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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15

2008.11.18 15:47

azelight 조회 수:427

오타지적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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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사 엘리엔의 저택은 흔히 말하는 귀족들의 집에 비하면 그리 크다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2층 크기의 저택을 대리석으로 만든데다가 호화로운 장식들이 붙어있었기 때문에 훨씬 화려해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목숨을 책임지는 장비들 외에는 검소와 청렴을 목표로 삼은 키엘리니에게는 거북할 정도였다. 물론 야예이도 지금 만큼은 키엘리니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키엘리니는 두벌의 갑주가 지키듯이 서 있는 문을 두드리기 위해 손을 가져갔다. 그러나 키엘리니가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끼익’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 뒤에는 갈색 머리칼의 처녀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양손을 다소곳하게 모으고 서있었다. 별과 달의 문양이 들어간 백색 로브를 입은 갈색 머리칼의 처녀는 고개를 한 번 숙이고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호자 키엘리니 세스타니엘. 네달렉스의 성전사여. 그리고 레인저의 제자 분. 마법사의 저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어프렌티스인 낸시라고 합니다. 자, 메이거스 엘리엔께서는 지금 당신들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한 몸짓을 하고는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뭐라고 대답을 할 틈도 없었고 어떤 이야기도 듣지 않겠다는 태도였기 때문에 두 사람은 얌전히 낸시의 뒤를 따랐다. 저택 안으로 들어가면서 야예이는 조금 거북함이 들었지만 그것을 티내거나 하진 않았다. 그보다는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며 그 거북함에서 눈을 돌리려고 했다. 덕분에 야예이는 저택의 외부와 내부의 격차를 확인하고는 이래저래 거북함을 누를 수 있었다.
 극단적으로 화려한 외관과는 달리 저택의 내부는 단출하기 짝이 없었다. 몇몇 어울리지 않게 고급스러운 가구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내부를 차지한 단순하고 투박한 가국들과 조화를 이루진 못하고 붕 떠 있었다. 아무래도 저택의 주인인 마법사는 집 안의 장식에는 그리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응접실에는 아마도 먼저 온 손님으로 추정되는 인간 남자 두 사람이 탁자에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고급스러운 원목으로 된 탁자 위에서 카드 게임을 벌이고 있는 그들 중 한명은 야예이보단 못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근육과 몸집을 가진 노년의 남자였다. 그리고 노년의 남자의 상대는 30대 초반 정도로 추정되는 갈색 머리의 남자였는데 무표정한 얼굴로 게임의 상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역시 노년의 남자와는 달리 날렵해 보이는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두 남자는 응접실을 지나는 키엘리니와 야예이를 곁눈질로 흘깃 보고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카드게임으로 다시 몰입했다.
 응접실을 지나자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걸어 올랐다. 계단을 올라오자 좁은 복도와 함께 많은 수의 문들이 벽면을 메우고 있었고, 낸시는 키엘리니와 야예이를 복도 끝에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마법문자인 페시언이 군데군데 새겨져 있었다.
 야예이는 흘깃 보고 페시언들이 일정한 법칙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무슨 원리인지 까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알아볼 것도 없이 이 페시언들이 문을 강화하고 안쪽의 방을 수호하고 있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런 성질이 느껴졌던 것이다.

 “스승님. 손님들을 모셔왔어요.”

 낸시가 문 앞에 서서 낮직하게 말했다. 워낙 작아서 안에서 들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키엘리니와 야예이의 그런 염려와는 달리 안에서 역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손님들을 모시고 들어오렴.”

 대답을 듣자마자 낸시는 문을 열었다. 특이하게도 경첩이 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묘한 적막 같은 것이 방 내부를 감싸고 있는 것을 느끼며 야예이는 마법사를 주시했다.
 엘리엔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법사는 야예이가 스승으로부터 들었던 것 보다 훨씬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아마도 에크로반의 말대로라면 40은 되었어야 했을 그녀는 아직 20대 후반 쯤으로 보이는 외모를 하고 있었다. 키엘리니 만큼은 아니지만 금을 녹인 듯한 금비 머리칼이 이마에 찬 서클렛 주위로 흘러 내렸고 푸른 눈동자에선 마법적인 힘의 발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주변으로부터 경의를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분위기를 두르고 있었는데 분명 마법적인 힘의 영향인 것 같았다. 

 “반갑군요. 저는 엘리엔이라고 합니다. 협회의 메이거스이며 색의 칭호를 가진 16인 중 한명으로서 키엘리니양을 환영합니다. 아, 물론 친우의 제자도 개인적으로 환영해요. 먼 길을 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환대에 감사합니다. 메이거스 엘리엔. 저는 엘리우스 대사제의 소개를 받고 찾아왔습니다. 당신이 제 의문을 풀어주실 수 있는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것은 엘리우스 대사제의 소개장입니다.”

 키엘리니가 내민 소개장을 받은 엘리엔은 그것을 뜯어보지 않고 자신의 앉은 의자 옆의 작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 이미 그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와는 예부터 친분과 빚이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수호자 키엘리니. 당신의 용건을 잠시 미뤄둬도 될까요? 제가 고대하던 소식을 먼저 듣고 싶어서 말이에요. 제게 있어 아주 중요한 소식이랍니다.”

 “물론입니다.”

 엘리엔이 양해를 구하자 키엘리니는 아쉽긴 했지만 승낙했다. 드디어 기억의 단서를 얻을 수 있다는 마음에 성급함이 앞섰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키엘리니는 야예이가 죽은 엘리엔의 친우의 유서라고 할만한 것을 가지고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자신이 먼저 배려했어야 했다고 키엘리니는 생각했다.
 하지만 야예이나 엘리엔은 키엘리니의 실례를 탓하거나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야예이는 묵묵히 그의 가방에서 가죽주머니에 동봉 된 종이를 꺼내 엘리엔에게 내밀었다. 종이는 독특한 방식으로 접혀 있었고 이음매는 촛농으로 봉인되어 있었다.
 엘리엔은 봉인을 뜯고 서신을 펼쳤다. 그리곤 서신을 내용을 읽어 내렸다.

 “네 이름은 야예이로군. 그리고 에크로반으로부터 성을 물려받았고...”

 엘리엔은 서신에 여전히 시선을 두고는 야예이에게 말했다.

 “네, 저 이름은 야예이 할룩입니다. 스승님께선 자신의 성을 물려주셨습니다.”

 “성을 물려주다니... 그는 너를 진정 자신의 아들로 여겼었구나. 하지만 그 자식은 여전히 그를 아버지라고 부르기보다는 스승이라고 부르는군. 불효자로군.”

 야예이는 뜨끔했다.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프오크라는 입장 때문에 자신의 삶의 대부분에 수동적인 자세를 취해온 야예이로서는 에크로반의 행동에 대해 다각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성을 물려준 다는 것이 자신을 양아들로 받아들이겠다는 말이라곤 생각 못한 것이다.
 물론 생각해보려고도 하지 않았었다. 무엇보다 존경하는 에크로반을 아버지 대리로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는 야예이였다. 야예이에게 있어 그는 지도자이자 길잡이였다.

 “음, 그것은...”

 야예이는 뭐라 대답하지 못하고 쩔쩔 맸다. 엘리엔은 그 문제를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거나 강조할 생각은 없었던 듯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됐어. 농담이니까. 그보다 에크로반은 내가 너를 맡아주길 바라는 것 같군. 뭐, 다른 생각은 있어? 어떻게 하겠니?”

 엘리엔의 질문에 야예이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다. 사실 그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생길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이 뭔가를 결정해야 하다니. 야예이와 에크로반의 사이에서는 이런 것이 필요 없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그는 자신이 얼마나 이런 면에서 부족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의 역할이 그저 전달자에 불가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엘리엔은 머리 굴리느라 애쓰고 있는 야예이를 보면서 손에 쥐고 있던 서신을 태워버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조금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겠군. 아무래도 에크로반도 네게 이야기를 안 한 것 같으니. 그럼 나가보도록 해. 낸시. 그에게 손님방 중 하나로 안내해 주렴. 나는 여기서 수호자 키엘리니와 이야기해야겠다.”

 “알겠어요. 스승님.”

 낸시가 살작 인사하고는 야예이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야예이는 자신의 한심함에 좌절하며 낸시의 뒤를 따랐다. 방을 나서자 낸시가 빙글 돌아 야예이를 마주보더니 빙긋 웃었다.

 “당신이 레인저 에크로반의 제자로군요. 스승님께서 에크로반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함께 모험을 하던 동료라고요.”

 “네, 저도 들어었습니다. 저는 야예이 할룩이라고 합니다.”

 “네, 저는 낸시라고 해요. 메이거스 엘리엔의 제자지요. 만나서 반가워요.”

 낸시는 자신을 고개하고 손을 내밀었다. 야예이는 조금 어색하게 손을 내밀어 낸시가 청한 악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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