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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마법소녀 하랑 - 01화

2010.04.25 22:02

카와이 루나링 조회 수:792

품을 밟기 위해 한 발을 내딛던 시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몸에 힘을 빼며 다시 자세를 바로 잡자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공기가 거짓말처럼 가라앉는다. 느껴지지 않는 긴장감. 평소에 마주하고 있을 때 전해지던, 그 살을 에일 듯한 차갑고 짜릿한 느낌은 어디에도 없었다. 눈 앞에 있는 작은 아이는 어쩐지 딴 사람 같았다. 

 

"아?"

 

 역시나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던 모양이다. 어째서일까? 오늘 도장에 들어오며 인사를 할 때부터 평소와 뭔가 다르단 느낌은 있었지만 그 것도 한 순간 뿐이었을 텐데.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며 웃는 그 얼굴에서 뭔가 특별한 것은 찾을 수 없었기에 '착각이었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말이지. 잘못 본 것이 아니었을까?

 

얼굴을 붉히며 허둥대는 모습이 보인다. 자신이 겨루기 중에 상대를 눈 앞에 두고 다른 생각 하고 있던 것을 들켰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일까? 아니면 자신조차 스스로의 행동에 때해 인식하지 못했었기에 당황해하는 모습일까? 그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 한가지는, 지금 저 아이가 다른 무언가를 할 만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 뿐.

 

"미안, 오늘은 그만하자."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바로선다. 자신의 태도 때문에 그런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인지, 무언가 말을 하려 하지만 다시 입을 다무는 모습이 보인다. 옷을 정리하고 바로 선 뒤에 고개를 숙인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평소라면 금방 끝이 났을 인사지만, 오늘은 몸을 일으키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인 것 같다. 개인적인 일에 대해 그다지 참견하거나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는 조금 문제가 큰 것 같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하랑아."

 

시현의 부름에 하랑의 몸이 흠칫하고 떨리는 것이 보인다. 고개를 들어 조심스레 자신을 바라보는 작은 강아지 같은 눈동자에 시현은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여 준 뒤에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 있니? 신경 쓰이는게 있는 것 같은데."

 

"아, 아뇨. 그냥..."

 

붉게 물든 양뺨을 감싸쥐며 고개를 젓는다. 저녁 노을 때문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상기 되어 있는 얼굴. 달아올라 있는 그 분위기는 분명히 평소와 달랐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말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 혹시라도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바로 말해줘."

 

그렇기에 이 정도로 끝을 맺는 수 밖에는 없었다. 파고들자면 굳이 파고들지 못할 것도 없지만, 캐묻는다면 결국은 답해줄 것이라는 점 역시 알고 있지만... 저 강아지를 닮은 작은 아이에게 그런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하는 하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자신의 손길에 몸을 움츠리는 것을 보며 몰래 작은 한숨을 내쉰다. 대체 무엇이 이 아이의 마음을 빼앗아 간 것일까? 혹시라도 안 좋은 일에 휘말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불안해진다. 비록 하랑이가 제 몸 하나 간수 못할 아이는 아니겠지만 시현이 보기에는 자신보다 10살이나 어린, 거기에 아직도 한참 모자란 아이였으니까. 

 

"오히려 너무 잘 풀리는게 문제지만요..."

 

그런 시현의 귀에 작게 중얼거리는 하랑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제딴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린 것이겠지만 안그래도 밝기만한 시현의 귀에는 똑똑히 들려올 뿐이었다.

 

다행이다.

 

하랑이 몰래 한숨을 내쉬며 시현은 가볍게 하랑이를 안고 등을 다독여주었다. 무슨 일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다행히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으니까. 자신의 작은 체구에 폭 안길 정도로, 더욱 작기만 한 아이에게 행복한 웃음을 줄 수 있는, 그런 너무나 잘 풀리는 일이라면 좋을 것 같았다.

 

 시현은 하랑이를 안고 있던 손을 풀며 말했다.

 

 "오늘은 내가 정리할 테니까 먼저 가."

 

 "네? 아뇨. 제가 할께요."

 

 "신경 쓰지 말고. 매일 너한테 맡기는 것도 미안해서 그래."

 

 가만히 하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매끈한 머리칼을 따라 손이 움직일 때마다 하랑이가 몸을 흠칫흠칫 거리는 모습에 작은 미소가 지어진다.

 

 "먼저 옷 갈아입고 가. 신경쓰지 말고."

 

 "아... 그..."

 

 다시 한 번 말해보았지만 하랑이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하랑이를 다시 한 번 채근하고 나서야 겨우 탈의실 쪽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 하랑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짓던 시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차분히 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언니에게 큰 걱정거리를 안겨준 것 같다. 생각해 본다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도장에 들어오면서부터 이유없이 배실거리기만 했고, 연습을 하는 도중에는 딴생각만 하고 있었으니 걱정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을테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행복하다는 감정만이 온 몸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의 표정은 눈에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그 것이 자신을 '걱정'하는 표정이라면 더더욱.

 

 응,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 어째서인지 말 할 수는 없을테지만.

 

 "아주 좋아 죽네. 그렇게 좋냐?"

 

 "응, 당연히. 왜? 별로 마음에 안 들어?"

 

 "알면서 물어봐? 난 울고 싶어. 엉엉엉 하고."

 

 지잉~ 하고 무언가 울리는 듯한 목소리. 끝에 한숨을 섞으며 불만을 토해내지만 하랑이는 그 한숨 마저도 사랑스러워 보일 지경이었다. 그 불만 섞인 표정마저도 고마울 뿐이었다.

 

 "평생 소원이었으니까. 제발 부탁이니까 무르지 말아줘."

 

 "무르고 싶어. 제발.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있으면 그렇게 했어. 그냥 취소할 수 있는 거라면 취소 했어. 백섭해도 좋으니까 좀 되돌려 줬으면 좋겠어!"

 

 어쩐지 이상한 표현이 끼어들어간 것 같았지만 하랑이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한 번 이 일이 현실이자,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거니까.

 

 "고마워. 린"

 

 "고마워 하지마. 나 진짜 울거야."

 

 투덜거리며 고개를 휙 하고 돌린다. 진짜 사람이 토라진 것 같은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하며 하랑이는 벗다가 말고 가만히 다가가 린을 살포시 안아주었다.

 

 "나만 좋은 일 하게 된 것 같아서 미안해. 하지만 그래도 너무 고마우니까..."

 

 "... 하여튼."

 

 가슴께에서 린이 내뱉는 숨결이 느껴진다. 반 정도 열려있던 교복의 셔츠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바람이 간지럽다.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살짝 움츠리니 린은 하랑이의 품 안에서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며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얼씨구. 그런거에 일일히 반응하는 거야?"

 

 "그, 그럴리가 없잖아! 그냥 간지러운 거야."

 

 "... 그렇다고 해줄께."

 

 빨갛게 달아오른 하랑이의 얼굴을 보며 린이 피식 하고 웃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에 무언가 반박을 해 보려 하지만 린은 틈을 주지 않으며 다시 그 보드라운 머리를 하랑이의 가슴에 비벼댔다.

 

 "뭐, 여기 볼륨감이 없는 것은 확실히 마음에 안들지만 그 외에는 상관 없겠지. 특별히 문제가 생길 것 같지도 않고 하니까."

 

 "그, 그러니까..."

 

 "괜찮아, 괜찮아. 내가 이런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키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몇 번이고 하랑이의 가슴 부분에 머리를 비벼댄 린은 이제 곧 터질 것 같은 하랑이의 모습에 슬쩍 몸을 빼내어 침대 위로 올라갔다. 하랑이는 가슴 부분을 양 팔로 가리며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린을 노려보았다. 짐짓 화난 표정을 지어보지만 린은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는 듯 계속 쿡쿡 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자신의 웃는 모습을 숨기려 하지도 않은 채.

 

 "뭐, 뭐야. 능글맞은 아저씨처럼. 변태 같아."

 

 "니가 할 말이니? 게다가 난 아저씨 아니거든?"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렇게 따지자면 나도 아저씨는 아니거든."

 

 "누가 아저씨랬니? 변태랬지."

 

 "시, 시끄러워. 누가 변태라는 거야? 이 변태가."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네. 이 앞길 창창한 젊은 언니한테 변태라니, 너무 심한거 아니야?"

 

 한참을 쓸데없는 이유로 투닥거리던 하랑은 린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 언니? 언니였어?"

 

 "너, 어제 그게 누구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던거야?"

 

 "에? 그, 그야..."

 

 린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 하랑은 말끝을 흐렸다. 린은 그런 하랑의 모습이 당연하다는 듯, 웃으면서 자신을 가리켰다.

 

 "나야. 당연한 말이지만."

 

 "... 거짓말 같아."

 

 "믿기 싫으면 믿지 마. 하지만 사실이니까."

 

 더 이상 그에 대해 하랑이를 납득시키려 하지 않는다. 린의 당당한 태도는 하랑이에게 그 말이 사실이라고 믿게 해주기 충분했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그다지 실감이 나지를 않는다.

 

 응, 그럴만도 하지. 지금의 모습과는 너무 차이가 크니까.

 

 하랑이의 팔뚝만한 길이를 지닌,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다고 할 수 있는 크기. 날개를 펴면 더 크게 보이겠지만 일단은 매 정도의 크기로 보인다. 확실히 기본적으로는 매와 매우 닮은 것 같다. 눈 위쪽으로는 마치 사람의 눈썹처럼 길게, 머리의 뒤쪽으로까지 죽 뻗어있는 긴 깃이 나 있었고, 꼬리는 장끼의 그것처럼 길고 매끄럽게 쭉 뻗어 있는 것이 평범한 매와는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었을 뿐. 하지만 무엇보다 특별한 것은 스스로 은은한 빛을 내고 있는 푸른색의 매끄러운 깃털이라든지, 흐릿하게나마 반대쪽의 사물이 보이는 반투명한 몸체일 것이다.

 

 "아니, 어쨌건 지금 모습은 새잖아. 어째서야?"

 

 그래. 결론은 그것, 지금 린의 모습은 완벽한 '새'의 모습이었다. 그런 린의 모습을 보고 있는데 어제 보았던 그 모습이 린의 본래 모습이라고 하면...

 

 "간단한거야. 그 모습을 여기서도 가질 수 있으면 우리가 과연 그 고생을 하면서 너 같은 사람들을 찾아 헤멜까?"

 

 "... 그게 왜?"

 

 "... 너무 돌려 말했나? 뭐, 이해 못 할거라고 생각했어."

 

 "응? 그런거야?"

 

 "... 지금 자기가 바보 취급 당한것도 모르는거지?"

 

 "... 뭐?"

 

 "농담이야. 일단 적당히 설명을 하자면..."

 

 린은 하랑이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말을 끊으며 동그란 눈을 굴렸다. 정신 없이 지나간 린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며 정리가 되지 않아 한참을 끙끙대던 하랑은 겨우 실마리를 잡고...

 

 "잠깐, 그런데 너 지금 내가 바보라고..."

 

 "자세한 설명을 여기서 생략하도록 한다."

 

 "뭐야! 그게!"

 

 한 쪽 날개를 입가에 가져다 댔다가 떼며 길게 숨을 내쉰다. 만사가 귀찮다는 듯, 눈 위쪽에 있는 깃을 축 늘어뜨리고 있는 린을 보며 하랑은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아니, 그러니까 바보 취급한 것도 모자라서 무시까지?

 

 "... 성격 하고는. 너 그렇게 성격 나빠서 뭐 해먹을려고 그래?"

 

 "너 때문이잖아."

 

 "하긴, 그 정도 성깔도 없이 뭘 하겠니. 착하기만 해서는 착취당하다가 모잘라서 있는대로 퍼주고 단물 쪽쪽 빨리다가 인생 종치겠지만 지금 보니까 안심해도 되겠다."

 

 쿡쿡거리며 날개로 입을 가리고 한참을 웃던 린은 겨우 진정이 되는지 숨을 고른 뒤, 자신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하랑이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이쪽에선 내가 본래 힘을 반에 반에 반도 못 쓰는거야. 모습도 이런 식으로 바뀌고. 그래서 너 같은 사람들을 골라서 계약을 맺고 그 몸을 통해서 힘을 발휘하는거지."

 

 "... 그런거야?"

 

 "그런거지."

 

 "끝?"

 

 "더 필요해?"

 

 린은 그렇게 말을 끊어 버린 뒤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더 날렸다.

 

 "뺑이 좀 쳐야될거다.."

 

 "...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내가 싫은거야?"

 

 "그럴리가 있나? 아무리 그래도 이제는 진짜 내 파트너인데."

 

 "뭔가 찝찝해."

 

 사람이었다면 분명히 능글맞다는 소리를 들었겠지. 그런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린을 보며 하랑이는 결국 한숨을 쉬고야 말았다.

 

 "어른의 사정이라는 거지. 세상 일은 절대 좋은 일만 가득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는 린의 표정이 어쩐지 지쳐보인다는 것은 착각이었을까?

 

 "하랑아. 이거 계약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이 뭐라고 생각해?"

 

 "계약자? 음... 그러니까 마법소녀가 될 수 있는 조건?"

 

 "그래. 그 조건이 뭐라고 생각해?"

 

 하랑이의 말에 대답을 재촉하는 린. 하랑은 잠시 눈을 굴리며 이것저것 생각해보다가 마땅한 답을 생각해내지 못했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답했다.

 

 "응? 글쎄. 귀여운 소녀?"

 

 "자기 자신을 귀여운 소녀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어쩐지 다시 한 번 린의 눈 위쪽에 있는 깃, 그러니까 아무리 봐도 눈썹 같은 그 깃이 축 늘어진다. 보면 볼 수록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하랑에게 린은 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를 내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만 19세 이하. 미경험자. 꿈과 환상을 간직하고 있는 소녀일 것."

 

 "소녀..."

 

 "이상한 데서 감격하지마. 어쨌든, 꿈과 환상을 지닌 소녀니까 이런 이야기도 아무 의심 없이 좋아라 하고 받아들이는거지. 사실 뒤에서 일하는 우리 중간 관리직은 죽을 맛이라고."

 

 "그런거야?"

 

 "그런거다."

 

 깃을 들어 눈 아래를 닦는다. 입으로 훌쩍훌쩍 소리를 내면서. 장난스러운 태도였지만 어쩐지 진심이 가득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하랑이는 재빨리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 되물었다.

 

 "그, 그럼 그런건 비밀로 해야 하는거 아니야? 꿈과 환상이 깨져버리잖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게다가 넌 이미 조건 하나가 글러먹었잖아."

 

 "... 그건..."

 

 정곡을 찌르는 말.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랑이의 표정은 바로 굳어져 버린다. 그 표정에 린은 순간 '아차' 하는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린이 건드린 것은 하랑이가 가장 꺼려하는 화제였으니까. 마법 소녀가 된다는 말에 하랑이가 그렇게나 기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였으니까.

 

 "그래. 그 말이 맞기는 해..."

 

 조금 전, 집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그 때문에 하랑이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 확실히 보았었는데... 다만 하랑이의 기분이 워낙 좋아진 상태라 어찌어찌 넘어갔었다고는 하지만... 역시나 그 것을 다시 상기시켜 주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난 남자니까."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하랑이의 모습을 보며 린은 다시 한 번 한 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어찌 생각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마 고금동서를 통틀어서 최초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 정도. 마법 소녀의 계약을 맺은 상대가 사실은 남자였다니.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린은 하랑이가 남자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얼굴 펴. 이 지지배야."

 

 "..."

 

 "넌 분명히 여자야. 뭔가 이상한게 달려있기는 하지만."

 

 "그러니까 남자잖아."

 

 "그런데 내부적으로 보면 완전히 여자라니까? 골격 형태부터 시작해서 네 몸에서 발산되는 기운까지. 그러니까 나랑 계약을 할 수 있던거지. 남자라면 애시당초 그건 불가능해."

 

  가볍게 날아올라 하랑이의 눈 앞으로 몸을 옮기며 말한다. 자신을 바라보는 하랑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한 어조로 선언하듯 말한다.

 

 그래, 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일체화 했을 때 조차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하랑이의 몸은 여자의 몸에 가까웠다.

 

 "... 정말이야?"

 

 린의 태도에 하랑이도 무언가를 느낄 수 있던 것인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어본다. 그 말에 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강조해 두었다.

 

 "응. 넌 분명히 나랑 계약했고, 틀림없는 마법 소녀야. 그러니까 쓸데없는 고민은 집어 치워."

 

 "그... 그래."

 

 그제서야 겨우 진정하는 기색이 보인다. 린은 하랑이 몰래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래도 이번 계약은... 뭔가 엄청난 패를 뽑아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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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을 질러 보겠습니다.

 

[마법소'년' 하랑] 과 [마법소'녀' 하랑]

 

이 두가지 제목 중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후자로 결정.

 

뭐, 이 하랑이라는 캐릭터는 상당히 애착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 이기도 하니까 즐겁게 쓸 수 있을 것 같군요. 흠흠.

 

시작해 보겠습니다. 미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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