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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4

2009.03.30 17:42

azelight 조회 수:663

분량은 장담 못하겠지만 대충 이 정도로 매일 꾸준히 올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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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에크로반은 야예이의 이야기를 듣고는 침묵했다.
  슬슬 밤이 다가오기에 불을 붙여 놓은 촛불의 빛이 에크로반의 얼굴에 깊은 명암을 드리웠다. 그 속에서 에크로반은 나의 몇 배나 늙은 듯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야예이는 에크로반이 이번에도 자신을 혼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행스럽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불만스럽기도 했다. 야예이는 어째서 그런 것인지 생각했다.
  야예이는 언제나 에크로반이 자신에게 조심스럽게 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야예이는 그런 면들이 어째서인지 불만스러웠다. 자신과 에크로반사이에는 형식적인 친밀함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그런 면을 깨닫기에는 아직 야예이는 어렸다.
  “대책을 세워야 겠구나.”
  에크로반이 촛불을 바라보며 말했다.
  “잭이 최근 들어 수상쩍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단다. 하지만 그것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말았구나.”
  에크로반은 이 말을 야예이를 자책할 의도로 꺼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야예이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죄책감을 그는 느끼고 있었다. 에크로반은 버려진 그를 주워 주었고, 키워주었고, 가르쳐주었다. 그는 야예이에게 있어 생명의 은인 이상이었다. 
  그랬기에 소리칠 수 없었다. 자신에게 화를 내 달라고 외치고 싶은 충동이 이글거렸지만 야예이는 참았다. 그것은 야예이의 소극적인 성격 때문이기도 했다.
  “마을사람들과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곤 있었다. 하지만 내일은 내가 직접 마을에 내려가 봐야 겠구나. 야예이. 네가 캐논에게 가서 머지않아 전쟁이 있을 거라고 알려 주거라. 잭이 이 샤무나즈의 모든 늑대들을 통솔하고 있다면 마을의 주민들만으로 막아낼 수 없을 거다. 내일 아침 일찍 가도록 해라. 나는 지금 마을로 내려가겠다.”
  에크로반은 오두막의 문을 열고 어둠이 장막처럼 내린 숲 속으로 사라졌다. 경이적인 그의 은신술 덕인지 평소에도 거의 기척을 내지 않는 에크로반은 순식간에 야예이의 감지능력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야예이는 에크로반이 사라지고 나자 천천히 바닥에 웅크리고 앉았다. 벌레소리가 무성하게 들려왔지만 지금 야예이의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마음속이 너무도 심란하고 번잡했다.
  내면 속의 조화.
  야예이는 자신의 마음조차 다스리지 못한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이래서야 에크로반이 말한 자연의 이치라는 것에 대해서 깨달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오늘의 실수로부터 비롯된 죄책감과 무력함이 마구 끓어올랐다. 그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더욱 강하게 혼란이 야예이를 뒤흔들었다.
  웅크린 상태에서 그대로 몸을 옆으로 뉘었다. 몸이 반동에 의해 흔들흔들하고 흔들렸다. 마치 자신의 심란한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그리고 눈을 감았다.

  에크로반은 한 시간 정도가 지난 후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의 모습은 목책에 가려보이지 않았지만 초소에 앉아 있는 이들은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초소에 있는 자들은 다가오는 사람의 이목구비가 제대로 구분이 될 때까지 경계 태세를 취하고 서 있었다. 하지만 다가오는 이가 에크로반이라는 사실을 알자 곧 경계를 풀었다.
  “에크로반님.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 십니까?”
  자신의 이름 뒤에 붙는 극존칭에 에크로반은 속으로 실소했다. 매번 듣지만 정말 어색하다. 그는 선천적으로 소탈한 사람이었고 누군가에게 존경받는 다는 것에 가려움을 느낄 사람이었다. 물론 이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을 구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인 그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겠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냥 아저씨 정도로 불러주면 더 고마울 텐데 그 점이 아쉽다고 여겨졌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네. 촌장님을 불러주게. 톰슨도 말이네. 아무래도 북쪽 늑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에크로반이 진지하게, 그것도 다급하게 말했기에 자경단원들은 어떤 일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도 자신들 중 한 명에게 촌장과 톰슨을 부르게 했다. 그리고 에크로반을 마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에크로반은 자경단원들의 인사를 받고 마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통일성 없이 나무와 흙집들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었다. 각 집의 창에서는 불빛이 세워 들어오고 있다. 벌레를 막기 위해 연기를 피워놓은 집도 보였다. 방음이 잘 안되기 때문인지 드문드문 민망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있었고 아직도 잠들지 않은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마을의 유일한 여관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서 담화를 나누고 있는 모양이었다.
  정겹고 평화로운 분위기였지만 에크로반은 이 분위기를 깨야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에크로반은 문을 열고 마을의 여관으로 들어갔다. 발갛게 달아오른 남자들의 모습과 여관주인님 헤너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반은 대머리인 이 남자는 검은 리넨 조끼를 입고 있었다.
  헤너는 에크로반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이런! 중요한 손님이 오셨군! 에크로반씨 아닙니까? 그런데 이렇게 늦은 시간에 찾아오시다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헤너의 말에 여관의 펍에 앉아있던 다수의 남자들의 얼굴이 굳었다. 겨우 찾은 평화가 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술맛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 같았을 것이다.
  “그렇소. 무척 중요한 일이오. 곧 하디스와 톰슨 역시 올 거요. 여러분들도 듣는 게 좋을 거요. 어차피 마을 전체가 알아야 할 이야기니 말이오.”
  굳은 얼굴로 에크로반이 말하자 여관 안의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에크로반의 목소리에는 무게가 있었다.
  곧 마을 촌장인 하디스가 여관 안으로 들어왔다. 그 뒤에는 짧게 머리를 깎은 건장한 청년이 따라붙어 있었다. 자경단장인 톰슨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레인저 에크로반.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입니다.”
  에크로반은 두 사람에 일단 앉기를 권했다. 이미 마을 사람들은 탁자와 의자를 모아 이야기하기 편하도록 배치시켜둔 상태였다.
  “그럼 이야기해보시오. 레인저 에크로반. 대체 무슨 일인 거요?”
  의자에 앉은 하디스는 곧장 본론에 들어가고자 했다. 톰슨은 마을 주민들과 같이 의자에 앉아 에크로반을 굳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최근 늑대들의 동향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리러 왔소. 최근 들어 자신들의 영역을 나와 갈색 산맥을 헤매는 것을 목격했소. 오크들이 없어진 지금 늑대들의 수가 늘어가고 있소. 조만간 위협이 닥칠 거요.”
  에크로반은 진지하게 말했지만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실소했다. 고작 그런 이야기를 하러 온것인가? 그리고 그들의 심정을 대표하듯 촌장인 하디스가 말했다. 오크들과 한참 싸우고 있어 마을의 방비가 약했을 때 조차 늑대들의 습격을 받은 적은 없었다.
  “잠시만 레인저 에크로반. 고작 늑대들이 어쨌다는 말입니까? 우리는 지금껏 한 번도 늑대들의 습격을 받은 적이 없소.”
  하디스의 말대로 이 곳 올슨 마을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마을들 역시 늑대들의 습격을 받은 적이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에크로반이 혹시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에크로반은 마을의 영웅이었고 헛소리를 할 위인은 아니었다. 만약 충분히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들은 에크로반의 말을 따를 용의가 있었다.
  그와 함께 오크들을 몰아냈던 일을 생각한다면 아직도 피가 끊은 것이 바로 그들이었다.
  “잭이라면 저도 압니다.”
  톰슨이 손을 들며 말했다.
  “어마어마하게 큰 늑대지요. 얼마 전에 숲의 경계에서 녀석을 발견했었습니다. 녀석은 혼자였고 우리는 셋이었는데 그래도 식은땀이 흐르더군요.”
  톰슨의 말에 사람들은 웅성 거렸다. “잭?”, “그 괴물 말인가?”하고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주고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잭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높이만도 2미터가 되는 어마어마한 늑대였다. 에크로반이 오고 나서부터 그들은 거의 그 늑대를 보지 못했다. 게다가 ’잭‘이 아직도 살아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잭은 이미 20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었다. 보통 늑대는 그리 오래 살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늑대는 12~15년 정도 밖에 못 살 텐데.”
  자경단원이자 사냥꾼인 트레인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확실히 그 정도가 정상적인 늑대의 수명이었다. 하지만 잭은 달랐다.
  “녀석은 다르오. 보통 늑대가 높이가 2미터가 될 만큼 성장할 리가 없지 않소. 녀석은 우리와 오크가 서로 소진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하오. 근 10년간 오크들의 대부분 몰려나고 없소. 그리고 녀석들의 수는 불어났소. 결코 쉽게 여길 일이 아니오.”
  “하지만 그놈 혼자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레인저 에크로반. 우리는 오크들도 뚫지 못할 벽을 세웠소.”
  그건 어디까지나 오크들이 불을 지를 정도의 머리를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었지만 에크로반은 별말 하지 않았다. 그런 긍지를 뭉갤 필요는 없었다. 단지 그 정도의 것으론 맞을 수 없다는 것만 알려주면 된다.
  “담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거요. 녀석은 이런 담장 즘을 쉽게 뛰어넘을 수 있소. 아니 뛰어넘을 필요도 없겠지. 녀석이라면 몸통박치기만으로도 부술 수 있을 거요.”
  에크로반이 말하자 톰슨은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담장 정도는 쉽게 뛰어넘을 겁니다. 우리 눈에서 사라질 때도 절벽을 뛰어넘어서 사라졌으니 말입니다. 담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가능성이 없진 않군요.”
  “캐논의 예도 있으니...”라고 톰슨은 작게 중얼거렸다.
  톰슨은 캐논을 한 번 본적 있었다. 오두막에서 에크로반과 대화를 나누던 중 작은 기척을 느끼고 밖으로 나가자 그 곳에 캐논이 있었다.
  일어서면 거의 4미터에 이르고 엎드린 상태에서도 3미터 정도의 높이를 가진 캐논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차였다. 그리고 엄청난 힘과 기이한 능력들. 톰슨은 잭이 캐논에 비하면 힘이 모자랄 것 같지만 캐논처럼 이상한 능력들을 지니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직접보지 않으면 믿기 힘들 테니 그에 대해서 말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에크로반도 그에 대해 정확하게 언급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2미터를 넘게 뛰어오른다곤.”
  “놈은 충분히 가능하오.”
   에크로반은 트레인의 말을 잘랐다.
  “내가 시시한 일을 부풀리는 위인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 역시 알거요. 그 놈은 오크 못지않은 위협이오.”
  사람들은 다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곳에서 그토록 오래 산 토박이인 자신들이 어째서 그런 어마어마한 괴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는지 믿을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에크로반이나 톰슨의 말에 의하면 정말 괴물 같은 놈이 아닌가?
  하지만 역시 그들은 에크로반과 톰슨을 신뢰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을을 위해 목숨을 걸어준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보내는 신뢰는 결코 작지 않았다.
  하디스는 떨떠름한 표정을 말했다.
  “그런데 승산은 있는 겁니까? 그런 어처구니없는 괴물을 상대하는 데.”
  “순수하게 우리들만으로는 힘들 거요. 놈은 충분히 교활하고 잔인한 녀석이오. 상대하기는 쉽지 않을 거요. 그러니 일이 터지기 전에 빨리 우리가 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쳐야하오. 그리고 이제부터 한 동안 마을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내지 마시오.”
  에크로반은 그렇게 못을 박았다.
  “그럼 이제 대책에 대체 논하도록 합시다. 우선 담 말인데. 놈이 뛰어 넘을 경우를 생각해서 함정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을 것 같소. 칠판 좀 가져다주시오.”
  에크로반은 항상 챙겨두고 다니는 분필을 꺼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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