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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썼던 폭풍의 탑의 리메이크 버전입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그닥 인기없었던 고로 모르는 분이 더 많을 듯.
메이지 슬레이어 애던 크레이든과 그 동료들의 이야기를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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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탑

 

폭풍의 탑이라고 불리는 건축물이 있다.

 

코카트리스 대우림 남쪽의 작은 항구 도시인 우르하에서 간헐적으로 출몰하는 이 건축물은 평소에 다망하신 현학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신비로운 건축물이었다.

 

장막이라고 불리는 내세와 현세의 장벽 너머에 존재하면서 내세의 정신적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긴 시간 고정된 형태를 유지해온 건축물의 존재는 여러모로 논란을 불러왔으며 심지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물질적인 요소를 포함한 내세 방문의 가능성에 대한 증거 중 하나로 제기되기 까지 했다.

 

특히나 이런 논의는 마법사들 사이에서 활발했는데 종종 이 주제로 고위 마법사들이 수염끄덩이를 잡아당기며 싸우곤 했다.

 

실제로 마법 도시, 마법 문명의 재래, 혹은 마법사들의 성지라고도 불리는 아르키아난은 몇 번이고 이 건축물의 실체를 알아내고자 여러 번 노력해 왔다.

 

꿈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내세의 특성상 이 건축물을 연구하는 마법사들의 연구시간은 대체로 밤이었고, 내세에선 물리적 위치가 의미를 상실하기에 연구자들의 위치는 제각각이었고, 개성도 인종도 엉망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이 있었다면 아무도 탑 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육체를 가지지 못한 다면 오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분분히 제기되고 실제로 엘드린들의 일부가 장막 너머에 육신을 두르고 오갔다는 기록이 발견됨에 따라 내세를 오갈 수 있는 전이 주문의 개발에 박차가 가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탑이 왜 폭풍이 치는 날 장막의 경계가 엷어지는지, 어째서 우르하 항구에서만 목격되는 지에 대해서 누구도 알아내지 못했으며 육체를 두르고 장막을 넘을 수 있는 방법도 발견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탑은 아직도 미답의 장소로 남아 있다.

 

그 점이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지도 모른다.

 

우르하 항구에 서서 저 탑을 바라보았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성이란 어떤 것일까?

 

두텁게 깔린 구름은 햇빛을 가려 어둠을 드리우고, 번개가 간간히 바다에 음영을 드리운다. 바다는 세차기 몰아치고 바람은 미친듯이 울부짖지만 마을 자체는 무섭도록 고요하다.

 

그 속에서 우의를 쓰고 밖으로 나가면 짙은 어둠 속에서도 명확하게 마법적인 환영처럼 일렁이는 탑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탑은 멀지만 이상할 정도로 명확하게 보인다.

 

마치 약한 후광에 둘러싸인 듯 폭우가 몰아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친 파도와 풍파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고아하고 우아한 탑의 모습이 가져다주는 것은 경의인가 아니면 선망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엘드린 식의 정교한 탑의 장식물을 보고 드는 생각은 무엇인가? 장막이라는 모호한 경계 너머에서 보이는 그것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떠오르게 하는가?

 

아마 각자가 내리는 답은 다를 것이지만 발락이 느낀 것은 경의였다.

 

이제는 사라져 버린 옛 힘들. 자연력의 권화인 노르위펜이 느끼기에 불쾌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를 마법의 힘이었지만 발락은 그를 위해 시전자가 감내해야 했던 수행을 떠올리면 결코 그들을 경멸할 수 없었다.

 

전사건 마법사건 결국 그들의 역량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수행이라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생각해보라. 어떤 재능을 지니고 있건 그것을 다룰 줄 모른다면 의미가 없다. 강력한 힘 혹은 뛰어난 걸작을 위해선 그만큼의 노력이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락은 마치 그의 어머니 나무인 시오를 바라보듯이 탑을 바라보았다. 저 속에는 길고 긴 시간과 역사가 새겨져 있었고, 탑을 만들었을 사람들의 피와 노고, 땀이 들어 있었다.

 

비록 그 근간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을 보일 수 없다고 해도 그들이 쌓아 올린 노력을 비난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발락은 순순히 감탄하며 한 동안이지만 쏟아지는 폭우에 대해서조차 잊었다. 그가 락수로서 세상에 태어난 이래 처음 가져보는 순수한 감탄과 경의였다.

 

이 폭우과 마을 전체에 드리워진 찐득한 습기 같은 암운이 아니었다면 그의 감탄은 훨씬 더 순수하고 압도적인 것이 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발락은 그럴 수 없었고 그 사실에 실망하지 않았다. 탑으로부터 피어오르는 악성종양 같은 악의는 그에게 전의를 고양시켜 주기 충분했다.

 

노르위펜이 종족적으로 타고난 공수증을 어쩔 순 없었지만 고양된 전의는 폭우를 무시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옆에서 방수포를 당기는 감촉에 내려다보자 작은 엘루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온 몸을 꽁꽁 감싸고 있는 방수포의 틈으로 간신히 얼굴만 내밀고 있는 소녀는 자신도 지쳐 있으면서 걱정스러운 기색이 섞인 눈빛으로 발락이 허리에 끼고 있는 방수포 덩어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빠의 상태는 어때요?”

살아있는 건 확실하다.”

 

발락은 바윗덩어리 같은 얼굴을 움직여 대답했다. 지금 그의 모습에 대해서 설명을 간단히 하자면 방수포를 뒤집어 쓴 석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석상은 방수포에 둘둘 말린 또 다른 뭔가를 들고 있었다.

 

방수포 속에 든 것은 한 엘루 남성으로 그의 이름은 애던 크라이든이라고 했고, 발락과 루시엔이 속한 일행의 리더에 해당하는 남자였다. 문제라면 전사로서 뛰어난 실력에 비해 체력이 빈약하다 못해 없다시피 하다는 점일 것이다.

 

솔드가 침을 뱉으며 불평하는 것도 이상할 것 없었다. 다만 지금은 그도 녹초인데다가 탑이 보여주는 말없는 박력에 조용히 입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뒤를 베이커드가 헐떡이며 따라왔다. 하라드라고 스스로 칭하는 소인족인 그는 전 아르키아난의 마법사였던 자로 지금은 아르키아난에 적을 두지 않은 떠돌이 마법사였다.

 

마지막으로 느긋하게 다가오는 자는 라니아.

 

그녀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전혀 지치지 않은 듯 가벼운 발걸음이며 발락처럼 불쾌감을 느끼고 있지도 않는 듯 했다.

 

애던 크레이든과 그의 일행들.

 

일행에서 가장 어린 정령술사 루시엔, 그녀의 보호자인 전직 모험가 솔드, 대격변 이후 모습을 드러낸 소인족인 하라드 청년 베이커드, 일행 최고 연장자이자 엘루의 선조 종족이며 아마도 세상 밖에 나와 있는 유일한 엘드린일 것인 월궁의 라니아, 마지막으로 노르위펜의 락수인 발락.

 

가장 오래 된 두 종족이 포함된 이 기이한 일행은 어지간해선 이 앙트알키스에서, 아니 소사나 전역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희귀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세상 어디에도 가장 오래된 두 종족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극히 힘들었다. 대체로 왕후장상이라 할지라도 이들의 모습을 보는 일은 평생가도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으며 엘루의 선조라고 할 수 있는 엘드린의 출현은 국가적 규모에서 길조라고 부를 수 도 있는 일이라고 하니 말 다했다고나 할까.

 

그렇게 고귀하고 휘소하다고 여겨지는 엘드린이었지만 정작 라니아 본인은 딱히 특별하다고 여길 수 있을 만한 고결함을 지닌 처녀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수다스럽고 흥미본위의 처녀로 위장한 겉모습과 행동거지를 봐서는 그 또래 엘루 처녀들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단지 훨씬 아름다우면서 확고한 수려함과 존재감이 따르고 있을 뿐. 그 아름다움은 존재 자체로 신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헌정품과 같았지만 그 미모도 지금 폭우로 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방수포로 감싸여 있으니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기억이 안 나는데.”

 

실망스럽다는 기색을 풀풀 낸 라니아는 한숨과 함께 멈춰 섰다. 이유 불명의 기억 장애를 겪고 있는 이 엘드린에게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고 있던 일행들 또한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역신가.”

 

발락은 머리를 주억거리곤 다시 탑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다면 역시 그 오르젝이라는 마법사가 준 정보뿐로군. 불안한 출발인데.”

 

솔드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루시엔이 아니었다면 전직 모험가가로 직업을 전향할 뻔 했던 솔드는 빈약한 지식으로 엘드린의 고적을 탐색하는 일이 내키지 않았다. 엘드린들은 상세계의 법칙을 뜯어 고쳐 신의 이적을 훔쳤고 그것을 마법이라고 불렀으며 숨 쉬듯이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유적은 영성이 쇠퇴한 엘루들은 꿈도 꿀 수 없는 고등마법의 사용자를 위해 만들어져 있어 마법 사용자가 아닌 자들이나 하등한 엘루 마법사들에겐 너무나도 위험한 장소였다.

 

엘드린의 고적을 탐사하다가 공간전이 사고가 종종 터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 위험도에 대해서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마법 사용자가 아니라면 함정이 없는 장소에서조차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 장소를 조사하기 위해선 뛰어난 마법기술을 가진 자의 보조가 필수였다. 그리고 가능하면 탑에 사용된 마법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사료도 있다면 더욱 좋았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양쪽다 갖춰졌다고 할 수 없었다. 베이커드는 아르키아난 출신의 마법사이니 나름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지만 도주마법사인 반쪽자리였고, 엘드린인 라니아는 기억 상실인지라 능력적인 면에서 불완전 했다.

 

또한 오르젝이 제공해준 자료들도 어디까지나 추측성 정보일 뿐인지라 실제로 어떨지는 알 수 없었다.

 

미안.”

 

라니아가 사과하자 솔드는 괜찮다는 손짓을 하고 방수포 아래로 팔짱을 끼었다. 제대로 된 우의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괜히 떠올랐다가 발락의 재촉에 사라졌다.

 

서두르지.”

 

모두가 발락이 비가 오고부터 눈에 띄게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모두들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조용히 입 다물고 있었지만 평소와는 달리 몸이 들썩들썩 거리는 것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질 정도였다.

 

게다가 누구도 비 아래에서 오래 서있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어서 빨리 여관이건 뭐건 건물아래에 들어가서 방수포를 벗고 체온과 습기, 땀으로 끈적끈적해진 어떻게든 하고 싶다는 것이 모두의 심정이었다.

 

아아, 맞아. 빨리 쉬고 싶다네. 온 몸에 술이라도 부른 기분이야. 텁텁하고 끈적끈적하군.”

 

술이라면 단내라도 나지. 이건 뭐 고약해서.”

 

베이커드의 말에 솔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맞장구를 쳤다. 만난 지 한 달 남짓 밖에 안됐지만 두 사람은 10년 지기처럼 죽이 껄껄 웃었다.

 

빨리 도착해서 한 잔 하고 싶다네. 날씨가 이러니 브랜디 생각이 절실하지 않나? 나는 마치 고양이가 생선을 탐하듯이 한 잔하고 싶은 생각으로 절실한데.”

라파이누가 있으면 좋겠군. 743년산으로.”

 

그런 것보다 애던 오빠를 걱정하는 쪽이 좋지 않을까요? 체력도 안 좋은데 비까지 맞다니.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고요.”

 

먹는 이야기만 하는 두 사람에게 루시엔이 핀잔을 줬지만 둘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죽여도 죽지 않을 친구라네. 그러지 걱정 말라네.”

 

, 매번 저래도 안 죽으니 좀 긴장감이 떨어지긴 하는 군.”

 

솔드와 베이커드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몸짓을 해보이자 루시엔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렇게 함부로 말하다 정말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걱정 말게. 이 보다 더 한 상황도 있었다는 것을 알아주게나. 낄낄. 안 그런가 발락? 심스테어의 마법사가 불러왔던 눈보라에 비하면 이건 시시하지. 호밀빵과 꿀빵 정도의 차랄까.”

 

베이커드가 씩 웃으며 팔꿈치로 발락에게 동의를 구했지만 발락은 대답대신 걷기 시작했다.

 

잡담하지 말고 서두르자는데.”

 

뻘줌해하는 베이커드의 어깨를 툭 치고 라니아 폭우 속의 장미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아, 그래 가자고.”

 

일행은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폭우는 여전히 거세어 시야를 가로 막았고 땅은 진창으로 엉망진창이었지만 곧 쉴 장소에 도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일행의 등을 세찬 북풍 마냥 떠밀었다.

 

 

신선한 고등어 여관이라는 우습지도 않은 이름의 여관에 도착할 때까지 방수포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다. 땀과 습기로 절긴 했지만 그래도 일행은 폭우에 홀딱 젖는 것만큼은 면했다. 공수증이 있는 발락으로서는 그 조차도 탐탐치 않았지만 이 이상 바라는 것은 어리광이나 다름없었기에 마음속으로 자신을 꾸짖을 뿐이었다.

하지만 젖는 것에 신경쓰는 것은 발락 정도였고 나머지 일행들은 전부 여관의 음울한 분위기에 놀라고 있었다.

 

흉가 같아.”

 

신선하다기 보다는 상한 고등어 여관 같아 보이는 데 착각이 아닌 것 같지 않은가?”

 

라니아의 담백한 감상과 베이커드의 장황한 감상이 보이는 의견의 일치에 일행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보다는 마을 전체가 생명력이 없는 것 같은데요.”

 

루시엔의 말대로 우르하 항구는 정말 이상했다. 폭우가 치는 중이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마을자체에서 느껴지는 생기가 없었다. 화단과 정원은 시들고, 밭에는 늦여름인 지금에도 한창 자라야할 작물이 없었다. 마을 근처의 나무들은 전부 시들어가고 있었고, 집들도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폐가처럼 훼손되어 있었다.

 

사람이 사는 것치고는 좀 많이 휑한데. 생활음이 전혀 들리지 않아.”

 

라니아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게 들리나?”

 

. 참고로 이 안에서도 소리가 안나.”

 

라니아는 여관을 가리켰고 발락을 제외한 모두가 그녀의 손짓을 따라 여관을 돌아보았다.

 

안 난다고? 아무도 없다는 건가?”

 

솔드가 재빨리 라니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라니아는 기습이라도 해도 좋을 송구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고 재빠르게 질문을 받아냈다.

 

. 시체가 든 것은 아냐. 썩은 내는 안나 거든.”

 

즉각적인 라니아의 대답에 솔드는 고민하는 표정이 되었다.

 

벌써 부터 위험신호가 오는데. 아무래도 이 폭우 속에 밖으로 나갔을 것 같진 않고 말이지. 문제가 있다면 역시 마법사들의 실종과 관련 있는 걸까?”

오르젝의 의뢰와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그것 하나뿐이었다. 게다가 아르키아난의 강력한 선임 마법사들마저 제압할 수 있는 괴물이라면 마을 하나 정도 잠재우는 것은 식은 죽 먹지 보다 쉬울 것이라는 것도 능히 짐작해볼만한 부분이었다.

 

탑에서 뭔가가 해방되어 빠져나왔다면 가능하겠지만아니, 장막 너머라도 불가능하기 않을 것이야. 이곳 장막은 유난히 얇으니 말일세. 아니면 탑으로 간 마법사들이 뭔가에 빙의되었을 상태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군.”

 

어쩌면 육신을 가진 경우일지도 몰라. 장막을 건너기 위한 마법을 개발했기 때문에 저 폭풍의 탑으로 올라가려고 했던 것 아니었어?”

 

그랬지.”

 

베이커드의 의견과 함께 라니아의 이의 제기로 대화는 토론으로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발락의 적절한 개입이 이를 막아냈다.

 

토론은 들어가서 하지. 지금은 휴식이 필요하다.”

 

잠깐 속에 뭔가 있을지 모른다고.”

 

솔드가 항의 했지만 발락은 조용히 애던을 내려놓고 자신의 무기를 꺼내들 뿐이었다. 수정이 박힌 주먹과 금속 미늘이 난 석체도 위협적이었지만 그가 사용하는 마울은 그 이상으로 강한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모두 대비해라.”

 

그렇게 말하고 발락은 문을 밀었다. 그러곤 문에 빗장이 걸린 것을 확인하자마자 주먹으로 후려쳐 문을 박살 낸 후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일행들은 각자 무기를 빼들고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분위기상 나타날 수 있는 것들은 한정되어 있었지만 위협적인 것들이었다.

 

원한에 찬 유령이나 존재 자체가 살아있는 존재들에게 위협인 음적인 괴물들이 나타난다면 한정된 대응책으로 불리한 상황을 대처하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지형이 의미가 없는 괴물들과 싸운다는 것은 이미 반수 접고 들어가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행은 긴장하고 여관으로 돌입했다. 움직임은 재빨랐다.

 

발락이 선두로 들어간 후 솔드가 육척봉을 들고 루시엔을 호위하듯이 뛰어들었고 베이커드는 갈고리가 달린 로프를 쥐고 언제라도 주문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일행들 중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는 라니아는 아직도 깨어나고 있지 않은 애던을 지켰다.

 

여관 안은 폭우가 치는 바깥과는 다르게 이상할 정도로 건조하고 메말라 있었다.

베이커드.

 

발락이 지명하자 베이커드가 나직하게 주문을 외워 빛을 불러왔다. 루시엔이 빛의 정령을 불러도 되겠지만 그녀가 한 번에 부를 수 있는 정령의 수는 몇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발락은 베이커드를 지목한 것이었다.

 

베이커드는 군말 없이 주문을 시전 했고 곧 천장 높이에서 흐릿한 빛 하나가 어두운 여관 내부를 비쳤다.

 

여관은 딱히 정돈되었다거나 난장판이거나 하지 않았다. 먼지가 쌓여 있지도 않고 어딘가 지저분한 것도 아니었다. 당혹스럽게도 흉가 같았던 외부와는 달리 내부는 지독스레 평범했지만 오히려 그 차이가 위화감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자명했다.

 

발락은 경계하듯이 그 자리에 멈춰섰다. 대지와 소통하는 노르위펜은 개의 후각보다 예민한 대지 감각을 지니고 있어 그들의 주변에 발을 땅에 디딘 생물들은 모조리 감지해낼 수 있었다. 그 감각은 용에 비견할만해서 일행들은 모두 발락의 감각을 신뢰하고 있었다.

 

때문에 솔드와 베이커드가 경계를 중단하고 곧바로 텅 빈 여관 내부에 대한 탐색에 들어간 것은 그렇게 놀라운 행동은 아니었다.

 

대신 그들은 다른 사실에 놀라야 했다.

 

솔드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식기와 손을 댄 흔적이 있는 그릇 위의 음식들에 주목했다. 식기들은 테이블 위에 혹은 바닥에 떨어져 있기도 했지만 그것들 역시 사용하던 중이었다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신중히 그것들을 살폈지만 손을 대진 않았다. 마법들 중 감염 마법이라고 불리는 접촉 주문들은 대게 주문함정으로 활용되는데. 이 경우 음식에 저주를 심는 경우도 더러 있었기 때문에 솔드는 신중히 대처했다.

 

먹다 남긴 것들인가? 이거 상하진 않았는데? 식지도 않았어.”

 

마치 방금 전까지 이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흔적이었다. 하지만 반항한 흔적도 없다. 피를 흘린 흔적도 없으니 죽이고 끌고 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끌고 간 것일까? 최면 마법이라도 사용한 것인가? 아니면 약물? 그것도 아니면 아믈 주민들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급하게 밖으로 나가야할 일이라고 있었다는 말인가?

 

솔드는 적어도 자신이 감히 예측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그러나 베이커드는 좀 달랐다.

 

, 진짠데. 상하지도 않았다네. 맛도 그럭저럭 이군. 이 여관 무사했다면 나름 괜찮았을지도. 오오 여기 브랜디도 찾았다네.”

 

. 뭐하는 건가?”

 

아하. 보게나.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있지 않나. 배도 고프고 술도 고팠네만. 마법적 징후도 그리 보이지 않고. 음식 정도야 괜찮지 않겠나?”

 

베이커드는 식탐이 너무 강해요.”

 

베이커드가 능청스럽게 말하자 루시엔이 쿡쿡하고 웃었다.

 

그러다가 배탈 나서 죽을 수 있다고. 저주라도 걸렸으면 어쩔 뻔 했나? 음차원적인 생물들은 이런 것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나?”

 

솔드가 지적했지만 그건 오히려 마법사인 베이커드가 훨씬 더 잘 알고 있는 부분들이었다.

 

안다네. 그러니까 걱정 말게나. , , 그러고 보니 뭔가 좀 이상한데.”

 

갑자기 베이커드의 표정이 상한 치즈라도 먹은 듯이 변했다.

 

커으으윽.”

 

신음을 흘리며 베잌커드의 몸이 무너지자 솔드와 루시엔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어이. 자네 괜찮나?”

 

솔드가 물었지만 베이커드는 끄으으으.”하고 신음소리를 낼 뿐이었다.

이봐! 이봐.”

 

잠깐만요. 비켜 봐요.”

 

베이커드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루시엔이 솔드를 밀치고 치유술을 시전하기 위한 자세를 갖췄다.

꾀병이야.”

 

그 때 발락이 끼어들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한심스럽다는 어조가 가득히 풍겨 나오고 있었다. 발락의 지적에 베이커드는 참으로 원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으으으, 아니, 발락. 그걸 말하면 안 되지. 그러면 하는 의미가 없잖나.”

 

의미가 있긴 개뿔이.”

 

솔드의 주먹이 베이커드의 머리를 강타했다. 제법 퍽하는 소리가 날 정도였는데도 베이커드는 별로 아프지 않은지 헤실거릴 뿐이었다.

 

후후후. 이 몸의 완벽한 연기에 넘어간 것이 분한가 보군.”

 

그런 쓰잘데기 없는 장난을 한 것에 분노한 거다.”

 

그러게요. 한심한 장난이나 하고. 어른이 덜 됐어요.”

 

이런 이런. 루시엔. 어른이 되도 사람이란 그렇게 성장하지 못하는 법이라네. 그게 엘루건 하라드건 간에 말이지.”

 

분별력은 생길 것 같은데요. 경험 속에서 그 정도도 얻지 못하면 한심한 사람이란 말이 되는데 베이커드는 괜찮아요?”

 

오우. 그렇게 말하면 왠지 할 말이 없어지는 군.”

 

오우, 그렇게 말하면 난 할 말이 마구 생기는데.”

 

솔드는 베이커드의 말을 그대로 흉내 내며 핀잔을 넣었다.

 

상황 봐가면서 장난치라고. . 어쨌든 안전한 것 같군. 원령의 낌새도 없는 것 같고.”

 

그럼, 라니 언니를 불러들일까요?”

 

그래라, 루시. 나는 이 놈하고 2층을 조사해봐야겠다. 발락, 혹시 모르니 부탁하네.”

 

발락이 고개를 끄덕이자 솔드는 베이커드의 목덜미를 붙잡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래도 잘못한 것은 알았는지 베이커드는 얌전히 질질 끌려왔다. 아니, 걷는 것보다는 끌려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솔드는 그가 반성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여기서 마법사들이 묵었을까?”

 

아닐 거라네. 일반적으로 아르카니안이 외부 활동을 할 때는 은밀함을 위해서 필요 거점을 만들어둔다네. 아니. 하지만 2차 원정대라면 혹시나 모르겠군. 거점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지도 모르니까.”

 

확실한가?”

 

일종의 교본수칙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지. 마법적 이상은 지역적으로 오래 작용할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네. 문제가 생기면 일단 선행자들이 머물렀던 장소를 접근 금지장소로 정하는 거지.”

 

그렇다면 이 안에 그들의 짐을 살펴볼 수 있겠군.”

 

찾아볼 생각이라면 찬성이네. 그 짐들 중에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것들도 있을 거라네. 적재적소라고 할까. 꿀빵에 발라진 버터와 꿀의 조합이 그런 것처럼 말일세.”

 

다 좋네만, 자네의 비유는 항상 왜 그렇게 납득이 안가는지 모르겠군.”

 

~. 그건 애정이 없어서라네. 자네의 세상에는 중심이 없지. 오직 그것만을 말하도록 사랑하는 법을 익힌다면 이해할 수 있게 될 거네. 그건 숭고한 일이라네.”

 

전도사가 다 됐군.”

 

오해 말게나, 친구여. 나는 내 길을 권하진 않네. 단지 동정할 뿐이지.”

 

그게 더 기분 나쁘군.”

 

솔드는 그렇게 말하곤 2층 복도에서 가장 첫 번째 방을 열었다. 물론 열기 전에 함정의 유무를 조사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도 아래층과 마찬가지로군.”

 

아마도 상인이 머물렀던 방인 듯 했다. 장부와 펜 그리고 찻잔이 책상 위에 올려져있었고 짐들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마치 허물만 남기고 알맹이만 쏙 빠진 느낌이 솔드의 위험감각을 자극했다.

 

좋지 않은데.”

 

그러게. , 커피로군. 정신을 맑게 해주지. 어디 마셔보겠나?”

 

아니. 난 사양하지.”

 

찝집한 기분이 계속된 덕에 솔드는 거절했지만 베이커드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남겨져 있던 커피를 마셨다. 솔드가 속으로 저러다가 언젠가 경을 칠거라고 생각했다는 것 정도는 누구나 알 수 있으리라.

 

어쨌든 솔드는 전직 모험가가 될 뻔한 현직 모험가다운 높은 경험치로 안전과 위험성을 판단하기 위해 숙고했다. 적어도 두 번째 방과 세 번째 방까지 조사하면서 솔드의 판단은 일단 안전 쪽으로 기울었다.

 

일어난 일에 대해선 여전히 수수께끼지만 당장 그들을 위협할만한 존재는 없는 것 같았다. 뭐가 나타날지 예측 불가라는 점은 상당한 위험이었지만 그건 이 항구마을 어디서나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적어도 아직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자고 솔드는 생각한 것이다. 적어도 네 번째 방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네 번째 방문을 열었을 대 솔드도 베이커드도 그 방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다른 방보다 좀 더 써늘한 냉기가 그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마치 한 겨울 같은 차가움에 숨결은 김이 어리고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음의 영역이라네. 조심하게. 우려하던 놈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네.”

 

베이커드의 충고에 솔드는 봉을 빼 들었다. 동시에 베이커드는 죽은 자의 손길로 부터 생자를 보호하기 위해 주문을 외우고 동물의 뼈로 이루어진 작은 수호물을 세웠다.

 

그러나 이 수호물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베이커드의 능력으로는 저급한 것의 공격도 고작 십여번, 강력한 악귀라면 한번 정도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고작이니 가능하면 공격당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싸워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이 쪽이 먼저 적을 발견할 필요가 있었다.

 

어디지?”

 

기다리게.”

 

수호물을 세우기 무섭게 베이커드는 탐지 주문의 구성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탐지주문은 무언가의 개입으로 무산되었다. 동시에 마력이 역류되어 베이커드의 속을 뒤집어 놓기 시작했다.

 

우웨엑.”

 

. 선공 당했나.”

 

솔드는 한 걸음 물러서 베이커드를 지키듯이 서며 경계했다. 적이 튀어 나오는 순간 가격하기 위해 몸은 한껏 긴장시켰다. 아무리 유령이라도 마법적인 무기로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에게 두려움은 없었다. 유령에게서 느끼는 공포란 대항할 수 없는 존재가 가지는 압도성에서 오는 공포. 상대할 방법만 있다면 유령이건 괴물이건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솔드 또한 허를 찔렸다.

 

누군가 발목을 낚아채 그를 잡아 당겼다. 긴장하고 있던 솔드는 반사적으로 버티며 봉을 휘둘렀지만 이미 그를 잡아 당겼을 법한 존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숨지 말고 나와라!”

 

자기 스스로도 되지 않을 소리라고 생각하며 솔드는 외쳤다. 솔직히 자신이 생각해도 이런 잇점을 포기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공간의 장애물에 걸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움직인다는 것은 안 그래도 이점인데 실내라면 그 점을 더더욱 살릴 수 있었다. 그런 장점을 포기하고 튀어나오는 놈이 있다면 솔드는 그녀석을 평생 바보라고 침이 마르도록 욕해줄 의향이 존재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을 깨고 푸른 인영이 불쑥 방의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대도 않고 있던 솔드는 오히려 놀라서 펄쩍 뛸 뻔했다.

 

간신히 자신을 자제한 솔드는 나타난 인영을 모습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그는 간소한 로브를 입은 장년의 남자였다. 하지만 표정은 망자답게 우거지상이었으며 시선은 공허했고 망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는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슬픔을 담아 혼잣말을 하듯 한탄했다.

 

그들이 아니군. 그들이 아니야. 그들이라면 이럴 리가 없지. 이렇게 쉬울 리 없어.”

 

쉬울 리 없다고? 너는 누구지?”

 

솔드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앉고 인영에게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뒤에서 들려왔다.

마법사야. 아르키아난의 마법사.”

 

뒤에서 베이커드가 힘겹게 말했다.

 

관찰력이쿨럭. 부족하군.”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투명해서 정확한 형태를 보진 못하겠지만 그 오르젝이라는 마법사가 입고 있던 옷하고 비슷했다.

 

확실히 그런 것 같기도 하군.”

 

동시에 마법사의 영 또한 아르키아난이란 단어에 반응했는지 말을 걸어왔다.

 

아르키아난? 도 조사대가 왔나? 그대들은 누가 보냈는가? 내포된 진실한 위험을 보지 못한 자들이여. 어서 물러가라. 죽음이 문턱에 있나니. 이 곳에 온 것은 자살행위다. 어서 도망가라.”

 

도망가라고? 뭘 로부터? 그리고 당신 자기편도 구분 못하나?”

 

마법사의 영이 하는 말에 솔드가 강하게 따지고 들었지만 마법사의 영은 멍청한 표정으로 허공을 보며 대답했다.

 

모든 것이 어둡고 희미하네. 그대가 존재한다는 사실밖에 알 수 없네. 아아, 캄캄하도다. 돌아갈 길도 나아갈 길도 보이지 않으니 이야말로 진실한 어둠이구나. 누군가 내게 빛을 다오.”

 

빛이라고?”

 

솔드가 다시 물어려는 찰나 누군가 어깨를 잡았다. 베이커드 정도의 키 높이라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솔드가 당황해서 돌아보자 눈에 들어온 것은 라니아였다.

 

그쯤 해둬. 저자는 지금 듣고 싶은 것만 들을 수 있는 것 같으니까.”

 

라니아?”

 

그래, 나야. 마법이 사용되는 것 같기에 서둘러 올라와봤지. 그래서 저건 아르키아난의 마법사인가?”

 

천리를 읽는 엘드린의 특성인지 라니아는 한 번에 영의 정체를 알아봤다. 그녀는 사파이어 같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마법사의 영을 훑어보았고 동시에 그는 불에 대인 듯이 소스라치며 물러섰다.

 

뭐지? 그건? 빛인가? 아아, 눈부시도다. 그리고 뜨겁다. 하지만 물러설 수가 없구나. 물러설 수 없어! 이리도 달콤하다니.”

 

마법사의 영은 면전에서 비난을 받은 사람처럼 얼굴을 가리며 소리쳤다. 이상하게 여긴 라니아가 한 걸음 다가가자 그는 무릎을 꿇고 녹아내릴 듯이 쓰러졌다.

 

? 왜 이러지?”

 

엘드린은 정순한 자이기 때문일세.”

 

그제야 몸을 추스린 베이커드가 일어서며 말했다. 그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은 후 한숨을 쉬었다.

 

최초에 태어난 자로서 엘드린은 가장 신에 가까운 존재일세. 그렇기 때문에 가장 질서에 가까운 존재이지. 섭리에서 어긋난 불사자들이 신의 섭리를 두려워하듯 정순한 엘드린의 존재 또한 두려워하는 거라네. 그게 기억이 없는 반쪽짜리라도 말일세.”

 

그렇구나.

라니아는 처음 알았다는 듯 감탄했다. 반면 보는 솔드는 기가 막힐 꼴이었다.

 

아니, 네 일이라고.”

 

하지만 난 기억 상실인걸. 흐음. 항상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나 정말 굉장하지 않아?”

 

기억을 되찾으면 더 굉장해질 거라고 장담하지.”

 

라니아는 그 말에 까르르 웃고는 베이커드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베이커드. 나라면 저자와 예기할 수 있는 걸까?”

 

장담할 순 없지만. 아마 가능할걸세. 하지만 제대로 된 의식을 치르지 않은 영과 대화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데.”

 

아니. 왠지괜찮을 것 같아서.”

 

싱긋 웃고 라니아는 마법사의 영에게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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