만 참자. 놈이 가고 있으니까, 조금만 참으면 놈이 가버리니까 참아야….


 "아우 머리야."

 ……젠장!
 군인들이 일어나며 결국 소리를 내버렸다. 놈의 귀가 하늘을 향해 쫑긋 하고 올라간다.
 그것은 그놈들이 먹이를 발견하거나 천적을 발견 했을때의 행동….
 놈들의 끈적이는 침에 두개의 송곳니가 번들거린다. 물리는 순간 확실하게 목표를 절단
하는 날카로운 이빨이다. 물려버린 대상은 깁숙히 박힌 이빨에 절단나지만 놈들이 서로
싸울때는 오히려 붙어있는 이빨이 서로를 지탱하여 절대로 놓지않는 끈질김을 보여준다.
 나는 일어나 버린 군인들에게 사정을 설명할 틈도 없이 그들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
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나에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눈빛으로 나를 꼬라본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단 하나의 손가락으로 삿대질을 해서
그들이 도망가야할 명분을 충분히 제공했다.

 거기엔 놈이 하늘을 향해 울부짖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피빛의 눈동자는 먹이를 놓치지 않고 주시하고 강철도 절단하는 이빨은 침에 번들거리
며 달빛에 반짝인다. 철사같은 모피는 일반적인 납탄도 튕겨 낸다.
  하지만 이녀석의 가장 무서운 점은 총알을 막는 모피도 강철을 찢는 이빨도 아닌 다른
종류의 위험이다.

 


                          놈은 12 마리 정도의 개체가 무리지어 다닌다.


 사방으로 사람보다 조금더 큰 듯한 놈의 새끼가 나온다. 붉은색의 눈동자가 그대로 어미
와 닮으면서도 그 하늘을 향해 뻗은 귀는 우리들의 심장 소리 하나하나 다 듣고 있다.
 발톱이 없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 해야 한다. 새끼라 하더라도 발톱이 있는 놈과 없는
놈이 있다. 그중 이놈들을 발톱이 나올 정도로 자라지 않은게 다행이다.

 "으… 으아아아악!"

 군인중 한명이 미친듯이 몰려든 새끼들에게 총알을 퍼부어 댄다. 다행이 새끼는 털이
아직 들 자랐는지 총알에 벌집이 되어 가며 죽어 간다. 그래봐야 워낙 커서 총알을 다 퍼
부어도 한마리가 죽는게 고작이다. 그사이 나머지 두명도 총에 대검을 끼우고 탄을 장전
한다. 한명이 총알을 다 퍼부으면서 건물의 입구를 막다 보니 탄환이 다 떨어진다. 그러자
바로 뒤로 구르며 뒤에 있던 두명과 교대하면서 탄창을 교환한다. 두명은 아까와 다르게
총알을 최대한 아끼며 한발 한발 놈들의 머리에 쏘면서 접근하는 놈은 대검으로 찌른다.
 그러는 사이 아까 총알 아낄줄 모르는 놈이 손을 벌벌 떨면서 대검과 탄창을 준비한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서 손이 떨지 않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항상 들고 다니던 골프체를
녀석들에게 내밀며 들어오는 대로 후려칠 각오를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까 다리 펴고 죽은척 하는 건데 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의 유혹이 란
것도 무조건 거절하고 말것도 아니라는 건가 하는 생각은 머리속에서 지워지면서 살기위
해 잡은 골프체의 손잡이에 내 손에서 흐르는 땀이 베인다.
 그러는 사이 한명이 총알이 떨어지며 빈틈이 생겨 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 틈을 노리는
새끼의 이빨이 그의 목을 노리고 들어 올때, 나는 골프체로 그놈의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
갈겼다. 녀석은 바닦으로 떨궈지고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부들 부들 거린다.
 손아귀가 강한 힘에 찢어질듯이 아프면서도 그 너머에 있는 분명한 무언가 박살나는 감
촉이 느껴졌다. 분명하게 죽였다.
 새끼가 죽어서 인지 결국 어미가 움직인다. 새끼의 죽음에 울분을 토하는 건지 하늘을
향해 길게 울부짖는다. 그러고 우리가 있는 폐가로 달려들었다. 우린 그저 그 거대한 움직
임에 입을 벌린체 경악하는게 전부 였다. 그리고 미친듯이 나와 군인들은 한마음이 되어
턱을 입천장과 멀어지게 하기 여념이 없었다. 이렇게,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람의 마음이란 극한의 상황에서는 극과 극의 두가지 패턴을 보인다.
 아주 찢어지거나 아주 뭉치거나.
 찢어지는 것은 자신은 반드시 살아야 겠다는 의지의 표출인 경우가 많고.
 뭉치는 경우는….


 꿈도 희망도 없는 경우를 뜻한다.
 여기 있는 타인 죽이고 뭔 짓을 해봐도 결국 죽을거란 것을 알면 뭉치기 마련이다.
 참고로 우린 그순간 뭉쳤다.
 그 거대한 고기가 움직이며 대량의 먼지가 밤하늘에 비춰보일만큼 일어난다. 한발 한발
 울리는 땅에 우리가 서있기 어려울 지경이었고 놈의 이빨이 우리가 있는 폐가의 지붕을
덥치기 직전까지 날아들었을때 였다.

 그놈 보다 좀더 큰것이 녀석을 낚아채 갔다.
 녀석의 앞이빨에 비하면 극과 극의 차이인 메서운 송곳니 여러게가 놈의 등가죽을 물고
있었고. 놈의 거대한 육체는 새로 나타난 놈의 입에 물려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물려버린 곳에서는 녀석의 붉은색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어미가 당한걸 안 새끼들은
 자신들은 살기 위해 정신없이 도망 다녔다.
 새로나타난 거대한 놈은 어미를 물고 있는채로 나를 힐끔 쳐다보면서 뒤로 돌아서 가버
렸다. 우린 어쩌다 살아난 운좋은 케이스로 재빨리 그자리에서 벗어났다. 정신없이 도망
다니면서 우리가 도착한 곳은 내가 숨어 있던 지하실이었다.
 간신히 안전한곳에 도착해서야 그들은 얼굴에 쓰고 있는 이상한 가면 같은걸 벗으면서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나는 그들의 악수를 받아들이고 지하실에 있던 땔감으로 불을 지
폈다. 불길이 어느정도 살아나고 지하실이 따뜻해질 무렵에서야 그들은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 보기 시작했다.
 
 나는 이곳에 5년전부터 살았던 이야기 부터 차근 차근 해주는게 전부였다. 허나 나의 대
화법이 이미 오랜 시간동안 소수의 인물들과의 소통 밖에 없던 나머지 내 말은 표준어
라는 것과는 상당히 먼면서도 사투리라고 할수도 없는 독특한 발음이 되었기 때문인지
 그들은 내말을 들으면서 이해했다 라는 표정보단 뭔소리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몸짓까지 동원해서야 이해를 한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용하네' 라는 말만 주고받았
다. 내가 이곳에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았다는 것을 그들이 이해하면서 부터 그들의 얼굴
이 화색이 되었다.
 
 "그럼 우리에게 협조좀 해주슈."

 군인들중 가장 늙어보이는 자가 말했다. 그들은 어떤 화물을 찾아서 이 폐허까지 들어왔
는데 그 화물의 수색에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놈들에게 도망치면서 침투
하다 보니 6명의 대원이 3명으로 줄어들고 화물의 정보가 있는 문서를 잃어 버렸다고 한
다. 시체속에서 라도 그걸 찾아야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아까 그 어미의 위장에 있을것을
 무슨 수로 찾냐며 한숨을 쉬었다. 나는 내일 그들을 대리고 그 어미의 사체가 있는 곳으
로 대려가기로 했다.
 그렇게 그들을 돕기로 약속하고 잠을 청했다.

 놈들은 밤에만, 그것도 눈이 내리는 시각에만 움직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주 오래전
부터 그런 습성이 있었다는 것만 알수 있다. 밤이라도 눈이 안내리면 놈들이 움직일 확률
은 반반 이었다. 움직이거나 안움직이거나 하는 확률이지만 여기서 살다 보면 밤에 안움
직일수도 없다.
 땅속에서 다니는 놈들의 경우 오히려 밤에 한곳에 있으면 사람의 냄세가 베이기 때문에
 그걸로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그나마 내가 지내는 지하실은 지하실 벽마다 암모니아가
가득찬 파이프로 냄세를 막고 있어서 놈들은 그게 화장실이나 정화조로 착각하게 한다.
 물론 다른 가옥으로 옴기며 식량을 찾아 다니는 것도 좋지만 아직 이곳의 식량이 다 떨
어 진것은 아니다. 오래된 지도에 있는 냉동 창고 같은 시설은 찾아내기만 하면 한동안
돌아다닐 걱정이 없게 해준다. 그건 다행이지만 다행스런 일이 연속으로 일어나지는 않
는다. 전력이 끊긴 냉동 창고는 자연 해동되면서 냄세로 놈들을 유인하는 경우도 있고
 냉동 창고도 사람이 대피하기 전에 잠궈둔 거면 열기도 곤란한것도 있다. 다행이 아저씨
가 죽기전에 열쇠따는 법이나 이것 저것 여는 방법같은걸 많이 가르쳐 주고 세상을 떳기
때문에 걱정은 좀더 덜어진다. 허나 그것만으로 안심하기엔 이곳에 그리 안전한 곳은 아
니다.
 암모니아 하수도가 흐르고 엄청 두꺼운 강철의 장벽을 두른 도시라는 곳이 있다지만 나
같은 사람이 그런 곳에 쉽게 갈수가 있을리는 없다. 거긴 사람들을 가두고 식량도 나눠
먹으며 안전하게 지낸다고 하지만 사람이 많으면 분명 놈들이 몰려오기 마련이다.
 그런곳이 언제 까지고 안전하다고 믿지는 않는다. 여기도 그런 곳이었고 지금 내가 숨어
사는 지하실에서 조금만 걸으면 무너진 철벽이 보일 정도다.
 지금은 그저 폐허다.

 일어나서 기지게를 키며 어젯밤에 우리가 있던 폐가를 바라보았다.
 완전히 뭉게진 그 건축물에서 부터 그놈이 흘린 피를 따라 갈것을 생각 하면 제발 멀리
가지 않길 바란다. 가까운 곳에서 먹고 내장은 내버려 두고 갔으면 한다. 그 큰놈들은
대장은 잘 안먹고 가니까 그럴 확률은 높지만 놈이 굼주렸다면 내장이 문제가 아니니까
 걱정이다. 더군다나 큰놈들은 가끔 낮에도 돌아다닌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끔이지만
그런 경우가 없던 것은 아니다.
 군인들이 나오면서 나와 똑같이 기지게를  키며 어제의 폐가를 바라본다. 저곳으로 갈
생각을 하니 다시 오금이 저려온다.
 군인중 제일 어려보이는 자가 군장에서 초코바를 꺼내준다. 고맙다는 말을 하며 그것을
 입으로 물어 뜯어서 봉지를 찢는다.
 입안에서 십히는 초코바가 정신이 바짝 들게 한다. 역시 단건 맛있다.

 나는 그들에게 찾으러 가는 화물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들중 가장 젊은 사람이 가볍게 "그건 야설록이라고 하는 건데요." 라며 대답해
주었다. 내가 야설록이 뭐냐고 묻기도 전에 그는 그중 가장 늙은 군인에게 머리를 얻어
맞았고 고개를 팍 숙인다.

 "이 멍청이가!"

 아무래도 그게 무엇인지 말해주기 싫은 모양이다. 허나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찾는
걸 도와줄수는 없기에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으면 도와줄수 없다고 말하니
그제서야 그들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한다.

 "앞으로 밤에 눈이 언제 오는지 적혀있는 예언서요."

나는 그자리에서 얼어 붙었다. 앞으로 눈이 언제 오는지 알수 있다는 것은 놈들이 나타나
는 시간을 알수 있다는 것이 된다. 반대로 말하면 놈들을 막을 시간을 번다는 소리다.
 놈들이 나타나는 것을 알수 있다면 어떠한 준비도 할수 있다. 반대로 어떠한 준비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히 큰 위력을 가지고 있다. 눈이 오는 시가만 알면
 놈들이 오는 시간에 폭탄을 쓴다던가 아니면 안전한 곳으로 도망칠 충분한 시간을 가지
게 된다.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한 수단중 하나를 얻기위해 내가 필요했다. 그렇기에 나는 조금 놀
란 얼굴로 그들을 안내했다.

 


 

 

 

 

 그러나 그 책이라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고 있던 모양과는 상당히 다른 이질적인 존재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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