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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용의 조락-폭풍의 탑편-2-

2010.12.10 22:35

azelight 조회 수:646

요즘 나름 오타가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하다는 사실에 충격.
덤으로 이상한 문장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충격.
충격이 더블입니다. 더블.
아, 오늘도 안녕하신지요.
이틀만에 나타난 아젤라이트 입니다.
항상 재미있는 글.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끝까지 잃어 보기도 힘들어하는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느껴지는 것은 항상 자괴감이네요.
저야 쓸 때는 아아 괜찮다하고 쓰고 있지만. 그게 최저 충족치에 준한다는 확정을 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여전히 노력과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편은 전투씬이 나오는데요. 항상 생각하지만 전투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부터 마지막까지 전투의 연속이라는 것이죠. 이번 조우가 끝나면 앞으로 4번의 조우가 남았네요. 뭐, 5번 6번 조우는 이어지는 내용이긴 한데.
역시 노력하는 수 밖에 없죠.
그러면 이번 편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디 재미있는 읽으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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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미하게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애던은 뒤따라 올라오는 솔드와 루시엔에게 기다리라는 손짓을 했다. 간단한 수신호를 주고받은 그는 언제든지 검을 뽑을 수 있게 손잡이를 쥐고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갔다.

  발소리는 거의 내지 않았다. 숙련된 암살자 이상의 매끄러운 발걸음으로 애던은 2층으로 진입했다.

  위로 올라오자 간간히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함께 스산한 공기가 그를 감싸 안았다.

  2층은 H형으로 생긴 복도와 12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애던은 1층에 비해 2층이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의구심을 느꼈다. 왠지 세상이 색이 바란 느낌이랄까. 그런 찝찝함이 애던의 몸을 덮쳤왔다. 하지만 그는 일단 복도가 비었고, 마법적인 함정들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곤 솔드와 루시엔을 2층으로 불러들였다.

  두 사람 또한 곧장 이상을 느꼈는지 표정을 굳혔다. 물론 그 중에서 막연하나만 감상을 말한 것은 당연 루시엔이다.

  “시간의 흐름에 단층이 생겨 있어요. 마치 정지한 느낌인데요.”

  루시엔은 그렇게 감상을 말하면 성큼성큼 앞으로 나섰다. 마치 위험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는 듯 거침없는 발걸음이었다.

  “어이, 루시엔. 앞서 가지 마라.”

  솔드가 불렀지만 루시엔은 무시하곤 문들 중 하나를 골라 다가갔다. 그리고 문 위에 손을 얹고는.

  “이 안에 영이 있어요. 방마다 한명 씩 갇혀 있는 것 같아요.”

  “문 안에 있는 것치고는 소리가 작군.”

  애던이 지적에 루시엔은 고개를 저었다.

  “경계너머에 있기 때문일 거예요. 아마 문 안쪽은 이계화가 되어 있을 거예요.”

  “이계화라.”

  즉 경계너머에 존재하는 극단적인 환경과 동기화가 이루어진 오염된 공간이 되었다는 말이었다. 그 장소는 영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영성이 미약한 엘루들과 같은 현대의 신종족들에게는 가혹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솔드는 개의치 않는 듯 했다. 마법적 문제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오염이라지 않는가? 이계화 또한 오염 현상의 하나일 뿐. 모험가에게 있어서는 익숙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루시엔은 정령사로 극단적인 영역에 존재하는 의식체들과 접촉하는 것이 일이었고, 애던은 규격 외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호부를 지니고 있으니 괜찮을 것 같은데. 어차피 우리가 가야할 곳은 경계 너머라고.”

  가볍게 말하는 솔드의 모습에 루시엔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녀 또한 반대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이 갈 곳은 경계 너머에 있다는 정체불명의 탑이다. 탑이 있는 장소에 비하면 이 장소는 바다의 해안가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 정도에 거리낀다면 폭풍의 탑을 오를 자격이 없다는 말과 같았다.

  물론 문을 여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애던. 솔드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견제 자세를 잡았고 루시엔도 얼마든지 주문을 쓸 수 있도록 그녀의 호부를 잡아들었다.

  애던은 눈짓으로 일행들에게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등 뒤의 ‘침묵’을 꺼내 들었다. 그러곤 그대로 검으로 손잡이가 있는 부분을 내려쳐 자른 다음 견제하는 자세를 잡고 방 안으로 뛰어 들었다.

  혹시 모를 공격을 대비해 양팔로 노출된 얼굴과 목을 적절히 가리면서 언제든지 검을 내려칠 수 있는 자세였다.

  하지만 대비했던 적의 공격은 없었다. 애던은 아무 저항 없이 방 안으로 돌입했고 그 안에 왜곡된 공간과 그 중심에 있는 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칠흑빛 기운을 풍기며 가시덩굴에 사로잡힌 영은 덩굴이 몸을 죌 때마다 깎여다가면서 비명소릴 울렸다. 문을 열기 전과는 다르게 크게 울리는 비명소리는 소름끼치는 것도 모자라 마치 가슴을 한켠을 억누르는 것 같은 물리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애던은 그 억압을 가볍게 물리쳤다. 그것이 그가 단순한 전사이면서도 아르키아난의 의뢰를 받으며 이단 마법사를 처단할 수 있는 힘의 근원이었다. 솔드는 지니고 있던 마법기의 힘을 끌어낸 방어벽을 펼쳤고, 루시엔은 정령과 접하는 그녀의 특성상 내성이 강한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방어벽을 펼친 솔드가 애던의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영의 모습을 보고 그 형태가 좀 전에 본 것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르키아난의 마법사 같군.”  솔드의 말대로 영은 아르키아난의 마법사들이 입는 독특한 형태의 로브를 입고 있는 남성이었다.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한 형상을 하고 있긴 했지만 윤곽만으로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이성은 없어 보이오.”

  애던은 마법사의 영을 면면히 살펴보더니 그런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마법사의 영은 방으로 들어온 애던 일행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고통에만 반응하며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이 녀석들 뭔가 착취당하고 있는 것도 같은데. 이런 류의 상황에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지. 대부분 지랄 맞게 강한 놈이 나오더라고. 선수를 치는 게 좋을 것 같아.”

  솔드가 의견을 제시했다. 수단적인 면에 대한 제시가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지극히 평범하고 타당한 의견이었다. 그렇게 솔드가 의견을 제시하자 이번에는 루시엔이 수단을 제시했다.

  “해방시키죠. 애던 오빠의 침묵이라면 잘라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침묵은 현세에서 몇 안 되는 강력한 마법기물. 루시엔의 말대로 침묵이라면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어떤 것이라고 해도 베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할 수 있겠나?”

  솔드의 물음에 애던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지만 이자가 우릴 같은 편으로 봐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오.”

  “맞아요. 그러니 정화를 시도 하도록 하죠.”

  애던과 솔드가 물끄러미 쳐다보자 루시엔은 발을 한 번 굴리더니 볼을 부풀리며 “가능해요!”하고 소리쳤다.

  그 순간 공기가 스산히 떨리기 시작했다. 방 안의 분위기가 급변하며 나락에 떨어지는 듯한 충동이 일행을 덮쳤다. 말할 수 없는 불길한 예감에 솔드는 루시엔을 끌어안고 복도로 뛰쳐나왔다. 곧이어 애던이 뛰쳐나오자 방안의 공간이 왜곡되기 시작하더니 마법사의 영이 있는 장소에 검은 구멍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속으로부터 부터 불굴한 검은 영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고통.」

  수백 명이 동시에 말하는 듯한 스산한 목소리가 울리고 영기가 하나로 뭉치며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불쌍한 마법사의 영은 순식간에 검은 형상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침묵.」

  닫혀 있던 문들이 벌컥 벌컥 열리더니 영들이 괴로운 비명소리를 내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격렬히 공간이 흔들리고 왜곡되었기에 애던과 솔드는 대응하기 위해 자세를 취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공포.」

  검은 영기가 이룬 형상은 수백만 마리의 벌레들이 모여서 내는 것 같은 자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개를 펼친 그것의 존재를 애던은 알고 있었다. 용의 조락이 숭상하는 외우주의 신들. 묶인 자들 혹은 묶인 신이라고 불리는 것들의 하수인.

  수백의 영혼이 모인 악의 군집체. ‘타락의 개요’라고도 불리는 가장 짙은 어둠. 벌레군집, ‘기는 것’이라고도 불리는 검은 안개.

  「너희들의 통곡이 나를 살찌운다.」

  열린 문으로부터 마법사들의 영혼이 이끌려나와 검은 영기를 향해 이끌려갔다. “에레크리프트.” 루시엔이 이미 잊혀져버린 그들의 오래된 이름을 읊었지만 솔드도 애던도 듣지 못했다. 그 둘은 마법사의 영들이 먹히지 못하도록 하는 일에 총력을 다하고 있었다.

  전력을 다해 두 사람은 검은 영체로 마법사의 영들을 끌어당기는 덩굴을 파괴하려 했다. 하지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세 번 정도 뿐. 나머지는 모조리 끌려가버린 데다가 풀려난 녀석들도 정상적이진 않아서 애던과 솔드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더 잘라낼 수 있었겠지만 발등의 불부터 끄는 것이 중요했기에 애던과 솔드, 루시엔은 각각 마법사의 영들을 처리하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이성도 없는 괴물들을 처리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문제는 그 사이에 루시엔이 에리크리프트라고 칭한 괴물이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뿐이었다. 
 
  「그대들 또한 다를 바 없으리라.」

  거대한 외침이 건물이 흔들리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고 판단한 애던과 솔드는 그 자리에 버텨 섰지만 루시엔은 상황을 반전시켜 보려는 듯 호부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에리크리프트의 촉수와 애던의 검이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루시엔을 노리던 촉수가 애던의 검이 퉁겨 나가자, 때를 놓치지 않고 솔드가 낮은 자세로 치고 들어갔다. 그러나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뻗어 나오는 다섯 개의 촉수. 솔드는 봉으로 검을 다루 듯 팔방치기와 비슷한 연격을 시전 했고 그 결과 다섯 개의 촉수를 모두 쳐냈다. 그 지후 즉시 허리를 돌리는 동시에 팔을 당기고 찌르기.

  어지간한 실력자라도 피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연격이었지만 에리크리프트는 그대로 흩어지면서 솔드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더니 애던과 솔드를 우회해 움직이며 루시엔을 노리며 바람처럼 움직였다.

  그러나!

  “엘자!”

  루시엔이 외치자 그녀의 주위로 격렬한 소용돌이가 일어나며 검은 안개로 화한 에리크리프트의 돌진을 물리쳤다. 루시엔을 그대로 삼킬 듯 덮치던 에리크리프트는 엘자의 바람벽에 막혀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

  애던의 침묵이 에리크리프트의 몸체를 그렀다. 에리크리프트는 촉수로 방어했지만 침묵의 예리함은 이 악령의 방어력을 압도했다.

  촤악하고 에리크리프트의 몸이 갈렸지만 이미 넓게 퍼져있던 이 악령에게 치명타는 못 되었다. 에리크리프트는 휙하고 천정을 올라가더니 엘자의 공격을 피해 미끄러지듯이 이동해 그 몸체를 뾰족한 창처럼 만든 후 이번엔 솔드를 향해 돌진했다.

  솔드는 맞찌르기를 넣었고 양쪽 다 물러서야 했다. 솔드는 물러나며 혀를 찼다. 질량이 거의 없는 것 같이 움직이는 주제에 단단함과 힘은 무슨 거인 같았다. 까다로운 상대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었다.
  게다가 복도를 사이에 두고 괴물을 포위하고 있지만 위치가 나빴다. 애던과 솔드라는 두 근접수가 한 곳에 몰려 있었고 반대편에 루시엔이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즉 루시엔은 에리크리프트의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루시엔도 알았는지 그녀는 엘자를 더 이상 공격에 사용하지 않고 즉시 방어로 돌렸다.

  그 순간!

  애던과 솔드는 위험을 느끼고 순식간에 뒤로 뛰었다. 그와 함께 에리크리프트의 형체가 폭발하며 사방으로 파편을 흩뿌렸다.
  에리크리프트의 검은 파편이 몸을 두드릴때마다 엄청난 고통과 한기, 통한이 그들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엘자가 펼친 바람의 방어벽조차 그 공격에 버티지 못했다.

  “꺄아악!”

  루시엔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솔드는 이를 악물고 버티며 루시엔의 이름을 불렀다. 억지로라도 이 괴물이 만들어낸 파편의 소용돌이를 빠져나가려고 결심했을 때. 옆에 있던 애던이 달려 나갔다. 그는 침묵을 쥐고 파편의 회오리를 가르며 루시엔 곁으로 달렸다.

  솔드는 애던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루시엔은 의외로 멀쩡하게 서 있었다. 검은 소용돌이는 루시엔의 곁에 다가가지도 못한체 주변을 멤돌 뿐이었다. 하지만 엘자는 소멸하기라도 했는 듯 보이지 않았다. 충격을 받고 본래의 영역으로 퇴치 당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짧은 순간동안 스쳐지나갔다.

  “루시엔!”

  애던이 매섭에 루시엔의 머리 위로 멤도는 검은 파편들을 베어내는 사이 솔드는 루시엔을 불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루시엔이 고개를 들자 빛을 잃은 그녀의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 순간 솔드는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꼈다. 동시에 위에서 부터 찍어 누르는 압력에 솔드는 바닥에게 과한 스킨쉽을 시전 해야 했다.

  “크윽.”

  신음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자 루시엔의 머리 위로 날려가는 애던의 모습이 보였다.

  소용돌이가 멈춘 것을 느끼고 솔드는 일어섰다. 봉을 놓친 것을 깨달은 것은 일어난 직후. 돌아보자 원래 애던과 솔드가 서 있던 자소에 에리크리프트가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넌! 마치 우리와….」

  수백 명의 신음소리와 함께 에리크리프트가 망설이고 있었다. 약해진 것은 그들만이 아닌 것이다. 솔드는 몸을 날려 자신의 봉을 집어 들었다.

  에리크리프트는 그제야 반응 한 듯 공격을 가해왔지만 어느새 돌아온 애던의 검이 그 공격을 막았다. 애던은 공격을 막아내면 확신했다. 확실히 약해져 있었다. 방금 그 공격은 스스로를 소모하면서 가하는 공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마법저항능력을 지닌 애던에게 있어 비물리계열의 공격은 거의 의미가 없었다. 때문에 거의 무력화 될 뻔했던 솔드와는 달리 애던은 에리크리프트에게 반격할 수 있었다. 동시에 그건 거의 자폭에 가까운 스스로의 공격으로 약해진 에리크리프트에게 그 이상의 손실을 겪게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기회였다.

  “솔드!”

  얼마나 에리크리프트가 자신을 분열하고 다시 합칠 수 있을지 애던은 감히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를 반복할수록 에리크리프트에게 헛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짧은 전투였지만 그들이 에리크리프트에게 확실한 타격을 입혔던 것은 이 분리된 상황이었다. 물론 정말 확실하고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는 타이밍은 오직 그것이 온전한 형태로 있을 때였지만 저 가공할 악령은 온전한 순간에 만큼은 결코 빈틈을 내주지 않았다.

  애던의 이런 판단을 솔드가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솔드가 에리크리프트의 공격을 막아냄으로서 틈을 만들었을 때 솔드가 생각한 것은 피할 수도 없는 통한의 일격을 가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루시엔이 공격당했다는 사실은 그를 조금 예민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의 옛 동료이자 사인불명의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던 마리엘의 모습이 루시엔에게 겹쳐보였던 것인지도 몰랐다.

  전신의 힘과 회전력을 실은 찌르기. 선룡(旋龍).

  이 일격이라면 처음 공격했을 때처럼 피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무사할 수 없었다. 에리크리프트도 솔드의 오른팔에 집약되는 힘을 느꼈는지 분열을 시도하려는 듯 요동쳤다. 하지만 마치 뭔가에 묶인 듯이 꿈쩍도 하지 못했다.

  “핫!”

  짧은 기합과 함께 솔드는 봉을 내질렀다. 회전하는 질러지는 봉을 따라 일어나는 선풍에 판자를 고정시킨 바닥과 벽이 일어나며 요동치다가 그대로 선룡의 기세에 휩쓸려 파괴되었다. 그야말로 필살의 일격. 명중한다면 필살을 자처할 수 있을 위력이었다.

  그러나 에리크리프트는 분열에 실패하자 바닥을 향해 돌진했다. 선룡이 적중하는 순간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이 부서지며 에리크리프트는 1층으로 떨어져 내렸다.  

  거의 반절이 선룡에 의해 파괴되었지만 에리크리프트은 군집 영체. 몸뚱이의 절반이 사멸한다고 해도 손상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크.”

  솔드는 이를 갈며 에레크리프트가 떨어져 내린 구멍으로 뛰어 갔다. 선룡에 의해 파괴된 지붕의 구멍으로 부터 빗물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솔드. 루시엔을 돌보시오. 아래는 내가 내려가겠소.”

   애던이 말하는 사이 아래에서 발락의 외침이 들려왔다. 라니아의 욕설과 베이커드의 비명이 연달아 터지자 애던은 에리크리프트가 뚫어 놓은 구멍 속으로 서둘러 뛰어 내렸다.

  애던이 뛰어내리자 솔드는 루시엔에게로 다가갔다.

  루시엔은 앞으로 손을 내밀고 선체로 기절해 있었다. 뭔가를 시도하려고 했던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솔드가 손을 대자 루시엔은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다행이 외상은 없어 보였다. 공격을 당해 비명을 질렀던 것 같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무사했기에 솔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아아, 마리엘. 솔직히 자신이 없어.”

  솔드는 루시엔을 안아들며 그렇게 한타했다. 마리엘의 죽음 후 제자인 그녀를 자신이 거두겠다는 생각으로 데리고 다닌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소녀는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꽤나 오래 된 고민이지만….

  솔드는 루시엔을 안아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고민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한숨이 끊이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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