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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9

2008.11.10 14:54

azelight 조회 수:475

란도스는 브린자드 변경백령의 중심이다. 혹시나 있을 침략을 위해 만들어진 이 도시는 동시에 전성으로 이름 높은 곳이었다. 빠른 보급과 병력의 이동을 위해 그물망 같은 지하도가 펼쳐져 있고 가옥들은 언제라도 방호벽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석재로 단단하게 지어져 있었다.

보기에도 살벌하고 강인해 보이는 도시가 바로 이 란도스였다. 처음 보는 이라면 누구라고 이 란도스 성채가 인상 깊게 보이리라. 바깥으로 성벽을 빙 두르고 있는 뾰족하게 뻗은 철책과 함께 마법이 걸려 있는 성채의 표면의 거무튀튀한 빛깔은 안 그래도 건조한 성벽에 살벌함을 더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살벌한 인상에 대해 감명받은 것은 브리잔드를 손에 꼽을 만큼 방문한 탬퍼와 로딘만이 그랬을 뿐이다. 오랫동안 이 란도스에서 살았던 낸시는 흥미조차 없는지 책에만 시선을 주고 있을 뿐이었다. 추운 겨울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이 시리지도 않는지 낸시는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잘도 책을 보고 있었다. 반면 옆에서 마차를 몰고 있는 로딘은 손이 시린 듯 두꺼운 장갑으로 무장을 하고 마차를 몰고 있는데 말이다.

뭔가 신비한 마법의 가호를 받고 있는 듯 했다. 가끔 로딘의 방향으로 바람이 불 때면 따뜻한 공기가 가닥가닥 로딘에게로 흘러들어오곤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낸시는 그 마법적인 가호를 로딘에게도 사용해줄 의도는 전혀 없는 듯했다.

물론 로딘도 이깟 추위로 우는 소리를 할 생각은 없었다. 훨씬 더 혹독하고 배고픈 겨울도 보낸 적이 있었다. 아니... 고향에 아들을 두고 떠나온 순간부터 그의 마음속은 내내 겨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돌아가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 아들을 위해 그는 돈이 필요했다. 가진 거라고는 싸우는 재주뿐인 그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모험을 하든지 아니면 용병 일을 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인에게 아들을 맡겨놓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립고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비록 자식을 위해서라도 아들을 내버려두고 떠나 부모 없이 자라게 만든 자신에겐 이 정도의 고통은 오히려 달가운 것이었다.

 

“멈춰 서시오.”

 

브린자드의 관문에 도달하자 사슬옷과 창으로 무장한 경비병이 소리쳤다. 로딘은 말의 속도를 늦추어 경비병의 근처에 도달할 때 쯤 멈춰 섰다.

 

“검문과 함께 통과세를 징수 하겠소.”

 

경비병이 마차에 다가오며 그렇게 말하는데 낸시가 품에서 금색패 하나를 꺼냈다. 무지갯빛이 도는 신비한 이 금패를 경비병은 금세 알아보았다.

 

“아! 영지 소속의 마법사님이시군요. 실례했습니다. 통과하십시오.”

 

패를 보자마자 경비병은 격식 있게 경례를 붙이고 그리 말했다. 낸시는 그에 고개를 살짝 숙여 답인사를 해주었다.

경비병이 마차 앞에서 비켜서자마자 로딘은 마차를 움직였다. 4마리의 말이 이끄는 포장마차는 경쾌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란도스로 통하는 관문을 넘어서자 낸시는 그제야 자신이 다시 돌아왔음을 실감했다. 거의 4년만의 귀환. 그래서인지 변한 것이라고는 눈에 띠지 않는 살벌한 도시의 광경도 왠지 반갑게 느껴졌다. 볼거 없는 도시라며 투덜대던 시기가 있었고 수많은 유려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보며 감탄하곤 했기에 왠지 거리감만 더 느껴졌던 란도스가 그래도 고향이라고 정겹게 보이는 것이다.

낸시는 속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후후후.”하고 웃었다. 옆에 마차를 몰고 있는 로딘이 이상한 눈으로 보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것을 신경 쓰면 낸시가 아니다.

“도착했나?”

 

포장마차의 천막 틈새로 탬퍼가 땀투성이로 몸을 내밀었다. 안에서 혼자 있는 동안 열심히 운동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춥지도 않은 지 상박을 벗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팽팽한 근육을 드러낸 그를 보며 낸시가 손가락을 집게처럼 써서 자신의 코를 막았다.

 

“냄새나니까 절루 가요.”

 

코맹앵이 소리를 내며 낸시가 “훠이~ 훠이~.”하고 손짓을 했다. 그에 탬퍼는 “음! 거절하지!”라고 단호하게 말한 다음 란도스의 시내를 바라보았다. 그도 제법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편이지만 전성 란도스를 방문한 것은 겨우 두 번째였다. 처음 방문 한 때는 그가 전신의 사제로서 서품을 받기 전의 일이었다. 그 거칠기 그지없었던 투박함과 실용성에 자신이 감탄했던 것을 탬퍼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로부터 30여년이 다 되어 감에도 이 란도스 성은 거의 변화가 없다. 세부적으로는 몰라도 눈에 금세 들어오는 표면적인 모습은 말이다. 저 어두운 흑색의 성벽도 여전했고 말이다.

“란도스 성이라. 오랜만이군...”

 

“와본 적 있어요?”

 

낸시가 묻자 탬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30여 년 전이었지. 그때는 로딘도 없었고 혼자 떠돌던 시기였지.”

 

꽤나 먼 옛날이라고 낸시는 생각했다. 그녀 자신의 삶은 30년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였고 그녀의 스승이 아직 10대 소녀였을 때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옛날이야기가 아닌가? 적어도 한 세대가 교체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엄청 옛날이야기네요. 그럼 로딘씨도 란도스에 와보신 적 있나요?”

 

“나는 없다. 흠. 근처에도 와본 적이 없군.”

 

로딘이 낸시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하다가 마차를 멈춰 섰다. 세 갈레로 갈라지는 길이었다. 로딘은 낸시에게 방향을 물어보았다.

 

“어디로 가면 되지?”

 

“맨 오른쪽요. 거길 돌아서 나오는 길에서 그냥 정면으로 쭉 가면 되요.”

 

낸시가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자 로딘은 다시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도 로딘은 매번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낸시에게 길을 물어보았고 그때마다 낸시는 손짓발짓을 하며 로딘에게 설명했다.

 

“갈림길이 엄청나게 많군.”

 

탬퍼가 질린다는 듯이 말했다. 란도스 성의 내부에는 수많은 갈림길이 구불구불하게 뻗어있었다.

 

“적 병사들이 마을 내부로 침입했을 때를 대비해서래요. 덕분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길 찾는 일에 대단히 고생한다죠.”

 

“확실히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목적지로 못 갈 것 같은 길이긴 하군.”

 

로딘의 감평이 이어졌다. 탬퍼는 물론 심지어 낸시도 동감했다. 가끔 이 지역세 살던 사람들도 길을 잃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가 있으니 문제없다는 사실~. 자, 제 지시대로 이동해주세요.”

 

“부탁하지.”

 

로딘은 낸시의 안내를 받아 겨우 브리잔드 변경백령의 마법사 엘리엔의 집 앞에 마차를 도착시킬 수 있었다. 로딘과 탬퍼, 낸시는 마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마법사의 집 앞에 섰다. 마법사의 집은 그 직위에 비하면 훨씬 평범하고 작았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두 개의 갑옷이 마법사의 집의 문 양옆에 세워져 있었다.

탬퍼와 로딘의 시선이 전부 갑옷에게로 쏠리자 낸시가 설명했다.

 

“침입자 격퇴용이에요.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시도하면 움직이는 거죠. 자, 그럼 여기서 기다리세요.”

낸시는 그렇게 말하고 문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낸시가 손을 대기도 전에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안에서 나비날개가 달린 분홍빛 도룡뇽 같은 작은 생물이 공중에 떠서 다가왔다. 그것은 어린아이와 같은 목소리로 말하며 손뼉을 치며 낸시를 반갑게 맞았다.

 

“안녕. 안녕. 안녕. 낸시 올만~.”

 

“응. 오랜만이야. 레티.”

낸시도 웃는 얼굴로 레티에게 인사했다. 레티는 엘리엔의 사역마로 그녀가 마법사로서 첫발을 디뎠을 때부터 함께 해온 존재였다. 지능이 낮아서 그렇지 잔머리와 축적된 지식은 낸시를 능가할 정도인 이 생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같은 태도와 단순화된 행동으로 보는 이를 즐겁게 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엘리엔이 기다리고 있어. 동료들과 함께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내가 마중 나온 거야. 어서 들어오도록 해. 이미 식사도 준비해놓았어~.”

 

레티가 가글거리는 목소리로 말하고는 휙 돌아 둥실둥실 안으로 들어갔다.

 

“뭐냐? 저 생물은?”

 

레티가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탬퍼가 낸시에게 물었다.

 

“스승님의 사역마에요. 일종의 요정인데 흔히 볼 수 있는 존재는 아니죠. 이 세계의 생물도 아니고. 하위계나 상위계의 존재들처럼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고요. 흥미가 있으시다면 스승님에게 물어보도록 하세요. 저도 레티에 대해서는 자세히는 몰라요. 그보다 어서 들어가기나 하죠. 아무래도 스승님께서 오래 기다리신 것 같거든요.”

 

낸시는 아무렇지도 않게 집 안으로 들어갔지만 로딘과 탬퍼는 조금 긴장이 되었다. 처음으로 들어가 보는 마법사의 집이다. 마법사란 종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워낙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많으니 조금 꺼려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도 낸시의 성격을 봐서는 의외로 별거 없을지도 모르지만...

 

“음! 그럼 들어가지.”

 

탬퍼는 굳은 얼굴로 로딘보다 먼저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지.”

 

그 뒤를 로딘이 따랐다. 두 사람이 모두 집 안으로 들어가자 아까 자동으로 열리던 문이 이번에는 반대로 느리게 닫히기 시작했다.

 

위치 엘리엔의 저택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여느 부유한 사람들의 집보다는 훨씬 단출하다. 겉보기에는 하얀색 대리석으로 장식된 화려한 형상이라 속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데 완전히 잘못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오히려 극단적일 만큼 장식이 없고 딱딱 각이 진 가구들만이 내부에 존재했다.

신비라곤 전혀 느낄 수 없는데다가 사는 사람이 수도승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내부 장식이 검소했다.

 

“음. 전혀 신비하지 않군.”

 

탬퍼가 팔짱을 끼고 말했다. 그야말로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

 

그에 로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역시 뭔가 특별한 것은 없다. 마법사라면 집 전체에 풍기는 옅은 마법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겠지만 두 사람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거기서 뭐해요? 어서 안으로 들어와요.”

 

낸시가 집의 내부를 살피는 두 사람을 재촉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낸시와 레티에게 안내되어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식탁 역시 응접실 못지않게 각진 가구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식탁 위에는 빵과 스프, 닭 가슴살 소태등등의 요리들이 깔려 있었다.

낸시는 식탁에서 의자를 빼내 앉는 탬퍼와 로딘에게 말했다.

 

“먼저 식사들 하고 계세요. 저는 스승님께 인사를 드려야 하니까요.”

 

낸시는 그렇게 말하고 두 사람을 두고 사라졌다. 그리고 두 사람에 레티가 다가왔다.

 

“모자라다면 ‘나는 아직 고프다’라고 말하면 추가될 거야.”

 

무슨소리냐고 탬퍼가 물어보기도 전에 나비날개가 달린 분홍 도로뇽은 그 말만 하고는 휙 돌아서 낸시가 나간 방향으로 나갔다.

 

“음.”

 

둘 만이 남겨지자 탬퍼가 신음소리를 냈다.

 

“시키는 대로 일단 식사부터 하도록 하지.”

 

로딘이 팔짱을 끼고 있는 탬퍼에게 말하며 자신의 앞에 놓인 손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그러지.”

 

두 사람은 식사를 시작했다.

 

마법사 엘리엔. 위치라는 칭호를 가진 그녀는 마법사들의 모임 내에선 메이거스라는 호칭으로 불릴 만큼 강력한 마법사였다.

그녀가 이룬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는 레인저인 에크로반과 전사인 사루만과 벨자크, 로그인 이센과 함께 샤우아드를 공포로 몰아넣던 그린 드래곤 이샤무르를 무너뜨린 일일 것이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일들을 엘리엔은 이들과 함께 해결했고 오우거 치프틴 그락나가 이끌던 몬스터 군단을브리잔드 변경백령에서 몰아내면서 널리 이름을 떨쳤다.

당시 그녀는 막 30대가 되어 가던 시기였고 그락나와의 사투를 끝으로 그녀는 그래도 브리잔드 변경백령에 눌러 앉고 고아였던 낸시를 제자로 들였다.

낸시는 엘리엔을 존경하고 있었다.

위대한 업적, 천재적인 마법 감각, 불굴의 용기와 기품. 엘리엔은 낸시에게 있어 이상적인 인물이었다. 무엇보다 몬스터들의 공격으로 고아가 되었던 자신을 거둬 키워주고 마법까지 가르쳐 준 엘리엔은 낸시에게 있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엘리엔을 지금 그녀는 4년 만에 만나려고 하고 있었다.

낸시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고는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안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들어와라.”

 

낸시는 허가가 떨어지자 조심해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다소곳이 서서 스승에게 목례를 했다.

 

“오랜만이에요. 스승님. 어프렌티스 낸시. 지금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고개를 들자 4년 만에 만나는 스승의 모습이 보였다. 긴 금발을 뒤로 묽고 이마에는 화려한 금관을 낀 엘리엔은 어울리지 않게 순백색의 수수한 드레스를 입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제 40대 후반이 되어가는 얼굴에는 주름이 지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30대 초반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그녀의 실제 나이를 짐작치 못하게 했다.

 

“그래, 돌아 왔구나. 배운 것들은 있느냐?”

 

그에 낸시를 바로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네. 위치의 직위를 받을 정도의 실력은 충분히 된다고 생각해요.”

 

자신있게 말하는 낸시를 보며 엘리엔은 불만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낸시. 나는 말이다. 이래보여도 네 여행을 단편적이나마 계속 지켜보아 왔었다.”

 

서두를 꺼내는 엘리엔의 말에서 낸시는 불안감을 느꼈다.

 

“나는 아직 네가 진정 위치의 직위를 받을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교라면 너는 이미 위치의 직위를 받아도 상관없을 거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여전히 어프렌티스 정도의 위치에 머물러 있구나.”

 

불안함이 명중했다. 엘리엔이 아직 자신이 모자르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기교면에서 이미 위치의 직위를 받아 마땅한 자신에게 모자란 것이 있다니 그녀는 인정할 수 없었다. 아무리 존경하는 스승이었지만 말이다.

 

“스승님. 이번에도 자격이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저는 스승님이 원하는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4년을 모험했어요. 저는 기교도 지혜도 모두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네가 무능력하다고는 하지 않았다. 틀림없이 너는 기교면에서는 충분해. 하지만 그 정도에 불가해. 알겠니? 네게 부족한 것이 뭔지? 너는 근본적으로 마법사가 아냐. 마법사란 마법을 다룰 수 있기에 마법사이지만 정신론적으로도 따라와 줘야 하는 거란다.”

 

“제가 각오가 부족하다는 것인가요?”

 

낸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엘리엔은 그에 고개를 저었다.

 

“각오가 부족한 것이 아니란다. 부족한 것은 자각이지. 너는 자각이 부족해. 4년 동안의 여정 동안 네가 그것을 이해하기를 바랐는데 아무래도 부족했던 것 같구나. 조금 의욕이 생기긴 한 것 같지만 그것뿐인 것 같으니...”

 

엘리엔이 한 숨을 쉬었다. 그에 낸시는 호소했다.

 

“그렇다면 제게 그것을 알려주세요. 저는 스승님의 기대에 부합할 수 있어요. 분명히요.”

 

낸시의 자신감은 틀리지 않다고 엘리엔은 생각했다. 분명 낸시는 엘리엔이 지시한다면 그에 부합되는 존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엘리엔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낸시의 재능이라면 그녀가 걷는 방향에 따라서 엘리엔 자신을 능가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마법에는 왕도가 없다. 그러나 마법의 길은 하나의 길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본질적인 마법에 대한 탐욕이 결여된 마법사인 낸시는 바로 그 길을 바로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법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오로지 존경하는 스승인 엘리엔의 뒤를 한사코 뒤따라 걸어오고 있는 것일 뿐인 것이었다. 그것은 엘리엔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동시에 엘리엔이 가르칠 수 있는 부분도 아니었다. 아니, 가르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적어도 그녀가 자신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엘리엔이 바라는 성장을 이루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낸시를 일부러 여행을 보낸 것이었는데 결국 낸시는 나아진 것이 없는 것이다.

실망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측은함이 들기도 하는 엘리엔이었다.

 

“낸시. 그건 내가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때는 네게 아무런 성명도 해주지 않았었지. 영악하고 현명한 너라면 분명히 네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내 생각은 틀린 것 같구나. 결국 너는 늘어난 기교 외에는 어느 것도 배워오지 못했다. 방치한 내 잘못도 있지만 이건 내가 손될 수 없는 부분. 나는 네가 스스로 자립하길 기다릴 수밖에 없구나.”

 

엘리엔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낸시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분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낸시는 자신의 스승이 이유 없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조금 고민하던 낸시는 처음 물어보려고 했던 것을 묻기로 했다. 위치의 직위는 물건너 간 것 같으니 이거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좋아요. 스승님이 이유 없이 그런 말씀을 하시진 않으실 테니까요. 그보다 사실 좀 더 묻고 싶은 것이 있었어요.”

 

“다른 두 손님에 대해서 말이구나.”

 

낸시가 무슨 질문을 할 것이라는 지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엘리엔이 말했다. 낸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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