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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14

2008.11.17 18:31

azelight 조회 수:434

 란도스 성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뮬리아의 마차가 거의 사람이 걷는 속도랑 비슷하게 움직인 결과였다. 키엘리니와 야예이 역시 란도스 성에 있을 마법사가 달아날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재촉하거나 하지 않고 별 것 없는 겨울의 풍경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니면 별 것 아닌 주사위 게임을 하거나 땅따먹기 게임 같은 것을 즐겼다. 뮬리아의 마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한 놀이도구들이 상당히 존재했고 그들 중 일부는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누구에게나 깊은 인상을 남기는 란도스의 성채가 보이기 시작하자 뮬리아는 또 다시 그녀가 알고 있는 많은 잡식들을 꺼내서 늘어놓기 시작했다.

 “란도스 성에 대한 이야기를 아세요? 저 성은 란도스성이란 본래 명칭 말고도 겨울의 요새, 슬픔의 요새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뮬리아가 꺼낸 그 이야기는 키엘리니도 아는 바가 있었다. 지금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대 전승으로 내려오는 이야기였다. 수많은 고서가 꽂혀 있는 신전의 도서관에서 이름도 기억안나는 책속에 잠시 스쳐가듯 적혀있던 이야기였다.

 “저도 들어본 적이 있어요. 1세기가 끝나가는 무렵에 이곳에서 최후의 성전이 있었던 곳이지요.”

 “성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고 호기심이 생겼기에 야예이는 본의 아니게 끼어들게 되었다. 그로서는 구세기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뮬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성전이에요. 1세기는 이 성전 덕에 끝났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것이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고 어떤 결말이 났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아요. 전쟁의 주체인 쌍방이 전쟁의 종결과 함께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그 전설들은 전승으로 남아 이야기 되곤 하지요. 란도스 성에서도 그 이야기들이 남아 있고요.”

 “그렇군요. 저도 자세한 이야기는 몰라요. 아직 상에 닿기 까진 시간이 있으니 들려주시지 않으시겠어요.”

 키엘리니의 청에 뮬리아는 그러겠노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자세한 이야기까진 몰라요. 전승의 대부분이 세월이 흐르면서 소실되었으니까요. 저 제국의 대서고 같은 곳이라면 자세한 전승의 기록이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저 같은 이가 가까이 갈 수 있을 만한 곳이 아니지요. 제가 아는 것들만 들려드릴게요.
 먼 옛날에 1세기가 끝날 무렵이라곤 하지만 사실 그 때 하나의 문명이 몰락할 전조 따윈 있지 않았다고 해요. 하지만 어떤 이들이 성전을 일으켰지요. 이 전쟁이 성전인 이유는 그들이 어떤 여신의 사도였다는 점 때문이에요. 신의 이름을 건 전쟁이었죠. 그 여신이 무엇을 바랬고 어떤 이유로 성전을 선포했는지는 알 수 없어요. 하지만 그 성전은 세상을 지금과 같이 변화시키는 전쟁이었고 그 성전이 없었다면 세상이 지금 같이 될 수 없었다고 하지요. 물론 그것이 어떤 변화이고 무엇을 통한 변화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그걸 알 수 있는 유일한 자들이 사라졌으니까요.
 란도스 성은 그 시기에도 이미 존재했어요. 이곳은 성전을 일으켰던 자들의 최후의 성채들 중 하나였죠. 여신의 사도들이 이 서애에 강력한 마법의 결계를 펴고 말로서 성을 쌓았다고 해요. 강력한 신의 힘이 사역되었던 기적의 성이 바로 저 성 이었죠. 그리고 그들은 그 성채의 이름을 겨울의 요새라고 불렀다고 해요. 어째서 겨울의 요새라고 이름 지었는지는 저도 몰라요. 그것이 시련이라는 뜻이기에 그랬다는 학자들도 있고 이 성이 지어졌을 때가 마침 겨울이었고 궁지에 몰린 자신들의 처지에 비해서 지었다는 설도 있어요.
 저 전성에 걸린 모든 마법들은 바로 1세기 때 걸린 마법들이란 것이에요. 저 거대한 성 역시 마법으로 지어진 것이지요. 고대로부터 이어져 왔지만 여전히 쇠퇴하고 있지 않는 영구한 보호마법이라니. 엄청나지 않나요? 지금 시대의 마법사들이나 신의 이적을 사역하는 성직자들도 저런 것을 만들어 낼 수 없을 거예요.”

 뮬리아가 이야기를 끝마쳤음에도 키엘리니는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키엘리니는 그 이야기가 묘하게 친숙하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다른 이로부터 훨씬 간략하게 생략된 이야기로 들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어쩌면 기억을 잃기 전의 자신은 이 전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쟁의 승패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들은 란도스 성을 지킨 것입니까?”

 야예이가 묻자 뮬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뇨. 결말은 알려지지 않았어요. 그들은 마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말았으니 까요. 대부분의 전승이 사라진 이유도 그 때문이죠. 성전을 벌였던 자들도 맞섰던 자들도 모두 없었다는 듯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으니 까요. 다만 있었던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 그런 일이 있었다는 전승정도만 내려오고 있는 것이고요.”

 “음, 모두 다 사라져 버렸다라...”

 “네, 정말 신비하지요. 그리고 여전히 그 전설의 흔적이 보이는 곳이 이 란도스 성이라는 것이지요.”

 “다른 이야기는 더 아는 것이 없나요?”

 한 동안 멍하니 자시 생각에 빠져있던 키엘리니가 뮬리아에게 물었다. 이 이야기들에게서 뭔가 기시감을 느끼는 것을 보면 뭔가 기억에 대한 가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역시 교단을 떠나 온 것이 잘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교단에 틀어박혀서 끙끙 앓아 봤자 기억에 대한 단서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던 것에 반해 밖에 나오자마자 벌써 몇 번이나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다.
 
 “글쎄요. 알려진 다른 이야기들은 없네요. 하지만 제국의 대서고나 란도스의 브린자드 변경백의 성에 가면 좀 더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물론 거기 들어가려면 걸맞은 자격을 가져야 하겠지만요.”

 그 자격을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이 아까운 듯 뮬리아가 아쉬운 낌새를 풍겼다. 물론 키엘리니도 마찬가지였다.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했으니 말이다. 키엘리니는 아쉬워 하면서 엘리엔을 만나고 나면 브린자드 변경백령을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대귀족이라고 하더라도 전 세계에 단 여섯 자루 뿐인 홀리어벤져의 주인을 박대할 순 없을 거라는 것이 키엘리니의 생각이었다.

 “그렇군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키엘리니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언제 쯤에 브린자드 변경백의 성을 방문할지 생각해보았다. 아무래도 마법사와의 볼일이 언제 끝날지 확실히 않으니 만큼 적당한 시간을 정하기 쉽지가 않았다.
 키엘리니가 고민하는 사시에 마차는 란도스 성의 정문에 도착했다. 경비병들의 검문은 엘리엔이 준 패를 보여주는 것으로 간단하게 생략되었다. 그리고 뮬리아는 제법 란도스 성에 들렸기 때문인지 경비병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정문을 통과하고 뮬리아가 물어왔다.

 “그렇고 보니 마법사 엘리엔님의 저택으로 가신다고 하셨죠?”

 “네.”

 “그렇다면 제가 바래다 드릴께요. 엘리엔님의 저택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이 곳 란도스 성은 마치 미로처럼 골목골목이 얽혀 있어서 처음 온 사람들은 헤매기에 딱 이거든요.”

 “그럼 감사히 안내 받도록 하지요.”

 키엘리니는 뮬리아의 호의를 받아 들였다.
 구불구불한 도시의 골목을 지나며 야예이는 유심히 길들을 살폈다. 침입자의 눈을 혼란케 하기 위해서인지 이 골목길들은 대부분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잘못하면 그 자신조차도 다음 골목과 전번 골목이 헷갈릴 정도였다. 물론 키엘리니는 말할 것도 없었다.

 “헷갈리죠. 전성으로 지어져서 그런지 내부가 완전히 미로에요. 모르는 이는 주민들의 도움이 없으면 도시에서 영원히 빠져나가지 못할 것처럼 보일 정도죠. 아, 다왔다. 저기에요.”

 뮬리아가 마차를 멈추고는 손가락 끝으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화사한 저택을 가리켰다. 정문에는 두벌의 갑주가 경비를 서듯이 서 있어 나름 위압적인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야예이는 굳이 갑주를 세워둘 이유가 없다보니 저것이 무슨 마법적인 조치가 된 것일 거라고 생각하며 집을 살폈다. 재질 자체는 평범하지만 독특한 느낌이 지속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과연 마법사의 집이라 할 만했다.

 “그럼, 이걸로 작별이네요. 태워주셔서 감사했어요.”

 키엘리니가 마차에서 내리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야예이도 이어 “감사했습니다.”하고 인사했다. 뮬리아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아니에요. 영원히 빠이빠이 하는 것도 아닌데요, 뭐.”

 뮬리아는 장난기를 담은 웃음을 지었다.

 “네?”

 “또 만날 수 있을 거란 이야기에요. 왠지 그런 느낌이 나네요. 자, 그럼 담에 봐요.”

 키엘리니가 의문의 담은 표정을 짓자 뮬리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마차를 출발시켰다. 야예이는 분명 예지술사임에 틀림없는 뮬리아를 보며 반드시 다시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의지로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키엘리니와 야예이는 뮬리아의 마차가 골목 너머로 사라지기 전까지 지켜보았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키엘리니가 야예이에게 말했다. 그녀는 뮬리아가 한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있는 듯 했다. 야예이는 고개를 끄덕여 그렇다고 답해줬다. 키엘리니는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이 웃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자, 그럼 마법사님의 저택으로 가보죠. 조금 긴장되네요.”

 “후.”하고 숨을 내쉬고는 키엘리니가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야예이는 아까 마차가 서 있던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토른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한 다음 키엘리니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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