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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그라낙의 성-3-

2010.01.16 23:39

azelight 조회 수:475

베링 촌락에 에크로반이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촌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었다.

꽤나 활발하고 생기 있는 촌락이라는 평이라고 할까. 랑그라드를 지나오는 상인들이 자신들이 지나온 마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옆에서 들은 정도일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베링 촌락에 대해 어느 정도 상상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에크로반에게 있어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이긴 하지만 보통 그런 곳이 인심도 좋고 정보를 모으기도 편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방인에게 친절하고 쓸데없이 바깥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물들이 많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소문을 뿌리고 다니기 마련인 상인들이 랑그라드로 가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길목이다 보니 더욱 소문을 접하기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지리적 위치도 그렇고 조만간 좀 더 큰 마을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예상되는 지역이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촌락이 멀쩡하게 남아 있다면 말이다.

에크로반과 멜프하겐은 재만 남은 베링 촌락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할 있었어야 했다.

원래 랑그라드에 있는 눌둘이 랑그라드로부터 이틀 정도 걸리는 거리까지 진출해있던 시점에서 예상을 했었어야 했던 것이었다.

에크로반은 다 타버린 마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촌락은 건물들이 뼈대도 제대로 남기지 못할 정도로 화끈하게 타 있었다. 아마도 자연적인 불꽃이 아닌 주문적인 불꽃이 작용한 것 같았다. 새하얀 재만이 촌락의 터에 남을 정도의 불길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다. 오직 방법이 있다면 주문으로부터 만들어진 불꽃이 적용되었을 때뿐일 것이다.

에크로반은 소사체 같은 거라도 찾아보려고 했지만 정말 깔끔할 정도로 깨끗하게 타 버린 덕에 잔해 같은 것은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그나마 집이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자리에는 돌무더기 같은 것들이 남아 있긴 했다. 뭔가 추정해보려고 해도 워낙 남은 것이 없어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멜프하겐은 에크로반의 어깨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했다. 다람쥐의 몸을 사용하는 연습을 제법 했는지 진짜 다람쥐마냥 민첩했다. 그리고 멜프하겐을 따라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던 빛 덩어리가 따라 움직였다. 저 빛 덩어리는 마법의 빛으로 멜프하겐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미 태양은 진 상태였다. 하늘은 어두웠고 흔적만 남은 촌락은 고요했다.

에크로반은 좀 낭패를 본 듯한 기분을 느꼈다. 촌락이 파괴된 지금 접선자가 어떤 상태인지 알 길이 없었다. 만약 처음부터 베링 촌락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라면 촌락의 주민들과 함께 살해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에크로반은 그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멜프하겐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지금 멜프하겐은 주문을 시전 중이었다.

멜프하겐의 육체로부터 붉은 빛이 불길마냥 일렁이며 세어 나오고 있었다. 마치 문양을 그리듯 주흔을 따라 피어오르는 붉은 영기는 에크로반으로서도 섣불리 말을 걸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다람쥐의 모습이지만 주문사 특유의 존재감과 이질감은 강렬하게 작용하여 다람쥐가 사실 이계의 짐승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에크로반은 멜프하겐이 주문을 사용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떤 주문을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오직 주문사만이 다른 주문사의 주문이 어떤 구성을 하고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지 알아낼 수 있었다.

멜프하겐으로 부터 빛이 잦아들었다.

“연락이 되었네. 본인은 무사한 것 같군. 곧 이쪽으로 온다는 것.”

그 말을 들은 에크로반이 인상을 찌푸렸다.

“곧?”

“그러네. 공간이동 주문으로 오겠다는 군. 그 친구는 공간이동이 특기이지. 내가 빙의계에 특화되어 있는 것처럼 말일세.”

“그거 다행이군.”

에크로반은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라도 아무 정보도 없이 적진으로 들어가는 일은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에크로반은 랑그라드 성에 잠입해 그들의 수장으로 추정되는 이를 암살해버릴 생각이었다. 여신이 내려준 감각에 의해 에크로반은 자신의 방식이 유효하다는 확신을 품고 있었다. 그것은 심지어 멜프하겐도 마찬가지여서 지금 이렇게 얼핏 보면 무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방식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의 개인적인 정보원과 접촉해서까지 말이었다.

뭐, 이번 방식은 멜프하겐으로서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었다. 어쨌든 다음 충돌 전에 일을 해결하면 더 이상의 인명피해 없이 사건이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난이도야 어려울이지 모르지만 에크로반이라면 어떻게든 해줄지 모른다는 묘한 확신이 있기도 했다. 이러니저러니 불평은 하지만 맬프하겐은 에크로반을 신뢰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실적 역시 그 확신을 뒷받침해주는 보장 같은 것이었다.

약속한 시각인 자정까지는 시간이 남았기에 둘은 정보원을 기다렸다.

 

자정이 되기 전에 정보원은 베링 촌락으로 찾아왔다.

번뜩이는 하얀 섬광과 함께 베링 촌락의 한가운데에 나타난 그는 잿더미가 된 베링 촌락의 모습에 한 번 두 눈을 크게 뜨더니 곧 침착한 표정으로 에크로반과 멜프하겐에게 돌아섰다. 선이 가는 젊은이인 그는 심약한 얼굴에 수정이 달린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멜프하겐님. 1년 반 만이군요.”

반가운 듯 작게 미소지으며 정보원이 말하자 다람쥐 모습의 멜프하겐은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그래, 오랜만이구나 제자야. 소개하지. 이 친구가 에크로반 할룩이다. 이번 일을 대행할 자지. 그가 그 눌 군주를 칠 것이다. 에크로반. 저 아이는 내 제자인 콜린이라고 하네.”

멜프하겐이 양쪽을 서로에게 소개 시키자 콜린은 고개를 숙이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에크로반님.”

에크로반은 말없이 악수만을 받아 주었다. 콜린은 이미 에크로반의 성격에 대해 멜프하겐으로부터 뭔가 언질을 받았는지 오히려 여유롭게 미소까지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자, 일단 저는 빨리 돌아가 봐야 하니 이걸 받으십시오. 제가 알아낸 정보는 전부 여기 있습니다. 후... 좀 피곤하군요. 지금 탈환군 진영은 엉망진창입니다. 각 영지에서 지원이 왔긴 하지만 그들을 이끌 바로서 검공이 깨어나질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악이군요. 다만 무슨 일인지 눌쪽의 군대도 탈환군을 향해 공격해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쪽의 지원군들이 더 몰리면 그들 숫자로는 불리해 질 텐데 말입니다.”

멜프하겐이 그 말을 듣고 콜린에게 질문했다.

“전혀 공격해오지 않고 있나? 소규모의 충돌도? 우리는 오늘 눌들과 영주군이 격돌하는 것을 보았는데.”

멜프하겐은 오늘 그들이 목격했던 일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영주군과 눌과의 전투. 그 사이에 에크로반이 한 일을 말하진 않았다. 에크로반이 영주군과 눌군의 전투에서 한 일의 결과로 양쪽 모두 전멸해 버렸다는 사실은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콜린은 멜프하겐이나 에크로반과는 달리 송곳니와는 무관한 인물이었다. 그는 탑 출신의 주문사이며 동시에 랑그라드 국경수비군의 주문사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선과 악, 종족과 이념을 뛰어넘어 균형을 구현한다는 에크로반의 생각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건 일반적인 사고로 이해할 수 있을만한 방법이 아니었다.

“전혀 공격해오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 척후병들은 눌들의 일부가 성을 오가고 있다는 보고를 해오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척후병들이 돌아오고 있지 않아 상세한 보고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마법적인 조치가 취해져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영주군과의 출동이라면... 설마 지금 눌들이 지원군들을 격파하기 위해 출병하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콜린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하지만 에크로반은 물론이고 멜프하겐조차 그의 의견에 대해 설명해줄 수 없었다.

그들은 우연히 영주군과 눌들의 전투를 목격했을 뿐이었다.

에크로반이 치명적인 개입을 하긴 했지만 그들은 중도에 그 장면을 목격했을 뿐 머리와 꼬리는 보지고 못했다. 멜프하겐은 원견 주문으로 끝까지 전투를 지켜보았으나 눌들이 기습으로 엘리머스 영주군을 공격했다는 사실은 몰랐다.

하지만 멜프하겐은 심상치 않는 감각을 느꼈다. 그가 아는 것들은 적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그럴 가능성도 있겠구나.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구나. 솔직히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이번 일은 너무 이상한 일이 많아. 말하는 눌에다가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추격하지도 않은 덕에 랑그라드 국경 수비대는 결국 훨씬 더 큰 세력을 갖출 수 있었고 말이네. 어쩌면 정말 이번 일이 시작일지도 모르겠군.”

멜프하겐의 말에 콜린도 에크로반도 표정이 굳었다.

주문사의 직감이란 때때로 놀라울 정도의 적중률을 보여주곤 했다. 그리고 고위 주문사라면 더더욱.

그렇다보니 상당한 수준의 주문사인 멜프하겐의 발언은 둘 모두에게 꽤나 의미 있는 말이었다. 이 정도가 고작 시작점에 불가하다면 얼마나 엄청난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 그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두렵기 그지없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정말 큰일이겠군요. 지금 이 때에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콜린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의 특기인 순간이동으로 이번 일의 원흉을 암살하러 가기라도 할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멜프하겐은 제가의 얼굴을 보며 짧은 팔을 들어 에크로반을 가리켰다.

“그에게 맡기게. 콜린. 그는 이런 일에 있어 전문가네. 유명세야 에카난스의 바로스 검공이나 브린자드 변경백작 세실라이드경 보다 좀 떨어지겠지만 그 이상의 전투 전문가이네. 그는 몇 번이고 지금과 비슷한 일을 해낸 적이 있지. 자, 그러니 이제 돌아가도 되네. 바쁘다고 말하지 않았나?”

“네. 지금 랑그라드를 탈환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입니다. 저도 돌아가 봐야겠군요. 아무래도 주문사가 빠질 순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콜린은 그렇게 말하고 주문을 외웠다. 그의 두 눈이 은빛으로 타오르고 머리 위와 발아래에는 빛의 원반이 생겨났다.

“스승님. 저는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렇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해 주십쇼. 기회가 되면 언제라도 돕겠습니다. 그리고 에크로반님. 부디 성공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이만.”

그 말과 한께 콜린이 섬광과 충격파를 퍼뜨리며 사라졌다. 그 덕에 재가 날렸지만, 이미 멜프하겐이 두 눈을 붉게 빛내며 주문을 사용하고 있었다. 멜프하겐이 그 짧은 팔을 들어 하늘을 향해 손을 휘젓자 재들은 멜프하겐과 에크로반의 주위로 다가오지 못하고 흩어졌다.

콜린이 사라지고 나자 둘은 즉시 콜린이 가져온 자료를 살피기 시작했다. 콜린이 가져온 자료는 대부분 자신의 목격담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마법사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본인의 성격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단히 객관적이고 상세하게 쓰였으며 추측은 최대한 배제하고 있었다.

그것은 눌군주 그라낙에 관한 보고서 같은 거였다.

눌군주.

랑그라드 성 앞에 처음 나타난 거대한 검은 갑주의 눌은 자신을 눌군수 그라낙이라고 소개했다고 했다. 그라낙은 모든 면에서 평범한 눌들과 달리 특별했다고 한다. 다른 눌들보다 머리 하나만큼 더 컸고 완벽하게 문장을 했으며 마치 군인마냥 절도있고 심지어 말까지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라낙은 자신의 눌 군대를 완벽하게 지휘하고 있었다.

눌들은 공격을 받아도 흥분하지 않았고 진형을 어지럽히지도 않았다. 광분하지도 않고 고통을 참았으며 물러서지도 않았다.

랑그라드의 국경 수비대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대해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저들이 아무것도 없는 엠필로스 평원에서 유령마냥 홀연히 나타났다는 것에 더더욱 놀랬다.

에크로반은 그들의 홀연한 등장을 그림샬들의 환상이 아닐까 하고 의견을 냈고 멜프하겐은 동의했다. 그림샬들의 환상은 그렇게 정교하진 않지만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 정도는 되었고, 눌이 언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면 그림샬들에게 그들 종족의 평균 이상으로 환상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 외에는 전투에 대한 이야기였다. 공성전이 시작되었지만 그라낙에게는 성벽이 의미가 없었다는 것과 성벽 안으로 뛰어든 눌군주 그라낙과 바로스 검공의 일대일 대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이어 바로스 검공의 패배. 어떻게든 바로스 검공을 구해냈지만 그 사이에 눌들이 성문을 박살내고 들어왔고 심지어 성벽조차 일부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고 했다.

용도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자부하던 랑그라드의 성벽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병사들은 이미 대피할 준비를 하고 있던 시민들과 함께 후퇴했다. 그 과정에서 바로스 검공의 아내인 필리네와 아들 오즈를 포함해 일부 주민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눌들에게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스 검공은 그때의 부상으로 기절한 후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라스티아의 사제들이 최선을 다해 그를 치료했지만 육체의 부상은 회복되었으나 그의 정신은 깨어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콜린은 또 한 가지 기묘한 일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라낙과의 전투에서 일어났던 일로 아직 적과 맞붙지도 못한 아군이 쓰러졌고, 쓰러지지 않은 병사들은 심한 압박을 받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콜린 역시 겪은 일이었으며 어쩌면 바로스 검공이 깨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 현상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서술이 붙어 있었다. 이 보고서의 유일한 추측이었다.

멜프하겐은 이 부분이 몹시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나로선 짐작이 안가는 군. 일종의 영기가 아닐까하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저주일지도 모르겠군. 너무 집히는 곳이 많아. 이 정도로는 어떻게도 결론을 내릴 수 없겠는 걸.”

멜프하겐은 에크로반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런 계통의 능력은 많다. 마법에서도 종종 특화 주문으로 사용하는 자들이 존재하며, 사제들의 신성에서 우러나오는 영기들 역시 그랬다.

이것만으로는 대책을 세우기 힘들어 보였다. 멜프하겐은 그라낙을 쓰러드릴 때 가장 장애일 것 같은 부분으로 여겨지는 이 능력에 대해 대비를 해두고 싶었지만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멜프하겐과는 달리 에크로반은 그다지 걱정되지 않는 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알아내려면 직접 겪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네만... 멜프하겐. 착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가 하려는 일은 암살이야. 정면에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배후에서 뒤를 찌르는 일이네.”

눌군주가 힘을 발휘 할 틈도 없을 것이다.

에크로반의 말은 바로 그런 뜻이었다. 암살이라는 행위가 은밀성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쉽게 될 것인가? 에크로반의 능력을 믿긴 하지만 그들이 가진 정보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과연 한 번도 들키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멜프하겐은 조금 회의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에크로반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에크로반의 능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요소들에 대한 불안이었다. 아무리 멜프하겐이라도, 아무리 에크로반이라도 가보지 않은 곳과 겪어 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알 수는 없다.

그것을 보충하기 위한 자료이지만 그 자료는 충분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라낙에 대한 보고서를 제외한 남은 것들은 랑그라드의 성의 비밀 통로에 관한 내용이었다. 아마도 콜린과 바로스 검공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이 길을 통해 탈출했던 것 같았다.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전장의 중심에 있었던 바로스 검공의 탈출은 거의 불가능 했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 비밀 통로까지의 이동에 콜린의 수간이동 주문이 어느 정도 활약을 했었을 것이라고도 예측해 볼 수 있었다.

“좋아 됐군.”

“갈 생각인가?”

멜프하겐이 에크로반을 올려다보았다. 에크로반은 ‘자 산책이나 나가볼까.’ 같은 표정으로 하고 서 있었다. 덤으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자네.’라는 표정도 섞여 있었다.

“이제부터 내 일이네.”

에크로반은 그렇게 말하고는 혼자서 척척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벌써 멜프하겐의 존재는 이미 잊어버렸다는 태도였다.

에크로반은 별을 보고 방향을 잡아 랑그라드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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