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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머리끈

2008.11.24 01:20

카와이 루나링 조회 수:636

"머리..."

"응?"

"머리, 언제까지 기를거야?"

스윽스윽.

머리카락을 스치는 손길에 고개를 돌린다.

"안 어울려?"

"아니, 딱히 그런건 아닌데..."

'약간, 정리가 안되는 것 같아서...' 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그러고보니, 몇 달이나 길렀더라?

한 번도 다듬지 않은 앞머리는 어느새 턱 아래까지 내려오고 있었다.

집에서도 지저분하다는 말을 몇 번인가 들었던 것 같고....

앞머리 정도는 다듬는게 낫지 않느냐는 권유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내 머리에 대해서는 뭐라고 한 적 없었던 한 사람이 드디어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 그럼 자르지 뭐."

"으응?"

그에,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잘라 말해버린다.

"자르게?"

"뭐, 그냥 길러보고 싶었던 것 뿐이니까. 그래서 다듬고 하는 것도 없이 무작정 기르기만 한거야. 단지 그뿐."

자유로운 왼쪽 손으로 가볍게 머리카락을 매만져본다.

"흐응..."

그런 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일까? 갑자기 오른팔이 가벼워진다. 어느샌가 몸을 일으켜 나를 내려다보는 눈동자.

"왜?"

"아깝지 않아?"

"글쎄, 뭐, 마음 같아서는 서너달 정도 더 길러보고 싶긴 하지만."

그럴 수록 집에서는 난리가 나겠지. 간신히 어깨까지 내려오는 정도의 길이지만 벌써부터 무슨 도 닦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집안이니.

그래도, 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지금까지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머리를 잘라냈으니까.

실제로 단지 머리를 기르는 것 만으로도 굉장히 신선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우리 마왕님이 자르라고 하시는데, 잘라야지?"

"자르라고 한 적 없어. 말은 똑바로 들어야지. 맞는다?"

가볍게 주먹을 쥐어서 눈 앞에 가져다댄다. 짐짓 겁을 내는양 몸을 움츠린다.

"미안미안, 그래도 별로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 같은데, 그럼 자르지 뭐."

"멋대로 생각하지 말라고!"

콩, 하고 작은 주먹이 가슴을 친다. 무게가 실려있지는 않았지만 아마 한 번만 더 대꾸했다가는 제대로 날아오겠지.

"진짜, 예전부터 몇 번이나 말해야 하는거야?"

"우... 미안..."

툴툴대는 모습에 반쯤 매달리다시피 하며 사과한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내 젓는 나의 마왕님.

"기르고 싶은거 아냐?"

"기르고 싶지."

"그런데 왜? 내가 자르라고 하면 자를거야? 기르고 싶어도?"

"자르지 뭐."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이 보인다. 망설이는 틈 하나 없이 돌아오는 대답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바보야?"

"응."

또 한번의 물음과 망설임 없는 대답. 눈이 한층 더 가늘어지는 모습에 어깨를 으쓱인 뒤 덧붙였다.

"마왕님 명령인데. 따라야지."

"시끄러. 바보."

볼을 잡힌다. 아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잡혀서 흔들린다.

"그렇게 하면 누가 좋아해준대? 응응?"

"아야야야. 아파아파."

한참동안이나 파닥파닥 거린 뒤에야 나의 마왕님은 내 볼을 놓아주었다.

"아아, 정말이지. 어쩌다가...."

투덜투덜. '나 뿔났어요.' 하는 느낌의 오라를 마구마구 풍기며 몸을 일으킨다. 침대 아래로 내려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긴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보아하니 서랍을 뒤지고 있는 것 같았다. 뭐하는 것인가 싶어 몸을 일으키는 순간 다시 이 쪽으로 다가오는 모습.

"응? 그거 뭐야?"

"가만히 있어."

물어보는 순간, 태클이 들어온다. 이불을 걷고 다시 옆자리에에 들어오며 내 등을 가볍게 두드려 뒤로 돌게 만든다.

"다음부터는 이거 하고 다녀."

머리카락을 스치는 손길. 조금 전, 내 몸을 스다듬던 손길보다도 더 부드러운 느낌에 가볍게 눈을 감고 기다린다.

"예전에 쓰던 거지만, 지금은 안쓰고 있으니까."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에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하지만 그 것도 잠시, 눈을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이 치워지는 느낌과 뒷머리가 들려 목 부분이 드러나는 느낌은

시원했다.

"헤에..."

"너무 여러번 감아서 늘어나게 하지 말고, 옆머리가 너무 뜨면 실핀이라도 꽂아서 정리해."

"으응..."

"정말이지, 정리 안된다니까 바로 자른다는건 뭐야? 사실은 기르고 싶었다면서."

자리에 누으며 투덜거린다. 그 모습이 오늘 따라 한층 더 귀여워 보여...

가볍게 몸을 숙여 입을 맞춘다.

"... 밝힘증."

"에에, 싫어?"

"...머리는 풀어. 불편할거야."

토라진 양, 가볍게 고개를 돌리는 모습. 어쩐지, 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뒤쪽으로 손을 뻗어 머리를 묶고 있던 끈을 끄른다. 새빨간, 하지만 별 다른 장식이라고는 없는 단순한 디자인의 머리끈.

하지만 그 작은 머리끈이, 어떤 비싼 머리끈보다도 더 예쁘게 보인다.

"... 고마와요. 마왕님."

"나중에 맛난거로 갚아."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답하는 모습을 보며 가볍게 웃어보인다. 그리고는 그 옆에 누워 등 뒤에서 가볍게 나의 왕을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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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실화라든지, 경험담이라든지...

그런거랑은 약간 거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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