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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파인더16

2008.11.19 18:48

azelight 조회 수:461

 “후후후.”
 
 낸시는 야예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기분 나쁜 소리루 웃기 시작했다. 야예이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쯤 낸시는 손을 놓고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표정을 갈아탔다.
 
 “그래서 당황했던 것이군요. 음음. 죄송해요. 조금 읽었어요. 간단한 마법이지만 이렇게 눈치채지 못하게 쓰기에는 조금 기교가 필요하지요. 당신은 좀 예민한 사람인 것 같으니까요. 어쨌든 당신은 사람에 대해 서투른 것이로군요.”
 
 “읽었다고?”

 “네, 약간의 예지계에 관련된 재능이 있다면 접촉으로 정보를 얻어올 수 있죠. 물론 상대가 마음의 방비가 안 될 때의 이야기지만... 실례하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이제부터 저랑 같은 스승을 모셔야할지도 모르는 사람에 대해서 좀 알아두고 싶었거든요.”

 낸시의 양해를 구한다는 태도에 야예이는 화를 내기보다는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보기로 했다. 애초에 워낙 당당하게 당신의 생각을 읽었다라고 말하는 통에 화를 낼 생각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지만.

 “무슨 뜻이요?”

 “저와는 달리 스승님은 정말 천재에요. 아마 그 분의 스승이시며 가장 강대한 흑마법사인 기만자 다르카신이 아니면 그 분과 재능을 견줄 자가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예지계에 대해서는 손톱 때만큼의 재능밖에 없는 제자와는 달리 그 방면에서도 유능하시죠.”

 야예이는 거기까지 듣고 낸시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아챘다.

 “그렇다면 이미 지금 상황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지금 이 상황이라기 보다는 서신의 내용에 대해서 알아차리신 거예요. 그래서 스승님은 당신이 오기 전부터 이미 당신을 받아들일 생각을 하고 계셨죠. 저는... 당신이 하프오크라는 사실 때문에 불만이긴 했지만... 당신은 다행히 제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은 아닌 모양이군요.”

 “음. 보통은 다른 하프 오크들은 어떻소?”

 “다른 하프 오크들은... 대체로 무례하죠. 그르렁 거리길 즐기고 말이죠. 거칠게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흔히 야만적이라는 표현 알죠? 딱 그런 표현이 어울리는 자들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당신은 좀... 정중하네요. 뭐랄까. 겉보기와는 달리 말이죠.”

 대놓고 이리저리 훑어보며 말하는 낸시를 보며 야예이는 뭐라고 한마디 해야 하는 건가하고 생각했다. 아닌 것이 아니라 그녀의 행동이나 말은 대놓고 무례한 행위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야예이의 생각을 알고 있는지 선수를 치듯 낸시는 말했다.

 “이래도 화도 안내고 말이죠. 제 동료 중에 탬퍼라는 늙은 전신의 사제가 있는데 이러면 입이 불을 좀 뿜을 수 있게 되더라구요.”

 아마 무척 화를 내더라라는 말이라고 야예이는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 낸시라는 처녀는 무척 엉뚱한 면이 넘치는 것 같았다. 세상사 경험이 적은 그 정도를 홀랑 벗겨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자, 그럼 통성명도 했고. 어차피 같은 분의 제자가 될 것 같은데 서로 말 놓는 것이 어떨까요? 댁도 한 20대쯤 되죠? 하프오크들은 외양에 비해 젊은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저도 20대 초반이거든요.”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기에 야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야예이라고 부를테니 너도 나를 낸시라고 불러. 그럼 손님방을 안내해 줄게. 그리고 아마 수호자 키엘리니의 볼일이 끝나면 널 위한 만찬이 있을 거니까 방안에 있는 것 보다는 응접실에 있는 것이 나을 거야. 거기다 내 동료들도 너에게 무척 흥미를 가지고 있거든.”

 “당신... 음. 네 동료들도 나에 대해... 알고 있나?”

 어색한지 긴장감이 묻은 목소리로 말하는 야예이에게 낸시는 친근한 웃음을 띄워줬다. 그리곤 그렇지 않다는 듯 작게 고개를 저은 후 말했다.

 “아니. 그들은 네가 산적들을 공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덕분에 우리가 무척 쉽게 그들을 제압할 수 있었지. 내 생각도 그렇지만 그 사람이 네가 맞지?”

 야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자 우선 따라와 봐. 여기가 네가 묵을 방이야.”

 계단에 가장 가까운 방들 중 왼쪽 방의 문을 열고는 낸시가 말했다. 야예이는 자신이 묵을 방을 둘러보았다. 상당히 산뜻하고 깔끔한 방이었다. 깨끗한 백색 요가 덮인 침대 위로 이불과 베게가 정돈되어 올려져 있었고 침대 머리맡에는 침대 높이에 딱 맞는 서랍장이 놓여 있었다. 그 위에는 촛대가 놓여 있었고 서랍장 옆에는 옷걸이가 세워져 있었다. 그 외에도 자그마한 거울이 붙은 화장대와 액자, 꽃병이 방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맘에 들어?”

 “아, 물론. 마음에 들어.”

 “짐들은 대충 내려놔. 나중에 정리하고 내려가자. 그들이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낸시의 말대로 야예이는 무기와 가방을 내려놓았다. 갑옷도 벗어서 내려놓은 후 그는 낸시로부터 화장대 서랍 속에 들어있던 열쇠를 건네받았다.

 “이 열쇠가 이 방의 열쇠야.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나중에 네가 방을 비울 때 다시 화장대로 돌려놓으면 돼. 가자.”

 몸을 돌려 방을 나가는 낸시를 보며 야예이는 열쇠를 주머니 속에 넣었다.
 응접실로 돌아오자 여전히 카드 게임을 하고 있는 두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낸시는 그들을 불러 주의를 끌었다.

 “이봐요. 우리 추측이 맞았어요. 여기 하프 오크 분이 산적을 습격했던 분이 맞다고 하네요.”

 “야예이 할룩이라고 합니다.”

 낸시가 자신을 두고 이야기하자 일단 야예이는 자기 소개부터 했다. 그러자 두 남자는 카드를 손에 놓고 일어났다. 노인은 겉보기만큼 거구였고 남자는 노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리호리했다. 물론 노인은 야예이만큼 건장하진 못했다.

 “허. 굉장한 몸이로군. 음. 난 탬퍼라고 하네. 성은 없네. 전신의 교단에 들어가면서 성 따윈 버렸지. 잘 부탁하네.”

 자신을 소개하며 내민 손을 맞잡자 야예이는 그의 손이 단단하고 억세며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손등에 잔 흉터들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가끔 주먹다짐도 즐겼을 것이리라고 예측해볼 수 있었다.

 “나는 로딘 다르라고 하네. 야예이. 만나서 반갑군.”

 로딘 역시 악수를 청해왔다. 야예이는 그가 가늘게 빠졌지만 그럼에도 도저히 약하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손에서도 충분한 힘이 느껴졌고 속속히 박힌 굳은살이 그가 상당한 세월동안 무기를 쥐어왔음을 증명했다. 

 “반갑습니다.”

 야예이가 답하고 나자 탬퍼와 로딘은 의자에 앉길 권했다. 처음 저택 안에 들어왔을 때 보았던 무심함과는 다르게 그들은 야예이에게 무척 흥미를 지니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 팔짱을 끼고 앉은 탬퍼가 먼저 입을 열었다.

 “흠, 자넨 하프오크 치고는 독특한 성향을 지닌 듯 하더군. 궁술이라니. 제법 인상적이었어. 덕분에 우리가 기습당하지 않을 수 있었지. 감사하네.”

 일행을 대표하듯 탬퍼가 말했다. 야예이는 그가 일행의 대표라고 보고 그 부분을 염두에 두기로 했다.

 “아닙니다. 그냥 두고 지나갈 수 없었을 뿐입니다. 무모한 행동을 했으니 레인저로서는 실격이라고 할 수 있지요.”

 “겸손하군. 자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진 모르지만 적어도 상당하다는 것은 알 수 있으니까. 흠... 자네는 자신감이 좀 부족한 것 같군. 자네 능력에 어느 정도 자신을 가져도 좋아. 전사로서의 기량은 확실히 있는 것 같으니 말이야. 그 보다 나중에 한 번 대련해 보지 않겠나? 한 번 실력을 보고 싶은데.”

 “대련 말입니까?”

 야예이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호승심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강자를 만나면 맞붙어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워서야 곤란 한 것이었다. 야예이가 대답을 망설이고 있을 때 낸시가 탬퍼의 다리를 걷어찼다.

 “음!”

 탬퍼는 정강이를 발끝으로 걷어차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을 참아냈다.

 “고통으로 호승심을 삭히세요. 사제님. 갑자기 대련 요청부터 하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낸시는 정강이를 후려찰 때와는 달리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다. 탬퍼는 ‘찡’하고 올라오는 고통을 참고는 입을 열었다.

 “음. 하지만 이런 상대를 보면 맞붙어 보고 싶은 것인 인지상정이라서 말이지. 강자와의 대결이라니. 전사로서 보람찬 일 아니냐.”

 “하지만 할아버지는 전사가 아니라 성직자잖아요. 아무리 전신의 성직자라고 해도 머릿속까지 투쟁으로 채워놓을 필요는 없다고요.”

 “윽. 난 아직 창창하다.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탬퍼씨라고 부르라고 했지 않느냐. 뭐, 내가 좀 성급했다는 것은 인정하마. 하지만 저 친구는 좀 소급적으로 보여서 그런 것뿐이야. 저 친구는 밀어붙일 필요가 있어. 그렇지 않으면 끝도 없이 고민하고 있을걸. 그리고 자신감도 좀 붙여주고 말이야.”

 소급적이라는 말에 야예이는 자신이 그렇게 티가 나는가 하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내리는 평가가 대부분 그런 것 같았다. 적극성을 보인 적이 거의 없긴 했으니 그렇게 보는 것도 당연하긴 한데.... 사실 그가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낯선 탓도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천성적으로 나서길 좋아하진 않는 면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저도 그 생각에 찬성해요.”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엘리엔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의 뒤로 키엘리니가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뒤 따라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일이 생각대로 되지 못한 듯 했다. 하지만 그런 키엘리니와 상관없다는 듯 엘리엔은 미묘한 느낌의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야예이. 네겐 자신감이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경험도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네 여정을 후원해줄 테니. 여기 수호자 키엘리니를 도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지 않구나.”

 엘리엔은 키엘리니를 가리켰다. 그리고 야예이가 대답하기도 전에 낸시가 먼저 물었다.

 “여정이라고요?”

 “그래. 될 수 있다면 너도 도왔으면 좋겠구나. 나의 가장 훌륭한 제자가 은인의 지인을 따라가 준다면 무척 안심이 될 것 같으니 말이다.”

 “음, 하지만 지금 저는 홀몸이 아닌데요?”

 낸시는 엘리엔의 말에 탬퍼와 로딘을 양손을 들어 가리켰다.

 “물론 경비는 내가 부담할 생각이다. 그래, 정확히 말하자면 고용한다는 말이 되겠구나. 그리고 네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일을 잘 마친다면 네 승급에 대해서도 고려해보지.”

 “확정적이지 않네요.”

 “실패할 경우도 생각해 봐야 하잖니. 그러니 잘 생각해보렴. 상당히 위험한 여정이 될 것 같으니 말이다.”

 엘리엔은 그렇게 말하고는 키엘리니를 돌아보았다.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하도록 하지요. 오늘은 푹 쉬도록 하세요. 결과가 이렇게 된 것은 저로서도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군요.”

 “아니요. 오히려 더 잘 된 일일지도 모르지요. 그런 분이 계시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니까요.”

 키엘리니는 굳은 표정을 펴며 말했다. 엘리엔은 그런 키엘리니에게 미안하다는 의미와 위로의 의미가 담긴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럼 일단 식사부터 들도록 하지요. 레티가 솜씨를 부렸을 테니까요. 다들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고 여독도 풀어야 할 테니 수호자 케일리니와 관련된 여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내일로 미뤄두도록 해요.”

 엘리엔은 다들 식당으로 가도록 권했다. 그 말을 하는 동안 엘리엔의 목소리에는 거부하기 힘든 권한이 실려있었다. 뭔가 몇마디 더 질문해보려던 낸시와 탬퍼는 그 강한 힘에 입을 다물었다. 도저히 그녀의 권유를 거부하고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낸시는 일체 질문을 거부한 스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예측해 보려고 머리를 굴리며 식당을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낸시가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라곤 엘리엔이 말할 것이 최소한의 숫자만 알아야 하는 일이라는 것일 것 같다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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