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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마법소녀 하랑 - 04화

2010.09.16 17:03

카와이 루나링 조회 수:415

 

그리하여 길고도 긴 마녀들의 밤 행사가 끝나고 무대는 그 다음날의 학교, 그 것도 상담실 안에서 이어집니다. 상담실에 앉아있는 주인공은 다들 예상하고 계시겠지만 하랑이. 그 것도 변신을 하지 않은 상황이군요.

전체적으로 키가 작고 어깨도 좁은, 상당히 작은 체구인 데다가 턱선이 가늘고 피부는 맨들맨들, 야들야들하게 하얗습니다. 눈썹은 옅은 편으로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속눈썹은 여자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길군요. 쌍꺼풀이 있는 눈은 동글동글해서 강아지 같은 느낌을 주고 코는 낮은 편. 입술은 변신한 뒤보다 오히려 더 빨갛군요. 입술 옆에 작게 찍혀있는 점은 여전하지만요.

숱이 많고 가느다란 머리카락은 잘 정돈해 놓아 깔끔한 느낌을 주네요. 향수를 사용한 것인지 몸에서는 옅은 레몬향이 나는 것 같구요. 가볍게 화장을 하는 등, 조금만 꾸민다면 여자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남자 교복을 입고 있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중성적인 스타일을 지닌 여자 아이라고 말이죠. 게다가 하랑이는 외모도 그렇지만 그 보다 먼저 행동이나 태도에서 우선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풍겨서 말이죠. 흠흠.

그 앞에 앉아서 가만히 하랑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은 다들 아시겠지만 어제의 그 분, 그 눈치 빠른 선생님이랍니다. 베이지색의 투피스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어 어제와는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을 주는군요. 묶어놓지 않은 머리는 어깨를 조금 넘기는 반곱슬 머리로 짙은 갈색으로 염색을 한 듯 합니다. 검은색의 반무테 안경을 끼고, 하랑이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눈, 오똑하게 솟아있는 코, 조금 짙은 붉은 빛 립스틱을 발라놓은 입술. 계란형의 얼굴에 스타일도 괜찮아 보이는, 어른스러운 매력이 물씬 풍기는 미인이군요.

거기에 마지막으로 한 사람 더.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어쨌든 이 자리에 자리하고 있는 또 한 명. 바로 린입니다. 오늘은 이전처럼 형체가 없는 빛덩어리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푸른빛을 지닌 새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두 눈의 위쪽으로 마치 눈썹처럼 길게 하얀색의 깃털이 쭉 뻗어있고, 꼬리 역시 마찬가지로 새하얀 색의 깃털이 장끼의 꼬리처럼 길게 뻗어있네요. 날카로운 눈매는 몇 번이나 보아왔던 바로 그, 변신한 하랑이의 눈과 거의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는군요.

이상 등장 인물 소개 끝



“... 그렇게 된 거에요.”

아무래도 이미 하랑이는 그 사이에 이야기를 다 끝내놓은 상태인 것 같군요. 어째서 마법 소녀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요. 그거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연과 사고가 겹쳐지면서 일어난 일이기는 했지만 말이에요. 선생님은 하랑이의 말을 다 듣더니 피식 하고 웃으며 하랑이에게 말했답니다.

“뭐, 네가 이전부터 여장에 취미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에롤리엔느가 깜박 넘어갈 정도면 확실히 대단한데?”

하랑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선생님은 그런 말을 하는군요. 화들짝 놀라며 아니라고 극구 부인해 보지만, 그런 하랑이에게 선생님은 무언가 사진 한 장을 내미는군요.

그 사진을 받아들고 바라본 하랑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하는 모습이, 참 재미있네요. 양 볼 뿐만 아니라 얼굴 전체가 완전히 빨갛게 변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아요.

슬쩍 그 사진을 바라보면, 그 안에는 어른스러워 보이는 여성 한 명과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 한 명이 찍혀있군요. 밝게 웃으며 아이를 품 안에 안고 있는 어른스러운 여성. 아이의 등 뒤에 서서 양 팔로 소녀를 안은 모습이 찍혀있군요. 그리고 그 품에 안겨서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이. 안그래도 작은 체구를 더더욱 움츠린 채로 등 뒤에 서 있는 여성에게 안겨있는 모습이 찍혀있네요.

이렇게보니 둘 다 왠간해서는 보기 힘든 수준의 미인입니다. 수수하면서도 깔끔해 보이는,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이 잘 살아있는 모습의 미인이군요. 특히나 어린 쪽은 꽤나 장래가 기대되는... 그런 외모의 소유자이기도 하구요.

린 역시 고개를 내밀어 하랑이의 손에 들려있던 사진을 바라보더니 피식 하고 웃는 소리와 함께 입을 여는군요.

“... 이쁘긴한데. 분위기를 보아하니 여기 찍혀있는 사람이 하랑이라는 이야기지?”

“딩동댕~ 에롤리엔느. 눈치 빠른데?”

“린이라고 불러. 어차피 그 발음도 정확한건 아니니까. 나도 그쪽을 그냥 가희라고 부르면 되겠지?”

고개를 끄덕이는 선생님. 가희라는 이름을 가진 그 분께서는 입가에 싱글벙글한 미소를 띄운채 하랑이를 바라보는군요. 하랑이는 그런 선생님의 시선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조심스레 물어봅니다.

“어째서 선생님이 이 사진을 가지고 계신거에요?”

“응? 그야 시현이랑 나 대학 동기거든. 요즘도 연락하고 그래.”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선생님. 그러더니 쿡쿡 하고 소리 죽여 웃으면서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그 상견례 이야기도 거짓말이라는거 금방 눈치챘지. 네 위로 결혼할 사람이라고 해봤자 시현이 뿐이잖아? 그런데 그런 말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단 말이지. 아니, 그 전에 시현이한테는 그런 상대도 없었고.”

“... 죄송합니다.”

꾸벅하고 고개를 숙이는 하랑이. 선생님은 그런 하랑이의 모습을 보면서 어깨를 으쓱거립니다.

“뭐, 그렇다고해서 뭐라고 할 생각은 없어. 처음엔 조금 괴씸하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는건 어제 확인 했으니까.”

가만히 웃으면서 하랑이의 어깨를 두드려 줍니다. 그에 하랑이는 다시 한 번 더 사과하고, 선생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보이는군요.

그 사이 린도 하랑이의 손에 있던 사진을 물어서 빼낸 뒤에 다시 한 번 주의 깊게 살펴 보더니 ‘호오~’ 하는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그렇다면 이 어린 쪽이 하랑이란 이야기지? 이거 얼마 안 된 사진 같은데. 요즘도 여장하면 이 정도 퀄리티로 나오려나?”

“나올걸? 그 것도 그 정도가 아니라 더 발전해서. 그건 2년 전 사진이고, 1달 정도 전에 찍은 사진 또 있어.”

“자, 잠깐만요! 그건!”

조금 진정하나 했더니... 곧 이어진 폭탄 같은 선생님의 말에 당황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하랑이. 하지만 곧 이어진 선생님의 말에 다시 천천히 자리에 앉는군요.

“너한테 무슨 이상한 취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너에 대한 이야기도 시현이한테 자주 들었으니까. 특히나 내가 담임이 되고나서는 더더욱.”

“... 그건...”

“설령 네가 방 안에서 혼자 여장을 하고 있다가 시현이한테 들켜서 사진을 찍혔다고 해도 말이지.”

빙긋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꺼내는 선생님. 하지만 어째 이번에 하는 말은 그다지 장난스러운 말투가 아니군요. 린 역시 그런 분위기를 느낀 것인지 별다른 반응 없이 얌전히 앉아서 이야기를 듣고 있을 뿐이구요.

“하랑아.”

“네?”

“... 어떤 소원을 빌 생각이니?”

“... 그건...”

선생님의 물음에 하랑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런 말도 못하는군요. 무릎 위에 양 손을 맞잡은 채 꽈악 쥐고 있는 모습이, 작게나가 입술이 떨리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곤란해 하는 것 같아요. 그런 하랑이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선생님은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으며 입을 여는군요.

“난 말이지. 옛날부터 공부 엄청 안하던 아이였어.”

“...네?”

“그래도 하고 싶었던 것은 있었단 말이지.”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 라고 말하며 선생님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봅니다. 어쩐지 무거운 분위기네요. 하랑이 역시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한 채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리는 것 같아요.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선생님은 다시 천천히 말을 이어나가는군요.

“마법 소녀가 되면 소원을 들어준대. 그래서 했지. 그리고 그 소원을 이렇게 이루었어.”

뭔가 우스운 이야기였을까요? 선생님은 피식 하고 작게 웃음을 흘리는군요. 하지만 어쩐지따라서 웃을만한 분위기가 아니네요. 하랑이와 린 역시 같은 생각인지 그저 말없이 다음에 이어질 말을 기다리고 있는 눈치입니다.

“신기하지? 반 내에 50명 중에서 47등 하던 녀석이, 한국 최고의 명문대학의 사범대에 단번에 붙어버린거야. 진짜 소원을 이루어 준 거지. 하지만 나름 그 대가가 크더라고.”

쓴 웃음. 그러더니 선생님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하랑이에게 질문을 던지는군요.

“하랑아. 마법 소녀가 중간에 마법 소녀의 일을 그만 두어야 하는 경우. 알고 있니?”

“...네? 그런 것도 있어요?”

하랑이는 그렇게 되물으며 린 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만, 린은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그 시선을 피하는군요.

선생님은 잠시 아무말 없이 기다리다가 하랑이의 시선이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오자 말을 이어가네요.

“간단해. 사랑을 하면 돼.”

“... 네? 그건 대체 무슨...”

“남자 주인공과 맺어지면 그 마법 소녀의 이야기는 끝이나. 다시 말해서,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싶다면, 마법 소녀의 일을 끝까지 해내고 싶다면 자신이 맡은 소임을 다 끝내기 전까지 그 누구도 사랑해서는 안 돼.”

자조적인 웃음.

“나 같은 경우는 조금 특별하지. 내 소원은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한 문제였거든. 제한 시간이 있는. 일종의 가불이지. 그 덕분에 난 이런 나이가 되어도 아직 마법 소녀 진행형이야.”

“하지만 나이가 많아지면, 더 이상 마법 소녀가 될 수는 없어. 그런 사람들은 보통 ‘마녀’라고 불리면서 마법 소녀를 지원, 보조해 주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마녀들의 밤 행사를 돕는 것도 그 쪽의 일이고. 그렇게 해서 자신이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진 빚을 다 갚는다면 그제야 임무에서 해방되는거야. 여기 가희 말고도 그런 인원이 몇 명 더 있어.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비슷한 수순으로 마녀가 된거지.”

선생님의 말을 린이 받아 이어줍니다. 린이 말이 끝나자 선생님은 ‘그 때까지는 사랑이라는 것을 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아.’ 라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기까지 하네요.

“일종의 빚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역시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야. 보통 소원이라는 것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자신이 끊임없이 노력해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을 미리 이루어주는 것이거든. 마법 소녀가 되었다는 이유로, 그 대가로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도 그 이상의 소원은 들어주지 않아. 즉 자신이 노력하지 않은 대가로 마법 소녀는 ‘사랑’ 이라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 사랑을 하지 못한다 라는 제약은 사라지지만 흔히들 말하는 젊은 시절은 이미 지나간 뒤야. 물론 그 소원이라는 것이 자신이 앞으로 노력해야 할 시간뿐만 아니라, 노력하지 못했던 시간까지 전부 채워줄 수 있다고는 하지만 말이야.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거지.”

선생님의 말을 이어 받아주는 린. 그 두 명의 말을 하랑이는 그저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만 숙인 채 듣고 있을 뿐이네요. 과연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이미 눈치를 챘기에 저러는 것일까요?

“네 소원은 아마도... 그거겠지?”

“... 네. 아마 선생님께서 생각하신 것이 맞을거에요.”

선생님의 조심스러운 물음과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답하는 하랑이. 옆에서 린은 별 다른 말없이 지켜만 보고 있네요. 잠시 동안의 침묵. 선생님은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겨우 말을 꺼내는군요.

“그래서 말인데, 그 소원. 포기해 줄 수 없니?”

“...”

선생님의 말에 하랑이는 주먹을 꽉 쥐는군요. 입술까지 세게 물면서. 예상했던 이야기였을까요? 소원을 포기하라는, 그런 말에도 그다지 커다란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네요. 그렇다고 얌전히 수긍하는 태도도 아니지만요. 하랑이는 잠시동안 말 없이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가느다랗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이죠.

“어째서... 죠?”

“이유를 듣게 되면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니?”

선생님의 말씀에 하랑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가만히 젓는군요. 역시 무리한 부탁이었으려나요? 하지만 선생님도 예상했던 일인지 특별히 눈에 띄는 태도의 변화는 없는 것 같네요.

“시현이에게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기는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어쩌면 태어났을 때부터 바래왔던 것을 포기하라는 말이 그다지 와 닿지는 않을꺼야. 하지만...”

선생님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하랑이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합니다.

“리아를 위해서, 양보해 줄 수 없겠니?”

“...”

“물론 그러기 힘들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이 일이 네게는 커다란 기회라는 것도 알고 있고.”

“... 그걸 아시면서, 이미 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셨으면서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하랑이는 낮은 목소리로 되물으며 입술을 깨무는군요. 입술이 터질 정도로 세게. 지금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처럼 화가 난 모습이 눈에 보이는데,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는지 선생님께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네요. 선생님을 노려보아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이건만 하랑이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자신의 속에서 화를 삭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안해. 하지만 너 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 이 일은 네게도 기회겠지만, 리아한테도 기회니까.”

“그렇게, 리아를 위해서 제 소원을 포기하라구요? 그건...”

“... 리아는 남자를 싫어해. 알고 있지?”

선생님의 말에 결국 하랑이의 목소리가 높아지려던 찰나, 선생님은 그런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내었습니다. 리아에 관한 이야기인 만큼 관계가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 상황과는 뭔가 동떨어진 내용 같은데 말이죠.

“왜 그런지 알고 있니?”

또 한 번 이어지는 선생님의 물음에 하랑이는 잠시 숨을 고르네요. 몇 번 숨을 내쉬고 난 뒤에야 다시 진정이 된 것인지,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얌전한 태도로 자세를 바로잡고 선생님의 말을 기다린다는 듯 앉아있네요.

“왜 그런지는 리아랑 같이 있다 보면 금방 알게 될 거야. 확실한건, 듣는 쪽도 그다지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내용은 아니라는거지.”

“그건...”

“결론부터 말할게. 난 그 아이가 마법 소녀를 그만 두었으면 해.”

선생님의 말에 순간 린의 눈썹 - 처럼 생긴 눈 위의 깃털이 - 이 꿈틀거린 것 같이 보이는군요. 고개를 들어 노려보면서 말하네요.

“위험한 발언을 마구 끼얹는구나. 마녀.”

“마음대로 생각해. 하지만 그건 내 진심이야. 리아는 내 바로 다음에 마법 소녀가 된 아이고, 그 때문에 리아가 왜 그렇게 변했는지 가장 잘 아는건 나라고 생각하거든.”

선생님의 말에 린은 잠시 동안 노려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네요. 그리고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그대로 몸을 웅크립니다. 선생님은 그런 린의 모습에 가볍게 어깨를 으쓱 하더니 다시 말을 이어나가는군요.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거야. 난 그 아이가 마법 소녀를 그만 두었으면 해. 자신을 그만 학대했으면 좋겠다고.”

“... 학대요?”

선생님의 말에서 들려온 의외의 단어.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무거운 의미를 지닌 단어인만큼 하랑이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의외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선생님은 하랑이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계속 말을 이어나가네요.

“응, 그건 학대야. 어째서 자신이 남자를 싫어하게 되었는지 잊었을리 없는데, 그런데도 계속...”

“... 계속?”

선생님의 이야기가 잠시 끊어지는 군요. 하랑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지만 선생님은 더 이상 그에 대한 이야기 하지 않으려 하는 눈치입니다.

“아니, 그만하자. 어쨌든 지금 리아가 하는 일은 본말전도.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하고 보더라도 자신에 대한 학대밖에 안 돼.”

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마침 네가 나타난거야. 아하하. 이거 참. 뭐랄까... 손 쓸 방법이 도무지 없던 차에 그 해결 방식을 제시해 줄 왕자님이 나타났다고 해야하나?”

‘그게 비록, 정작 그 자신은 평생 바래오던 소원을 이루지 못하게 되는 방법이라고 해도 말이지.’ 라고 중얼거리며 선생님은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하랑이도 아까와는 달리 조금 더 여유가 생긴 것인지 화도 내지 않고 그냥 조용히 앉아있을 뿐이군요.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하려 했던거야. 하랑아. 너에겐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한 번만 생각해줘. 지금 당장 답해달라고는 하지 않을테니까.”

선생님의 말씀에 하랑이는 별다른 답변 없이 그냥 가만히 앉아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별다른 반응을 기대한 것은 아닌지 선생님은 그저 조용히, 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이어서 말하는군요.

“하랑아 부디, 그 아이가 마법 소녀를 그만 둘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해. 그 것이 네 소원을 이루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 잘 모르겠어요. 아직도. 정말 그 외에는 방법이 없는건가요? 제가 제 소원, 그러니까... 여자가 되는 것을 포기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요?”

떨리는 목소리.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소원을 말하면서까지 도움을 구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려 했지만... 하지만 그 물음에 돌아온 답은 너무나도 단호했답니다.

“응. 없어. 시간이 지나서 나이가 차는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지.”

린의 대답. 그 말에 하랑이의 표정이 다시금 어두워지는 것 같았지만 린은 신경 쓰지 않는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네요.

“마법 소녀의 이야기가 끝나는 조건.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사랑을 하면 돼. 플라토닉 하게, 그리고 에로스 하게.”

“... 그게 무슨 뜻이야?”

린의 말에 하랑이는 살짝 인상을 찌푸립니다. 어찌보면 알 법도 한 이야기인데 말이죠. 그런 하랑이에게 선생님은 짧게, 그리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덧붙이네요.

“쉽게 말하면 마음으로, 그리고 몸으로 사랑하라는거야.”

“...네? 잠깐만요. 그건...”

선생님의 말에 하랑이의 얼굴 표정이 굳는군요. 그제서야 자신이 왜 자신의 소원을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를 알게 되었을테니까요. 선생님의 말이 대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모르지는 않을 거에요. 분명히 하랑이는 여러모로 요즘 아이들에 비해 순수하고, 조금 보수적인 면이 있는 아이라지만 그렇다고해서 저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지식이 없지는 않을테니까요.

그런 하랑이에게 린은 또 한 마디를 덧붙이네요.

“추가로, 성적 소수자의 권리 따위 신경 안 쓰는 슬픈 세상이니까, 그 쪽의 방법은 없어.”

“...”

“사랑해. 그리고 침대로 데려가서 덮쳐. 이게 그 아이의 이야기를 끝내는 방법이야.”

노골적이기까지 한 린의 말에 하랑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군요. 하지만 린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어요. 린은 그에 이어 하랑이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딱딱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네 이야기도 끝이 나게 되겠지.”

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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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뭔가 느낌이..

어라? 이런 느낌이었나?

뭔가 구상했던 대로 열심히 썼는데 막상 쓰고나니 느낌이.. [데굴데굴]

뭐, 그런거에요.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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