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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 통합 주술능력 평가대회 -1-

 

 

 

 

 

현천은 되물었다.

 

그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제2 학원'에서 '염제'라 불리며, '대려(大呂)', '태주(太嗾)', '중려(仲呂)', '임종(林鐘)', '남려(南呂)'로 구분된 주술사의 능력 계급에서 당당히 4레벨인 '태주'의 힘을 가지고 있는 그 였다.

그가 다루는 불꽃은 거세게 타올랐고, 거침없는 불길로 모든 것을 삼키는 것으로 유명했다. 실질적인 위력만큼은 5레벨인 '대려'에 가깝다고 평가받는 그였기에, 이번 주술 능력 시험에서 그 위력 시험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과연 그 업화의 위력을 어떠한 방법으로 측정할 것인가.

 

'제2 학원'은 고가의 측정장비 3대를 탄화시킨 후에, 기계 측정을 포기했다.  이 안건은 교장인 '홍몽'의 귀에 들어갔고, 교장은 이와 비슷한 이유로 다음 등급으로 승급하지 못하는 주술사들이 꽤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2학원, 3학원이 발을 동동 구르게 한 이 문제에, 교장은 겨우 10분만에 답을 내 놓았다.

 

'통합 주술능력 평가대회'

 

그 답은 지금 현천의 앞에 서 있었다.

 

"..."

 

그것은 작았다. 자세히 뜯어보면 꽤 귀엽기까지 했다.

교복 위에 검은색 코트를 아무렇게나 걸치고, 마녀들이나 쓸만한 모자를 코스프레처럼 쓰고, 짧은 단발머리를 긁적거리며 찌푸린-아무리 노력해도 '귀엽다'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눈빛으로 이쪽을 무심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천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같은 말을 또박또박 두번 째로 반복했다.

 

"쏘라고, 불."

 

 

 

1,2,3학원 통합 능력 시험은 능력수준이 중려 이상인 사람만 참가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 마저도 선생님들의 세심한 심사로 걸렀기 때문에, 1학원의 넓은 체육관을 대절한 시험장은 의외로 한산했다.

 

"그런데 나는 왜 끌려온거지."

 

영웅은 평소에 하던대로 절망을 곱씹고 있었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술력의 압박은 장난이 아니었다. 1,2,3학원 통틀어서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학생들과, 그들을 통솔하기 위한 선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일반인이 보기엔 그저 한산해보이겠지만, 이곳의 기운은 아비규환 수준이었다.

 

1학원의 교장이자 '학원'의 총장인 '홍몽'의 간단한 인사와 시험에대한 안내가 끝나고, 영웅은 시험장이 보이는 응원석에 걸터 앉았다. 대기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었지만, 동시에 시험장이 훤히 보이는 곳이기도 했다.

아래의 농구 코트 두배만한 넓이의 시험장에는 결계 전문의 선생님들이 미리 준비한 결계의 상태를 체크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결계의 가동으로 작은 소란이 있었지만, 1학원의 학생으로서 결계의 설치를 도왔던 영웅은 푸르스름한 술력 방벽이 갑자기 생겨났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결계의 효과로 주변의 기운이 일시적으로 진정되는 것을 느끼고, 영웅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 도대체 어떤 시험인걸까."

 

교장 선생인 홍몽의 설명에는, 기계로는 측정할 수 없는 학생들의 주술력을 체크하여, 제대로 된 등급 분류를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결계를 제외한 준비는 부실하기 그지 없는 행사였다.

측정기도, 뭔가 특별한 시설도 없는, 어제까지만 해도 영웅이 체육 수업을 받던 평범한 체육관.

 

이쯤 되면 이상함을 느낀 학생들이 선생님들께 질문을 했지만, 선생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일은 일어났다.

 

첫 시험자로 보이는 2학원의 화염계 주술사가 안내에 따라 코트 중앙으로 걸어가고, 그가 약 1분 정도를 주위의 시선에 뜯긴 후에, 체육관 안내석에서 누군가 걸어나왔다.

 

영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 마고?"

 

소란이 커졌다.

'안내원인가? 뭐지? 저 애는 뭐야? 귀여운데?'

 

마고는 소란에 신경쓰지 않았다.

마주본 농구 코트의 중앙에 선 시험자에게 형식적인 목례를 하고는, 천천히 선언했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체육관의 소란을 먹어치우고 상대방을 멈춰버리게했다.

 

"측정자 마고입니다. 시험을 시작합니다."

 

 

 

 

현천은 당황했다.

 

임종 이상의 주술사는 대부분 국가 기관의 감찰을 받게 되는데, 그 이유는 주술의 살상력에 관계가 있다. 꽤나 흔한 수준인 임종 단계의 주술사도 충분히 치사량의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현천은 태주, 인간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정점에 다다른 주술사다.

 

현천은 담임 선생님에게 눈길을 보냈다.

도대체 이 자살 희망자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하지만 담임 선생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애가 측정자다. 총 3회에 걸쳐 네 주술력을 측정해 줄거야."

 

현천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고를 노려봤다.

눈매가 좀 매서울 뿐, 아무리 봐도 애다. 주술적 기운에서도 대단할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코트와 모자까지 쓰고 있다.

현천은 기가 막혔다.

 

"이런 어린애가 측정자라니?"

 

'어린애'라는 말에, 마고의 눈썹이 살짝 치켜올랐다.

 

"... 더 어린애가 아니면 자신 없나봐? 불쟁이."

 

마고의 입에서 나온 말은, 현천의 당황을 가벼운 분노로 바꾸기 충분했다. 현천은 분산된 주의를 끌어들여, 눈 앞의 자그마한 소녀에게 집중했다.

 

동시에, 그의 손에 화염이 흐른다.

 

가장 초급 단계의 주술, 그저 화염의 기운을 이끌어 방향성있게 상대에게 쏘아내는 간단한 주술이다. 손 끝에 충분한 기운이 맺히는 것을 느끼고, 현천은 자신있게 미소지었다.

그의 주특기, 화염이 발현되자, 주변이 점차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무슨 자신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내 화염 앞에서도 그렇게 태연할 수 있나 보겠어."

 

조금 겁주는 정도라면, 하다못해 저 우스꽝스런 모자를 그을리는 수준의 불이라면 얼마든지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다.

현천은 혀를 날름거리는 불을 능숙하게 제어해서, 눈 앞의 소녀에게 흩뿌렸다.

당황하는 모습이 빨리 보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마고는 왼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리고, 소란이 멎었다.

 

"... 뭐...?"

 

피어나던 불꽃은 마고의 손짓을 따라 주위로 비산했다.

분명 강력한 방향성을 가지고 마고의 모자를 낚아채기 위해 쏘아진 불꽃이었지만, 마고의 주변에서 작은 불보라를 만들며 흩어져버렸다.

 

도대체, 이건 무슨...

 

현천의 혼란은 관심 없다는 듯, 마고는 웃지도 않고 점점이 흩날려 산화하는 불꽃들 사이에서 그를 바라보았다.

 

"두 번 남았어, 불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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