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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마법소녀 하랑 - 06화

2010.09.18 13:26

카와이 루나링 조회 수:612

 

광고를 좀 보내드리려 했으나 생각해보니 광고할 것이 없는지라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대놓고 신청이라도 받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나봐요. 흠흠. 사실 뭐 홈페이지 라든지, 길드라든지 이런 저런 것들 광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없지 않지 않지 않지만 그래도 자신의 것을 이런식으로 광고 해 봤자 왠지 슬픈 기분만 들지 않나요? 광고료라는 부수적인 수입이 딸려 오는 것도 아니고.

그런고로 슈퍼 하랑이 타임. 광고 없이 그냥 나갑니다. 렛츠 롹!




“자, 그럼 우리 IYAGI 좀 해 볼까?”

말 하는 것이 얼음 바늘로 온 몸을 콕콕 찌르는 것 같군요. 한 2480개 정도? 흔히들 IYAGI를 통해 친구가 된다고 하는 것 같던데... 지금 상황에서는 별로 그럴 것 같지 않죠?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니죠?

“뭐라고 하느...”

하랑이의 말에 무언가 대꾸하며 앞으로 나서던 스포츠. 하지만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어느새 벽에 처박혀 있군요. 스포츠씨가 날아가는 장면 보신 분? 손 한 번 들어보세요. 절절한 비명도, 고통에 겨운 신음도 없었지요? 저도 제대로 못 봤을 정도니까, 이건 좀 심하네요. 살아 있으려나?

하랑이가 천천히 내뻗었던 주먹을 거두는군요. 붕권을 날린 것 같은 자세였는데... 다시 하랑이가 자세를 잡은 뒤에야 니트와 안경은 스포츠가 자신들의 옆에서 사라진 것을 눈치챘나봐요. 아, 표정을 보아하니 어째 리아도 그런 것 같은데요? 분위기가 금세 싸늘해지네요. 리아의 표정도 아까와 좀 다른 의미로 복잡한 것 같아요.

“자, 잠깐... 너 지금...”

... 이런이런. 지금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네요. 안경씨. 대충 상황 파악이 되는 순간 도망칠 궁리부터 해야지,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려 들다니요. 그런거 물어봤자 답이 돌아올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눈치채야 하지 않나요? 뭐, 단역 되시는 분들의 공통적이면서도 전통적인 대사이자 행동이긴 하지만요. 그만큼 결과물도 전통적으로 가는 듯 해요.

안경씨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하랑이의 모습이 사라집니다! 우와, 저도 진짜 놓칠 뻔 했어요. 그 잠깐 사이, 하랑이는 안경씨의 머리 위에 자리를 잡고 있었네요. 그 것도 거의 5m는 위쪽에.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공중에 몸을 띄운채로! 이거 무슨 용공도 아닌데 공중에 뜨는게 가능한거야?

“피하는게 좋을걸?”

하지만 대답도 안 해주는군요. 아무래도 지금 관심은 저 쪽에 전부 쏠려있는 것 같아요. 안경씨와 니트씨가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 즉 위쪽을 보고 얼굴이 새파래지는 것과 동시에 하랑이는 그대로 땅에 꽂힙니다!

‘콰앙!’ 하고 무슨 폭탄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는군요. 공중에서 잠시 머물러 있던 하랑이가 필살기 같은 느낌이 마구 드는 대사를 읊으며 그대로 수직으로 급강하! 하랑이의 양 무릎에 찍혀버린 바닥이 움푹 패이며 주변 바닥 역시 아주 박살을 내 놓는군요. 덧붙여 둘의 간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완전 박살내겠다고 선언한 느낌이네요. 지금 둘이 잘 살아 있으려나요?

하랑이는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손을 휘두릅니다. 바닥이 부서지며 튀어 오른 콘크리트 재질의 조각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군요! 그리고 그 조각은 어찌어찌 몸을 피하기는 한 듯한 안경씨에게로 날아갑니다. 그리고.

“컥!”

... 아프겠어요. 차라리 아까 무릎에 찍혀서 기절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아요. 아프겠어요. 안경씨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말 그대로 생의 마지막 숨을 삼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뭐, 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지금 입에 게거품을 물고 있는 것을 보면 보통 수준은 아닌 거겠지요. 그대로 다리 사이를 양 손으로 부여잡은 채 쓰러지는군요. 하랑아. 너도 사실은 남자면서 그런 공격을 해도 되는거야?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하랑이. 그러면서 시선은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니트씨에게서 떼지를 않는군요. 무표정한 하랑이지만 오히려 그게 더 무서운 것 같아요. 하랑이는 몸을 완전히 일으킨 뒤 니트씨를 향해서 걸어갑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요. 어두운 밤에 저벅 저벅 하고 낮은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질수록 니트씨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가는군요. 벌벌 떨면서 하랑이의 발에 맞추어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군요. 뭔가 말을 해 보려 하는 것 같지만 말도 잘 안 나오는 모양입니다. 후...

뭔가 상큼한 영상으로 폭력적인 장면을 잠시 가려드리고 싶은데 준비된 영상이 없네요. 그냥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뭐, 소리 정도는 꺼 드릴께요. 아무래도 하랑이 표정이 심상치가 않은 것이 지금처럼 단방에 끝날 것 같지는 않거든요. 하긴, 그러고보니 방금 전에 리아의 몸에 손댔던 것이 니트씨였죠?

몸을 낮추면서 스륵 하고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어퍼! 니트씨는 그 주먹을 막아보려 했지만 그대로 가드가 뚫려 버리는군요! 그리고 그대로 배에 한 방 작렬! 움찔 하고 니트씨의 몸이 들립니다. 하지만 하랑이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왼발로 앞차기 후에 왼손으로 얼굴을 가격, 이후 몸을 비틀며 오른손으로 그대로 내려찍습니다. 이후 다시 왼발 무릎차기! 오른손으로 짧은 어퍼 이후 몸을 낮추며 왼손 스트레이트!

음... 대충 커맨드로 표현하면 →☆↓↘RP 후에 LK LP 한 뒤 ↙RP 넣고 ↘LK, RP, LP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날아가서 스포츠씨 옆에 처박히는 니트씨입니다. 벽이 흔들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세게 부딪쳤는데 어찌어찌 살아는 있는 모양이네요. 뭐, 벽에 부딪치는 소리가 없던 것을 보면 날아가는 것은 사실 좀 살살...

... 아 죄송해요. 소리 다시 켤께요.

“... 괜찮아?”

[리아 말고 저 녀석들을 먼저 걱정하는게 순서가 아닌가 싶다.]

린이 투덜거렸지만 하랑이는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리아에게 말을 거는군요. 음음, 좋은 태도에요. 아무리 자신의 소원이 어쩌니 저쩌니 해도 리아 쪽에 관심을 가는 것은 어떻게 못하나보죠? 뭐, 리아 정도면 분명히 미인이니까요. 선생님에 비하면 아직 어린 티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 좋으니까요. 게다가 그 어린 모습에 비해 색기는 더 넘치니 그 차이가 또...

흠흠, 넘어가 주세요. 약간 과열된 느낌이네요. 우리 모두 머리는 얼음처럼 차갑게, 가슴은 화산처럼 뜨겁게. 알죠? 어제 하랑이처럼 반대로 하시면 큰일나요.

“너 왜 여기 와 있는거야?”

“응? 그야...”

“내가 보내준 메시지는 어떻게 하고 이리로 온 거야? 말 해봐!”

하랑이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리아. 하랑이는 그런 리아의 태도에 잠시 움찔 하는군요. 오늘도 여전히 린의 한숨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그, 그 쪽은 별로 안 급한 것 같아서. 급한 것은 이 쪽이잖아. 게다가 오늘은 어째서인지 셋이 같이 몰려 있었고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 린한테 나에 대한 이야기 못 들었어?”

“듣기야 들었지만...”

말꼬리를 흐리는 하랑이. 구해줬는데도 일단 화부터 내는 리아의 태도에 화가 날 법도 하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움츠러드는 것이 하랑이 답다면 하랑이 답네요. 성격이 바뀌어도 저런 태도는 별로 안 변하는 걸까요?

“그럼, 내가 저 녀석들 상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겠네?”

한층 더 인상을 찌푸리는 리아. 하랑이의 어깨가 움츠러듭니다. 하랑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모습에 리아는 머리가 아픈건지 자신의 양 관자놀이를 꾹 누르는군요.

“그러니 착각하고 달려들지. 방금 전엔 오랜만에 세 녀석 한 번에 잡아보나 했더니 이건 뭐...”

기운이 빠진 듯, 고개를 흔들며 이제는 시체가 된 것처럼 뻗어 있는... 아, 시체는 아니에요. 마법 소녀는 어디까지나 적을 제압하고 교화시키며 더불어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는 것이 목적이지 때려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니까요.

어쨌든 시체처럼 뻗어 있는 녀석들을 죽 둘러보는군요. 벽에 사이좋게 처박혀 있는 것이 둘. 다리 사이를 부여잡은 채 거품 물고 쓰러져 있는 것이 하나. 리아는 그 셋을 바라보면서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하랑이에게 말하네요.

“뭐, 셋 다 잘 잡기는 했는데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방해하지 말아줬으면 해. 안 그래도 햇님반 아가씨한테 좀 밀리는 것 같아서 열받는데.”

“... 햇님반? 그건 또 누구야?”

아마도 해의 마법 소녀를 이야기 하는 것 아닐까요? 리아가 밀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면 그 정도밖에 없겠지요.

“그래. 맨날 ‘용기와 희망, 그건 나의 무기~ 천 년 동안 지치지 않는~’ 이라면서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애가 있어. 그 녀석 따라잡으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이런 식으로 자꾸 발목 잡지 말라는거지.”

툭툭 하고 쓰러져 있는 녀석을 발로 걷어차면서 말합니다. 하지만 하랑이는 리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군요. 그러니까...

[줄여 말하면 자기가 잡아먹을 녀석들 건드리지 말라는 거겠지.]

“잡아먹어? 무슨 말이야 그건 또?”

[말 그대로. 냠냠 해버린다는 거다. 달의 마법 소녀가 하는 방법이지. 저 녀석들 몸에 기어들어간 녀석들을 빼내어 그대로 으적.]

... 하랑이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는군요. 지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 그럼 저 사람들 죽는거 아니야? 그렇게 잡아 먹으면?”

[... 너 리아를 식인종으로 만들고 있었냐? 그 머릿속에서?]

이번에는 진짜 황당한 모양입니다.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는 커다란 한숨을 쉬는군요. 린. 리아는 슬쩍 하랑이 쪽을 보더니 피식 하고 웃어 보이네요. 뭐, 기분 좋아서 웃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요.

“린한테 이야기 들었어?”

“... 응, 이해는 안 가지만.”

“... 린, 린. 듣고 있지? 하랑이 이 애, 설마 천연 기념물 이라도 되는거야?”

[정답. 이라고 전해줘.]

린의 말을 전해들은 리아는 정말 커다랗게 소리를 내면서 웃는군요. 배를 잡고, 눈물이 날 정도로. 당황해 하는 하랑이와 그런 하랑이를 보며 다시 한 번 한숨을 쉬는... 거 참, 한숨 쉬는 것 밖에 못하나 싶지만... 어쨌든 한숨을 쉬는 린. 그렇게 조용한 폐공장 안을 한참이나 웃음소리로 채우던 리아는 피식 웃으면서 하랑이 쪽으로 다가갑니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하랑이의 뺨을 살짝 만지는군요.

흠칫 하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하랑이. 그런 하랑이를 향해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리아는 조용히, 하지만 그 특유의 색기가 넘치는 태도로 은근하게 말합니다.


“왜. 몰라? 정말로? 여자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잖아. 남자의 몸에서 무언가를 빼내어 여자의 몸에 받아들이는 방법.”


... 이쯤 되면... 하랑이가 아무리 몰라도 눈치 챌 것 같은데요? 이래도 모른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문제가 있다고 해야하나...

“응? 자, 잠깐... 그거...”

...알긴 아나보네요. 리아가 말한 자신만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네, 맞아요. 바로 그거. 제대로 묘사할 경우 당장 빨간 딱지가 붙어버릴 이야기죠. 성인 등급 마법 소녀물에서는 나름 자주 등장하는 소재라고 할까요?

“정~ 답~”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하랑이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리아는 가볍게 하랑이의 볼에 입을 맞추는군요. 그리고는 슬쩍 몸을 떨어뜨립니다.

“이제 알겠어? 난 저 셋에게 밀린게 아니야. 일부러 그렇게 보이도록 한거지.”

“하, 하지만...”

“아아, 이거 어떻게 하나. 한참이나 분위기 좋았는데~”

“그럴 리가 없잖아!”

리아의 말에 하랑이가 버럭 하고 화를 내는군요.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커다란 목소리가 밤공기를 말 그대로 찢어발기는 것처럼 울려 퍼집니다. 리아도 무심결에 흠칫 하고 놀라 한 걸음 물러날 정도였으니까요.

“뭐, 뭐야? 갑자기 왜 소리를 질러?”

“몰라서 물어?”

어쩐지 하랑이의 머리 위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느낌입니다. 눈에서는 시퍼런 불꽃이 일렁거리는 것 같고요. 아무래도...

“대체 그게 무슨 짓이야?”

화가 난 것 같아요. 그 것도 매우.

“너야말로 왜 그래?”

“왜 그러긴!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지금 너...”

[말 했지? 좋은 꼴은 못 볼거라고.]

리아의 말에 하랑이가 한층 더 목소리를 높이려고 할 때, 린이 무덤덤하게 말하는군요.

“... 그게...”

[이런 뜻이었어. 분명히 너랑은 안 맞을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럼 더 빨리 알려줬어야 하잖아!”

“알아서 뭐 할건데?”

린의 말에 그렇게 대꾸해 보지만 되돌아온 답은 리아의 것이군요. 놀랐던 것도 잠시 뿐이었는지, 리아는 가슴 앞에 팔짱을 낀 채로 하랑이를 노려보네요.

“알아서 뭐 할 거냐고. 대체 네가 무슨 상관이야?”

“무슨 상관이냐니. 너야말로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이게 정상적인 방법이야?”

“응. 뭐가 문제인데?”

하랑이 역시 리아를 노려보며 물어보지만 리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 목소리로 대꾸하는군요.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뭐가 문제냐니. 그야...”

“이건, 일이야.”

“아니,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그리고, 내 몸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이건 빌린 몸이지 내 몸도 아니야. 그럼 뭐가 문제인데?”

손을 들어 올리며 그 끝에 시선을 주는 리아. 가만히 손바닥이 자신 쪽으로 오게 돌리며 말없이 바라보던 리아는 하랑이에게 눈을 돌리며 되묻는군요.

“응? 뭐가 문제라는거야?”

리아의 말에 하랑이는 입술을 깨무는군요. 주먹을 꽉 쥔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어요. 가만히 리아를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 역시 작게 떨고 있네요. 말라버린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목소리가 새어나옵니다.

“... 이 것 때문이었어?”

“응?”

“... 남자가 싫다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이었어?”

“아니. 그 전부터 싫어했어. 단지 이 일을 하다보면 참 더러운 녀석들 많이 보게 되니까 그게 더 심해진 것 뿐이지.”

“너...”

“할 말 있으면 똑바로 해. 어물대지 말고. 그딴 말 하려고 자기 일 팽개치고 이렇게 와서 소란 피우고 있는거야?”

뭐라고 말 하지 못하고 있는 하랑이를 향해 손을 휘휘 내저으며 리아는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군요. 그런데 왜 일까요? 제 눈에는 어째 리아가...

“바보 같아.”

“... 뭐?”

“그게 어째서 자기의 몸이 아니라는 거야? 똑같은데? 내가 움직이고, 내가 느끼는 내 몸인데? 어째서...”

“... 거참, 말 많네. 그만 둬. 그만 둬. 요즘 애들답지 않게 꽉 막혀서. 그딴 것으로...”

“‘그딴 것’이라고 할 수 있는게 아니라니까!”

소리를 지르는 하랑이. 리아의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에 말문이 막혔던 하랑이지만 오히려 지금은 그런 리아의 태도가 더 화가 나는가 봅니다.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 리아의 양 어깨를 세게 잡으며 말하는군요.

“이런 거야? 이런 것이 정말 네가 원하는 거야? 이렇게까지 해서 네가 이루고 싶은 소원이 뭐길래? 이렇게나 자신을 괴롭히면서까지 이루고 싶은게 뭔데?”

“이거 놔.”

“말 해봐! 대체 왜 그렇게...!”

“놓으라고!”

리아는 하랑이의 팔을 거세게 뿌리치며 외치는군요. 눈을 부릅뜬 채 하랑이를 노려봅니다. 그 눈빛 하나만 가지고도 몇 번이나 사람을 베어낼 수 있을 것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신경 꺼. 몇 번이나 말하게 할런지 모르겠지만, 너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야! 덧붙여 이건 일이고, 내 몸이 망가지는 일도 없어! 알았어?”

“싫어! 절대 그냥 못 놔둬!”

리아의 말에 하랑이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다시 리아의 어깨를 강하게 잡는군요. 그리고 리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하네요.

“나, 네 말대로 ‘요즘 애들’과는 거리가 멀지도 몰라. 아니, 그럴거야. 내 주변에서도 나한테 ‘보수적이다.’ 라는 말을 많이 하거든.”

낮아진, 그러면서 침착한 목소리. 하지만 그 분위기는 오히려 화를 내면서 소리를 칠 때보다 더 무섭네요. 네, 말 그대로 무서워요.

“그래서?”

“막을거야. 못하게. 적어도 난 그렇게 배웠어. 네가 설령 나랑 아예 관계가 없던 사이였다고 하더라도 난 이런 것 절대로 두고 못 봐. 하물며 그게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아까처럼 소리를 지르지는 않지만 단호한 하랑이의 목소리는 조금 전의 커다란 목소리보다 더욱 힘이 담겨 있는 것 같군요. 리아 역시 그 기세에 눌린 것인지 방금 전에 비해서는 날카로운 느낌이 많이 덜해진 것 같아요. 방금 전 보았던 것과는 달리 표정이 많이 사근사근해진 느낌입니다. 물론 방금 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말이죠.

“가능할 것 같아?”

“물론.”

“퍽이나.”

... 잘못 느꼈나?

“정 그렇게 말리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봐. 하지만 그래봤자 결국 하루나 버티겠어? 요즘 상황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지? 너 최소한 세 건에서 네 건은 해결해야 할걸?”

“그게 뭐 어때서? 해줄게. 네 몫까지. 그러면 되잖아?”

“아, 그러세요? 마음대로 해보세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하랑이. 리아는 그런 하랑이를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투로 답하는군요. 으음, 확실히 뭔가 잘못 본 것이려나요? 조금 전에 보았던 부드러운 표정은 온데간데없군요.

[... 아주 제 무덤을 파라. 너 그거 무슨 소리인지 알아?]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하랑이에게 린이 묻는군요. 리아와 비슷한 태도로.

“뭐 어때?”

[‘뭐 어때?’ 라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 내 도움 없이 네 스스로 변신하고 그 것을 유지한다는 것이 무슨 소리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넌 삼 일 이상 잠도 안자고 버틸 수 있어? 그 정도로 몸에 무리가 가는 짓을 매일 해야 한다는 소리야.]

“거참, 시끄럽네. 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소리야? 리아를 도와주라는 말이야? 아니면 그만 두라는 소리야?”

[도와주는 것도 재량껏 해야지. 네 몸 깎아먹으면서 까지 하라는 소리냐?]

린의 말에 하랑이는 어깨를 으쓱입니다. 그러더니 리아를 보면서 말하네요. 아무래도 진짜 할 모양이에요.

“오늘처럼, 네 몫까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려줘. 내 번호 알고 있지?”

“너, 후회한다. 분명히.”

“별로. 오히려 이렇게 안하면 내가 후회할 것 같아.”

“거참. 빡빡하네. 뭐, 안 그래도 요즘 일거리 늘어서 피곤했는데 나야 좋지. 좋아. 그렇게 하자고. 사서 고생한다는데 말릴 생각 없어.”

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리는군요. 왜 그러는지 정도는 물어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러기는 커녕 말 할 필요도 없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손만 한 번 들어보이고는 앞으로 걸어나가네요. 더 이상 이 곳에 있고 싶지 않다는 듯이.

하랑이는 그런 리아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조용히 입을 여네요. 연분홍빛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자신의 이름에 리아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는군요.

“리아야.”

“왜?”

“... 처음엔, 좋아하는 사람이랑 했어?”

“...”

리아는 말이 없네요. 그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짧은 한숨 소리만 들려올 뿐입니다.

“바보 같아. 요즘도 그런 것 따지는 사람이 있었어?”

그렇게 말하며 그대로 폐공장을 빠져나가는 리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 까지 하랑이는 그 곳에 가만히 서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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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뭐 있나요?

요즘은 나레이션 하는 것도 저 쪽에서 알아서 다 해주니 그냥 넘어갑니..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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