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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자질쟁이 쥐새♡ 같으니! 너 때문에 잔소리꾼이 또 여기까지 올라왔잖아~!”

바둥거리는 엘피르를 얄밉다는 듯이 노려보는 소년.
덥수룩한 금발머리를 아무렇게나 삐죽삐죽 기른 소년은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에 장난기 가득한 입가의 표정까지 어딜 보나 영락없이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꼬마의 표본이었다.
바로 이 소년이 조용한 샤농을 언제나 소란스럽게 하는 악동이자, 지체 높은 꼬마숙녀가 금기를 어겨가며 이 숲까지 오게 만든 장본인, 아윈이었다.
아윈의 손에 매달려 괴로워하는 엘피르를 보자 이디아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엘피르를 놔줘! 이 바보야!!”

이디아의 말에 아윈은 조심스럽게 불쌍한 작은 친구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자유를 되찾자마자 이디아를 향해 쪼르르 달려간 엘피르는 이디아의 품에 안긴 채, 아윈을 향해 털을 곤두세우고는 으르렁 거렸다.
그런 엘피르를 향해 혀를 삐죽 내밀어 보이는 아윈.
이디아는 엘피르를 진정시키며 점잖게 아윈을 타일렀다.

“아윈, 엘피르는 우리 친구야.”

“다짜고짜 발목을 깨무는 게 친구냐?”

아윈은 살짝 붉게 부어오른 발목을 보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엘피르가 아윈을 데려오기 위해 가격한 수단을 사용한 모양이었다.

“그...그건 아윈이 엘피르 랑은 말도 안통하고, 사이도 안 좋잖아. 어쨌든 엘피르는 우리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은인이라는 말에 아윈은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나하곤 상관없네, 난 저 생쥐가 구해준 적 없거든. 그건 겁쟁이 누구누구나 해당하는 얘기지.”

“이 바보야!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됐는데!!”

시종일관 건성으로 대답하는 아윈의 태도에 결국 이디아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평소의 귀한 집 영애의 얌전한 모습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오로지 아윈만 구경할 수 있는 이디아의 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디아의 말에는 틀린 것이 전혀 없었다.

2년전, 아윈이 모험을 하자며 이디아를 데리고 무작정 금지된 이 숲에 들어왔고, 잠깐 이디아가 한 눈을 판 사이에 아윈이 제멋대로 사라져버린 덕분에, 이디아는 길을 잃고 정말로 죽을 뻔 한 위기를 맞았고, 구사일생으로 엘피르를 만나 길을 찾고 나갈 수 있게 된, 이디아로서는 평생 끔찍한 트라우마로 남을 법한 그런 경험이었다.

물론, 사건의 장본인인 아윈은 무슨 수를 썼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재주 좋게 혼자서 숲을 빠져나와 이디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과거의 사건을 잠시 회상한 아윈은 간단하게 소감을 말했다.

“난 그때 재밌었는데?”

“바보가 재미없는 게 뭐가 있겠니?”

“흥, 생쥐가 없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하는 겁쟁이가.”

“난 겁쟁이가 아냐! 니가 바보라서 그런 거라고!!”

이런 식으로 둘은 아이들이 할 법한 말싸움을 한참을 한 후에야 숲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고마워 엘피르, 다음에 또 보자~”

숲의 입구에 거의 다다르자, 이디아는 엘피르를 향해 작별인사를 해주었다.
예로부터 힐로아에서 하얀 털을 가진 동물은 길조로 여기며 귀하게 여겼고, 엘피르는 그 중에서도 특히 희귀하다는 멸종위기의 종족이었기에 숲을 벗어날 때 쯤 되면, 이렇게 헤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어차피 내가 여기 오면 또 너한테 고자질하러 갈 텐데 뭘.”

“하여간... 그만 올 생각은 하지도 않는 구나? 대체 맨날 그 ‘절벽’에서 뭐하는 거야?”

“절벽이라니, 전망 좋은 언덕이야.”

이디아의 말을 수정한 아윈은 잠시 뜸을 들이는 기색도 없이 바로 눈을 빛내며 신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평소의 퉁명스럽고 사고만치는 장난꾸러기가 아닌,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모험에 대한 즐거움으로 맑은 눈을 가득 빛내는, 이디아만이 볼 수 있는 아윈의 숨겨진 모습이었다.

“상상했어! 구름 속 세상을!”

“그건 구름이 아니라 바다야.”

방금 아윈이 한 것처럼 이디아가 반박했지만, 아윈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냐! 선생이 그랬어!! 이 세상엔 진짜! 진짜 바다가 숨어있다고! 새 파란 물속에는 물고기라는 게 살고, 만지면 차가운 그런 바다가 있다고!”

“그런 게 어딨니?”

“있어!”

아윈은 확신하듯 못을 박았다. 지금 소년의 눈빛은 세상 그 무엇으로도 꺾을 수 없는 강렬한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디아는 그런 아윈의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아윈이 하는 말들은 늘 허무맹랑할 뿐이었다.

“선생님은 훌륭한 사람이지만, 그건 말도 안 돼. 바다 밑에는 무서운 마수와 마물들이 살고 있고, 바다 밑으로 가면 사람이 숨 쉴 수 없다고 우리 아버지가 말씀하셨어. 진짜 바다를 누가 보고 왔다는 말이니?”

이디아의 말은 사실이었다. 회색으로 넘실거리는 저 바다는 그 속에 무서운 괴물들을 품은 어둠의 세계였다. 여지껏 용감한 모험가 몇몇이 심해를 탐사하기 위해 내려갔지만, 그 누구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아윈의 눈은 더욱 강렬하게 타올랐다.

“있어!! 선생은... 선생은 절대 거짓말 안 해!!”

“아윈...”

이디아는 안쓰럽다는 듯 슬픈 표정을 지었다.

“우리 엄마, 아빠는 사고로 돌아가신 게 아니라고, 그건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선생이 그랬어! 엄마, 아빠는 진짜 바다를 봤다고! 거기서 내가 모험가가 돼서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나도 그래서 엄마, 아빠 못지않은 훌륭한 모험가가 돼서 진짜 바다를 보러갈 거야!”

이디아는 확신에 가득 차 말하는 아윈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지만, 울음을 터뜨리지는 않았다.
신대륙을 찾기 위해 5년 전,  어린 아윈을 두고 떠난 아윈의 부모님은 배가 해류에 휩쓸리는 바람에 난파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아윈은 부모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어린 나이에도 꿋꿋하게 견뎌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디아는 저런 아윈의 모습을 볼 때마다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아윈을 위해 눈물을 삼켰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아윈은 이디아의 모습을 보고 갸웃거릴 뿐이었다.

“어디 아파? 갑자기 왜 울어?”

“아무것도 아니야. 이 바보야.”

이디아는 재빨리 눈물을 훔치고 앞장서서 숲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아윈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데다가, 이미 숲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했기 때문이었다.
마을 주위에 아이들이 갈 만한 장소라곤 옆 마을 포포를 포함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칫 너무 시간을 오래 끌었다간 의심을 살 수가 있었다.
평소 말썽을 부리는 아윈은 그렇다 쳐도, 귀한집의 딸인 이디아가 집을 오래 비우면 사람들을 보내 찾을 것이 분명 했으니, 만에 하나 금지된 숲에 들락날락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면... 그 결과는 이디아로선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숲 밖으로 발걸음을 막 내딛자마자, 아윈과 이디아는 다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디아가 숨겨놓았던 노새 포포의 고삐를 잡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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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분량은 예전부터 충분히 있었습니다만...... 신종플루 감염 및..... 여차저차한 사건사고로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틈새설정- 옆마을과 이디아 노새의 이름이 같은 이유는 포포마을에서 온 노새라는 이유로 6살이던 이디아가 지어준 이름이 포포가 되버렸습니다.(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뭐 그런 이야기)

진 용자 로봇은 설정오류와 잘못된 전개로 초기 설정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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