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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마법소녀 하랑 - 01화

2010.09.10 16:04

카와이 루나링 조회 수:573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 과는 관계없는, 사흘 전에 시작된 한 특별한 아이의 이야기 입니다. 작은 착각에서 시작된 어긋남. 아무래도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기에 앞으로 어떤 식으로 커져갈지 제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거든요. 그만큼 흥미가 생기기도 하구요. 왠지 혼자 보기는 아깝다는 느낌이랄까?

어째 서론이 조금 길어진 느낌입니다. 아하하. 죄송해요. 이렇게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저도 모르게 조금 흥분한 것 같네요. 뭐, 그럼 지루한 이야기는 이 정도에서 끝내도록 하고 그 특별한 아이가 그려나가는 이야기를 함께 보러 가는 것은 어떨까요? 응? 제가 이야기 해 주는 것이 아니냐구요? 아니에요. 말씀드렸다시피 이 이야기는 사흘 전에 막 시작된, 현재 진행형이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이어져 나가고 있는, 한 마법 소녀의 이야기에요.

그럼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아, 이런. 역시 조금 늦은 모양이네요. 조금만 서두르셨으면 좋았을 텐데... 멋진 장면을 놓치셨네요. ‘파앗!’ 하고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킥이 상대의 얼굴을 정확하게, 그 것도 시원시원한 소리를 내며 때리는 모습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영화 같았어요.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해지는 그런 느낌이었지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발차기. 쭉 뻗은 새하얀 다리가 높게 들리며 상대의 왼쪽 뺨을 향해 날아드는 그 순간엔 정말로... 어, 어라? 뭔가 이상한 표정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전 그런 이상한 취미는 없어요. 단지 느낀 그대로 말씀 드린 것뿐이라구요. 그 만큼이나 이상적인 소녀의 다리... 아니, 발차기였다는 말이에요.

보고 계신 저 소녀가 바로 제가 말했던 그 특별한 아이랍니다. 어때요? 정말 예쁜 다리... 아니아니, 예쁜 아이죠? 지금은 밤이라서 잘 안보이지만 햇빛 아래서 보면 저 긴 검은색의 머리에 약간 푸르스름한 느낌이 감도는 것을 볼 수 있을거에요. 가늘고 긴 눈썹 아래 끝이 살짝 올라 고양이 같은 느낌을 주는 눈은 머리카락 보다 한층 더 깊고 진한 푸른색이구요. 콧날과 광대뼈는 그리 크지 않았고, 아직 좀 남아있던 볼살에 보조개는 없었답니다. 입술은 반들반들하게 빛나는 연홍빛이었고, 아래 입술의 오른쪽에는 조그마한 점이 하나 있었어요. 좀 더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운 눈빛이라면 많이 어려 보였을 것 같은데 그 날카로운 눈매가 그런 느낌을 많이 잡아먹고 있네요.

아직은 쌀쌀한 느낌이 좀 남아있는데 그에 반해 옷차림은 여전히 많이 가벼워 보이네요. 하긴, 입고 있는 옷 역시 한 명의 마법 소녀를 구성하는데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요. 가끔 옷을 상당히 많이 갈아입는 마법 소녀도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그다지 평범한 옷은 아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저 소녀의 차림은 합격이라고 하기에도, 불합격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미묘한 느낌이긴 하네요.

여름에 입으면 좋을 것 같은 원피스는 연한 파스텔 톤의 파랑색이었죠. 역시 지금 보기엔 조금 더 짙은 색처럼 보이겠지만 나중에 다시 밝은 곳에서 본다면 아실거에요. 꼭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의 파란색 옷이니까요. 투명하고 가느다란 끈으로 어깨에 걸쳐 있어 자칫 잘못하면 흘러내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허리에는 작은 끈으로 졸라매어 리본을 묶어 놓았는데 그 외에는 헐렁헐렁하니 바람만 불어도 많이 휘날리는 그런 넉넉한 느낌이 많이 드는 옷이에요. 실제로 가슴 부분이라든지... 사이즈가 상당히 많이 남지요. 아하하.

[왜 그래?]

“... 아니, 왠지 좀 기분이 나빠지는 말을 들은 것 같아서.”

... 감이 좋은 아이네요. 흠흠.

“착각인가?”

소녀가 고개를 갸웃 하면서 앞에 쓰러져 있던 남자의 배를 한 번 더 걷어차네요. 기절해 있던 모양인지 비명 소리 같은 것은 없었지만 몸이 꿈틀 하는 것이 상당히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아요. 잔털 하나 없어 보이는 깨끗하고 새하얀 다리. 하지만 잘 보시면 알겠지만 그저 젓가락처럼 가느다란 다리가 두 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잘 단련되어 예쁜 곡선을 그리고 있는 매끈한 다리라는 것을 금방 눈치 채실 수 있을 거에요. 제가 아까부터 괜히 이쁜 다리, 이쁜 다리 한 것이 아니라니까요. 팔 역시 적당하게 살이 붙어있는 예쁜 팔이지만 그래도 저 다리만큼은 아니지요. 게다가 저렇게나 잘 단련되어 있는 다리 위로는 필연적이랄까... 봉긋하니 도톰하게 살이 오른 엉덩이가...

흠흠. 그만할께요. 자꾸 절 보는 눈길들이 이상해지시는 것 같네요.

“이거로 끝?”

[끝이긴 한데... 하랑이 너 어째 성격 나오는 것 같다?]

쓰러져 있는 남자의 몸을 내려다보는 소녀에게 답 해주는 ‘무언가’. 마법 소녀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혹은 눈치가 빠르신 분이라면 이미 감을 잡으셨을 수도 있겠네요. 저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조금은 어이없어 하는 말투로 하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에게 말을 거는게 누구인지를.

“응? 아, 아니야. 지, 지금은 그러니까...”

[네네. 알겠습니다. 뭐 특별히 네가 남을 패거나 쓰러져서 반항도 못하는 사람을 걷어차는 행동을 통해서 어떤 쾌감을 느낀다거나 그런 특이한 취향을 지닌 사람이라는...]

“아니라니까!”

새빨갛게 물든 얼굴로 크게 소리를 지르는 하랑이. 곧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네요. 주변에 특별히 누군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별 문제는 생기지 않겠지만요. 하랑이도 그 것을 확인한 뒤에야 겨우 진정이 된 것인지 한숨을 내쉬는군요.

[너... 그런 식으로 일일이 반응하다가는...]

“알아, 안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네가...”

[남 핑계 대지마. 그냥 네가 참지 못하는 거잖아.]

뭐, 당연한 말이지만 마법 소녀에게 비밀 엄수는 필수인 만큼 저런 행동은 주의를 해야하는거에요. 그 때문에 하랑이는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답니다. 그렇게 한참이나 쫑알쫑알 거리더니 또 다시 한숨을 푹 쉬네요.

[그나저나, 확실히 문제가 있기는 있네.]

“뭐가?”

[너 말이야. 일처리를 잘해.]

어라어라?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일 잘하는 것도 문제가 되는 세상인가요? 뭐든지 중간이 제일 좋다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뭔가 뜬금없는 말을 하네요. 하랑이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워놓은 상태고.

“그게 문제가 되는거야?”

[그래. 정확히는 일 잘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네가 문제인거야. 나랑 너무 잘 맞아.]

갈수록 산으로 가는 이야기. 하랑이의 머리 위에 있는 물음표도 이제 3개로 늘어나 있는 상태군요. 저 역시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 지금까지 보아왔던 마법 소녀와 요정들 사이에서 저런 식으로 대화가 오간 적은 없었는데 말이죠.

“잘 맞으면 좋은 것 아닌가?”

[뭐든지 지나치면 독이야. 궁합도 너무 잘 맞으면 문제가 생긴다고.]

“진짜? 궁합도 그럼 적당히 맞는 상대를 골라야 하는거야?”

[아니, 궁합이 너무 잘 맞아서 문제라는 말은 일단 나도 못 들어봤... 그게 아니라!]

아하. 화냈다. 화냈다. 어쩐지 이번엔 하랑이의 페이스에 말려든 것 같네요. 뭐, 지금 저 목소리는 하랑이 말고는 아예 다른 사람이 들을 수도 없을테니 하랑이가 소리를 지르는 것과는 달리 문제될 일이 전혀 없겠지만요. 네? 다른 사람들은 들을 수 없다면서 우리는 왜 들을 수 있냐구요? 정말... 괜한걸 물어보시네요. 금칙사항입니다. 못 알려드려요. 흥흥.

... 그나저나 정말 궁합이 너무 잘 맞아도 문제인건가요? 갑자기 궁금해지네. 속궁합 같은건 잘 맞을수록 좋은거 아니었던가?

[네가 나랑 너무 잘 맞아서, 넌 지금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상태야. 나도 여기 오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런 이야기는 못들어봤어.]

“그런 것 치고는 잘 아네.”

[느낌이 오니까. ‘아, 이래서 그런거구나.’ 하는 느낌이.]

그 말에 하랑이는 손을 쥐었다폈다 해보는 것 같군요. 자신 스스로도 그런 것을 느끼고 있을까요? 하지만 답이 잘 나오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그리고는 꽉 쥐었던 주먹을 쭉 내질러보네요.

허리춤까지 당긴 주먹을 쭉 뻗어내자 ‘슉!’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는군요. 이건 절대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니에요. 입은 가만히 있잖아요? 주먹을 내지를때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하늘하늘한 치마 자락이 슬쩍 들리는 것 같았지만 넘어가도록 해요.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닐테니까요.

하랑이가 내뻗은 주먹의 앞쪽. 그리 먼 곳은 아니었지만 가까운 곳도 아닌, 약 2~3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던 벽이 움푹 패이면서 작은 주먹 모양이 새겨집니다. 그리고 동시에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면서 주변 벽이 그대로 얼어붙는군요! ‘새하얗게 서리가 내린다.’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말 그대로 단단한 얼음이 되어버렸어요!

[그래. 그거. 본래 내가 줄 수 있는 능력 중에 그런건 없어.]

“알아. 이건...”

[넌 말이지. 지나치게 강해. 본래 내가 줄 수 있는 힘이 3 이라면 넌 이미 2에서 3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어. 다만 그걸 제대로 활용할 수 없던게 문제였지만.]

설명을 들으며 하랑이는 살짝 고개를 숙입니다. 어쩐지 표정이 좀 어두워 보이네요. 하지만 그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말을 이어나갑니다.

[게다가 보통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3과 내가 줄 수 있는 3이 따로 놀거든? 그런데 넌 그게 3이 아니고 6이 되니까 문제인거야. 못쓰던 3도 쓸 수 있고, 거기에 내 힘이 더해져서 6. 그렇게 되면서 가벼운 흥분 상태가 되는 것 같아.]

거기까지 말을 하다가 그제야 하랑이의 상태를 눈치챈 것일까요? 말을 멈추며 가볍게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뭐, 좋은게 좋은거지. 뭐 어때? 이대로 간다고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이대로 가면 목표량 채우는 것은 순식간일 것 같은데.]

위로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네요. 지금 당장이라도 옆에 갈 수 있다면 도와주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하랑이는 신경써주는 것인지 특별한 내색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는 분위기를 바꾸려는 것인지 장난스러운 말투로 농담을 건네는군요.

“난 별로 흥분하거나 하진 않는데 말이지. 이런 기분 나쁜 아저씨를 보면서.”

[미묘하게 다르달까. 아니, 그런 쪽으로 흥분하게 되면 등급이 올라간다고. 성인용으로.]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미성년자 이용 불가로 처음엔 만들어 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또 그런다. 괜히 흥분해서. 어떤 방식이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라고.]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하랑이가 빙긋 웃네요. 아무래도 농담삼아 건넸던 말인 것 같아요. 아쉬워라. 빨간 딱지 붙여주면 참 좋았을 것 같은데.

[어쨌건, 이대로만 가면 별다른 문제없이 할당량 채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조금만 힘내자.]

“대체 그 할당량 이라는게 뭐길래 어제부터 막 목을 매고 있는거야?”

[... 뭐, 간단하게 설명하면 어른의? 업계의? 그 쪽 사정이라는거지.]

만약에 저 말을 했던 것이 사람이었다면 쓴 웃음을 지으면서 어깨를 으쓱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의 말투네요. 직장인의 애환이 담겨 있는...

저처럼 마법 소녀를 몇 번 보다보면 아시겠지만... 흔히들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아름다운 소녀의 로망’ 이라고 생각하는 마법 소녀라는건 어디까지나 앞에 드러나 있는 포장지일 뿐이라는 것을 금방 아시게 될 거에요. 그 뒤에서 챙겨줘야 하는 것들, 특히나 그 중에서 직접 현장에서 뛰고 있는 마법 소녀의 보조 요정들은 아주 죽을 맛일걸요? 높으신 분들은 그걸 몰라요.

[그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더 해줄게. 일단은 슬슬 여길 벗어나는게 좋을 것 같아.]

“기절한 것 같은데... 상관없지 않아?”

[일단은 옮기자. 우선 너 집에서 너무 멀리 왔어. 변신 제한 시간 다 되어간다?]

“아, 그 생각 못했네. 얼마나 남았길래?”

[4분 44초.]

어쩐지 묘하게 신뢰가 가지 않는 시간이네요. 하랑이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곧 이어지는 ‘4분 30초’ 라는 말에 주저 없이 몸을 날리는군요.

여전히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이쁜 다리로 뛰어올라 지붕을 타고 달리는군요. 한 번 뛰어오를 때마다 골목길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집 서너채를 순식간에 뛰어넘으며 달립니다. 때리는 것도 화끈했지만 이렇게 뛰는 모습도 마음에 드네요.

뭐, 일단 하랑이가 도착할 때까지는 약간 시간이 필요할테니 그 동안 이야기라도 해 볼까요? 아까 린이...

아, 소개가 늦었네요. 린은 하랑이를 보조해주는 요정의 이름이에요. 본명은 아니고 하랑이가 부르는 애칭이죠. 지금은 하랑이랑 같이 몸을 섞... 아니, 하나로 합체해 있는 상태랍니다. 그래서 린의 말은 지금 저희랑 하랑이 말고는 아무도 못 듣는 상태인거구요.

어쨌거나... 아까 린이 한 말이 있죠? 변신의 제한 시간. 당연한 말이겠지만 3분은 아니에요. 3분이라니... 그 무슨 조... 흠흠. 위험한 단어는 생략하도록 하죠. 이 곳의 마법 소녀들은 특별한 예외를 빼면 보통 변신 시간은 12분이에요. 어째서 12분이냐고 물으신다면 저도 할 말이 없지요. 제 관할 구역... 아니, 담당 분야가 아니거든요. 상담은 마법 소녀 협회에 전화해서 0번을 눌러 상담원을 요청해 보세요. 협회 연락처는 비밀이니 알아서 알아내시구요.

그나저나 역시 3분이라는 변신 시간은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오죽하면 지구 방위대 같은 조직의 임무는 스테미너가 딸리는 영웅을 사건 현장까지 신속 정확하게 보내주는 것이 진짜 임무라는 말이 있겠어요? 흠흠. 게다가 그 중에 몇몇은 변신에만 1분 가까이 써먹는데 말이죠. 이것도 린이 말했던 어른과 업계의 사정이라든지... 뭐 그런 것 이려나요?

아, 이렇게 이야기 하는 사이에 목적지에 다 온 모양이에요. 한 평범해 보이는 이층집의 옥상 위에서 발걸음을 멈추는군요.

“아직도 한 3분 정도 남았지?”

[응. 생각보다 더 빠르네. 꽤 먼 거리였을텐데.]

“대충 학교 가는 길 정도인 것 같던데? 평범하게 뛰어오면 3,40분 정도면 올 것 같아.”

[그건 네 기준이고.]

가볍게 쏘아주는 린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랑이는 풀썩 하고 그 자리에 앉아버리는군요. 아무래도 변신이 풀리고 난 뒤에야 들어갈 것 같네요.

“뭐, 어찌되건... 이거 정말 하루에 한 번 밖에 변신 못해? 학교에 왔다갔다 할 때 써먹으면 좋을 것 같은데.”

[...마음만 먹으면 할 수야 있어.]

린의 목소리에 살짝 한숨이 섞인 것 같다는 생각은 저만 하고 있는 건가요? 뭐, 마법 소녀의 능력을 이런저런 일에 사용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야 마법 소녀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본다지만...

[다만 책임은 못진다?]

보통은 저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단 말이죠.

“안돼?”

[결론적으로는. 2번째 변신부터는 자신의 힘을 써야하거든. 체력이건, 정신력이건. 보통 사람이라면 버티지도 못하고 그대로 그 자리에 10초 안에 풀썩 할거야.]

우선 기본적으로 가능한 처음의 변신에는 능력치의 상승으로 인해 돌아오는 리스크가 거의 없거든요.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답이 없죠. 뭐, 이미 린의 반응에서 눈치 채고 계신 분도 있겠지만 하랑이는 나름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달인이랄까... 그런 레벨이라서요. 어느 정도는 버틸지도 모르겠지만 역시나 상당히 부담이 되기는 할 거에요.

“쳇. 쪼잔하긴.”

[나한테 불만 털어놔봤자. 소용없어. 높으신 분들은 그런거 안 듣거든.]

“... 쳇쳇쳇.”

[너 진짜 성격 안 좋다. 평소엔 안 그러면서.]

그러게요. 처음 봤을 때는 좀 더 얌전하고 조용한 아이였는데 말이죠. 말도 조심해서 하는 것 같았고. 그런데 지금 보면...

“이건 네 성격이겠지. 난 원래 착하고 순수해.”

[시끄러워. 닥쳐. 설득력 없는 소리 하지마.]

“어라? 못 믿네? 슬퍼라.”

[... 쳇.]

“뭐, 믿지 않아도 별로 상관은 없어. 난 쿨하니까 그냥 넘어가줄게.”

[퍽이나 쿨하군요.]

린의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려오고 하랑이는 그에 맞추어 킥킥 거리며 웃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역시 저건 하랑이 성격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린의 성격에 가까운 것 같다고 할까? 아까 린이 너무 궁합이 잘 맞는다고 했는데 단순히 능력이 잘 맞아서 강해지니뭐니 하는 이야기보다 좀 더 깊게 들어간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네요. 요 체크해야할 부분 같아요. 흠흠.

[됐네요. 네 말대로 마음껏 쿨 하세요. 난 할당량만 채우면 되니까 상관 없슴다.]

“우와. 성격 나온다. 이런거 뭐라고 해야하는거야?”

[끼어들지 말고 계속 쿨 하라니까? 쿨 하면 평화가 온다는 말도 있잖아.]

... 린아. 너 아직도 그런 농담 하고 다니니?

“... 그런 말도 있었어?”

[응. 쿨피스.]

“... 아. 네.”

... 린은 저래보여도 농담 은근히 못해요.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저 것도 몇 번째 써먹는 레퍼토리인지. 에휴.

“그나저나 그 할당량 이라는거. 왜 그렇게 목숨 걸고 채우려고 하는거야?”

[응?]

“첫날부터 그랬잖아. 할당량 채워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거 겨우 사흘... 제대로 한건 이틀 밖에 안 되었지만 매일 이래야 하는거면 피곤할 것 같아서 말이지.”

지금 시각은 새벽 2시. 확실히 피곤할 만도 하네요. 게다가 이렇게 매일 한다면 더 그렇겠지요.

아, 거기 이상한 생각 하시는 분? 학교는 자는 곳이 아니라 공부하는 곳이랍니다. 게다가 하랑이 며칠 살펴본 바로는 은근히 고지식한 면도 있어서 말이에요.

[아. 미안. 며칠만 좀 참아줘. 마녀들의 밤 이후에는 이 정도로 바쁘게 하지는 않을테니까.]

“그게 언제인데?”

[대충 열흘 정도 남았나? 그 때까지만 고생 좀 해줘.]

하랑이는 잠시 코끝을 긁더니 어깨를 으쓱 거리네요.

[사실 이번에 내가 가야했던 곳은 이곳이 아니라 저쪽 바다 건너거든. 그런데 너 만나게 되어서 중간에 내 멋대로 바꿔 버린거라 인정 받으려면 실적이 좀 필요해.]

“바꾸면 바꾸는거지, 뭘 그런걸 가지고 따진대?”

[... 어른의 사정이라는거다. 뭘 그렇게 따진대?]

“할 말 없으면 어른의 사정이니, 업계의 사정이니 물고 늘어지지. 에휴.”

과장스레 어깨를 떨어뜨리며 한숨을 쉬는 하랑이.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검지손가락으로 비비 꼬면서 고개를 끄덕이는군요.

“정말이지, 빨리 좀 왔으면 좋겠네. 그 마녀들의 밤인지 뭔지.”

[뭐, 매년 있는 행사이긴 한데. 나름 가볼만 할거야. 아무래도 마법 소녀들이 전부...]
“... 모이는 자리니까.”

하랑이의 말에 답해주던 린의 목소리가 갑자기 맑아지는군요. 그와 동시에 팡! 하고 튕겨 나가는 듯한 느낌으로 하랑이의 몸에서 푸른빛의 무언가가 빠져나옵니다. 네 맞아요. 저 푸른빛이 바로 린이랍니다.

“어라? 풀렸네?”

“시간이 다 되었으니까.”

“응. 슬슬 잘 시간이지. 좀 씻고 싶은데 다들 자고 있을 시간이라 그러기도 뭐하네.”

흐아암. 하면서 기지개를 켜는 하랑이. 변신하고 있을 때 보다 키도 작고 상당히 호리호리한 몸매입니다. 입으면 말라보이는 체형이라는 것이 있다지만 이건 그냥 마른거에요. 그보다는 아담하다는 말이 맞으려나요? 오히려 변신하고 있을 때는 적당히 살이 있어 굴곡이 살아 있었는데 말이죠. 다리라든지, 다리라든지. 지금은 그런 것도 없네요. 단련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그런 것에 비하면 정말로 볼륨이 없는, 그래서 그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가느다란 몸이랍니다.

하품을 하면서 옥상에서 집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군요. 아무래도 많이 졸린가봐요. 이러면서 내일은, 아니, 이제는 오늘이겠군요. 어쨌건 오늘 5시 정도에는 벌떡 일어나겠죠. 고시생도 아니고 3시간 정도만 자는 생활은 역시 피곤할 만도 할 것 같아요.

그런 하랑이의 모습을 보는 린의 한숨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럴 때는 좀 미안하니 어쩌니 하는 말을 해줘야 하는 타이밍 아닐까 싶습니다만? 하지만 린은 그렇게 말 하지 않고 그대로 하랑이의 곁으로 날아가네요.

“뭐, 말을 하다가...”

“쉿. 지금 전부 잠들어 있을 시간이야.”

“... 조용히 할게. 말을 하다가 말았는데 말이지. 정확히 11일 남았어. 달력에 표시된 날짜로. 그 때까지만 고생해.”

귓가에 작게 속삭이는 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는 하랑이. 그러면서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네요. 'Sleeping~★' 이라고 새겨져 있는 작은 팻말을 든 곰 인형이 문 앞에 달려있는 방이랍니다.

“고생할게 뭐 있어? 나야 오히려 고마우니까.”

방 안에 들어가서 옷을 벗고, 꼼꼼하게 잘 정리해 옷장 안에 집어넣는군요. 그리고 하늘색의 잠옷을 꺼내어 입으며 린에게 말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고마워. 본래는 이 일이 끝나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는데... 사실 내 소원은 이미 이루어 진 거나 다름없으니까.”

옷을 다 갈아입고 침대에 눕는 하랑이. 사실 보시면 알겠지만... 나름 고생이라구요? 마법 소녀들도. 그런데 그걸 그냥 무보수로 봉사하게 한다면 과연 몇 명이나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일주일도 못 지나서 ‘버틸수가 없다!’ 라면서 때려치겠지요. 그래서 이 마법 소녀의 임무를 훌륭하게 달성할 경우 자신이 원하는 것, 즉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는 것이 마법 소녀들의 보수랍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에요.

“시끄러워. 그딴 소리 말고 제대로 된 소원이나 잘 생각해둬. 그리고...”

하랑이의 말에 린은 그대로 날아올라 창문 쪽으로 날아갑니다. 그리고는 먼 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창가에 내려 앉은 채로 말을 이어나가는군요.

“미리 말해두지만. 절대로 마녀들의 밤 행사때 네가 남자라는 것을 들키지마.”

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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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10화 예정.

8화까지 써 놓은 상태.

 

뭐, 그래요. 나름 노력하고 있는데 조금 성이 안 차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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