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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록(夜雪錄) - 1장 눈속의 책5

2009.07.07 12:33

G.p 조회 수:643

                                                                                                2월 9일

아침에 일어나서 거의 꺼져가고 있는 불씨를 다시 지핀다.
 아침밥 해먹기 적당할 정도로 살아난 불씨에 인스턴트 스프를 끓이며 한손으로 지도를
 확인한다.
 항상 이동중인 무리에 맏겨 봐야 결국은 거기서 거기인 인간으로 자나랄 것이니 될수
있으면 도시의 보육 시설에 맏기는 편이 이 아이를 위한 길일 것이다. 물론 도시 까지
살아서 갈수 있다면 말이지만.
 어쨋든 야설록 이라는 책은 없고 이 아이만 그곳에서 살아남아 긴 어둠속에서 타인을
 기다리며 그곳에서 떨고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왠지 이것저것 먹여주고 싶어진다.
 스프가 고소한 냄세가 날때쯤 따로 가지고 다니는 그릇은 없어서 그냥 그 아이부터 먹
이고 남은걸 내가 먹었다. 식기는 그나마 이곳이 전에 사람이 살던 곳이라서 어렵지 않
게 구할수 있었다.
 아직 당시에 피난 할때 단수를 하지 못한 곳이어서 물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얼굴을 씻고 있는데 그아이가 옆에서 따라한다.
 어설픈 움직임으로 나를 따라하며 얼굴에 물을 묻힌다. 그러나 저레선 씻는 것 같지 않
고 그저 얼굴에 물만 묻히는 꼴이다. 아까 부터 내가 하는 행동을 모두 따라하는 그 아이
를 보며 나는 처음으로 느끼는 내  감정에 약간 혼란 스러웠다.

 저걸 귀엽다 라고 하는 건가?

 내가 하는 행동을 모두 따라하고 내가 어디 갈때마다 내 옷을 잡고 절대로 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 눈을 마주치면 그대로 날 바라보는 큰 눈망울에 뭔가 마음 한쪽으로 찔리
는 구석이 있다.
 왜 찔리는 걸까?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나 작으면서 필사적이기 까지한 그 모습에 나는 그 아이를 들어
올려서 앉은체 그 아파트를 떠나 갔다.
 
 근데 좀 무겁네.

 등에는 늘 들고 있는 골프 가방과 앞에는 새로운 짐인 그 아이가 매달려서 대롱 대롱한
 상태로 걸어가는데 이게 만만치 않은 체력 소모다. 한참을 땀을 흘리며 걸어 가서야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곳에서 잠깐 쉬고 갈수 있었다.

 "후아~ 힘들어 죽겠네."
 "후바~ 힝드라 주게넹."

 아까부터 였지만 이 아이는 내가 하는 말을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따라 하고 있다.
 말을 할줄 모르는 줄 알았는데 정확히는 말이 뭔지 모르는 거였던 걸까.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나를 따라하면서 말을 배우는 것같다.
 하지만 어설프다. 아직 어설픈 발음으로 말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냥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느정도 바람이 차가워질 정도로 느껴질 때까지 쉬었을 무렵 나는 내 얼굴에 떨어지는
물방울에 놀라서 일어 나 버렸다.

 하얗게 내리는 그 빌어먹을 얼음가루가 내려오는 와중에 내가 정신없이 쉬고 있었다.

 "빌어먹을!"

 정신을 차리고 그 아이를 찾는다.

 

 


 눈이 온다.                                                                            놈이 온다.

 

 

 

 놈들은 아이의 냄세를 좋아한다. 귀신같이 아이가 있는 곳을 찾아내서 발톱이 다 빠질때
 까지 긇어서라도 아이를 잡아낸다. 몸이 망가져도 아이를 잡아서 그 배에 얼굴을 파 묻
고 아이의 내장을 십어먹는다.
 지하실도 없는 나는 놈들에게 도망칠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아이를
포기할수 없다.
 분명 아까 까지 내 주위에서 흙장난 하고 있던 아이가 안보인다. 쉬면서 잠깐 잠이 들어
서 인지 졸아버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젠장.
 아이를 찾아서 도망쳐야 한다. 비록 가망이 없어도 아이를 찾아서 도망쳐야 한다. 그렇지
만 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정신이 혼란스럽고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평소와 다른 혼란
이 내 생각을 방해한다.

 아이는 어디에 있는 거지?!

 주변을 둘러 봐도 보이지 않는 아이를 찾으며 나는 절망감을 맛보며 달리기 시작했다.
 찾아서 그 아이를 대리고 도망치기 위해 폐가 움직인다. 숨을 짜내고 폐를 쥐어 짜며
한발 한발 분명하게 아이를 찾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

 그르르르르르르릉.

 놈의 목소리가 들린다.
 귀가 긴 놈을 잡아먹은 그 놈의 목소리다. 빌어먹을 벌써 움직이기 시작한건가!
 하지만 아이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정신없이 아이를 찾아 뛰고 있을때.
 잠깐 이나마 분명하게 땅이 울렸다.
 정확히는 무언가 무거운 것이 지면과 충돌했을때의 충돌이 만들어낸 흔들림 이었다.
 
 젠장.
 이젠 정말로 도망 쳐야 해.


 젠장할!


 발이 멈추질 않는다. 폐가 죽어버릴 정도로 미친듯이 뛰었다.정신이 아득해 지고 심장이
 움직임이 힘들어 질 만큼 정신없이 산을 뛰어 다녔다.
 아니 지금 뛰고있다. 근육이 한순간 비틀어 지면서 지면을 차고 바람에 저항한다.
 입을 벌려 저항하는 공기의 일부를 마시고 이산화 탄소와 함깨 수분을 배출해 버렸다.
 결국 목이 말라가는게 느껴진다. 따가울 정도로 마르는 목에 억지로 침을 고이게 하지만
 달리다 보니 입가에 질질 흐르기만 하지 제대로 목을 적시지 못했다.
 질질 흐르는 침이 어디까지 흘러가던 산을 미치듯이 뛰어 가다보면 결국 숨이 차버려서
주저 앉게 되는 법이다.
 특히 나는 아직 완전히 채력이 회복된 것도 아니고 자는 중간에 일어나 버려서 그런지
더더욱 몸이 무겁다. 그럼에도 30분간 산에서 전력질주를 할 정도로 겁을 먹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이에 대한 걱정이 가슴 고동을 더욱 빠르게 뛰게 한다.
 
심장에 움직이며 느껴지는 생명의 고동.
 전신의 근육이 만들어낸 운동에너지.  그리고 산이라는 지형의 특성상 보이지 않는 시계.
 
 모든것이 나에게 불리했고, 다급했다.
 아이는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 놈이 발톱은 100년의 수령을 자
랑하는 거목도 마지막 남은 돗대를 가볍게 자르는 애연가를 남편으로 둔 주부마냥 강하
고 날타롭다.
 그러니까 돗대를 자르는데 필요한 수순으로 일단 애연가를 근력으로 제압해야 하는
필요가 있다는 것을 먼저 밝히겠다. 애연가들의 연초애 대한 애정을 때로는 목숨을 걸
가치가 있다는 한 남자의 말도 있었지만 실제로 목숨 건적은 없어서 그럴 가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어쨋든 그만큼 무진장 힘들다는 거다. 그리고 저놈은 그 힘든걸 쉽게 할수 있
다는 소리다. 복잡하게 생각 하지 말자. 나 지금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더 따지면 확- 자살할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아이를 포기하기로 했다.
 놈들에게 도망다니며 5년이란 새월을 보낸 나라도 상황 판단이 안되는 어린아이를, 그것
도 없고서 도망다닐순 없다. 나서다가 같이 개죽음 당하기 쉬운 것 보단 차라리. 나라도
 살아서 언전간 그 애 만큼 이쁜 딸 낳는것이 인류에게 더 공헌하는 것일 거다.

 ….

 이런 젠장 내 얼굴을 그렇다 쳐도 모계쪽 유전자가 어떤 품질일지 예상할수가 없잖아!
 막말로 내가 팔다리 병신되고 굴러다니는 처지 되면 그냥 대충 버려지는 여자들 끼고 살
아야 하는 팔자가 될수도 있다.
 아니면 군으로 들어가 출세해서 품질이 보증된 도시의 여자랑 애를 만들수 있을 지도 모
르고….
 재수 없으면 길에서 객사 할수도 있다.
 여성애 대한 선택권이 적은 이 시대에 모계쪽 유전자를 멋대로 상상하는 것은 사실 뻘짓
이다. 그냥 주는 대로 먹어라 라는 말이 있듯이. 잡히는 대로 대리고 사는게 당연한 세상
이 되어 버렸다.
 이런 로맨스도 에로스도 없는 세상 같으니.

 그나저나 나는 왜 미친듯이 달리면서도 머리속으로 이런 뻘짓이 가능한건지 알수가 없
다. 얼마나 달린건지 뇌가 망각 했을때 내 몸은 이미 혀를 내밀고 거품을 물면서 달리고
있었다. 조금만더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 아마 그냥 쓰러져 죽었을 것이다.
 대충 정신이 들고 근처의 나무 뿌리의 틈으로 기어 들어 갔다.  터질듯한 심장을 진정 시
키며 주위를 둘러본다. 눈은 내리지만 녀석의 발자국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녀석의 울부
짖음도 들리지 않는다. 나무 뿌리에서 몸을 일으켜 다시 다른 곳으로 도망치려 했을때는
 눈 마저 그쳤다.
 
 빌어먹을 악마의 똥가루가 멈추고 산은 완전히 고요해 졌다.
 몸에 묻은 눈과 물기를 털어내며 나는 내가 도망칠대 놓고온 짐을 챙기러 다시 그곳으로
갔다. 아마 아이는 다시 만나기 힘들 것이다. 어쩌면 녀석이 이미 잡아 먹었기 때문에 물
러 난 것일지도 모른다.
 
 젠장.

 그 어린아이가 죽게 내버려 둬야 하다니.
 애초에 내가 잠들지 말고 좀더 안전한 곳까지 갔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진 않았을 것
이다. 적어도 그 아이만은 지킬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어깨에 무력감이라는 철근이 내려
앉은것만 같았다. 사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살기 위해 애를 버리고
부모를 버리고 가족을 버리고 친구를 버리고 연인을 버리는 일은 얼마든지 흔한 일이다.
헌데 어째서 이런 비통함이 남는지 의문이다. 그러나 나는 살아 남았다. 그러니 죽은 자의
 애도를 할 자격이 생긴 것이다. 아아이의 몫까지 내가 벽에 똥칠할때 까지 오래오래 살
아 주고 말갰다는 각오가 생긴다. 이런 각오만 벌써 20명째니까 아마 나 불노 불사에 대
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그 아이를 가슴에서 떠나 보내야 하기 때문에 그 아이의 짐을 내 집에서 빼
내야 한다. 가방을 뒤져서 그 아이의 물건을 꺼낸다.

 


 ….

 아! 짐 같은거 없었지.
 별수 없다 그냥 마음에서 떠나 보내자.
 대충 묵념을 하고 작별을 고한뒤 나의 마이 웨이를 걸으려는 찰나 그 아이가 보였다.
 새하얀 원피스에 맨살이 그대로 드러난 곳을 재외한 눈 그대로의 순백을 지닌체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새하얀 피부. 새하얀 머리카락. 새하얀 원피스가 그 아이의 자그마한 입술과 특유의 유리
같은 그 눈동자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
 손에는 무언가 잡혀서 바둥바둥 거리고 있다.

 귀 긴놈들의 원종이다.
 짧은 4개의 다리와 긴 귀. 그리고 짧은 꼬리를 가지고 있는 그것은 다리를 버둥거리며
아이의 손에서 도망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는 속으로 감탄할수 밖에 없었다. 이런 아이가….

 

 

 


                           그 귀한 동물성 단백질을 구해 오다니.

 

 

 

 

 다 흘려서 이젠 나오지도 않을 침이 입안에 고이는게 느껴진다.
 야들야들한 육질의 피비린내 진즉한 고기가 눈앞에 보인다. 뜯어 먹어라 뜯어 멀어라 하
는 혁명이 내 몸안에서 일어난다.
 너의 본능으로 그것을 낙아채 본능(?)으로 구워 먹어라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고기 구이.

 그것은 군에 소속된 자들중 높은자에게만 간다는 지고의 음식.
 통조림이 아닌 리얼 미트가 내 눈앞에 바둥 거리고 있다.

 "안대."
 "응?"

 그러자 아이가 내 생각을 알고 있다는 긋이 그것을 앉은체 몸을 비틀어 원종을 보호한
다. 왜 그녀석을 지키려는 거지?

 "내꺼."

 과연. 자신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건가. 좀더 고기를 더 많이 먹겠다는 건지 아니면 혼자
 먹겠다는 건지 어느쪽 의사인지 알수가 없다.
 하지만 먹기 이전에 불을 지피는 것은 나만 할수 있다. 즉 불을 이용해 협상하는 거라면
 나에게도 고기가 들어올수 있다. 무엇보다 나에겐 이 아이가 없는 조미료가 가득하다.
 자아-. 제시 해라. 깍아주마.

 "안주거."
 "뭐?"

 뭔소리냐?

 "안주거."
 "…."

 설마 고기가 용도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겠지.

 "안죽인다는 뜻이야?"
 
 고개를 끄덕인다.

 


 ….


 안되!!!! 고기를 먹어야해! 고기! 고기! 소화 잘되고 몸에 좋고 맛도 좋은 고기! 고기를 먹
어야지! 왜 안먹겠다는 거야! 고기잖아! 고기라고! 세상에 둘도 없이 맛보기 힘든 고기란
 말이야! 개나 소나 먹는 건줄 알아! 더군다나 원종이잖아 먹기 힘든 거라고 왜 안먹는 거
야! 어째서! 고기를 포기하는 거야!

 "레비."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발음이 한순간 내가 알고 있는 발음과 달랐다.

 "키울거야."

 나는 그 순간 머리에 총알이라도 박힌듯한 충격에 몸을 지탱할수 없었다.
 살찌워서 먹겠다니. 이녀석 천재인가?!
 고기는 먹고 털은 이것저것 만들고 가죽은 장갑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에 몸이 생기를 불
어 넣는다. 지쳐있던 심장이 폭주한 기관차 마냥 펌프질을 한다.
 가방에 아이와 원종을 집어 넣고 등에 매었다. 골프채는 이순간 나를 지탱할 지팡이가
 되어 그 늘씬한 자태로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
 그래. 살찌워서 마을 가고 애는 놓고 고기는 내가 챙기고 가면 되는 거야.
 이 순간 나의 탠션은 한계를 모른체 올라가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설마 그 고기가 그렇게 똥을 많이 싸는 생물인줄 알았다면 가방에는 넣지 않았을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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