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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윤걸 프롤로그

2008.11.24 19:58

愛一李安 조회 수:624

 

 

 

 

만삭이 거의 된 아름다운 임산부의 무릎으로부터, 이 윤걸(李倫杰)은 하루종일 떨어지질 아니했다.


단 한 명 남았는데도 또 홀로 내버려지게 된 서운한 마음을, 마음씨도 곱게, 심심풀이로 바라보는 한강과 함께 흘려보낸 어린 여제자의 아


량을, 윤걸이 한 톨 하나라도 눈치채고 있을지는 어떨지.


모정에 의한 변화인지, 소녀 시절 그토록 꿈속을 뛰어놀아다닌 듯한 부인의 눈빛은 이젠 어른스럽게 굳어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애정 어린


원함이 아닌 모친의 자애로운 눈빛이 윤걸을 내려다보고 있음에 흐뭇한 감격을 안아, 윤걸은 자각하지 못해있을 정도로 본궤도에 올라 있


다. 아내의 치부까지 들춰보며 지나친 부담스러움과 함께 들러붙는 윤걸을 여전히 자애로운 눈빛으로 받아주는 유럽인 아내의 다시금


빠져버릴 것만 같은 모습은,


윤걸의 언제나처럼의 횡설수설한 농담의 내용이, 도에 맞을지 어떨지를 모르게 한다.


"뱃속에 다른 고등 생물이 있다는 건 말이에요.. 기분 나쁘지 않아요?"


"...!?"


그 한마디의 순간만으로도 머리에 피가 차올라 뭐라 말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아내의 얼굴의 표정을, 아래서부터 올려다보고 있는 윤걸은


금방에 깨닫지는 못했다. 예전부터 품어왔던 농담을 이제서야 풀어놓을 기회라고 잡았는지, 되려 상의속에 팔까지 집어넣으며, 윤걸은 자


신의 말과 행동에 들떠 말과 몸까지 떨고 있다.


"에 에일리언처럼 말이이에요. 이렇게 팍- 이렇게 팍- 튀어나오는 그그거같아요. 징그럽게 생긴 그 우주.. 우주 괴물 말이에요."


정말로 자신의 아내의 몸속에 그런 것이 있었다면, 흘러가는 일상에 조금의 부정을 태우더라도 난리법석을 피우는 심약한 윤걸이 이런 농


담을 생각해 내었을 리도 없지. 그런데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아이에 대한 애정은 전혀 없으면서도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사람)라는 앎은 있기 때문이다.


"꼭 기생충같지 않아요? 날씬한 사람의 몸을 그렇게까지 부풀어 오르게 하다니, 정말 그로테스크하잖아요. 그런 커다란 기생충이 몸속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끔찍... 해. ...."


웃음 외에 다른 화답이 다른 곳도 아닌 바로 여기에 있을 거란 것은, 생각만으로도 해본 적조차 없어서,


현재 아내의 마음속이 어떻게 되어 있든 윤걸의 심상은 충격에 빠져 있었다.


어이가 없어하기는 커녕, 냉혹으로 타오르고 있는 아내의 눈빛.. 무릎 위에 누워있는 윤걸은 뒷걸음치긴 커녕 그 눈에 똑바로 마주쳐져 있


어, 도망칠 수도 없는 채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이미 기공이라고도 할 수 없는 채 윤걸의 호흡은 맥박수와 함께 점점 더 가파라져 간다. 아내가 자신에게 화를 내본 적은 몇 번 있긴


하였지만, 그것은 증오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건 문서만도 못한 전례이다.


지금.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저주와도 같은 것에, 울렁거림 속에 침식돼 있는 윤걸의 숨소리는 점차로 쇳소리만을 내어가게


되어, 끝내는 어린애같은 오열로 뿜어져 나오는 눈물들에 틀어막혀 그마저도 끊기게 되어가려 하고 있었다.


눈언저리를 따갑게 하는 눈물에 의한 정신의 각성과, 정신을 놓아버리게 하려는 울렁증이 서로 윤걸을 밀쳐대는 판국에, 그녀와의 과거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것은, 그 자신의 끝이 아닌 그의 추억에 담겨있던 아내와의 순애가 끝이라며 더럽혔다.


현실에선 윤걸은 여전히 아내와 눈이 마주쳐져 있었다. 윤걸의 안타까운 통곡에, 연인으로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순간 화가 누그러 들어질


라 했더라도, 더 이상 연인이 아닌 모친의 길을 걷게 된 아내는 이것만은 용서할 수 없었다. 이제 더 이상 아내의 1순위는 윤걸같은 게 아


니다.


윤걸이 어떻게 되든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그녀는 이를 악문 채로 증오의 가혹함을 점점 더 가열차게 냉각한다..

 

그 시각 그 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그녀의 선생의 가옥으로부터 부재 중에 있었던 여제자는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녀의 선생이 상심에 썩어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사랑스럽게도, 몰라봐주지는 않는다.


"도와줘.. 아니, 살려줘.. 나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 거야..? 난 뭘 해야만 돼.. 죄송해요.. 죄송해요.. 제발.. 제바알..."


그렇게 중얼거리며, 하루종일 비틀즈의 Yesterday를 쉴새없이 반복하여 듣고 있는 스승의 오그라든 모습을, 어린 여제자는 차분하면서도


상냥한 눈빛으로 계속 바라봐주고 있다. 그것이 윤걸에게 얼마나의 위로가 되어주었는지를 묻는다면, 그건 여제자가 위로의 수완을 어느


정도나 알고 있느냐에 비례했다. 여제자는 아직 어렸다.


그녀의 선생이 무엇을 가르치는 선생인 것인지. 사회인으로서 무용(無用)하고, 귀인의 취향으로서 한 점 부족함은 없는 이 과목이 무엇인


지는, 구태여 말할 것은 이미 없었다.


그녀와 선생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파고 들자면, 그녀는 사실으로서도 제자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끝이 나지 않기도 한다. 그런 그녀라


도 제자라고 쳐, 그녀라는 제자를 제외하고서는 윤걸의 교육의 일이, 이젠 폐업의 눈앞에 있기 때문이었다.


자연의 섭리와 순환을 공부하고 순응하여 흘러가듯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윤걸은, 사실 지금까지 운이 매우 좋았었던 것 뿐일지도 몰랐다.


이야기 속에서, 시련이란 주인공에게 있어 앞뒤가 맞지 않다 주장하고 싶을 정도로 갑작스러운 일이지만, 감상자는 그것에 무언가의 쇼크


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현실에라면 그럴 수가 없다. 윤걸은 그러하였다.


이 한 건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우울에 빠져있는 윤걸에게 무언가의 악감정이라도 있는 듯한 재앙은, 윤걸의 상처에 무심하게 연쇄적인 폭


발을 일으켜, 아직도 벌려져 있는 상처의 양끝을 비위생적인 손으로 잡고는 다시 온 힘을 다해 찢어놓았다.


진씨와 양씨가 어찌했든, 이씨 윤걸의 반 평생의 공부는 아내의 분노 하나만으로 무너져버릴 허술이라는 것이 밝혀져, 쓰러져있는 윤걸의


심신에 새로이 갈고리들을 박아놓는 것이다.


윤걸의 살속에 파고들어 박혀있는 갈고리엔, 어딘가에 묶여있는 줄이 매달려 있다. 윤걸이 지금 이 현실부터 도망가려 할 때, 타인이 윤걸


의 망신을 화제로 떠드는 것으로부터 도망치려 할 때, 갈고리는 빠지지도 않는 채 밧줄이 더욱 더 끌어당겨지며 아픔과 상처를 배로만 하


겠지. 비지니스적으로 말하자면, 마스터의 자격을 잃은 윤걸은 더 이상 제자를 들일 자격도 잃고 있었다.


그렇다고 계속 길(吉)이라도 있었냐 하면은, 이미 아내와의 일일만으로 윤걸의 운에 타진 악운은, 컵에 담긴 윤걸의 무채색 운을 새까만


타종의 액체로 바꾸어 놓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블로그에서나 아주 가아끔씩 취미로 글을 써 올려봤는데,

n번째 세계라는 소설을 쓰시던 코드님의 말씀을 듣고 이곳에 와보게 되었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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