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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성계신곡 렉스렉시온2

2010.04.23 22:56

azelight 조회 수:681

“자 인계서류.”

세르네티는 제 9 연구소장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모든 것이 전자화 된 사회이지만 아직 문서라는 것은 증거로서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나 공멸 후 문명이 쇠퇴한 지금에서는 그 위력에 대해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특히나 지상이 타버린 지금 종이란 희귀한 것이었다.

즉 이런 희귀물을 꺼내들 수 있다는 시점에서 이미 세르네티는 권위를 내보이는 것과 같았다.

그녀의 뒤에 있는 존재.

특무기관 쿼레스의 진정한 최고지휘관 문명관제 AI 아인스트.

소장이 쩔쩔매는 것도 절대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그럴 것이 문명관제 AI 아인스트란 말하자면 성계연합의 절대적인 지배자와 같았다.

공멸 전 기술들은 관리하고 판별하여 배포하며 성계연합을 규합시키고, 공멸 후 피폐해진 인류를 여기까지 끌어올린 존재가 바로 아인스트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있어 아인스트란 단순한 AI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문명의 선도자이며 공멸 전의 문명이 후대에 내려준 구세주.

소장에게는 아인스트의 직하 기관인 쿼레스에서 왔다는 소녀는 신이 보낸 사자와 같아 보일지도 몰랐다.

세르네티 자신도 에인스티아와의 만남에서 느꼈던 감정이었기에 소장의 지금 심정에 동의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기분은 법석을 떤 관장 오베론 덕에 도중에 흥이 식어버리긴 했지만.

하지만 에인스티아란 존재는 확실히 법석을 떨만했다. 단순히 아인스트의 사자라고 생각하기엔 그녀는 너무나도…. 간단히 설명하자면 그저 대단했다. 그것만으로 거의 모든 것이 설명되리라.

세르네티는 자신의 상관을 떠올리며 싱긋 미소 지었다. 이럴 때는 여유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는 것을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소장은 세르네티의 우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녀는 용. 요정인 소장이 보기에는 아인스트의 사자로 딱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것도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용들도 사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됨으로서 신화시대 때의 위상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대단한 존재라는 인상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장의 감정선을 읽고 세르네티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확신했다. 감정을 그를 둘러싼 선을 통해 파악한다. 이것은 세르네티가 가진 감응능력을 항시 발동하게 만들어낸 술식의 일종이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순 없지만 그 부분은 타고난 지력과 직감으로 커버하고 있었다.

“저, 이 남자는….”

소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신념의 비율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자기보존 욕구가 솟아오르는 것이 보인다. 전형적인 속물이라고 할까. 일이 쉬어지겠다고 생각하며 세르네티는 고개를 저었다.

“아인스트는 그에게 더 이상 위험요소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야. 1년이나 그의 머릿속을 연구했으니까 알겠지? 그 자료들에 대해서 아인스트는 *알고* 있어. 물론 소장. 당신이 렉스렉시온을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라는 부분에 힘을 준다.

이 연구소가 아인스트 몰래 렉스렉시온을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경고의 의미도 동시에 전달하려는 것이었다.

아인스트가 금지한 렉스렉시온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이 소장 뿐 아니라 연구원들의 위치가 불안해진다. 그뿐 아니라 렉스렉시온의 연구를 지시하고 보조해온 연합의 파벌의 입장도 위태해지게 되는 것이다.

후자는 모르겠지만 전자는 소장 본인에게 해당되는 일이었다. 이런 속물에게 있어 그가 가진 위치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세르네티는 잘 알고 있었다.

‘편하겠네.’

세르네티는 전 정보부장 시절에 우연히 입수했던 정보를 떠올렸다.

아인스트의 지휘 아래에서도 권력다툼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인스트는 경쟁 또한 발전의 방식이라는 이유로 묵인하고 있었지만 때론 과하게 발전하곤 했다.

렉스렉시온의 연구 또한 그런 알력 싸움이 과하게 발전한 경우였다. 군부에서 큰 힘을 잡고 있는 파벌이 렉스렉시온을 연구해 ‘적’을 조종할 수 있는 가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아인스트는 알고 있었다. 다만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인스트가 내버려두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그토록 성과과 없던 연구를 아직도 계속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지만.

그런 사실들로 짐작하건데 유이스가 감옥이 아닌 제 9연구소에 격리조치된 것도 렉스렉시온의 연구에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세르네티는 그렇게 추측했다. 이를 이용해야지. 산뜻한 미소와는 달리 속으로 어떻게 소장을 요리할지 생각하며 세르네티는 미소로 소장을 밀어붙였다.

덤으로 세르네티는 이 연구소의 인원들이 가진 개인적인 약점들도 줄줄이 꿰고 있었다. 유이스를 빼내오기로 했을 때 개인적인 연줄로 조사해둔 것이었다. 이를 이용하면 유이스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우려낼 수 있을게 틀림없었다.

최근 에스터크의 기동준비와 더불어 사무직만 하다 보니 이런 긴장감이 느껴지는 일도 무척 반가웠다. 자신에게 일을 맡겨준 에인스티아에게도 감사인사를 보내고 싶었다.

‘마음껏 즐겨야지.’

그런 즐거운 생각을 하며 세르네티는 생글생글 웃었다. 그 모습이 소장에게는 두렵게 느껴졌는지 새파랗게 얼굴이 질렸지만 오히려 그 점이 세르네티의 기분을 고양시켜 주었다.

‘사무직이나 하면서 차곡차곡 쌓였던 모든 스트레스를 풀어주지.’

라고 연달아 생각했다. 세르네티는 기대하고 있었다.

소장의 감정선이 심하게 가라앉아 있는 것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지만 쉽사리 항복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 세르네티의 계산이었다. 그럴 것이 인정하면 자신들의 목이 달아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것을 시작으로 거부할 수밖에 없는 요구들을 마구 이끌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세르네티의 모든 제안은 결국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될 것이었다.

세르네티의 뇌가 굉장한 소리로 가속하기 시작했다.

“전면 협력 하겠습니다. 저희는 아인스트의 뜻에 거스를 생각은 없습니다. ‘그’를 양도하도록 하지요. 그러니 아무쪼록.”

세르네티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의 기대를 무색케 하듯이 소장은 싱겁게 인정했다. “제발 봐주십시오!”라는 다음 말이 환청처럼 들려온 것 같았다.

“세르네티님”

굳어버린 모습에 불안한 듯 소장이 그녀를 부르자 세르네티는 정신을 차렸다.

아아. 왠지 모르게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혼쉽게 노력없이 목적을 성취했지만 그녀는 왠지 모를 패배감에 젖어 있었다.

힘이 쫙 빠져 나간다.

그래, 이것이 허탈감이구나 하고 세르네티는 이해했다.

언제나 만전을 기하는 것이 세르네티의 방식이긴 했지만 이러면 정말 자신이 왜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지 의심만 들 뿐이었다.

‘이런. 이런.’

속으로 길게 내신 한숨과 함께 목적을 달성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며 자기위로를 시도한 세르네티는 굳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반대로 소장은 그 불안해 보이는 미소에 더 겁을 먹었다.

“잘 생각했어. 그럼 바로 인계할까.”

힘없이 내뱉어 지는 세르네티의 요구에 소장은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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