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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17(수)

2008.12.04 17:45

azelight 조회 수:589


도저히 그냥 둘 수가 없어서 수정했습니다 ㅜ.ㅜ
수정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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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은 대단히 성대했다. 엘리엔의 하인들인 강철 인형들은 독특하지만 정중한 동작으로 식사에 임하는 모든 이들의 수발을 들었다.
 그것들이 요리며 청소며, 심지어 빨래까지 한다는 낸시의 설명에 키엘리니나 야예이, 탬퍼들 조차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어서 저 인형들에게는 녹이 쓸지 않느냐는 질문 같은 것들이 이어지고 낸시는 그에 대해 아는 것들을 조용하고 가볍게 대답해 줬다. 핵심적인 내용은 싹 빼버리고 소곤거리듯이 이야기 해줬다는 이야기다.
 엘리엔은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식사 중에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치 침묵의 서약을 한 수도승과 같이 그녀는 입을 다물고 있었고 저택의 주인이 침묵을 지켰기 때문인지 가벼운 몇 마디 대화와 몇가지 질문 외에는 그리 많은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그 대화들 중 대부분은 저택에 관한 질문들이었고 엘리엔이 아닌 낸시를 향한 질문이었다.
 야예이는 대화를 하는 쪽이 훨씬 더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이런 침묵이 반가웠지만 낸시나, 탬퍼는 영 그렇지 못했다. 그들... 로딘을 포함하여 그들은 좀 닳은 모험가였지만 동시에 제법 유쾌한 일행들이었고 수다까진 아니더라도 일상을 지배하는 소소한 일담들을 나누는 일에 거부감이 없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엘리엔은 그런 그들이 눈치를 보게 만들었고 결국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식사가 끝나고 엘리엔이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셔야 일행은 조금 숨통을 틀 수 있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에 압박감을 넌지시 던져주는 엘리엔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사람들은 느낄 수 있었다.

 “후하하하. 굉장한 분이로군.”

 탬퍼가 답답함을 몰아내려는 듯 숨을 깊이 들이셨다가 내뱉었다. 웃으면서도 웃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평생 살아오면서 마법사를 못 본 것이 아니지만 그녀만큼 위압적이고 강고한 자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전투에서 베짱이랑 베짱은 다 퉁기며 해머를 휘두르던 그가 겁을 집어먹을 정도였다.
 
 “그렇지요. 하지만 스승님이 그렇게까지 고압적인 분위기를 풍기시는 분이 아닌데 이상하네요. 평소라면 웃으면서 환대한 다음 강제명령을 걸어서 부려먹으실 분인데.”

 낸시도 지친 듯이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늘 아침에 스프를 끓였는데 눌러 붙었어.”정도의 표정으로 지나가듯 말한 낸시였지만 듣는 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무엇보다 키엘리니가 입을 쩍 벌리고 물었다. 질서의 수호자인 그녀가 듣기에는 꽤나 충격적이었을 듯싶었다.

 “그런 짓을 하시나요?”

 낸시는 과도하게 반응하는 키엘리니를 보고 말을 잘못 꺼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기사인 낸시로서는 그런 부정을 눈 감아 주기 힘들 것이다. 물론 자신의 스승인 엘리엔을 걱정한 것은 아니다. 여기는 마법사의 저택이었고 자신의 근거지에서 마법사는 누구보다 준비된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준비된 마법사를 이기기 위해서는 원래 마법사의 역량의 몇 배나 되는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낸시가 걱정하는 부분은 키엘리니가 엘리엔에게 덤비다가 박살이 나는 경우였다. 낸시는 일단 얼버무리기로 했다.

 “아악. 농담이에요. 농담. 그 정도로 성격이 좀 안 좋으시다는 표현이었어요.”

 “그런가요?”

 “네. 아무리 스승님이라도 그런 짓을 함부로 하지는 않으세요.”

 신중하게 그런 일을 벌이니 함부로 그러지 않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혹시라도 키엘리니가 거시탐지 주문을 사용할가 싶어 이렇게 말한 것이다.
 키엘리니는 성기사이고 무엇보다 부정을 파헤치며 악의 제거하고 질서를 회복시키는 네달렉스의 종자인 만큼 그런 일에 있어 철저할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네달렉스의 성직자들이 그렇기도 하고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낸시의 생각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사람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자체적으로 지닌 키엘리니는 여전히 낸시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은 눈치 챘지만 거짓말을 하는 기색은 없었기에 그대로 믿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만약 여기서 그냥 농담이었다고 우겼었더라면 거짓을 파악한 키엘리니에게 매섭게 추궁을 당했을 것이다.

 “그렇군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 자신의 스승의 험담을 하다니... 좋은 태도가 아니에요.”

 키엘리니의 말에 낸시는 무조건 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어쨌든 이 상황을 잘 넘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떠오르면서 빨리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넘기려고 했다.

 “그보다 이번에 스승님의 태도가 특히 좀 고압적이던데... 수호자 키엘리니께서는 뭔가 들으신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낸시가 묻자 야예이를 제외한 모두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키엘리니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키엘리니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키엘리니는 조금 고심하다가 말했다.

 “그녀가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부분들은 저도 말할 수는 없어요. 단지 저는 제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 이 메이거스 엘리엔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아두셨으면 해요. 제가 잊고 있는 과거의 기억을 되찾기 위한 열쇠를 메이거스 엘리엔을 통해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온 것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메이거스 엘리엔은 실패하고 말았어요. 그래서 그녀가 대안을 제시한 것이 여러분께 말한 그 모험이죠.”

 키엘리니의 말에 가장 놀란 표정을 지은 것은 낸시였다. 그녀는 자신의 스승인 엘리엔의 마법이 깨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다는 듯 그에 대해 다시금 질문했고 키엘리니는 그때 일을 설명해 주었다.

 엘리엔은 환성을 펼치고 주문을 외웠다. 처음에 환상은 그저 허공에 떠 있는 푸른빛의 막과도 같았지만 주문을 외우면서 점차 여러 색들이 섞이기 시작하며 일렁이기 시작했다. 키엘리니는 그것들이 영상으로 만들어지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수단을 사용한 것인지 키엘리니는 알 수 없지만 엘리엔은 그녀의 과거자체를 통째로 영상화시키려고 들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상은 초점을 맺지 못하고 흐릿했고 도저히 완성되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엘리엔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눈가에 힘이 들어갔지만 마찬가지였다.
 한참 동안 그렇게 대치가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엘리엔이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쓰러졌다. 환영은 순식간에 소멸하고 엘리엔은 고통스러운 듯 숨을 몰아시며 괴로워했다.

 “괜찮나요?”

 키엘리니가 당황하여 그녀를 붙잡고 물었지만 엘리엔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장 그녀는 자리에서 꼿꼿이 일어났다. 상당한 고통이었을 진데 갑자기 회복된 엘리엔을 보고 키엘리니는 당황함에 더해 당혹스러움을 느꼈지만 엘리엔은 숨을 한 번 들이마시는 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듯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해가 있군요.”

 “방해요?”

 “네.”

 엘리엔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하지는 않았고 키엘리니에게 집중하지도 않으면서 대답했다.

 “평범한 것이 아니에요. 그것을 깨보려고 노력한 결과가 이것이니까요. 곤란하군요. 저로서는 어찌해볼 수 없군요. 이토록 강력한 장벽이라니. 그 흑암자조차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군요.”

 흑암자란 인물이 누군지 키엘리니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가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상식적인 측면에서 협회 내에 ‘색’의 칭호를 가진 자들은 한 시대에 손으로 꼽을 만한 강력한 자들에게 주는 칭호였다. 그런 엘리엔이 언급하면서 비교하는 대상이 결코 만만한 자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은 굳이 머리를 굴릴 필요없이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문제가 생긴다. 어쩌면 마법사들의 도움으로는 그녀의 과거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렇다면 방법이 없다는 것인가요?”

 키엘리니는 그 사실에 대해 즉각 물어 보았다. 엘리엔은 여전히 키엘리니를 직시하지 못한 상태로 질문에 대답했다.

 “없는 것은 아니에요. 아마도 그 분이라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분요?”

 키엘리니는 엘리엔이 속 시원히 한 번에 말하지 않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며 질문했다.

 
 “그래서 그게 누군가요?”

 낸시는 키엘리니가 입을 다물자 재촉하듯 질문했다. 하지만 키엘리니는 고개를 저으며 말하기를 거부했다.

 “말할 수 없어요. 그 분의 존재를 최대한 숨기는 것이 메이거스 엘리엔의 결정이니까요. 알고 싶다면 여러분이 이 여정을 저와 함께 하시겠다고 결정해야 해요. 메이거스 엘리엔은 그렇게 말했지 않나요?”

 성기사답게 성실한 이유 였다.
 반면 낸시는 실망한 듯이 고개를 숙였다.

 “음. 궁금한데...”

 응석을 부리듯 콧소리를 내며 낸시는 고개를 숙였다. 정말 실망했다는 것이 눈에 역력히 들어오는 동작이었다. 하지만 키엘리니는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사실 전 여러분이 제 개인적인 여정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메이거스 엘리엔은 동료가 필요할 것이라곤 말했지만요. 원래 메이거스 엘리엔이 했던 의뢰를 저는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말했었어요. 왜냐하면 이 여정은 제 개인적인 용무를 위한 일이고 동시에 대단히 힘들고 고된 여정이 될 것이니까요. 여러분이 그 자리에서 대가에 혹해 승낙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제게는 안심이 되었었어요.”

 키엘리니의 말에 탬퍼는 눈을 꿈뻑꿈뻑 거렸다. 누구보다 도움이 필요한자 가 도움을 거절하게 만들만큼 위험한 일이라니. 투쟁을 삶과 일체화시키는 전신의 사제로서 흥미가 동한 것이다.

 “그렇게 힘든 일입니까?”

 키엘리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쩌면 여러분은 드래곤과 싸우게 될지도 모릅니다.”

 드래곤과 싸울지도 모른다는 키엘리니의 말에 모두는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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