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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마법소녀 하랑 - 07화

2010.09.19 20:40

카와이 루나링 조회 수:363

 

리아의 이야기,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자세히 설명해서 비처녀 드립이라고 표현할 만한 이야기를 들었으면 응당 그 뒤를 이어 분서 인증이 좀 올라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도 합니다만. 생각해보면 자신이 풀어나간 이야기를 태워버린 다는 것도 좀 미묘한 느낌이고, 아니 그 이전에 책이 아니잖아요? 아마 안 될거에요.

어쨌든 필요한 것은 일단 프린트라도 해서 불태워버리는 인증을 좀 기다리는 마음도 없지않아 있... 이런이런 뭔가 이야기가 바깥쪽으로 새어나간 듯 하군요. 이런 메타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역시 문제가 있겠죠? 잊어주세요. 잊지 않으면 강제로 잊게 해드립니다. 레드 썬. 손에 들고 있는 배트는 그냥 단순한 호신용이니 세트로 묶어서 같이 잊어주세요.

자자, 다시 제대로 이야기를 해 볼까요? 그 폐공장에서의 사건 이후 어느새 시간은 일주일이나 지난 뒤입니다. 뭔가 시간 참 날로 먹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흠흠.

그 사이 하랑이는 말 그대로 참 바쁘게 지냈지요. 자신이 맡은 일 처리하고 추가로 리아의 몫까지 처리해야 했구요. 학교에서, 집에서, 도장에서의 생활도 똑바로 해야만 했지요. 바른 생활의 청소년 이라는 것은 칭찬해 줄 만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그 바른 생활이라는 것도 역시 작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소한 학교에서 적당히 쉰다거나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좀 줄인다거나, 도장에서 연습하는 것을 한두번 정도는 빼먹고 자신의 몸을 돌보았었다면 조금 나았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하랑이는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 대가로 결국엔 저 세상으로...

...가 아니라 쓰러졌답니다.

네. 말 그대로 쓰러졌어요. 학교에서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말 그대로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옆으로 쓰러져 버렸지요. 그 뒤로 양호실과 응급실을 거쳐 현재는 집으로 돌아와 있는 상태. 다행히 밤에는 의식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몸 상태는 안 좋은 것 같군요.

에휴, 주인공이 이래서야 어디 제대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나 있을까요? 여러모로 걱정되는 가운데 마법 소녀 하랑. 오늘도 그 아이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지켜보도록 할까요? 뿅~




“정말로, 괜찮은거지?”

하랑이의 방 안. 불을 꺼 놓아 어둡기만 한 지금, 창문 틈새로 새어들어오는 약간의 빛에 침대에 누워있는 하랑이의 모습과 그 옆에 앉아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하랑이를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하랑이 이마 위의 물수건을 갈아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보는군요.

“네. 괜찮아요. 걱정 끼쳐 드려서 죄송해요.”

“죄송하긴 뭐가 죄송하니? 그런 생각 하지 말고 빨리 낫기나 하렴.”

부드러운 웃음과 함께 하랑이의 손을 꼬옥 잡아줍니다. 하랑이는 ‘네’ 하고 대답한 뒤에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아아, 실로 훈훈한 장면이네. 그렇게 하랑이의 손을 잡은 채 여성은 한참이나 가만히 앉아 있었고, 곧 하랑이는 새근새근 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군요. 뭔가 메르헨 틱한 숨소리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잠이 든 모양이에요.

“... 후...”

하랑이가 잠든 뒤에도 한동안 하랑이의 곁에 앉아있던 그 여성은 짧게 한숨을 쉬더니 조심스레 하랑이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는군요. 그리고는 가만히 하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네요.

“자, 그럼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라고요.

... 하지만 되돌아오는 대답은 없군요. 아니, 그럴 수밖에요. 지금 방 안에는 하랑이와 본인, 그 둘 밖에 없는데 대체 누구한테 말을 건 것일까요? 설마 저? 에이, 그럴 리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아니죠. 그렇다면 대체?

“...말해 주실 생각은 없으신가보네요.”

역시나 작고 얌전하게, 거의 중얼거리는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만... 대체 누구한테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대체 무슨 일일까 생각하기도 전에 그 여성분은 가만히 손을 뻗는군요. 하랑이의 머리맡을 향해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기는 합니다만...

“당신에게 말하는 것이랍니다. 그래도 여전히 모르는 척만 하실 건가요?”

아니 그러니까 거긴 아무도 없...

...지는 않군요. 아니, 그래도 그건 좀...

“그럼, 힘으로라도 듣겠습니다.”

여전히 사근사근. 하지만 그 것도 잠시. 그 여성분은 하랑이의 머리쪽에 두었던 팔을 당겼다가 그대로 그 쪽을 향해 빠르게 찌르는군요! 그와 동시에 익숙한 목소리가 비명을 지릅니다.

[힉?]

손을 쭉 뻗은 채로 가만히 그 쪽을 노려보고 있는 여성분. 그렇게 잠시 노려보던 그 여성분은 작지만 단호한 말투로 말하는군요.

“다시 한 번 말합니다. 다음엔 진짜로 공격하겠습니다. 어찌 하시겠습니까?”

[... 에, 그러니까. 농담이겠지? 설마 나 보고 한 소리겠어? 그냥 찍은거지? 우연이지?]

아니, 어째 제대로 알고 그러는 것 같은데 말이죠. 린도 무의식적으로 그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것 같군요.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을 향해 날아든 새하얀 손을 바라본다면, 그 것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여기서 보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일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그 손이 자신의 목 바로 앞에서 멈추어 있는 것을 본다면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겠죠. 아무리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 정확하게 자신을 향해 날아온다면 더더욱.

“너무 자신의 은신에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무슨 이상한 장면인가 하고 고민하실 수도 이겠군요. 아무도 없는 허공에 손 끝 찌르기를 먹이고, 그리고 있지도 않은 누군가에 말을 거는 모습이요. 하지만 린이 보기에는 전혀 아닌가 봐요. 본래대로라면 자신의 모습은 스스로가 나타낼 때 까지 분명 다른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을 테지만, 지금 이 여성분은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자신을 공격하려 하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 후.”

짧은 한숨. 그 여성은 잠시 기다리다가 손을 들어 올립니다. 그 손은 금방 새하얗게 변하는군요. 말 그대로, 새하얀 피부... 라는 느낌이 아니라 아주 색이 없어지는 것처럼 새하얗게요. 마치 눈처럼 하얀 색으로.

“...그 목을 그대로 뽑히고 싶지 않으시다면 더 이상 모른 척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만 경고입니다.”

그 여성분은 팔을 가볍게 당기며 린이 있는 곳을 노려보네요. 린은 그대로 날아올라 방 천장의 구석 쪽으로 몸을 옮깁니다만 그 여성은 고개를 돌려 정확히 린이 있는 쪽을 바라보는군요.

“... 젠장. 진짜였냐? 어떻게 된거야?”

그 눈에 결국 항복한 것인지, 린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전에 보았던 것과 같은 푸른 새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며 여성분은 손을 천천히 내립니다.

“하랑이에게 이야기를 제대로 못 들으셨나 보군요. 이 정도는 사실 아주 쉬운 일이랍니다. 특히나 저희 유파에서는 말이죠.”

“그 풍신류 말이야?”

“뭔가 이상한 생각을 하시나본데, 그런 이름은 아니랍니다.”

“농담이야. 그 어마어마하게 무시무시한 표정은 좀 풀어줬으면 좋겠는데? 쳇. 그럼 내가 계속 하랑이랑 같이 있었던 것 도 알고 있던 것 아니야?”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데 알면서 왜 아직까지 모른 척 한거지?”

“간단해요. 하랑이에게 해를 끼치려 하는 것 같지 않았거든요. 제 느낌이지만... 가희랑 같이 있던 그 이구아나랑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서요.”

“묘하게 상처 받았어. 이래뵈도 모델은 천둥새인데 이구아나랑 느낌이 비슷하다고?”

“느낌뿐이에요. 느낌. 게다가 가희는 그 쪽 취향인 것 같고.”

입을 가린 채 소리 죽여 가볍게 웃는군요. 그 웃음에 린 역시 긴장이 풀린 것인지 맥이 빠진, 그렇지만 왠지 즐거워 보이는 목소리로 대꾸하네요.

“이런, 아쉬운데? 그 아가씨 내 취향이던데. 난 그 쪽 취향이 아니라니.”

“어머? 안돼요. 가희는 제 거랍니다.”

뭔가 위험한 대사가 오간 것 같지만 넘어가도록 하죠.

“... 아아, 그래서 이번엔 안 되겠다 싶어서 나서는거고?”

마치 자신이 사람인 것처럼, 어깨... 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으쓱거리는 린을 보며 그 여성분은 고개를 젓는군요. 아니라는 뜻인 것 같은데, 무슨 일일까요?

“한시현 이라고 합니다. 그 쪽은?”

“별 것 없어. 그냥 린이라고 불러. 그럼 대체 무슨 일로...”

“뭐, 손님이 오신 것 같아서요. 귀여운 손님이네요. 그래서 자리를 좀 비켜줬으면 하거든요. 여기 계속 머물러 계시면 방해가 될 것 같아서요.”

피식 웃으면서 창문 쪽을 바라보는군요. 별빛이 보이지 않는, 그저 초승달 하나만 덩그러니 떠 있는 밤하늘을 보며 작은 웃음을 지어보입니다. 린은 잠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눈 위에 있는 깃을 치켜세웠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는군요.

“정말, 대체 모르는게 뭐야? 뭐든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에이, 아니에요. 저라고 뭐든지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알고 있...”

“거기까지. 그 쯤 되면 패러디의 범주를 벗어나.”

“패러디라기 보다는 대놓고 표절이나 무단 도용이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대놓고 자기 입으로 표절이라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보는데? 게다가 그건 저작권에 걸려.”

... 부탁하건데 그런 메타적인 이야기는 그만둬 줬으면 합니다. 그건 제 몫이라구요!

“그렇지만 말이죠. 이렇게 대놓고 패러디를 해도 거기에 대한 반응이 없다는 것은 또 슬픈 일이에요.”

“그렇지? 역시 요즘엔 이런 것이 잘 안 먹히는 시대가 된 것일까?”

“웃음 코드가 바뀌었을지도요.”

그렇게 말하며 둘은 약속이나 한 듯 다시 한 번 소리죽여 웃네요. 아아, 역시 안되겠어요. 그냥 포기하는 것이 나을지도...

“그럼, 이쯤 하고 슬슬 나가볼까요?”

“뭐, 그렇게 하지.”

... 하아, 이제야 본론인가요?

“그나저나 부탁하는 것 치고는 과격한 것 같지만 뭐, 별 수 없나?”

“죄송해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안하면 제대로 반응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죠. 뭐, 거기에 이왕이면 하랑이에 관한 이야기도 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말해도 괜찮은 범위까지 만이라도.”

“이렇게 된 것... 별 수 없나? 그나저나 뭔가 급하게 화제를 돌리는 것 같은데?”

“뭐, 그럴 수밖에요. 누군가의 한숨과 원성이 점점 커져만 가고 있는 것 같거든요.”

어깨를 으쓱이며 가볍게 웃어 보이는 시현씨. 그러고 보니 분명 손님이 와 있는 것 같다고 했지요? 그래서 자리를 비켜준다고.

“아뇨. 그 쪽이 아니랍니다.”

... 응?

“어라? 누구랑 이야기를 하는거야?”

“글쎄요? 누구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냥 누군가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 에엑? 자, 잠깐! 뭐야 그건? 설마?

“‘아버지에게도 들켜본 적 없는데~’ 라면서 절규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럼 이만. 아 도촬만 하지 말아주세요.”

“...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이군.”

... 제 말이 그래요.

“뭘요. 그저 평범한 체육관 관장 대리랍니다.”

그렇게, 저에게도 린에게도 답해준 시현씨는 피식 웃으며 가만히 몸을 일으키는군요. 옷 소리조차 내지 않도록 조심하며 천천히 린을 데리고 방 바깥으로 나가네요. 그렇게 시현씨와 린이 나가자 방 안에는 잠들어버린 하랑이의 숨소리만 남는군요. 새근새근 거리는 숨소리만요.




아, 잠시 진정 좀 하느라 시간을 빼앗겨 버렸네요. 아무래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좀 놀랐었어요. 청심환도 먹고 했으니 다시 진행하도록 하죠. 흠흠.

충격과 공포의 시현씨가 린과 함께 방을 나간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는군요. 똑똑 하고. 하지만 당연하게도 하랑이의 반응은 없군요. 여전히 세상모르고 자고 있네요.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그 이후에도 세 번이나 더 들려왔습니다. 똑똑, 똑똑, 똑똑. 하지만 여전히 반응은 없었고, 결국 그 누군가... 뭐, 예상하신 분도 있겠지만 리아네요. 리아는 잠겨있지 않은 창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오는군요.

조심스레 하랑이가 누워있는 침대 쪽으로 걸어가는 리아. 들고 온 작은 가방을 하랑이의 책상 위에 올려놓은 뒤 시현씨가 앉아있던 의자로 가 자리에 앉습니다. 그리고는 가만히 하랑이의 손을 잡아주는군요.

“하여튼, 바보라니까. 진짜로 그렇게 할 건 뭐야.”

아하, 아무래도 하랑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이렇게 찾아온 모양이군요. 일주일 전, 자신과 다퉜다고 해야 하나? 그 이후 말 그대로 하랑이는 엄청나게 무리를 했고, 결과는 보시다시피... 니까요.

“진짜, 바보 같다니까. 매일매일, 무슨 생각으로...”

말꼬리를 흐리는 리아. 아무래도 역시 많이 미안한가 봐요. 사실 리아와는 별로 관계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마법 소녀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이야기거든요. 정해진 시간 만큼이 아니라 그 이상의 변신을 하거나 유지하기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한지.

린의 말을 참고해서 말하자면 하루에 3회, 36분의 변신을 더 할 경우 몸에 가해지는 부담은 3일간 잠을 자지 않은 채 버티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지요. 개중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보다 더 심하다는 말도 있고요. 그런 생활을 일주일 이상 유지해왔으니 하랑이가 저렇게 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반대로 그 정도로 하랑이가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뭐,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니까요.

“으응...”

그런 생각을 하면서, 리아의 손에 조금 힘이 많이 들어간 것일까요? 하랑이가 작은 신음 소리를 흘립니다. 하지만 몸을 뒤척이기는 해도 그다지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네요. 하긴, 피곤할 테니까요.

“에잇!”

그런 하랑이을 잠시 지켜보던 리아는 주먹을 들어 하랑이의 가슴을 퍽! 소리가 나게 치는군요. 자, 잠깐. 리아야. 거긴 명치야! 하랑이가 몸을 뒤척일 때 기대하고 있던 것은 알겠는데, 못 일어난다고 그렇게 주먹질을 할 것 까지는...

“쿨럭, 뭐, 뭐야?”

“사람이 신경 써서 좀 와 줬으면 일어나 보기라도 하라고. 이 바보야.”

“미, 미안해.”

리아의 말에 대뜸 사과부터 하는 하랑이입니다. 아니, 그러니까 이럴 때는 신경 쓴다는 말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 리아를 탓하든지, 아니면 좀 쉬게 하는 것이 신경을 써 주는 것이라고 하든지 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일단 미안하다는 말부터 나오는 것을 보면 하랑이는 하랑이인가 봅니다. 변신한 후의 성격과는 역시 딴판이에요.

“미안해. 신경 못 써서. 그나저나 여긴...”

몸을 일으키며 가슴 부분을 조심스레 문지르는 하랑이. 그러면서 옆에 있는 리아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사과를 하다가...

“리, 리, 리아? 너 여기 어떻게?”

뒤늦게야 놀라는군요.

화들짝 놀라며 덮고 있던 이불을 끌어 모아 몸을 가립니다. 아아, 맞아요. 일단 가릴 것은 가려야죠. 위쪽하고, 그리고 아래쪽까지. 이불로 자신의 몸을 꼼꼼하게 가리면서 최대한 벽 쪽으로 붙어 리아와 거리를 만드는군요.

“뭐야, 그 태도는? 상처받았어.”
 
“아, 아니. 그, 그게 말이지...”

할 말을 찾는 것인지, 재빨리 눈을 굴리는 하랑이를 보며 리아는 작게 웃더니 일어나 방 안에 불을 켜고 돌아오는군요.

“흐응, 뭐야. 꽤 귀엽게 사네? 평소에 보던 모습이랑 너무 딴판인데?”

방안을 휘휘 둘러보는 리아. 그러고보니 하랑이의 방을 처음으로 공개하는군요. 리아의 뒤를 따라 우리도 하랑이의 방을 구경해 볼까요? 배경음으로는 Titanic OST 중에서 Southampton 을 틀어주세요.

그리 넓지 않은 아담한 크기의 방. 동화 속의 공주가 살았던 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귀엽고 깜찍한 느낌이 드는 방이네요. 프릴과 레이스로 치장된 분홍빛 꽃무늬 시트와 새하얀 침대 커튼이 드리워진 잠자리. 그리고 그 머리맡에는 공주를 지켜주려는 것처럼 모여 있는 많은 동물 친구들이 있군요. 앉아서 공부할 때마다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올 것 같은 책상과 공부에 지친 몸을 편안하게 지탱해줄 의자. 그리고..

... 죄송해요.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것 같아서 여기까지 할께요. 어쨌든 침대와 책상, 책꽂이, 옷장이 전부인 작은 방입니다만, 분홍색을 선두로 해서 부드러운 느낌으로 치장된 방이랍니다. 뭐 그렇다구요.

“정말이지. 머리만 조금 기르면 완전히 몸 약한 양갓집 규수처럼 보일 것 같은데?”

“... 아무리 그래도 나름 무술도 배우고 있는데... 몸 약한 양갓집 규수라니... 그거 나름...”

“마음에 들지? 응, 나도 그래.”

“절대 그렇게 말 안했어!”

“걱정 마. 아가씨가 내 취향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덮칠 생각 없어.”

“'아직은' 이야? 가능하면 앞으로도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오늘도 변함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하랑이입니다. 리아는 그런 하랑이를 보며 두 손을 들어 '어흥' 이라고 하는군요. 아무리 봐도 잡아먹을 생각 가득인 것 같은 포즈입니다.

“뭐, 다 나은 뒤라면 고려해 볼게.”

“부탁이니까 다 나은 뒤라도 그런 것은 고려하지 말아줘.”

하랑이는 그렇게 말하며 한층 더 이불을 끌어 모으는군요. 이미 하랑이의 품 안은 커다란 이불 뭉치로 가득합니다. 리아는 그런 하랑이의 모습을 보며 손을 휘휘 내젓는군요.

“정말, 농담 몇 번 한 것 가지고 너무 과민 반응 보이지 마. 부끄럽잖아.”

“보통은 미안하다고 한다고 생각해.”

“부끄럽게 그런 말을 어떻게 하라는거야?”

꺄악 하고 작게 소리를 지르며 양 뺨을 감싼 뒤 시선을 돌립니다. 하랑이는 그런 리아를 보면서 머리가 아픈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네요. 리아는 슬쩍 그런 하랑이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면서 다시 자세를 바로 고치는군요.

“정말, 여전히 놀리는 재미가 있는 아이라니까.”

“...”

“노려보지 말아줘. 부끄럽다니까?”

“나름 화내고 있는 거거든?”

하랑이의 말에 리아는 쿡쿡 거리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군요. 그러더니 침대 머리맡에 놓여있는 작은 돼지 인형을 하나 집어 들면서 말합니다.

“왜 그러셔? 꿀. 화내는 건 몸에 안 좋으셔. 꿀꿀.”

분홍빛의 돼지가 앞다리를 흔들며 하는 말에 하랑이는 결국 피식 웃고 마는군요. 리아는 피식 웃더니 이번에는 펭귄 인형을 들어 올리며 말합니다.

“너무 그러면 안 되지 않겠슴까? 펭. 나름 리아도 신경 써준다고 먹을 것 까지 싸 왔슴다. 펭펭.”

“펭귄은 펭펭 하고 우는거야?”

“몰랐슴까? 펭? 이 기회에 알아두는게 좋겠슴다. 펭펭.”

하랑이의 앞에서 펭귄이 손을 흔듭니다. 미묘하게 던지면 폭발할 것 같은 펭귄입니다만 뭐, 상관없겠지요. 요즘 들어 대충 넘어가는게 많은 것 같지만 신경쓰면 안되는 겁니다. 펭펭.

“후, 뭐 싸왔는데?”

“뭘 것 같아? 김밥? 튀김? 샌드위치? 삼겹살? 차돌박이?”

“...나 이래뵈도 나름 환자인데 뭘 먹이려는 거야?”

“땡~ 전부 틀렸습니다~ 답은 '죽' 입니다~”

“난 뭐라고 하지도 않았어.”

책상 위에 놓여있던 작은 가방을 가지고 오는 리아를 보며 하랑이는 고개를 푹 떨굽니다만, 리아는 여전히 싱글벙글 하고 있을 뿐이군요. 오늘따라 상당히 텐션이 높은 것 같군요. 뭐, 괜찮겠지요.

“후... 저녁 먹은지 얼마 안 되었는데.”

“...”

“이거 먹고 자면 살 찌는거 아니야?”

“아니, 그러니까 그걸 왜 네가 먹는건데?”

리아의 말에 태클을 거는 하랑이.

“결정. 이건 그냥 나중에 먹자.”

“대체 내 의사가 들어가는 부분은 어디 있는거야?”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당하는군요.

그나저나 하랑이, 역시 다시 봐도 말 안하면 여자애라고 착각하기 딱 좋네요. 리아도 전혀 눈치 못 챈 것 같고. 방은 저런 느낌이지. 목소리는 가늘지. 생긴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대단하다면 대단하달까요? 그러니 리아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말도 할 수 있는 거겠지요. 물론 모르고 하니까 그러는 거겠지만.

“뭐, 그렇게 되었으니 이제 문병의 정해진 순서, 줄여서 정석인 옷 갈아입히기와 몸 닦아주기를 합니다.”

“뭐야, 그건? 아니, 그보다 정해진 순서를 어떻게 줄이면 정석이 되는거야?”

“아니, 이게 아니야. 몸 닦아주기를 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내가 왜 네 몸을 닦아주는 상황이 되는 거냐고?”

“몸 닦아주기를 해... 주면 어떨까요?”

“...”

“몸 닦아주기를 하죠. 하랑씨.”

최종적으로는 그렇게... 아니, 이게 아니지! 이건 패러디의 범주를 넘어섰어! 더 이상 갈 곳도 없는 것 같지만 어쨌건 위험하다고! 리아야! 너도 그렇고, 린도 그렇고, 시현씨도 그렇고! 오늘 따라 왜 이렇게 내 영역을 침범하는 사람이 많은거야? 응? 이건 대체 뭐야? 포워르의 음모야? 으아니 챠! 왜 난 햄보카고 싶은데 햄보칼 수 업서!

“자, 그런고로 어서 벗어. 이 언니가 몸 구석구석까지.”

“자, 잠깐만. 진짜로 할 생각이야?”

“물론. 어차피 같은 여자끼리 알몸 좀 봤다고 문제 될 것은 없잖아? 자, 어서 벗어. 부끄럽고 아픈 것은 어디까지나 처음에만 그럴 뿐이야.”

“아니아니, 근본적으로 뭔가 잘못 되었어! 그보다 너, 너 우선 그 눈 돌아간 것부터 어떻게 하고 그런 말을 하라고!”

한참을 투닥거린 리아와 하랑이. 결국 보다못했는지 시현씨가 쿵쾅거리며 올라오는 소리에 리아가 내일을 기약하며 창문 밖으로 달아나는 것으로 오늘 하루는 마무리를 짓게 되는군요. 정말, 문병을 와서 이렇게나 시끄럽게 떠들고 가다니 무슨 생각인가... 싶지만

어쩐지 하랑이는 지금 당장이라도 다 나은 것 같아 보이네요. 잘됐네요. 잘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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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점차 날로 먹는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아니, 오히려 너무 텐션이 올라가서 문제군요.
사실 예정상 이 약속된 전개인 문병 이벤트가 6화에 나와야 했는데.. 잘라먹을 것 다 잘라먹고도 7화에 나오다니.. 음음


뭐, 어쨌건.. 뭔가 말이 나올지도 모르니 미리 설명해 두자면

저 '한시현' 이라는 캐릭터는 제 캐릭터들 중에서는 말 그대로 '작가공인 먼치킨' 입니다.
사실 캐릭터의 강함으로 따지면 '사부 (정확히는 사모 라고 해야하려나?)' 쪽이 더 강하지만요.

시현은 강한 것도 강하지만 작품 내외를 마구 뛰어넘으며 작품의 배경 외적인 이야기도 마구 꺼내고 나레이션하고도 대화를 나누는 뭔가 이상한 쪽으로 먼치킨입니다.

... 그렇기에 이번 화 말고는 더 이상 나오지도 않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역시 길어야 에피소드 하나 이상 나올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묵념.

하랑이의 사촌 누님이면서 도장에서는 선배라는 설정으로, 제가 선배 속성에 불타올라 있을 때 만들어진 캐릭터라서 뭔가 심하게 먼치킨 스러운 분이 나왔다는 것 정도만 말할께요.

..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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