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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용의 조락-폭풍의 탑편-5

2010.12.26 09:27

azelight 조회 수:728

애던이 아낙툼을 베고 바다로 떨어지는 장면을 일행은 목격했다. 때문에 일행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갑옷을 입고 헤엄치기에는 바다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전신화상을 입었던 전적이 있는 몸에 차가운 바닷물이 미칠 수 있는 효과에 대해서 그다지 생각해보지 않아도 부정적인 효과들을 확실히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물론 몸뚱이의 절반에 땀구멍이 없기 때문에 한껏 달궈졌을 몸을 식혀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도움이 될 때가 많은 것이 세상사인 것이다.

애던 오빠 괜찮을 까요?”

혀 깨무니까 조용히 해.”

솔드가 핀잔을 주자 루시엔은 불만스러운 듯 입을 다물었다. 루시엔을 들고 뛰고 있기 때문에 솔드의 행동은 옳은 것이었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라니아와 잘만 떠들고 있었기 때문인지 납득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실제로 지금 코앞에서 발락의 손에 들린 베이커드와 옆에서 날리고 있는 라니아가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저 자는 선임마법사라고! 그게 가능할리가 없네!”

멍청이. 시도해 보지도 않고 지레 겁먹는 법이 어딨어. 반드시 되돌려 보내야해. 그렇지 않고선 절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없어. 저게 분명 핵심이야.”

내가 그걸 모르는 줄 아나?”

알면 해야지! 저 환상을 반드시 깨부숴야 해.”

둘이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솔드는 대략은 이해하고 있었다. 저 하늘에서 일행을 지켜보고 있는 그라덴의 투시체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항구의 작교에 다다르는 지금 그런 실랑이를 벌이게 둘 수는 없었다.

라니아! 루시엔을 받아. 나는 애던을 데리러 가겠어.”

루시엔을 라니아에게 인계하고 솔드는 작교에 도착하자마자 애던을 찾았다. 그 사이에 라니아는 발락이 작교를 건널 수 있도록 경량화 주문을 거는 중이었다. 경량화를 걸지 않았다간 발락은 배에 올라타긴 커녕 탑까지 그토록 싫어하는 물속에 빠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 사이 라니아와 베이커드는 남아있는 배들 중 가장 가까운 배를 찾아 올라타 있는 상태였다.

서둘러요! 바로 코앞이에요.”

다가오는 에레크리프트를 보며 루시엔이 발을 굴렸다. 베이커드는 호들갑을 떨진 않았지만 그라덴을 계속 노려보며 고민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경량화 주문이 발동하는 순간 발락은 작교 위를 조심스럽게 건너 배로 건너 뛰어 올랐다.

거구의 몸뚱아리 둥실이라는 표현이 떠오르는 동작으로 착지하는 것은 그렇게 봐줄만한 광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랜 빗속에 노출된 덕에 나무로 된 작교와 배는 군데군데 썩어 버린 배 위로 뛰어내리기에는 적당하 과연 항해가 가능할지 의심스러운 상태였다.

으엑. 보강하지 않으면 쓰지 못할 것 같은데.”

배 위에 발을 디디며 라니아는 한숨을 쉬었다. 문제 뒤엔 문제. 또 문제. 문제가 이어지는데 해결되는 문제보다는 쌓이는 문제가 많다보니 점점 감당이 되지 않는 수준에 다다르고 있었다.

솔드는?”

몰라, 난 일단 저 놈들을 요격할 테니까 출발 준비나 해둬.”

발락의 물음에 라니아는 그렇게 대답하고 활대를 잡고 시위를 당기는 듯한 동작을 해보였다. 그리고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자 그녀의 양손 사이에서 가느다란 빛의 활이 나타났다.

이게 먹히면 좋을 텐데.”

활줄을 퉁기듯 손을 퉁기자 화살은 소리 없이, 그러나 유성같이 빠르게 날아가 가장 가까이 있는 에레크리프트의 머리를 맞췄다. 명중당한 에레크리프트는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기우뚱하더니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좋아.”

혀로 입맛을 다시며 라니아는 양 팔을 펼쳤다. 이번에는 수십 개의 화살이 그녀가 펼친 양 팔 사이에 만들어졌다.

그 순간 에리크리프트의 거대한 동공으로부터 자색의 빛이 번뜩였다.

****

애던은 작교에 침묵을 꽂아 넣고 버티고 있었다. 에리크리프트를 베어버리고 그대로 바다로 떨어진 그는 거의 기절할 뻔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될 수 없는 운명이라고 할까?

최종적으로 용의 조락이 파멸할 때까지 그는 죽을 수 없었다.

그것은 절대 죽을 수 없다는 복수심에 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그와 계약한 존재. 아루세나인이라고 자칭한 검은 그림자가 처한 조처였다.

반드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그녀가 현세에 가진 영향력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애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애던은 고개를 들었다. 올려다보니 작교 위에서 솔드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괜찮은 거 같군. . 뻗을 수 있겠나?”

애던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조금 자신이 없었다.

침묵의 힘을 끌어낸 대가일까? 지독한 나른함이 그의 몸을 지배하고 있었지만 애던은 어떻게든 버티며 힘겹게 팔을 들어 올렸다. 애던이 팔을 끝까지 뻗기 전에 솔드의 손이 애던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러곤 애던을 한 팔로 끌어 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달릴 수 있나? 없다면 업어야 할 건데.”

달릴 수 있네.”

군데군데 썩었어. 조심해.”

경고를 한 솔드는 거의 지척까지 접근한 에레크리프트를 쳐다보았다. 거리는 좀 되었지만 워낙 크기가 크기인지라 실제 거리보다 훨씬 가까워 보였다. 4미터 정도 키를 가진 거인. 게다가 이제 달리고있으니 따라잡히는 것은 순간일 것이다.

솔드는 휠끔 애던을 돌아봤다. 애던은 생각보다 잘 따라오고 있었다. 시귀들에게서 도망칠 때만큼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직 눈빛이 살아있었다. 비척거리면서도 열심히 쫓아오고 있는 모습은 좀 안쓰럽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혼자서 가기엔 충분하다. 그렇게 판단한 솔드는 서둘러 돌아가 일행을 지원할 생각을 했다. 중요한 것은 거인이 된 에레크리프트들을 어떻게 막아야할지 에 대한 것이었다. 거대한 몸체. 시귀들처럼 방향성 없이 마구잡이로 변화한 것이 아니라 곤충의 외골격과 비슷한 형태의 각질로 형성한 단단한 갑옷을 입는 저것들에게 무엇이 우효할까?

마치 발락이 대지의 물질들을 흡수해 만든 합성물질로 그 육체에 두를 갑옷을 만드는 것처럼 갑옷을 만든 것이라면 강도는 어떨까?

저게 정말 발락의 갑옷과 같은 수준이라면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솔드는 허리의 걸쇠에서 석궁을 빼들었다.

작지만 장력이 강한 활줄 덕분에 위력 면에서는 보장할만한 물건이었지만 솔드는 좀 회의적이었다.

저런 단단한 각질로 무장한 괴수를 상대로 대인용으로 만들어진 석궁이 과연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솔드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아예 효력이 없을 수도 있고, 효력이 있다 해도 미미할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안할 수는 없다.

최대한 저놈들을 배로 접근시켜선 안됐다. 혹시라도 배가 부서진다면 다른 배로 갈아탈 여유는 없을 것이다. 놈들은 셋이고 공격할 수 수단도 짐작할 수 없었다. 가장 낙관적인 상황에서라도 갈아타기도 전에 나머지 배들도 전부 박살낼 수 있을 가능성도 존재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솔드는 배에 올라탔다. 그러곤 불안정한 자세로 뛰어드는 애던이 배에 올라타는 것을 도우면서 다가오는 적들을 노려봤다.

걷기 시작하자 바닥의 삐꺽거림이 솔드의 위기감각을 강하게 자극했다. 과연 이런 배로 이 폭풍 속을 뚫고 갈 수 있겠는가? 의문이 한 순간 머리속에 떠올랐지만 이제 와서 별 수 있을까.

이미 루시엔과 베이커드가 보강에 들어가고 있었다. 보강이라고 해봐야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배 전체를 역장으로 조이고, 재질의 강도를 보강하는 것이 다였다.

라니아는 배의 끝에서 그녀의 특기인 마법화살을 창조해 에레크리프트들에게 포격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솔드는 일단 작교와 배를 연결하고 있는 밧줄을 잘랐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까 마음 먹은 대로 석궁으로 적을 견제하기 위해 움직였다.

바람과 파도에 배가 흔들거렸지만 솔드는 거의 평지를 걷듯이 움직여 라니아의 곁으로 다가갔다. 단단한 역장으로 보강된 바닥은 미끄러웠지만 솔드는 단 한 번도 발을 헛딛지 않았다.

그 순간 폭음이 일었다.

배가 크게 요동치며 기울었지만 솔드는 몸을 숙여 넘어지는 것만은 피했다. 하지만 라니아가 굴러 떨어져왔고, 솔드는 곧 그녀와 엉켜서 뒤로 굴러 떨어졌지만 일단 바닥에 발을 디딘 이상 절대 넘어지지 않으시는 발락이 붙잡아 준 덕에 둘 다 바다로 떨어지진 않았다.

그리고 양손에 라니아와 솔드를 낀 발락의 옆에선 애던이 침묵을 꽂아 몸을 지지한 체 입으로는 루시엔을, 남은 팔로는 베이커드를 붙잡고 버티고 있었다.

뭐였나?”

폭발의 여파로 미칠 듯이 흔들리는 배 위에서 정신없는 와중에 베이커드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이 혀 깨물기 적합해 보이는 상황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은 베이커드 뿐인지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이윽고 작교를 무너뜨리며 에레크리프트가 바닥에 발을 디뎠다. 바닷물은 그들의 가슴까지 차올랐고 그들의 속도를 좀 더 느리게 만들었다.

다만 문제는 적이 그들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던 그라덴의 환영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생각 이상으로 잘 도망치는군.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내가 자네를 얕봤네. 애던. 그 때보다 실력이 더 는 것 같군. 저 검을 저만큼 다룰 수 있다니. 사과하지. 자네와 자네 동료들은 상상 이상으로 뛰어났네. 하지만 행운도 이제 끝이야. 그런 낡은 배로 어디까지 갈 수 있겠나? 내가 좀 더 도와주도록 하지.”

그라덴이 양팔을 하늘로 뻗치고 주문을 외우자 바람은 더욱 거칠어지고 파도는 거세졌다. “, 역시 저 인간을 날려버렸어야 했는데.”

발락의 품에서 내려온 라니아가 이를 갈았다.

애던. 이 주변에 존재하는 마법적 흐름들을 무산시킬 수 있어?”

불가능할 것은 없네.”

그럼 부탁할게. 베이커드! 이젠 해야 해. 카운터를 맞더라도 그라덴의 환영을 퇴치한다!”

크으. 성공할리가 없다고. 하지만. 하지만.”

베이커드는 결심한 듯이 기어서 라니아 곁으로 다가갔다.

발락. 자네 날 좀 받쳐주게. 이래서야 주문을 쓸 수 없군.”

발락은 베이커드의 요구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를 받쳐주었다. 초월적인 균형감각을 가진 라니아와는 달리 평범한 하라드인 베이커드로서는 파도에 흔들리는 갑판 위에 꼿꼿이 서서 주문을 외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모두 빌어주게.”

베이커드가 주문을 영창하자 그라덴은 곧 그가 사용하는 주문이 무엇인지 눈치 챘다. 연륜으로도 지식으로도, 실력으로도 베이커드는 그라덴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래도 지금 그는 맞서지 않을 수 없었다. 라니아가 말한 대로 그라덴의 환영을 돌려보내지 못한다면 일행은 결코 탑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베이커드는 격렬하게 영창 했다. 그는 자신이 지닌 모든 심력을 짜내 주문을 완성시켰다.

! 돌아갈 것을 명한다! 내게 복종하라아아아!”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베이커드가 외치자 그라덴이 똑같은 주문으로 대응했다. 분명 그라덴이 늦게 연창을 시작했음에도 동시에 주문이 완성된 것은 둘 사이의 수준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이제부터 있을 것은 정신력 대결이었지만 선임마법사의 자리에 있을 정도로 강력한 마법사인 그라덴을 베이커드가 이겨낼 수 있을리 만무했다.

승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과 같다.

그런 감정이 베이커드를 괴롭게 했지만 옆에서 똑같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

나 명한다! 그대 들어왔던 문으로 되돌아 갈 것을! 내가 외치니 이는 절대라! 복종하라!”

베이커드의 주문을 그대로 베끼듯 라니아가 같은 주문을 발현한 것이었다. 그러나 놀랄 새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떨어지면 베이커드는 그라덴의 주문에 의해 의지가 파괴당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한결같은 의지로 베이커드는 그라덴을 밀어붙였다.

. 이럴 수가!”

그라덴이 경악에 찬 비명소릴 질렀다. 이대로라면 그가 퇴치당할 판이었다. 비록 환영이지만 정신에 영향을 주는 주문의 특성상 당하게 된다면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모두 내게 와라. 날 도와라!”

그라덴이 외치자 빙의되어 배를 추적해오던 에레크리프트들이 자신들의 육체를 버리고 그라덴에게로 모여들었다. 그리곤 그라덴의 몸속으로 빨려들기 시작했다.

흡수하는 건가?”

발락이 뭔가를 느낀 듯 입을 쩍 벌렸다. 그건 옆에서 웅크려 있던 루시엔도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문을 열렸어요. 코누곤으로의 문이. 힘의 격류가 쏟아져 내릴 거예요.”

루시엔이 경고가 끝나기도 전에 마력에 둔감한 이들조차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힘의 고동이 그라덴의 주변을 가득메웠다.

라니아와 베이커드는 눈에 띄게 괴로워하며 보이지 않는 강대한 힘에 짓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즉시 솔드가 석궁을 들고 그라덴을 쏘아 붙였다. 하지만 쏘아진 볼트는 그라덴의 곁에 가기도 전에 부서졌으며 오히려 솔드가 그라덴의 시선을 끄는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볼트는 달랐다.

솔드는 말없이 실수 없는 침착한 동작으로 볼트를 석궁에 걸었고 그 속에 염을 불어 넣었다. 그 자신의 생명력을 실은 격렬한 전의. 즉 투기. 강한 투기를 실은 볼트는 그라덴의 보이지 않는 방벽을 뚫고 그의 미간을 관통했다.

비록 환상이지만 미간을 관통당한다는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한 일.

라니아와 베이커드는 그라덴의 집중력이 흐뜨러지는 것을 느끼며 온 힘을 쏟아 부었다.

우오오오오오오!”

둘의 기합성과 반대되는 그라덴의 찢어지는 비명이 동시에 울려퍼졌다.

그라덴의 환영은 머리를 싸매 쥐고 괴로워하더니 서서히 부풀어 오르다간 한순간 점으로 보일 정도로 압축되었다.

. 이런!”

발락은 왼쪽팔로 루시엔을 안아들고는 반대편 팔로 라니아와 베이커드, 솔드를 잡아 끌었다. 그리고 감싸듯이 안아 든 후 그라덴에게서 등을 돌렸다.

굉음! 폭발.

강력한 저항력을 지닌 애던은 그 모습을 그대로 지켜봤다. 배가 부서질 듯 흔들렸지만 애던은 눈은 폭발의 중심. 그라덴이 있던 장소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라덴은 말하자면 그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자였다.

그가 계약으로 손에 넣은 힘과는 별개로 마법사 살해의 노하우를 전수해 준 자가 바로 그였던 것이다.

애던이 있기 전부터 이미 오래 전부터 탑의 암살자로 이단 마법사들을 처형해온 사내. 자비로우면서도 깔끔한 손속으로 구원자라고 일컬어졌던 자. 그리고 애던은 그에게서 마법사를 죽일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익혔다.

언제나 스승의 변화는 제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법인 것이다.

물론 애던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탑으로 퇴치 당했소.”

음에너지의 폭발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있는 일행들에게 애던은 말했다.

으음.”

신음소릴 내며 발락은 몸을 들었다. 그는 일행을 감싸느라 상당한 손상을 입었는지 외피의 부분부분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사라졌나? 과연, 보이지 않는군.”

발락은 아까 전까지 그라덴이 있던 장소를 올려다보았다. 그라덴이 만들어낸 파괴적인 균열을 따라 사기가 흘러나오는 광경이 그의 눈에는 보였다.

루시엔도 같은 방향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라니아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일어섰고 솔드는 그 자리에 앉은 체 고개만 들어 올려 그라덴이 있던 곳을 확인하곤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베이커드는.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르 떨다가 허공을 향해 쾌재를 불렀다.

. 해냈다. 내가 해냈어! 봤나. 내가 해냈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해냈던 탓인지 베이커드의 기분은 몹시 고조되어 있었다.

오오. 봤나? 내가 해냈네. 그라덴을 이겼어.”

아아, 봤으니 진정하게. 그런데 그 마법사의 말이 옳았군. 그 조사단인지 뭔지 하는 자들은 아무래도 전부 빙의당하거나 *타락*한 거 같다.”

솔드는 타락이란 단어에 힘을 주며 말했다.

타락한 마법사들은 모험가였던 그의 주적들 중 하나였다. 과도한 탐욕, 혹은 힘의 격류를 버틸 수 없었던 나약한 정신력. 어느 쪽이든 그들은 주제를 넘는 성취를 추구했고 대가로 타락했으며, 그로 인해 주변에 불행을 흩뿌렸다.

잠깐, 승리를 만끽하기 전에 더 중요한 게 있지 않아?”

라니아의 지적에 일행은 모두 그녀를 주목했다. 라니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환영처럼 보이는 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우리말이야. 지금 배 조종할 수 없잖아. 그런데 우리 저 탑으로 어떻게 가지?”

그건 모두가 함께 숙고해야 할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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