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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13

2008.11.16 00:28

azelight 조회 수:431

안구 염증 크리와 친척 동생의 습격으로 그닥 쓰지 못했네요.

내일도 아마 친구들하고 놀러간다고 못쓸 듯 한데;;;

끙... 하루에 3페이지는 쓰고 싶것만 맘 먹은 대로 안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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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리아의 말을 듣고 키엘리니는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했다.

 

“분명 그렇군요. 신의 인도가 있다면 미래에 대해 불안 따윈 없는 법이지요.”

 

“그래서 보통 성직자분들은 이용하지 않으시거든요. 같은 이유로 마법사님들도요.”

 

싱긋 웃는 뮬리아의 표정에서 주고객이 아닌 자들에 대한 호기심이 선뜻 비쳐 지나갔다. 그것을 느낀 키엘리니는 곤란하다곤 생각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물어본다고 해도 알려줄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난감해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뮬리아가 성기사에 대해 물러보았다고 해도 키엘리니는 자신들이 가진 계율들 외에는 들려줄만한 것들이 없었을 것이다. 물론 들려줄 수 있는 모험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교단의 비밀임무였기에 말해줄 만한 것들이 못되었다.

그 때 야예이가 입을 열었다. 그는 뮬리아가 돌아앉은 마부석에 아무렇게나 늘어진 고삐를 가리키며 질문했다.

 

“저 고삐를 잡고 있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네, 휴리랑 뮤리는 얌전하고 영리한 애들이거든요. 내버려둬도 길 따라서 잘 갈 거예요.”

 

확실히 뮬리아의 말대로 두 마리의 말은 얌전히 길을 따라 마차를 끌고 있었다. 뒤에 늑대인 토른이 동행하고 있는데도 저 두 필의 말에게서 전혀 동요나 불안감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이상하긴 했지만 야예이는 신경을 끊기로 했다. 적어도 뮬리아는 적대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혼자서 여행하는 젊은 처자라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어떤 수단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특히나 그것이 마법 같은 것이라면...

그렇다곤 해도 마법사인 뮬리아가 치는 점이라면 상당한 정확성을 자랑할지도 모르겠다고 야예이는 생각했다. 마법사들 중에는 천기를 읽고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자들이 존재한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자 가 그런 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야예이는 그녀를 시험해보거나 할 생각은 없었기에 굳이 그녀가 마법사가 맞냐고 질문하진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그는 마찰을 싫어하는 성격이었고 인간들에게는 어느 정도 불신을 지니고 있었다. 비록 그렇지 않은 자들이 있을지라도 그가 겪은 배척의 시간이 너무 길었던 탓이다. 그리고 그 긴 배척의 역사만큼이나 그는 사람을 대하는 일이 서툴렀다.

야예이는 키엘리니와 뮬리아의 대화역시 오직 듣기만 할뿐 끼어들지 않았다. 끼어들 필요도 없었을 뿐더러 끼어든다고 해도 어느 이야기가 좋을 것인지 쉽사리 떠올리지 못할 것이었다. 그래서 야예이는 자신이 말을 하기 보다는 둘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행히 뮬리아는 대단한 이야기꾼인지라 듣는 입장에서도 함께 대화하는 입장에서도 심심하지 않았다. 거의 신전에서 틀어박혀 살던 키엘리니와 산 속에서 고립되어 살았던 야예이로서는 들을 수도 겪을 수도 없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마치 이야기하는 행위에 굶주린 것처럼 그녀는 쉴 새 없이 이야기했다.

 

“대단히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군요.”

 

키엘리니는 감탄했다. 그녀가 보기에는 뮬리아는 그녀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기억을 잃은 후 살아온 6년은 그녀에게 있어 너무나도 짧은 세월이었고 그녀가 지금 갖춘 것들을 익히기에도 벅찬 시기였었다. 그에 비해 이십 몇 년을 살아오며 세상 곳곳을 떠돈 뮬리아는 자신에 비해 한층 완성되어 있어 보였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야 언제나 차분하고 침착하게 보이는 분위기를 갖춘 키엘리니는 더 높이 쳐주겠지만 말이다.

 

“에에이. 아니에요. 음음, 그보다 여러분은 혹시 점에 관심 없으세요?”

 

“점요?”

 

“아아, 복채를 받으려는 것은 아니에요. 흥미죠, 흥미. 사실 말하자면 키엘리니씨가 참 흥미로운 뭔가를 지닌 것 같거든요.”

 

“제가요?”

“네. 키엘리니씨는 지금 과거랑 단절되어 있지요?”

 

뮬리아의 말이 정답이었기에 키엘리니는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홀리어벤져를 쥔 이후 이렇게 놀라보긴 처음인 것 같았다. 직관으로 상대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성직자들은 제법 있었지만 과거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어, 맞아요. 어떻게 아셨지요?‘

 

“에이~ 에이~. 제가 본직이 점쟁이잖아요. 딱하고 보면 척~하고 온다고 해야 하나. 어때요? 이제 흥미가 생기나요?”

 

뮬리아는 별거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두 눈동자에 이채를 띄며 말하는 그녀를 보니 대단히 키엘리니에게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키엘리니 역시 그녀가 과도하게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하지만 그녀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일이 영 쉽지 않음 역시 느끼고 있었다. 손쉽게 그 본성을 느낄 수 있는 야예이와는 달리 뮬리아의 그것은 안개처럼 뿌옇다는 것을 이제 와서야 느낀 것이다.

 

“어째서 제게 흥미를 가지시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저는 미천한 신의 종일 뿐인데.”

키엘리니는 거절할 요량으로 겸손히 말했다. 하지만 뮬리아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 듯 했다.

 

“그렇지 않아요. 당신에게서 커다란 운명의 힘이 느껴지니까요. 비할 곳 없는 고난의 길이. 사실대로 말하자면 전 그런 당신의 그런 운명을 느끼고 멈춰선 거였어요. 그리고 이렇게 마주보니 확실히 알 것 같네요.”

 

뮬리아의 말에 키엘리니는 한숨을 쉬었다.

 

“거절하겠어요. 그것은 신께서 주신 시련. 미리 알고 피해서는 안 되는 것이에요. 죄송하게 됐군요.”

 

그리고 정중하고 단호한 어조로 거부했다.

자신에게서 고난의 길이 느껴진다는 사실이 키엘리니를 불안하게 했지만 동시에 그 고난은 네달렉스의 시련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요. 그거 아쉽네요. 그럼 거기 야예이씨는 어떠세요? 혹시 생각 있으세요? 당신도 키엘리니씨 못지않은 일을 겪을 것 같은데.”

 

뮬리아는 야예이에게도 권했지만 야예이는 고개를 저었다. 점을 미신으로 치부하는 것도 아니고 마법사일 가능성이 높은 뮬리아의 점을 믿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야예이는 미래를 점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미래는 미지의 것이며 눈길 밖의 장소에 있어야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레인저의 그는 자연을 이해하는 자이며 생존의 대가이다. 그것은 동시에 자연과 가장 조화로운 길을 걸어간다는 것과 같았다.

야예이마저 거절하자 뮬리아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공짜로 점쳐준다는 데도 거절하는 사람들은 처음 본다는 식으로 투덜거렸고... 키엘리니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리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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