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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저 하늘에 2

2009.06.25 10:14

양군 조회 수:575

"후아.."

파워드 슈츠에서 내리자마자 틀어 올렸던 머리를 풀었다. 내 머리칼의 길이는 거의 엉덩이 근처까지 내려온다. 솔직히 파워드 슈츠 파일럿중에 머리를 이 정도로 기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은 용병들도 해당 되니 군인이라고 해서 별 다를것 없을것이다. 솔직히 조종시에 [시야를 가려서]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자를 생각은 없다.

"오늘도 수고 많았어, 아가씨."
"죄송해요. 오늘은 좀 심하게 망가졌네요."
"응? 다리 하나 날아간걸 심하게 망가졌다고 하는건가? 그럼 저 녀석들은 매일 대파 시켜서 돌아 오는거겠구만?"

정비반장인 박 한진 상사.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사람이다.

"박상사, 상관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인가?"
"어이쿠, 제가 틀린 말이라도 했습니까요, 최중위님?"

그리고는 서로 웃어 버리는 둘. 정말이지 이 둘은 가족이 아닌가 의심 될 정도라니까.
그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겼다.

"아 맞다. 아저씨, 그 신형에 대한 영상 정보는 모두 컴퓨터 안에 들어 있으니 그렇게 알아 두세요."
"응, 알았다. 조심 해서 가려무나."

 

집에 돌아 와서는 루를 디스플레이형 단말기에 연결 한다. 그러자 입체 영상으로 루의 모습이 보인다.
응? 인공지능에 무슨 모습이냐고? 이건 루가 자기 모습을 '직접' 설정한 모습이다. 그 모습은 불꽃으로 뒤덮인 새의 모습이다.

[아현, 오늘의 보수와 의뢰가 들어 왔습니다.]
"응? 또 의뢰? 음.. 루, 통장엔 얼마나 남아 있어?"
[오늘의 보수까지 합쳐서 $114,000,000입니다.]
"그럼 내 랭크는?"
[112위. 중상급 랭크입니다.]
"그럼 그 일은 않 할래. 당분간 쉬어야겠어."
[알겠습니다. 메일을 반송 시키겠습니다. 그리고, 목욕물이 충분히 데워졌습니다.]
"응. 고마워."

욕실에 들어가서 옷을 벗고 내 몸을 거울에 비춰 본다. 15살 치고는 너무나도 작은 몸집에 백발, 금색과 은색의 눈동자. 또래 친구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작고 외모도 이래서야 제대로 된 친구도 사귈수가 없었다. 그런것은 고사하고, 난 어렸을때부터 노는것 보다는 파워드 슈츠의 조종에 매달릴수 밖에 없었다.
내가 처음 파워드 슈츠에 타게 된것이 5년 전. 엄마가 죽은지 3개월 후의 일이다. 먹고 살 수단이 없었던지라, 무슨 일이던 돈이 되는 일이라면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그 과정에 파워드 슈츠 파일럿을 뽑는다는 광고를 보고 지원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보나마나 내가 떨어질 것이라고 수군 거렸지만, 이래뵈도 내가 기억 하는것만 5살때 부터 파워드 슈츠의 시뮬레이터를 장난감 삼아 지냈다. 부모님이 모두 파워드 슈츠의 AI 제작자였던 탓일 것이다.
물론 처음 타 보는 실제의 파워드 슈츠는 중량감때문에 제어 하기가 더 힘들었다. '루'의 도움이 없었다면 난 거기서 탈락 하고 꼼짝 없이 길거리에서 굶어 죽었을 것이다. 아니면 매춘 굴에라도 팔려 갔거나.
15살짜리 여자 애가 이런 말을 하는것이 이상한가? 당신들도 5년간 용병 생활을 해 봐라. 이 정도면 얌전한 편이라고 나 스스로 생각 하고 있다.

 

[아현.]
"응? 왜?"
[아현도 이제 애인을 사귀어야 할 나이가 되지 않았습니까?]
"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갑자기 루가 건네는 한마디. 그 말에 난 왜인지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아현 또래의 여자라면 학교도 다니면서 남자의 팔짱을 끼고는 오빠오빠 하며 애교도 부리... 뭐, 뭐하시는 겁니까아?!?!?!]
"뭐 하긴?"

루의 머리 위에는 - Reset? [Y/N] - 이라는 글자와 함께 커서가 깜빡 거리고 있었다. 참고로 말 하자면 내 손가락은 Y 키에 올라가 있는 상태.

"헛소리 자주 하는 인공지능님 제 정신 찾게 해 주려는 중이지."
[제.. 제발 참아 주세요! 제가 리셋 되면 그동안 아현의 조작 버릇 같은것도 함께 날아간단 말입니다!]
"겨우 그게 이유야?"
[그.. 자, 잘못했습니다! 제발..]
"진작 그랬어야지."

하면서 N 키를 누르자 영상속의 루는 날개로 이마를 닦는 모습을 보였다. 한숨까지 쉬면서.

[실은, 제가 하려던 말은 이거였습니다. 아현은 여직 자신의 슈츠가 없지 않습니까?]
"그게 왜?"
[길들여 지지 않은 기체로는 제가 보조 하는것도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 되서 하는 말입니다. 아현, 혹시 해성 그룹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한국에서 2번째의 파워드 슈츠 생산량을 자랑 하는 곳이잖아. 그게 왜?"
[아현이 목욕 하는 동안 재미난 기사를 발견 했습니다. 5개월 전에 기체를 하나 만들었는데, 현존 하는 OS로는 그 기체의 성능을 모두 발휘 할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기체의 성능을 50%라도 끌어 내는 AI 제작자, 혹은 파일럿에게 그 기체를 염가에 넘기겠다는 것입니다.]
"응? 얼마에?"
[$12,000,000,000입니다.]

현존 하는 최고의 기체인 MTA-41 팰콘의 가격은 약 2억. 그 기체의 60배가 넘는 가격이다. 그게 염가라고?

[아현, 무슨 생각 하는지는 알겠습니다만, 그 기체의 성능은 그 가격의 500배를 더 받아도 될 정도입니다. 그것은 제가 장담 할 수 있습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애초에 전 그 기체, 레이븐에 탑재 될 예정으로 제작중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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